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얀진이와 얀붕이는 아무 말도 없었어.


일단, 막- 그 양아치 일단 덩치에 쫄기는 쫄았는데-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걸 알면- 막... 또 얀진이에게 찝적거릴 것 같아서 남자친구라고 뻥카를 쳤는데, 이게 생각보다 많이 부끄럽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30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얀진이랑 말을 한마디도 안했어, 분명 출근할때까지만 해도- 계속 재잘재잘 시끄럽게 떠들어서, 조용히 하라는 잔소리까지 들었는데 말이지.


"...얀진아 나 먼저 씻을게..."


"...으...응.."


집으로 돌아와 목욕을 먼저 해- 겨울인데 반팔만 입고 일할 정도로 얀붕이는 엄청 일했으니까. 얀진이도 오늘 고생을 많이 한건지 얼굴이 붉네. 화장실 샤워기를 틀고 목욕을 해- 그 다음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 나니 피곤하다. 아마 고된 노동때문에 몸에 피로가 쌓여있는 것이겠지.


얀붕이는 일단 이부자리에 누웠어. 어차피 얀진이도 씻어야 하는데, 얀진이가 씻고 나면 그때 밥을 같이 만들어서 먹자. 그런 생각이었는데 얀붕이는 자기도 모르게 깜빡 존 모양이야.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들리고, 눈을 떠보니 얀진이가 밥을 만들고 있었네.


"..일어났어..?! 얀붕아? 밥... 이제 다 끝나가니까- 먹으면 될 것 같다."


"...얀진아 너 옷.."


"..옷이 왜..?"


",,,아냐 아무것도.. 아냐"


아니, 어제는 얀붕이 옷을 입어서 헐렁헐렁했는데, 이제는 진짜 자기 신체에 맞는 옷을 입으니까- 얀진이의 파괴적인 미드나 엉덩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거야. 이걸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 그... 함부로 말을 꺼냈다가는 얀진이에게 변태 취급을 받을 것 같고.  다짜고짜 헐렁한 옷을 입으라고 말을 꺼내면, 또 그것도 이상하잖아...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는데 꾹꾹 눌러담고.


얀붕이는 얀진이가 차려놓은 밥을 먹기 시작했어. 오늘은 어제보다 호화롭네...? 무슨 꼬막무침..? 그런것도 있고- 동그랑땡도 있고. 호박전도 있고... 근데, 이거 전부 다- 얀붕이 냉장고 있는게 아닌데..?


"내가 장을 봐왔어..! 얀붕이가 자고 있는동안.."


"..어..? 어어.."


"...얀붕이는 오늘 열심히 일을 했으니까. 응, 그래서 내가 힘내라고 이렇게 맛있는걸 차렸지요.."


"..얀진아.."


...오늘 하루 종일 한 고생의 보상을 받는 기분..? 일당을 받을때보다, 지금이 훨씬 기분이 더 좋아. 


얀붕이는 조금... 진짜 조금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받아서 밥을 와구와구 퍼먹기 시작해.

그리고 얀진이는 그걸 보면서 반찬을 막 얀붕이 밥그릇 위에 올려주고... 밥을 다 먹고 나서 양치질을 하고 나니... 그냥, 조금 쉬고 싶어.


오늘 진짜 힘들었거든. 그래서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몸이 뻐근해. 다리도 아프고, 등도 베기고, 팔도 아픈데... 돈은 벌어야 하니까. 그래도 오늘은 얀진이랑 같이 일 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야 쟤야..? 처음 왔는데 안퍼지고 트럭 4대 체웠다는 애가..? 쓸만하데, 쟤 '줘'"


"강얀붕씨, 오늘도 허브입니다"


"...얀붕아...?"


아니, 뭐 노란조끼를 입은 사람들끼리 쑥덕쑥덕거리더니... 그 날 부터 얀붕이는 계속 허브 팀으로 들어갔어.

막 상차도 많이 하고, 트럭에 있는 물건을 내리기도 하고- 


"이야-- 완전 머신이네 머신..!!!!"


"너, 어디 동북 택배나 그런데서 온거 아니지..? 한두번 한 솜씨가 아닌 것 같은데..?"


뭐- 아저씨들한테 그런 소리를 듣기도 하고-... 음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이라서 나쁘지는 않은데.


이거는 얀진이랑 같이 일을 못하니까. 조금 불만이야... 아니, 얀진이에게 또 첫날 처럼 이상한 남자가 엮이고 그러면 어떻게 해..?

그건 좀 기분 나쁜데..? 하지만 얀붕이의 생각과는 다르게, 막... 얀진이에게 꼬리를 치는 남자들은 없었어.


-와 쟤... 뭐야..?


-근데... 저번에 보니까 남자친구 있더라... 덩치가 무슨 곰 같던데...? 싸우면 질 것 같은 느낌...? 성격도 더러워보이고


-원래, 문신 양아치들 여자친구가 예쁜 법이야


-야..야... 말 조심해... 저기 버스 타러 오잖냐...


얀진이에게 남자가 안꼬이는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을 전부 끝내고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어떤 여자애들이 꺅꺅- 소리를 내면서 얀붕이에게 와-

얀붕이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 그런데 걔네가 휴대폰을 얀붕이 앞으로 주네..?


"...번호 좀 줄래..요?"


자기도 그렇게 말을 한게 부끄러운지, 옆머리를 넘기고 오징어처럼 몸을 비비 꼬는데...


"얀붕아..?"


하고는 어디서 얀진이가 달려와서 얀붕이를 붙잡고 버스로 와다다-하고 뛰어가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지.


하여튼, 뭐... 그렇게 한주가 흘러가고- 쉬는 날이 찾아왔지. 처음에는 막- 어떻게 얀진이랑 붙어서 잠을 자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허브인지 뭔지 거기서 일을 하면 온몸에 힘이 쪽-하고 빨려서 잠이 잘 와- 다른건 모르겠는데... 그게 장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 하루에 10시간씩 자는 것 같다니까..? 


그래도 그렇게 잠을 자는데 여전히 피로가 안풀려서는...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고 이부자리에 가만히 누워있었어.


"...얀붕아... 맛있는거 먹을래..?"


"..어..?"


"오늘 주말이잖아... 그러니까, 우리 맛있는거 먹자.."


"아니 얀진아, 너 맨날 일도 하고 밥도 만들고, 집안일도 다 너가 다 하고... 그러면 너 너무 힘들잖아..? 주말에는 쉬어.. 주말에는 내가 다 할.."


"...아니아니, 얀붕아 너 허브..? 거기서 일하잖아..! 나 얀붕이가 일하는거 봤는데 엄청 힘들게 일하던데...? 시급은 나보다 몇백원만 더 받으면서... 힘은 나보다 더 많이 쓰는데..나는 괜찮아..! 진짜 괜찮으니까, 얀붕이는 주말동안 푹- 쉬어야지.. 그래야 몸도 다시 회복되고..."


"...얀진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아니, 혹시 얀진이는 날개 잃은 천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막- 들고. 

-탁탁- 거리면서 앞치마를 두르고 어떤 요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걸 보니까- 대체 무슨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얀붕아 맛있게 먹어..."


"와 오늘은 두부김치랑 제육볶음이네"


매일매일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먹어도 될까? 그런 생각도 들고...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우리 술도 한번 먹어볼래..?!"


"...어..?"


"...나는 한번도 안 먹어봤어... 그래서 어떤 맛인지 궁금해"


"...생각해보니... 나도 지금까지 안먹어봐서 몰라"


"..어? 정말..?"


"진짜야"


진짜, 얀붕이는 술이나 담배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 일단은 중학교때는 그런거 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보다 맨날 치고받고 싸우고 얀순이 피해서 도망치고. 그러느라 시간이 없었고 고등학교때는... 그런거 걸리면 바로 기숙사 추방이고 추방이면 다시 보육원에 가야하는데 그게 싫어서 얀붕이는 술,담배를 안했으니까. 성인이 된 지금 아무 제약이 없지만... 일단 담배는 백해무익해서 몸에 안좋지만 술은... 기호식품이잖아..! 그리고 혼자 마시는것도 아니고 같이 마시는거니까- 대형 사고도 안 일어나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앞에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한,두병만 사가자"


"그래, 좋아!"


하고 얀진이와 같이 편의점에 가서 술을 사러 나갔지. 아니 근데... 이게 막- 얀붕이 머리 속에는 술이라하면 소주,맥주,막걸리 그 세 종류 밖에 없는데..


"체리맛 소주...? 아니 사과맛 맥주는 대체 뭐지..?"


"...얀붕아.. 라거는 뭐고, 에일은 뭐고... 흑맥주랑 노란 맥주는 무슨 차이야..?"


"...글쎄다...?"


맥주가 진열되어있는 곳을 바라보다- 다른 곳을 봤는데. 무슨 사각상자들이 많더라고. 


뭐지..?하고 봤는데 초박형. 과일향- 돌기향... 뭐 그런게 있어. 이게 대체 뭐에 쓰는 물건일까?

잠시 생각을 해봤는데- 금방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용도를 알아차린 얀붕이.


"..어..? 왜..? 저기에 뭐가 있는데?"


"..그냥 구두약이나 그런거밖에 없었어!"


하고는 얀진이가 그런걸 못보게 했지. 그리고... 계산대에 사놓은 물건들을 내려놓는데.

두 사람다 양손에 한가득 술을 들게 된거야...!


아니, 뭐... 지금까지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엄청 신기한게 많더라고. 그래서... 음 이것저것 종류별로 한병씩 사다보니까- 어느새 양손에 가득 술을 들게 되었지.


"자- 그러면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건배에-!"


"와아-!"


하고는 얀붕이는 처음으로 술을 마셨어. 야- 이게 이런 맛이구나.


술이 목구멍을 타넘는데 시원하면서도 속이 뜨끈한게, 왜 어른들이 술을 달고 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안주 한입. 그리고 얀진이랑 술 한번. 또 안주 한 입. 얀진이랑 술 한번.


원래... 그런거 있잖아. 술 처음 마시는 사람들은 자기 주당이 얼마 되는지 모르는거.


얀붕이랑 얀진이는 처음 술을 먹는거니까- 자기들이 얼마나 마실 수 있는지 모르고... 이미 머리는 핑핑 도는데 계속 술을 먹는거야.

역한 소주면 모르겠는데- 달달한 과일 맥주나 그런거 위주로 잔뜩 담아와서... 계속계속 술을 먹었지.


그러다가...


"...하으으..."


이미 술이 들어갈대로 들어가서... 비틀비틀 제대로 앉아있는것도 힘든 얀진이가 얀붕이쪽으로 몸을 기대었어. 


잔뜩 붉어진 두 볼, 입에서는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고 있었고, 두 눈은 초점이 맞지를 않아. 얀붕이는... 그거에 비하면 멀쩡했지만.

그래도, 조금... 아니... 평상시보다 인내심이나 자제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어.


아니, 한참 피가 끓어오르는 남자애잖아..! 안 그래도...저번에 얀진이랑 같은 이부자리에 누웠다가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무지성으로 술을 와아-하고 마시던 중에 옆에 말랑말랑 부드러운 몸을 가진 얀진이가 몸을 기대는걸 보고 얀붕이는 몸이 살짝 굳어졌어. 


잠시 얀진이를 내려다봤지. 뭔가... 과일맛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입에는 달콤한 술향이 나고- 입술은 분홍빛으로 번들번들거려. 


또... 몸은 왜 이렇게 따뜻하고... 그리고... 옷 매무새도 잔뜩 흐트려져서. 얀진이의 미드 골짜기나 아니면 브라끈같은게 막 드러나는데...


그런거 있잖아..? 막- 길거리에 꽃을 꺾는게 무슨 이유가 있어서 꺾는게 아니라 아무 생각없이 꺾는 것처럼... 얀붕이는 아무 생각 없이 얀진이의 입술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지. 진짜, 평소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행동이지만... 지금의 얀붕이에게 그런 자제를 바라는건 무리야... 


얀붕이의 입술이 맞닿자마자 바로 얀진이의 눈동자가 큥-하고 커졌어... 그렇지만... 오히려 얀붕이를 밀어내기는 커녕, 두 팔로 얀붕이의 목을 휘감아...꼬옥 달라붙었지. 그 바람에 얀진이의 말랑말랑한 미드가- 얀붕이의 가슴부분에 닿아 조금씩 제 모양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는데에... 그런 자극을 받기 시작하는데, 원래 작은 불씨가 겉잡을 수 없는 산불로 되는 법이니까. 


"...얀진아..."


"...응..."


키스를 하는데 처음 하는거라서 너무 어설퍼- 이빨과 이빨이 부딪혀서 딱-소리도 나고... 술 냄새도 잔뜩나고... 또 얀진이가 자꾸 엉겨붙는것도 있기는한데... 그래도- 얀진이와 하고 있는 이 전부가 얀붕이에게는 너무나도 가슴 두근두근 거리는 경험이었어...


"...얀붕아... 와줘..."


"....하..."


막- 얀진이 같은 애가 그렇게 말을 하는데... 얀붕이는 얀진이가 입고있는 티셔츠를 위로 올리려던 순간...


"...잠시만.. 나.. 편의점에 한번 더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으응..?"


다시 얀진이가 입고 있던 티셔츠를 내렸어.


걱정하지 말라구...!


착한 얀순이가 떡신을 날려버렸으니...! 

미성년자들도 안전하게 볼 수 있어..!


고마워요 얀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