["사랑해. 그냥 사랑해. 

너를 사랑하고 사랑해서 다음생까지

사랑하고 싶어. 

내가 죽고나면, 유령이 되어서라도 

널 사랑해주고싶고

 네가 죽으면 천국이든 지옥이든 따라가서

 다시 사랑하고싶어. 나와, 결혼해줄래?"]



적막함이 흐르는 방.

생활감이 없는 방에서, 낡은 비디오 플레이어가

보는이 없는 영상을 홀로 재생하고 있다.



".....아아아악!"


/우당탕!/


"하아.... 하아.....!"


또, 그 꿈이 나를 괴롭힌다.

그날, 그 사고의 기억. 그녀와 결혼하던 날의 기억이.

















[1년전.]


/끼이이이익.....  쿠웅!/


"으윽..... 읏.....얀수...ㄴ....아아!?"



조수석이 있어야 할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 마법이라도 일어난양, 누군가 계산이라도 한듯,

차는 정확히 반으로 잘려, 차의 우측이 사라져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기절하고 깨어났을때는 병원이었다.

의사가 말하길, 트럭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라고.

당연하게도 그녀는 즉사였다. 수톤짜리 트럭이

차를 반으로 갈라서 딱 그녀만 데리고 간것 같았다.

기적적으로 나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한방울의 눈물도 나지 않았다.

퇴원을 하고 집에서 침대에 눕자, 눈이 감겼다.

그녀의 죽음이 죽고 싶을만큼 실감되었다.

막혀있던 눈물이 한번에 쏟아진다.

멈추려해도 멈추질 않는다.

죽고싶다.










"하..... 출근 해야하네."



놀랍게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장례식을 치르며 한동안은 입에 밥도 못넣었는데

2주일이나 굶고 쓰러지고 나서야 밥이 넘어갔다.

울면서,  더 슬퍼하지 못한 나를 미워하며,

더 잘해주지 못한 그녀에게 사죄하며, 

울면서 울면서 꾸역꾸역 밥을 입에 집어넣었다. 

맛도 못 느끼고 먹는 밥이었다.

한번 먹고 나니, 별거 아니었다.

나는 서서히 삶을 되찾아 갔고.

다시 돈을 벌기 위해서 일했다.

때때로, 다시 울었다.










"얀붕씨, 괜찮아?"


"예?"


"아니... 요즘 어디 아픈가 싶어서..."


"아프다뇨.. 하하, 건강한데요?"


"그, 거울 한번 봐봐. 몰골이 작년이랑 똑같다니까...?"



분명 거울엔 멀쩡한 내 모습만이 비춰지고 있었다.



"놀리시는 겁니까? 진짜 멀쩡하다니까요?"


".....우리 부서 모두들 걱정하고 있는데 

내가 총대매고 얀붕씨한테 물어보는거야.

힘든 일 있으면 들어줄테니까, 말좀 해줘봐."


"괜찮아요. 정말 별일 없는데..."


".....걱정 안해도 괜찮은거지?"


"그럼요."


"....진짜지? 이러고 뒤돌아서면 쓰러지는거 아니지?"


"하하 무슨 말ㅇ"



땅이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얀붕ㅆ....! "얀붕씨! 얀붕씨이이이!!"


"어읏... 여기... 어디에요....?"


"구급차지! 지금 병원 가는중이라고!"


"얀진씨..."



나는 병원에 실려가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래도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원인 불명이란다.



"뭐 저런 돌팔이가 있어!?"


"얀진씨..."


"아니 사람이 몰골이 요모양에 쓰러지기까지 했는데,

원인을 모른다니? 이게 맞아?!"


"진정하세요..."


"얀붕씨, 휴가 모아놨지? 차라리 이번에 좀 쉬어요."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제가 어떻게..."


"다들 이해해줄테니까, 제발좀 쉬어요."


"....네."



나는 퇴원을 하고, 휴가를 받아선 집으로 향했다.



[띠링!]


얀진씨의 카톡이 왔다.



[얀붕씨, 이거 사진 좀 봐봐. 

아까 쓰러졌을때 병원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진을 보자, 내가 거울로 본 내 얼굴과는 달리

정말 핼쓱하고 말라 비틀어진 내가 있었다.



[근데 이건 왜 보내는거에요?]


[아니, 과장님한테 보여드리려고 찍은건데...]


[?]


[구석좀 봐봐!]



 구석을 보자, 검은 무언가가 보였다.

손과 같은 그 그것은 이불밖으로 나온 내 손을 

연인마냥 손깍지를 끼워 잡고 있었다.



[진짜 무당불러서 굿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니야!?]


[....한번 해보죠, 귀신이란게 진짜 있긴 했나보네.]



나는 다시 한번 세면대의 거울을 보았다.



"......!"



사진을 보고나서일까, 내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눈가와 볼살을 깊게 패이고, 쇄골 주위도 깊게 패여

마치 과학실에 전시된 해골 모형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미친건가."



나는 무당을 찾기전에 병원을 먼저 가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더러운 방의 정리를 시작했다.

깨끗한 정신을 위해선 먼저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것 같기도 하다. 이내 나는

청소구를 들고 환기를 시켜선 방을 치우기 시작했고,

원래부터 삭막했던 방은 금세 정리가 되었다.



".....역시 가야겠지."



아무래도 내안에서의 정신병원의 이미지가

꽤나 뒤틀려있는지라 정신병원으로 향하는데

상당한 각오가 필요했지만, 그런 빼빼 마른 나의 모습을

정상적인 평소의 모습으로 인지하고 지냈다는 점에서

무당이전에 의사를 찾아야함은 자명해보였다.












"~~~~~~~~~~~?"


"예."


"~~~~~~~~~!"


"네."


"~~~~~~~~~~~~~."



나는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검사를 끝냈다.

당연하게도 내 검사의 결과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차라리 내가 미쳤다고, 치료를 하면 나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라도 해볼수 있었을텐데, 그것조차

쉽지 않게 되었다. 과학으로 이루어진 현대사회에서

무당같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힘을 빌려야 한다니.

나도 내 상황을 이해는 하고있지만 납득은 되지 않았다.










"....계세요?"



차를 타고 한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무당의 점집.

이쪽에서 상당히 유명한 모양이기에 찾아가 보았다.

옛말로 선무당이 사람잡는댔던가.

돌팔이만 아니길 빌어보는 수 밖에...



"어서오시게."


"네에...."


"대강 왜 왔는지 알겠네, 뭘 저리 달고와?"


"......?"


"니 뒤에 여자 하나 있네,니가 죽인건 아니고.... "


"뭐야, 어떻게 아셨어요!?"


"니 뒤에 여자 하나 있는데, 애가 몸이 좀 깨졌네."


"???????"


"여자가 참한데, 보니까 일찍 죽은 모양이네?"


"......맞아요."


"어쩌다 죽었어?"


"그.... 말해야 하나요?"


"내가 귀신소리는 안들어도 들리거든?

사람소리는 말안하면 몰라,  아는대로 불어."


"......."



나는 천천히 그녀가 죽은날의 이야기를 했다.



"어이구, 이승에 미련이 넘칠만하네.

결혼 첫날에 죽은데다 남편은 멀쩡히 살아있고."


"......그럼 저도 죽어야 하나요....?"


"뭔소리야? 산사람은 살아야지."


"앗, 네....."


"이런 애들은 불쌍한 애들이라, 굿을 해서 달래줘야지."


"그렇군요..."


"일단 복채는 뭐 굿이든 뭐든 해서 쟤 보내고 받자."


"마,많이 급한가요?"


"자기 죽이려는 얘기 하니까 애가 눈깔 돌아선 

나 죽이려고 째려본다야, 무서워서 빨리 치워야지."


"네... 잘부탁드립니다...."



나는 무얼 당하는지도 모른채, 옷을 갈아입혀지고

점집 뒷산에 세워진 정자에 가만히 앉아있게 되었다.



"좀 가만히 있어봐, 금방 제삿상 차려올테니까."



나는 뭐가 일어나는지 몰랐다. 

무당은 방울을 흔들며 무엇인지 모를 노래를 부르고

눈을 뒤집고선 조수로 보이는 사람들과 춤추는게,

아무런 문제없이, 굿이 진행되는것 처럼 보였다.



"헤엑...헤엑..."


"고생하셨어요..."


"야아, 아직 안끝났으니까 거기서 나오지 말어."


"앗, 네에... 이것좀 드시고 하셔요."


"나는 쟤들 보인다. 쟤들이 먹는 모습도 보이고.

니는 멀쩡한 음식으로 봐도, 나는 찌꺼기로만 보여."


"........"



그냥 나는 입을 다물기로 하고,

다시 정자에 무릎꿇고 앉아있었다.



"후우....."



무당은 다 먹은 물병을 던지고, 다시 굿을 재개했다.

웅얼거리는듯한, 알수없는 노래가 묘한 느낌을 줬다.



"~~~~~~~~~~~~~!"


/딸랑딸랑..../


"~~~~~~~~~~~~~!"


/딸랑.....딸랑딸랑.....!/


"케흑....으윽!?"



잘만 굿이 진행되는줄 알았다.

무당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를때 까지는.


/콰득./


공중에서 무당의 목이 꺾여선 돌아갔다.

명백하게 목에 굵은 손자국을 남긴채로.



"어.....어어....?"


/쾅ㅡ!/


무당은 땅바닥에 처박힌뒤, 튕겨져 나뒹굴었다.

이후, 나는 현장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올수 밖에 없었다.

그 무당이 죽지 않길 빌수밖에 없었고, 너무 두려웠다.

나때문에 사람이 죽었을거라 믿고싶지도 않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일어나선 악몽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잤다가 일어나는것을 반복하는 내가 있었다.

일어나있는 동안엔, 그녀와의 마지막 기억인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며 무엇이 잘못 된건지

그저그저 사죄만을 계속할 뿐이었다.


["사랑해. 그냥 사랑해. 

지직

너를 사랑하고 사랑해서 다음생까지

지직

사랑하고 싶어. 

지직

내가 죽고나면, 유령이 되어서라도 

지직

널 사랑해주고싶고

지직

 네가 죽으면 천국이든 지옥이든 따라가서

지직

 다시 사랑하고싶어. 나와, 결혼해줄래?"]


"아, 드디어 고장난건가. 

하기야 늙은데다 며칠동안 끄질 않았으니..."



나는 플레이어를 끄고,

나갈준비를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어?"



일주일만에 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죽은지 며칠은 지난듯한 주검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목에는 검은 무언가에 졸린듯한 자국이 있었다.



"무...무슨..."


/끼이이..../


문이 열린다.

나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당연 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본능은 내게 다시 거울을 보지 말것을 외쳤다.



"........흡."


숨을 참고, 눈을 감고, 거실로 향했다.

소파에 앉아 눈을 떴다.


/지지지지지지지...../


믿고싶지 않았지만, 보였다.

눈을 뜬 순간, 꺼진 TV화면에, 스마트폰에,  유리창에 

똑똑히 비쳐친 그녀의 모습을.


/삐ㅡㅡㅡㅡㅡ!/


그리고 이내 꺼진TV는 멋대로 켜졌다.


[" '사랑해. 그냥 사랑해.'


나도


'너를 사랑하고 사랑해서 다음생까지

사랑하고 싶어.'


응, 그래서 사랑하고 있어.


'내가 죽고나면, 유령이 되어서라도 

널 사랑해주고싶고'


응, 그래서 이렇게 나타났어.


' 네가 죽으면 천국이든 지옥이든 따라가서

 다시 사랑하고싶어. 나와, 결혼해줄래?' "]


당연하지.


TV는 꺼졌다.

그녀가 내앞에 서있는게 보인다.

그래, 이러면 편했을것을.

나는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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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뉴스 입니다. 

현재 믿을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요,

귀신이 실존하는가?의 여부로 인터넷이 뜨겁습니다.

사고의 현장에 나간 양얀혁 리포터, 연결합니다.]


(네! 여긴 사고현장인 어느 점집의 뒷산입니다.

우연히 산에 설치된 방범카메라에 현장이 찍혔는데,

굿을 행하던 무당이 초자연적인 힘으로 공중에 떠올라,

이내 추락사를 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그 추락지점인데요, 감식결과 사인이 질식사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있습니다. 현장에 있던것으로 보이는

관련인물들은 전원 행방불명 혹은 사망으로 밝혀져

실제로 영적인 무언가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등장하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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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쎈 얀순이가 울부짖었다! 무당도 죽고

얀붕이도 죽여서 영원히 행복할거다! 암튼 해피엔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