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이 요구한 사항은 단 한가지


 스와이어와 헤어져라. 한 밤중에 불러내서 요구했던 것 그대로.


 겨우 그런 이유로 스와이어와 헤어지라는 것이냐며 항의를 했을 때 박사를 얻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것이라는 위험한 발언을 내뱉었다.


 첸은 박사를 원했다. 박사의 연인이 되고, 박사와 부부가 되고, 박사의 아이를 낳고 싶다.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그녀의 바람을 이루어주고 싶을리 없었다. 하지만 스와이어를 위해서라면 지금으로서는 첸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무언가 눈치챈 것인지 첸은 박사의 마음을 이해하겠다며 사려심 깊으며 자신의 바람은 꼭 이루는 존재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제안을 하나 더 추가해주기로 하였다. 그걸 원하는 게 아닐텐데.


 스와이어와는 헤어지지 않아도 되지만, 대신 스와이어와 했던 것처럼 첸과 함께 관계를 가진다. 첸이 만족을 하게 된다면 마음을 접고 스와이어를 풀어주겠다. 라는 조건이었다. 


 무척 난감한 제안이었다. 스와이어가 있음에도 정신이 나간 첸과 관계를 가지고 만족하게 된다면 풀어준다니. 일단, 첸이 말하는 '만족'이라는 것은 신체적인 만족이 아닐테다. 정신적인 만족은 신체적인 만족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신체의 만족은 한 순간이면 해결 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또 다른 사항이었다.


 박사가 자위 행위를 할 때, 만족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따금 무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번 더 했을 때와 같은 이치... 라고 하기에는 이마저도 설명하기 어렵다.


 차라리 스와이어와 헤어질까? 그 편이 스와이어에게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선택지는 그녀에게 대체 뭘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할지도 막막했다.


 스와이어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자본을 지원해주는 또다른 스폰서이기도 했다. 물론 둘의 연애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상황이 종료되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끝나서 안심하고 박사에게 돌아왔을 때, 느닷없이 헤어지자고 하면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서웠다. 


 개인적인 자본으로 로도스 아일랜드를 지원해주는데 이번 일의 분풀이로 후원을 중단한다면 로도스 아일랜드 자체의 타격도 클 것이다. 다른 스폰서들도 있고, 스와이어가 헤어졌다는 이유로 후원을 그만두는 바보는 아니지만 세상 모르는 일 아닌가. 


 여하튼 첸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어도 화면 속에 묶여 있는 스와이어를 구하려면 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애초에 맨 처음 했던 제안부터 거절하면 스와이어를 구하는 것은 물 건너 가는 것이다. 애인을 구하기위해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져야하는 골 때리는 지금 박사는 죄책감을 가지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믿었던 동료가 이런 식의 배신으로 역겹기 짝이 없어졌음에도 강제적으로 첸과의 관계를 가지기 위해서 둘은 장소를 옮겼다. 


 첸과의 첫날부터 스와이어에게 해주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해주었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첸이지만 스와이어만을 생각하자면서 그녀의 몸을 애무하면서 따뜻한 손길로 첸의 몸을 흝어간다. 근위국에서의 활동으로 단련된 몸과 함께 기본적으로 첸도 나쁘지는 않은 가슴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박사의 안중에는 그런 것이 있을리 없었다. 그저 첸에게 만족감을 주고 스와이어를 구한다. 오로지 그 뿐이었다.  


 첫 관계를 끝내니 첸은 헐떡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반쯤 맛이간 듯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서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스와이어를 구한다는 일념 하나로 기존에 스와이어에게 해주던 것 이상을 시도했다. 덕분에 박사도 체력적으로 지치기는 했으나 첸이 경험이 없었던 영향이 매우 컸던 모양이다.


 이걸로 만족했다면 다행이지만, 아까 말했듯이 첸이 바라는 만족은 신체적인 만족이 아니다.


 예상한대로 첸은 이 밀회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관계를 가지는 것을 요구했다. 그럴 때마다 스와이어를 언제 풀어줄 것이냐며 제시했으나 첸은 여전히 나를 만족시켜라. 라면서 박사를 요구해왔다.


 그녀와 관계를 가질수록 박사의 걱정은 커지기 시작했다.


 죄책감의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첸이 경험이 없었으니 금방 지쳤다고 하더라도, 계속 언급하지만 그녀는 근위국 소속이다. 왠만한 특공대 쌈싸먹는 체력을 가진 첸은 관계 가지는 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박사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어디서 봤는지 모를 기술을 사용하거나 박사를 역으로 굴복시킨 듯한 자세를 취하는 등 어떻게 해서든 그를 굴복 시키겠다는 집념이 보였다.


 당연히 그러한 것들은 박사에게 굴욕감을주었고, 첸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지만 몇날며칠이고 반복되는 행위에 박사도 지쳐가면서 언젠가는 나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첸의 체력은 끝내준다. 관계를 가지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그녀가 요구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며칠에 한 번씩 요구하던 것이 이제는 하루에 한 번, 아니, 그 이상을 요구했고, 단순히 밤에 부르는 것 뿐만 아니라 어시스던트로 업무중일 때도, 별 이유 없이 복도에서 서로 지나쳐가다가도 갑자기 하고 싶다면서 박사에게 요구를 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작전이 끝나자마자 복귀하기도 전에 불러서 요구를 해서 오퍼레이터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첸에게 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계속되던 중에도 솟아날 구멍이 있었다. 나름대로의 파훼법을 얻는 것에 성공했다. 첸이 원하는 것은 박사다. 하지만 몸만으로는 첸의 만족을 얻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만족감을 주면되는 것이다. 


 그녀에게 함락되었다. 그녀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첸도 단순한 인물은 아니지만 현재 그녀가 제정신이라고는 판단되지 않았다. 박사 스스로 스와이어보다 첸이 좋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죄책감이 들었으나 그런 죄책감은 앞으로의 결과에 비해 싼 값일 뿐이다. 스와이어만 구할 수 있다면 그런 죄책감에대한 고통은 박사 혼자만 짋어지면 되는 것이었다.


 관계를 가지면서 첸의 이름을 연신 부른다던가. 


 이따금 자기와 스와이어보다 누가 좋냐는 질문에서는 당연히 첸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 가장 양심을 찔렀던 질문은 '스와이어를 구하려고 한 거 아니야? 스와이어가 이걸 알면 화 내지 않을까?' 라며 웃으면서 해오던 질문이었다.


 역시 그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은 네가 중요하다고 답을 했다. 


 그럴 때면 첸은 박사를 매도했다. 애인을 구한다면서 다른 여자랑 몸을 섞는 게 좋은 바람둥이 호색한이라거나, 처음에 자길 밀어붙였던 남잔 어디가고 이런 허접만 남았냐 라거나, 자기 신념도 못 지키는 쓰레기라는 등의 매도를 내뱉었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부서지는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더욱 좆 같았던 것은 첸이 매도를 할 때마다 하반신이 반응했다는 것이다. 부드럽게 박사를 쓰다듬으며 사랑을 속삭였던 스와이어 때도 긴장해서 잘 되지 않았었던 것이 첸이 험하게 굴릴 때 반응하다니. 이미 첸에게 굴복한 것이 아닌가. 부정할 수만은 없는 잔혹한 현실 속에서 그는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


 지지 않는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로서.


 베아트릭스의 연인으로서.











저 태그 넣어서 장르 급변경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

직접적인 야한 묘사는 안 넣었는데 이것도 19금으로 해야 할지는 모르겠음.

그럭보뇌 직접적인 성인향을 써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나중에 다른 애들 쓸데 아예 야한 묘사 넣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