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면 안돼요. 이곳에 평생 있어주세요."


"전 용병으로 온 것입니다..이런 식으로 붙잡는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에요..그리고..좀 풀어주시겠어요?"


.... 



A길드는 동맹 길드인 B길드가 억울한이유로 인접 C길드과 분쟁이 생기자, 간접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길드 내 강자를 파견시켰다.


소규모 길드인 B는 그의 도움으로 C길드와의 분쟁에서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길드원들이 활동을 못할 정도로 다친 바람에 그는 '분쟁이 끝날 때 까지 파견' 이라는 조건을 'B길드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때 까지' 로 변경했다.


"고마워요..우리 대신 싸우시느라 고생했을 터 인데..이렇게 까지.."


"동맹 길드니까 당연한거죠."


A길드의 길드마스터와 부길드마스터를 비롯한 일부 길드원들은 그의 결정에 탐탁치 못했으나, 그의 의지가 강한 나머지 허락해줬다.


그건 둘째 치더라도, 그간 반년이라는 시간동안 무너진 B길드는 교전 이전의 전력까지 회복하는데 성공했고,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명분과 이유가 없었으니 이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실 건 가요..?"


"당연하죠. 제가 이곳에 남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유는 있을건데.."


B길드의 길드마스터인 그녀는 눈동자에 빛이 사라지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그녀가 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저 그녀가 아쉬워서 그런 것이라 생각 했을 뿐이지.


"밤이 늦었네요. 이만 들어가보세요. 내일 웃으면서 해어져야니까요."


"....해어질 수 없어.."


방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뒤에, 그녀는 무언가를 조심히 들었다. 그리고..


"길드를 탈퇴하고 이곳으로 오면 안되나요? 우리 길드원들도 당신을 믿고, 의지하잖아요?"


단단히 묶여 지하실에 감금당한 그는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한 그녀에게 겁이 났다.


더더욱 그녀의 손에 들고있는 날카로운 단검이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제가 소속이 없었으면, 그렇게 했겠지만은 A길드에서 저를 쉽게 놔줄리가 없잖아요.."


"당신이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


그녀는 무언가 초연 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단검을 자신의 목덜미에 두었다.


"무..무슨 짓이에요!"


예리한 단검 사이에 그녀의 피가 살짝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당신이 나의 것이 되지 못한다면..전 죽을거에요.."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 아무리 상해를 할지언정 그의 마음은 꺾이지 않을 것 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스스로 자해를 하기로 선택했다. 어짜피 그의 마음을 얻지못한다면 살 생각이 없었다.


"당신은 길드마스터 잖아요! 이런 짓을 하면 길드원들이.."


"...다 부질없어요. 지금의 나는..당신만 필요한 걸..?"


점점 피가 많아지면서 바닥을 적시려고 하고 있었다.


이러다 정말 큰 일이다 생각한 그는 당장 지금의 일을 해결하는게 급선무다 여기고 침을 삼켰다.


"알겠어요! 이 길드에 남을태니까! 그만하세요!"


"...정말?"


그녀는 그의 말에 미소를 띄우며 단검을 내렸다. 단검의 끝에 그녀의 피가 묻어 색이 바래졌다.


"자아.."


그녀는 의자에 묶인 그의 다리에 살포시 앉아 목덜미를 들이댔다.


"지혈이 필요 하겠죠? 이러다 죽을 수 있으니까요.."


그는 눈을 질금 감고선, 새하얀 그녀의 목덜미를 핥았다.


"하읏.."


극도록 쾌락을 느낀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동시에 그를 자신의 뜻대로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에 무엇보다 행복했다.


"빠르게 선택해주셔서 고마워요. 이렇게 당신은 '두명의 생명' 을 지켰답니다..?"


"..두명의 생명..?"


그는 머리를 굴렸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두명이라는 의미를 곰곰히 생각했다.


그와 그녀를 의미하는 것인지..아니면..


"..임신..하신겁니까?"


"정답! 3개월째랍니다?"


그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그를 끌어안았다.


"혹시 가끔..가~끔씩 자고 일어나면 몸이 무겁다던지, 아니..분명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아침이라던지..저에게 이야기 한 적 있죠?"


"..아니야..그럴리가.."


그는 심각하게 동요되었다.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보였다.


"저를 바라보세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붙잡고선,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어줬다.


"아이를 두고..도망 칠 생각은 아니죠..? 여보..?"


그는 그녀의 광기에 고개를 끄덕이지도 좌우로 흔들지도 못했다.


"아직 받아들이려면..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럼.."


반년 전, 다 무너져가는 상황에서도 눈빛이 흔들리지 않던 그 시절의 길드마스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 곳을 나가면..꼭 프로포즈 하는거에요..?"


오직 사랑에 굶주린 여성만이 있었을 뿐.



....

4개월 전.


"아후~ 몸이 찌뿌둥하네..배게를 바꿔야하나.."


"그렇다면 오늘 같이 시장을 가지 않겠나요? 저도 마침..사야 할 물건들이 있거든요."


"그럴까요? 그런데 배를 왜 쓰다듬는 거에요..? 아..이런 질문 하는거 아니지.."


"후훗..내년, 벚꽃이 피는 날이 온다면 아시게 될 거랍니다?"


"내년이라..그때 들릴 수 있으면 꼭 다시 들릴게요."


"들린다라..그럴 필요는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