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존나게 엇나갔다.


소설을 쓰고 또 쓰면서 항상 벽에 막힌 기분이었는데 이제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나는 늘 내 색깔을 잃는 게 무서웠다.


남들이 쓰는 것과 똑같은 걸 쓴다면, 그건 결국 내가 글을 쓸 필요조차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근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트렌드를 받아들인다는 건 내 색을 버린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색을 입혀서 변화를 준다는 거다.


색은 변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내 색을 버렸다는 뜻이 되는 건 아니다.


단지 색이 변한 것뿐이고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다. 오히려 그래야만 진짜 내 색깔을 알 수 있는 거였다.


이걸 이제야 깨달은 내가 얼마나 멍청하고 오만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노력이나 재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나는 지금 방향이 잘못됐다.


소설은 내가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내 색을 잃는 게 무서웠던 탓에 여태껏 진짜 좋은 글이 뭔지를 잊고 산 거다.


글을 쓰다보니 나도 모르게 오만함이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거다.


이걸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게 너무 한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지금 마음이 설레인다.


나는 지금까지 여기서 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재능은 딱 여기까지고, 아마 내가 몸을 뒤틀고 별 지랄을 다 해도 거기서 쬐끔 나아질 순 있어도 본질이 달라지진 않을 거라고.


근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했던가? 좆도 모르면서 자기가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그 현상.


내가 딱 그거다. 그리고 이제서야 아주 조금 거기서 벗어났다.


오랫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문제의 답을 드디어 찾은 기분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슬프면서도 설레이고 내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돼서 기분이 진짜 이상하다.


뜬금없지만 지금까지 내 글을 읽어준 사람들한테 사과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연중하거나 잠적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이런 내 글을 참고 읽어줬다는 게 고맙고 미안하다...


반성합니다 진짜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