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후의 냄새가 깊숙이 스며든 어느 습한 
밤하늘의 불빛 가득한 여유로운 도시,

그 속에서도 제각기 다른 길을 걷는 이들의 
발자국을 좆아 가벼이 걸어가다 보면 


각자의 삶 속에서 색색이 묻어있는 크고 작은 고난들을 느껴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역시나 소소한 희망.

그렇게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도 분명 조금의 여유는 존재한다. 

때문에 평화는 깨질 듯하면서도 또한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에도

곧 뒷골목에서 용기없는 자학을 되씹는 청춘의 악인들은 여전히 존재하기 마련,

여기, 그 혼돈의 중심에서 홀로 외로이 서 있는 인물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이름은 얀붕, 

최근에 벌어진 단체 폭동시위며 재산 횡령 사건 등등

그가 저지른 흉악범죄들은 늘 도심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다.

때문에 이는 곧 공공의 적이라는 뜻,


역시나 그를 잡기위해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었지만 오히려 농락만 당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를 막기위한 히어로들도 공존하기에 
또한 결코 대형범죄를 계속해서 저지르기란 쉽지 않다.




어쨋거나 그는 오늘도 그들에게서 도망치기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의 전담 히어로는 얀순,


단순히 괴력이라는 능력으로 간신히 협회에 입사한 신입 중 하나였으나



들어오게 되어서도 무언가의 업적을 달성해야 정식으로 히어로가 될 수 있었기에 

그녀가 처음으로 달성한 업적은 역시나 얀붕을 잡은 것.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업적이었음에 
협회에서는 정식으로 등급을 올려주는 한편, 그의 전담으로 배치했다.






어쨋거나 그런 그녀는 오늘도 얀붕을 붙잡고는 

"내가 너의 전담인걸 고맙게 생각하는 편이 좋을걸?"





그러고서 자신의 집에 감금시켜 놓는 것이었으니



처음에는 그도 감금한 것에 대해 저항했지만 

매번 똑같은 래퍼토리에 어느새 적응이 되어 싫증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그렇기에 현재로 와서는 쉴 새 없이 옆에서 떠들어대는 그녀에게서 무엇인가 의문이 들었다.



"매번 감금만 시켜놓는 이유가 뭐야? 
난 또 어차피 스스로 빠져나올건데."




그도 그럴것이, 협회나 국가에서는


히어로가 빌런을 죽이든 고문하든 상관을 안하는 반면, 방치하다 싶이 두는 추세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너가 언젠가 회개할 수 있을거라 믿으니까.."



하며 그녀은 약간은 침울해진 눈빛으로 수다를 멈추고는 방 밖을 나섰다.



곰곰히 생각해본 얀붕은 마침내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 이 반복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회개의 방법이 있었지.



이젠 정말로 끔찍하다 싶이 이 상황이 지겨웠기에 



그도 어느센가 악행을 그만 둘 마음이 슬며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탈출구는 역시나 교도소였던 것이다.






예상한대로 탈출한 그는 이제 더이상 자신의 은신처로 향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져 마침내는 조금 기분이 풀리는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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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하겠습니다"




그간 온 사회를 뒤흔들고 다닌 악인의 입에서 나온 말.



이 말은 곧 언론과 매체에 급속도로 퍼지게되어




며칠 후에는 본거지의 도시 시민 전체,



몇 주 후에는 그 도시를 포함한 군 전체,



몇 달 후에는 주 전체가 알게되어 



마침내 온 국민 전체가 이 말을 기억했다. 




그렇게 나라는 떠들썩했다.



그러나 단 한 명, 그 한 명만이 방에서 혼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기괴하게 변해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