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아 많이, 많이 먹어야 해..."


눈을 뜨자마자 얀진이와 같이 밥을 먹게 된 얀붕이. 덩치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식사량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밥을 먹는데 얀진이의 밥의 두배 정도 되는 양을 얀붕이가 먹어.


"...얀진이 너는 배 안고파..? 그렇게 먹으면..?"


"나는 괜찮은데에..."


그렇게 말하면서 얀진이가 아랫배를 톡톡- 건드리는 모습을 보니까, 왜 이렇게 느낌이 이상할까..? 잘 모르겠네 ㅎㅎ

막- 배부르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밥을 먹이는 것도 그래서, 얀붕이는 입을 다물고 밥만 먹었지.

흰 쌀밥이 가득 담긴 얀붕이의 밥그릇. 그리고 그 위에 샛노란 계란말이 한점이 올려져.


"많이 먹어야지"


-지잉... 하고 얀진이가 보길레, 얀붕이는 그냥 그대로 밥을 먹었지. 그러니까- 또- 한번 얀진이가 얀붕이 밥그릇 위에 계란말이를 한점 올려주고- 뭔가... 뭔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 아니, 얀진이가 이렇게 반쯤 먹여주는게 싫지는 않은데. 그러니까... 음 가슴 한쪽이 간지럽히는 느낌도 들고. ...딱 잘라 표현 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자꾸 얀붕이를 휘감기 시작해.


"설거지는 내가 할게..!"


"...아냐아냐, 얀붕이는.. 쉬어야해..!"


하고는 얀진이가 일어서려는 얀붕이의 어깨를 꾹 눌러서 못 일어나게 하는 바람에 얀붕이는 안일어났지.

아니, 일단은 힘의 격차가 있으니까. 억지로 일어나려고 하면 일어날 수 있는데... 겨우 설거지를 누가 하니마니- 그런걸로 싸우고 싶지는 않았지.


"내가 할테니까- 얀붕이는 놀고 있어"


진짜, 여기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야. 아니 보통 이런거 보면 손님이 하는게 맞긴 하는 것 같은데... 뭔가 가시방석이야.

-달그락달그락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는 얀진이의 뒷모습을 봐.


그러다가 문득... 


-밥을 나보다 적게 먹어서 그런가, 다리는 길고, 허리는 가늘어. 팔도 하늘하늘하고... 그런데 신기한게 다른데는 살이 안쪘는데, 가슴하고 엉덩이에만 지방이 잔뜩 몰려서는...


-꾸욱...


그런 생각을 하는건 잘못된 짓이야. 그래서 사죄의 의미로 허벅지 안쪽을 세게 꼬집어.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었어.


"얀진아,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거야...?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가는건 무리겠지..?"


하긴, 이야기만 들어보면 완전 무법지대나 다름없었는데- 게다가 지금 막 인터넷으로 얀진이가 살고 있는 동네를 검색해보니까- 무슨 연쇄 살인범...? 그런 사람도 잡혔데.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별장에 수십구의 피해자 사체가 있었는데- 인터넷 카더라에 의하면 범인은 그 자신이 살해한 사람들의 유골로 조각상을 만드는 기묘한 취미가 있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얀진이를 그 동네에 보내는 건 무리야. 그런 말도 안되는 범죄가 일어나는 곳에 얀진이를 어떻게 보내... 만약에 얀진이가 간다고 해도- 뜯어 말릴 생각밖에 없어..


"나는 여기서 살건데..?"


"...어?"


달그락...달그락... 설거지를 마친 얀진이가 손에 있는 물기를 털어내면서 얀붕이에게 다시 말을 해.


"오늘... 이렇게 해가 떠있을 때 집에 가서 챙겨야 할 물건들을 전부 다 챙길거야. 필요한 물건 같은거 사기는 샀는데, 그냥 갈아입을 옷 몇벌이 전부니까- 그리고 그거 말고는 자잘한 세면 도구 같은거 밖에 안 샀어. 


그러니까- 내가 여기에 들어와서 산다고 해도- 크게 공간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에..."


"...아...음.."


"...절대 안 돌아갈거야.. 절대. 두번 다시 거기에서 안 살아"


"그래"


얀진이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성이랑 같은 방에서 자는건 조금 그렇지 않니..?

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단호하게 얀진이가 말을 해서... 얀붕이는 할말을 잃었어.


"그래도, 쓰고 남은 지원금이랑...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 전부 다 너에게 몰아줄게 그렇게 하면 되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말이 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지금은 딱히 수가 없었어.


새 방을 구하려고 해도, 돈이 없고. 보육원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미 다 큰 성인이 가기에는 좁은 공간이야.

무슨 방법이 없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뾰족한 수가 없는걸 어떻게 해...


"...일단... 그럼, 얀진아 짐... 그래 일단 짐부터 챙기자..."


하고는 얀붕이는 얀진이를 데리고 같이 얀진이네 동네로 걸어가. 아니, 분명... 그 복지사 선생님이랑 처음에 갔을때는 몰랐는데. 길거리에 토사물도 보이고, 누가 노상방뇨를 한 흔적도 보이고, 자동차는 낡았고, 저 골목에서는 교복을 입은 애들이 술, 담배를 뻑뻑 피고 있고... 막. 길거리에 깨진 맥주병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

얀붕이 동네도 그렇게 좋은 동네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까지는 아니란 말이야. 


아니, 나는 그냥 그 집이 방이 두개라서 괜찮아 보여서 아무 생각없이 얀진이한테 줬는데- 이런 문제가 있었네. 누군가 바늘로 가슴을 쿡쿡 찌르는 느낌.


얀진이는 아무런 소리도 안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얀붕이의 마음에 진한 가책이 느껴졌어. 


...빠르게 얀진이의 집에 들어와 물건을 챙기기 시작해. 아니, 독립한지 아직 한달도 안되서 그런지 산 물건이 별로 없네...


기껏해야 옷가지 몇벌하고. 칼이나 도마 같은거...? 미리 준비한 가방에 전부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양이 얼마 안되는지라... 가방에 전부 다 쓸어담았지.


-툭...


그러다가 얀진이가 옷을 한무더기씩 집어넣다가 속옷같은게 툭-하고 떨어지기는 했지만... 애써 얀붕이는 모른척 해. 얀진이는 왜 얀붕이 귀가 붉어졌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바닥에 떨어진 자기 팬티같은걸 보고는 똑같이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져서는...

다시 얀붕이 집으로 돌아와 모든걸 얀붕이는 어제 밤에 생각해놓은 계획을 얀진이에게 말했어.


"...그럼 일단 얀진아.. 너도 나랑 같이 일을 하자.."


"..그래...그래 좋아! 좋은 생각이야"


얀붕이가 쓰는 알바지옥 어플에서 상자접기 아르바이트를 얀진이도 신청을 하니, 내일 바로 나오래!

뭔가... 얀진이랑 일을 하는건 처음이라, 조금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해..!


그렇게... 두근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어떻게 잠을 자는 얀붕이. 아니, 한번 그렇게 자서 그런지... 적응될줄 알았는데 개뿔. 여전히 심장이 쿵쿵 떨려와... 얀진이는 벌써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데 말이지.


"...하...씨..."


이런거 진짜 하면 안되는데- 이런걸 하고 어떻게 다음 날 얀진이를 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이 끓어오르는... 피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샤위기를 틀어서 손장난 하는 소리를 감춘 뒤- 탁탁탁... 막.. 아무런 볼것도 없는데- 몇번 흔드니까- 쥬욱하고 나와- 양은 대충 머리를 한번 감을 때 쓰는 샴푸 양 정도...? 예전에 고등학교 때 애들이 말하는걸 들었는데, 3분안에 싸버리면... 조루..? 막 그런거라고 들었는데- 혹시 그게 내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도, 이렇게 빨리 쌌으니까 일찍 잘 수 있겠다... 그런 생각도 들어서...


그래도 한번 빼고 나니까 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날 아침. 출근버스에 올라탄 얀진이와 얀붕이. 언젠가 한번 봤던 판타지 소설 속 모험가 클럽이 이런 느낌일까..?

새로운 모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친한 사람이랑 같이 일을 하니까. 적어도 밥은 같이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얀붕이었어.


"...강얀붕씨...?!"


"..네..!"


"오늘부터 얀붕씨는 허브로 가세요"


"...? 허브요..?"


허브...? 허브라고는 뭐... 밭에 키우는 그 허브밖에 모르는데, 허브가 대체 뭐야..?!

일단 가라고 하니까, 그냥 가기는 하는데... 뒤에서 얀진이가..


"...얀붕아...!"


하고 애타게 부르는거야...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얀진이에게는 이번이 첫 사회경험이나 마찬가지인데.

얀붕이도 무슨 강가에 애를 놔둔것 같은 느낌이 잔뜩 들었어. 원래같았으면 내가 옆에 붙어서 얀진이를 많이 도와주고 그렇게 하는게 원래 계획이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일단 관리자가 가라고 했으니까. 


"...괜찮아 별일 없을거니까... 있다가 밥 먹을때 만나...!"


하고는 헤어졌어..! 허브...! 허브는 시발... 개 쓰레기같은 곳이야...!


막 머리 속에 허브는 무슨 약초 그런것밖에 안들어있던 얀붕이에게 첫 허브의 경험은 고통 그 자체였어.


아니 무슨 사람을 트럭에 밀어넣고 자꾸 상자를 쌓으라고 하는거야.. 그래서, 막.. 계속 하는데, 물건은 밀려들고. 앞에서 뭐라뭐라 소리는 치고. 겨울에 일하는데 땀은 잔뜩 흐르고... 밥도 시발 허브는 따로 먹고, 또 얀진이가 일하는 곳으로 갈 수도 없고. 쉴 시간에 지정된 위치에서 벗어나면 안된다고 해서... 얀붕이는 얀진이를 만날 수 없었어.


퇴근하고 나서... 먼저 버스에 도착한 얀붕이가 얀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얀진이가 걸어오는게 눈에 보이는 거야.


"...아니, 진짜 그냥 번호 하나만 주면... 안건드린다니까 그러네... 아니, 내가 뭐 밥 한끼 먹자고 한 것도 아니고. 같이 놀자고 한것도 아니고. 몇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번호 좀 달라고 하는건데... 겁나 까다롭게 구네-"


"...왜 그러세요...물어볼게 있으면 여기서 물어봐도 되는건데... 왜 번호를 물어보고 그러는거에요..?"


"하 쓰읍.. 진짜 답답하게 구네. 하- 진짜, 내가 그 쪽 생긴게 마음에 들어서 번호 좀 달라고 하는거예요! 그럼 됐어요..?!"


얀진이는 어떤 남자랑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정상적인 상황같지는 않아. 얀진이는 벽에 몰려서 겁에 질려 있었고.


그 남자는 얀진이를 벽에 몰아붙인 뒤, 얀진이에게 스마트폰을 억지로 쥐어주고 있었으니까. 몇몇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기는 봤지만. 일단 그 남자 금발태닝에 팔뚝에는 문신까지 한... 양아치였는걸..? 똥이 무서워서 피해..? 더러워서 피하지.. 그런 의미로 얀진이를 구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야! 당신 뭐야..?"


"...아. 귀찮게 하지말고. 그냥 꺼져...요?"


있는 성질,없는 성질 다 부릴려고 했는데 얀붕이 덩치를 보니까 태닝 양아치는 공손해지기 시작했어.

아니... 일단은 자기 키가 얀진이랑 비슷한데- 얀붕이는 그것보다 10CM는 더 컸으니까. 또-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팔뚝도 굵고, 몸통이 굵었으니까. 원래 양아치일수록 좀 치게 생긴 사람에게는 공손해지는 법 아니겠어..?


"...야, 얘 내 여자친구거든..? 건들지 말고, 그냥 꺼져"


"하-... 아, 말을 하시지... 남자친구...분이셨군요.."


"...얀붕아.. 쟤가 자꾸 계속... 나보고..."


"너보고?"


"...앗..! 버스 시간이 끊길 것 같네..!"


금태양은 도망치고, 얀진이는 아직도 이 상황이 무서운지... 얀붕이 팔을 두 팔로 꽉 껴안은체 글썽글썽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


팔에 닿는 부드러운 얀진이의 미드... 그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얀진이 때문에 마음도 아프고... 이것저것 얀붕이는 복잡한 마음이 될 수 밖에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