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립 XXX XX 연대 10대대 XXXXX 팔스
1918년 9월 28일 장거리 행군 기록 존재


영연방군중 306명이 고의적 이탈, 낙오로 탈영처리 되어 총살됨, 당시엔 쉘쇼크같은 전투불능을 탈영 및 이탈로 보기도 했다 한다.




프랑스 어딘가에 위치한 숲을 정찰하러 들어간 얀붕이네 지역연대
하지만 진지구축 중 독일제국군의 기습으로 숲 속에서 치열한 난전이 일어나 나머지 부대원들은 모두 퇴각하거나 사망하며, 정신을 차리자
얀붕이와 독일군인 얀순이만 남고

정신을 차린 얀붕이와 얀순이는 서로 소총을 겨누며 서로 투항하라며 소리 침

하지만 얀붕이는 이대로 얀순이를 죽이고 아군한테 돌아간다 해도
탈영죄로 처형 당할거란걸 너무 잘 알고있었어,

영연방은 특히 탈영문제에 민감했고 얀붕이 자기가 처형조였던 적이 있었으니까

결국 얀순이를 쏘든 안쏘든 자신은 복귀해봤자 총살당할테고
그 과정에서 자기 동료들이 자기처럼 트라우마를 겪게 될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얀붕이는 그냥 들고있던 SMLE 소총을 내려 멀리 던져놓고 뒤로 돌아
꿇어 양손을 들고 그냥 죽이라고 하는거지

그 모습에 얀순이는 잠시 당황했지만 바로 총을 겨누고 얀붕이에게 다가가 땅에 떨어진 소총을 발로 차서 더 멀리 떨어뜨리고 몸을 수색함

한참 뒤지다 얀붕이가 진짜 무방비 상태임을 알게 되자 얀순이는 다시 당황하게 됨

왜 자신을 쏠 수 있음에도 안쏜것인지, 왜 스스로 죽으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니까

하지만 이미 항복한 상대를 사살하는데에 거부감을 느끼던 얀순이는
자신도 일단 고립됐으니 우선 본대를 찾아 떠나기로 함

물론 얀붕이를 결박해서 데리고 다닐까 생각했지만 저항의사가 없었기도 하고 끈도 뭣도 없어서 그냥 앞에 세우고 뒤에서 겨누기만 하고 데리고 다니기로 함

하지만 광활한 숲 속에서 나침반도 없이 단 둘만 낙오된 얀붕이와 얀순이는 숲에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이틀 넘게 헤메게 됨

분명 온 길이만 보면 참호 한 줄 정도는 보일만 한데 아무것도 안보였지

자기네 감자케이크만큼 재미 없기론 유명한 민족이지만 얀순이는 그런 적막에서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얀붕이한테 이것저것 물어봄

왜 투항한건지, 왜 먼저 안 쏜건지, 어떤 작전 중이었는지, 고향은 어딘지...

사실 군무이탈에 대한 총살은 당시엔 어느 나라든 엄격했음

얀순이는 같은 분대원한테 들은 얘기가 떠올라,
프랑스군은 부상으로 전역하려고 불붙은 담배 든 손을 참호 위로 올려서 일부러 저격당하는 병사들이 나오자 손에 구멍뚫린 부상병은 바로 총살한다는 얘기

얀붕이 얘기를 듣자 얀순이도 무언가 불안함을 느껴
본대에 합류해도 상부에서 자기를 탈영으로 처리해서 처형할지, 왜 저 영국군을 바로 죽이지 않았는지 추궁할지, 아니면 영국군을 먼저 만나는게 아닐지

그리고 만약 자기가 처형당하면 저 남자는 어떻게 되는거지? 하는 생각에 잠김

하지만 물과 식량도 거의 떨어지고 할 수 있는건 그저 걷는것 밖에 없었으니 계속 걷는 수밖에

그러다 우연히 작은 마을을 만나
독일군 점령지였다가 독일군이 다시 후퇴한건지 아무도 없었고 그냥 빈 집들만 남겨져 있었지, 시기상 독일군은 이미 곳곳에서 다시 후퇴 중이었으니 별로 이상한 상황은 아니지

그걸 본 얀순이는 기뻐하며 가장 상태가 좋은 집에 들어가 남은 물과 식량을 구했지만 급한 문제가 해결되자 그 이후가 다시 걱정 되었음

지금 자기들은 어느 군대한테 발견되든 높은 확률로 총살당할 운명이었으니까,

그냥 운좋게 민간인들 사이에 숨어들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여긴 유령마을이었음

결국 얀순이는 한동안 얀붕이와 같이 지내면서 뭐라도 지나가길 기다리기로 했음, 독일군이 행군하면 얀붕이를 데리고 가서 얀붕이가 포로로 잡힌 상황을 설명하게 해줄 요량이었고

첫 날은 얀순이는 침대에 얀붕이 손을 묶어두고 교회의 종탑 위에서 사방을 감시했지

둘째 날은 우연히 젖소를 발견해서 간만에 우유를 마셔보고
묶인 얀붕이 옆에서 창문으로 정찰하며 가정이나 취미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셋째 날부턴 얀붕이를 그냥 풀어줬지, 어짜피 소총은 거기에 두고 왔고 무기도 다 압수하고 총이나 칼은 얀순이만 가지고 있었으니까

자유로워진 얀붕이는 집 안에 있던 피아노를 발견하고 피아노를 쳐보지

그런데 그 곡은 얀순이도 알고 있는 곡이었어
청음초에서 파수 근무하다 보면 반대쪽에서 가끔씩 희미하게 들려오던 멜로디였거든, 티퍼레리 뭐시기?

얀순이는 그 선율에 맞춰 자기가 들었던 가사로 작게 노래를 불러

그러자 얀붕이는 깜짝 놀라며 이 노래를 어떻게 아는거냐 묻고
얀순이는 그냥 별거 아니라 하고

그리고 이후로 둘 사이에 감돌던 미묘한 공기는 완전히 사라졌고
서로에 대해 더 사적인 부분까지 대화하며 더 친근해지고
얀순이는 어느새 얀붕이에게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끼게 됐음

지금까지 느낀 감정은 이미 1914년 크리스마스때 참호에서 나와 영국군과 악수할 때 느껴본 감정이었지,

그 때의 감상은 인류애였지만 지금은 그냥 연모였음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 줄은 몰랐지만

참호 속 침실에서 남정네들이 여자에 대해 얘기하던 모습을 떠올렸지
...비록 대부분이 전쟁으로 뒤틀린 페티시즘이었지만

다행히도 얀붕이는 얀순이의 서투룬 감정표현을 능숙하게 받아줬고

하지만 얀순이는 그걸 보고 얀붕이도 자기와 같은 감정이라 생각하게 됐지, 반면에 얀붕이는 그냥 어쩌다보니 친해진 사람 수준이었음

얀순이는 이제 얀붕이한테 같이 정찰하자는 걸 넘어
같이 씼자, 같이 밥먹자, 같이 산책이나 가보자..

이젠 아얘 자기네 군복은 울재질이라 쓸데없이 따뜻하니 같이 덮고 자자면서 유혹해왔어, 그러면서 웃옷을 벗자 흰 와이셔츠만이 커다란 둔덕에 달라붙어 있었고

얀붕이는 의식적으로 눈을 돌려 딴 곳을 보는 척 하면서
우린 아직 서로 적인데 그건 좀 그렇다고 거부할 뿐이었음

얀순이는 일단 '영국남자들은 이런거 싫어하나? 우리쪽 것들은 맨날 가슴이랑 엉덩이 만지고 싶다면서 떠들어댔는데...신사의 나라라 그런가' 라고 생각하며 일단은 넘어갔지

하지만 얀붕이는 점점 얀순이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걸 알았어

처음엔 전형적인 노련한 군인의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뭔가 달랐지

마치 술에 젖은 듯한 광택없는 눈을 하고 있었어, 가끔 긍정적인 답을 해줘야만 생기 있는 눈이 됨

그렇게 매일매일 공세와 방어가 이뤄지던 날들이 한 50일 정도 지났을 무렵

밖에서 영국군 구령소리가 들려왔고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영국군이 왔으니 숨어있으라 했지만
얀붕이는 옷의 마크를 보고 그게 옆마을 팔스라는 걸 알아챔

그리고 그 팔스 부대장은 얀붕이 아버지와 친한 사이였지, 아버지 교회에 자주 오던 사람이었거든
부탁해서 고립된 그동안의 행적을 입증해줄 증명서만 써주면 다시 복귀할 수 있다. 물론 얀순이 얘기는 빼고...

얀붕이는 그 영국군 무리를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옷을 다시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했지

얀순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보고 있었어

영국군 만나면 처형당할 거라 하지 않았냐 그런데 왜 가려는 거냐면서

얀붕이는 흥분하며 지휘관이 지인이라 행적을 입증해줄 수 있을거라고 얘기하지

그러곤 얀붕이는 마지막으로 띠각반을 두르며 얀순이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해

당신도 반드시 그 쪽 군대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며
지금까지 고마웠다며 인사를 함

그 순간 얀순이의 눈이 다시 음습해지고 얀붕이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안기는거임

사실 이미 2달이나 지났는데, 그동안의 행적을 포장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사실 자기도 돌아가면 처형당할 거라면서,

지난번엔 말을 훔쳐 같이 이탈한 형제를 자기가 직접 사격했는데 아직도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품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함

확실히 이미 2달은 지났는데, 그동안 계속 아군을 찾아 돌아다녔다는건 말이 안되긴 하지

얀순이는 다시 얀붕이를 올려다 보면서 어짜피 작년에 미군도 참전했고 우리 군은 사실상 이미 패배가 확정됐으니 그냥 몇 달만 더 버티다가 같이 이민이라도 가면 안되겠냐고 하지

하지만 얀붕이는 당황해 얀순이를 보며 그래도 자신은 가야 된다고 얘기하지, 설령 도박이라 할지라도 잘 설명 할 수 있다며...지금 하루에도 몇 백이 넘게 죽고 있는데, 이미 20만이 넘게 죽었는데 자기만 여기서 발 뻗고 있을 순 없다며

그 말을 들은 얀순이는 잠시동안 아무말도 안하더니 얀붕이의 눈을 쳐다보며 이내 입을 열어

"얀붕씨, 저번에 제가 같이 자자고 했을 때, 얀붕씨가 우리는 아직 적이라 하지 않으셨나요?"

"그럼 아직도 우린 적이겠네요?"

그리고 얀순이는 야삽으로 얀붕이의 철모를 내리쳐

그러자 얀붕이는 당황한 눈빛을 보내다가 이내 완전히 기절하고

얀순이는 얀붕이를 지하실로 옮기지

"포로로 데려가라 한건 얀붕씨니까...데려갈게요, 다만 전쟁이 끝나기 전까진 여기서 저랑 단 둘이서 지내셔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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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배경은 갈리폴리로 다르긴 하지만 전장에서 적으로 만난 얀순이 얘기는 1년 전 즘에 이미 올리긴 했는데 지금보니 결말이 맘에 안들어
https://arca.live/b/yandere/26465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