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리고 어둠으로. 그리고 다시, 빛.

그는 나였다. 나라는 것의 텅 빈 공간 안에는, 그를 제외한 다른 이는 존재하지 않았음으로.

때문의 그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였다. 그가 웃는 얼굴을 보여줄 때, 나도 함께 웃으며 그가 느끼는 행복을 맛보았다. 그가 무언가에서 기쁨을 느낀다면 나도 기뻐했고, 곧 그의 소망은 나의 소망이 되었다.

때문에 그의 불행은 나의 불행이였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때, 나도 함께 그의 고통을 맛보았다. 그가 피를 흘릴 때 나도 피를 흘리는 것 같았고, 곧 나는 그가 되었다.

그런데.
그랬을 터인데.

어째서 이런 생각이 계속해서 드는 것일까.

분명 나의 안에, 나라는 인간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너만 존재했을텐데.

"아, 거기... 있는거 맞지? 미안해. 봉좀 집어줄래?"

그가 빛을 얻었을 때, 나도 그와 같이 빛에 감싸이는 듯 했었다. 나는 그였고, 그는 나였으니까.

"고마워. 오늘은 뭐할 계획이야? ...아니다."

그가 힘들어하는 것이라면, 나도 힘들어야 하는 거 아닐까?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터인데,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내 의문점들은 내 생각인 것일까?

그리고 그가 어둠에 빠졌을 때 비로소,

'나'가 있었다.

"앞이 잘 안보여서... 조금만 부축해줄래?"
"자꾸 민폐 끼쳐서 미안해."
"점점, 빛이 보이지 않아."

그가 어둠에 빠져서 허우적 대는 모습을 볼 때, 나도 그와 같이 어둠에서 허우적댄다 생각했었다. 그가 고통스러워 할 때, 나도 고통스러워 했다고 생각했었다. 그가 힘들어하며 삶의 희망을 잃어갈 때, 나도 그러했다 생각했었다. 나는 그고, 그는 나라고, 생각했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빛에서, 발을 뺄 수 없는 늪으로 점점 빠져가며 허우적대다가, 결국은 삶의 의지조차 잃어가면서 생을 포기하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려는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온 것은 그의 행복따위가 아니였다. 그의 성취감이나 목표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의 행복이 나의 행복도 아니였고,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도 아니였고, 그의 빛이 나의 빛도 아니였으며, 그의 어둠이 나의 빛도 아니였다.

나는 그가 아니였고, 그는 내가 아니였다.

어느덧 희미해져버린 빛을 붙잡아 불꽃을 유지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행복하다 생각했다.

자존감은 땅에 처박히고, 눈물로 지새우거나 멍하게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빛을 보았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라도 상관은 없을 지언정, 나에게 의존하며 나를 찾고, 점점 망가져가는 그의 모습을 볼 때면, 한때 나의 마음속을 가득 채웠던 그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떠올라,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부러지고, 망가지고, 부셔지고, 깎여나가, 이제는 파편으로밖에 남지 않은 그의 모습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극복하겠다며 의지를 담아 뭔가를 시작하고, 실패하고, 시작하고, 실패하고, 시작하고, 실패하고, 시작하고, 실패하고, 결국은 나를 찾게 된다.

하루는, 조금 방을 어질러 놓았을 뿐인데, 모든 환경이 변한 방 안에서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하루는, 나를 위해 뭔가를 해주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금방 실패하고는 절망감을 느끼며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하루는, 웃는 얼굴로, 목을 매달려 시도해보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결국은 모두, 실패였다.

비로소 다시,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