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세상은 차갑게도


그런 나에게 아무 손길도 내밀어 주지 않았다.


기족도, 친구도, 친척도, 이웃도 없는


인간관계가 없는 나에겐 당연한 것이겠지


심지어는 필수 교육과정인 학교에서도 나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대충 이런 상황이면 담임이 온다던지 확인차 경찰이 온다던지 하지만


그건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익숙하다.


예전에도 종종 나같은 애들이 학교를 무단으로 빠져도 학교에서 털끝하나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오늘도 홀로 고독을 씹으며 집에 보급되어오는 라면으로 한끼를 때운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런식으로 보급이 오고 수도세와 전기, 가스세는 내지 않는다는게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살아봤자 그냥 기생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역시 난


'살 가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다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근데... 근데 나는..'


나는 왜...


내 가치는 내가 잘안다


"0"


주변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던 시선들이 눈앞에 하나씩 떠오른다.


내가 가난하다고

보육원 출신 고아라고


비웃고, 더러워하고, 무시하고, 경멸하는 눈빛들


호의적인 것들은.... 없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그러자 다시 보이는 내 앞의 널부러진 조촐한 살림들과 낡고 좁은 집안, 그리고 초라한 나


나는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애초에 자기 부모한테까지 버려진 폐기물은 세상에게 도태되는건 당연한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흘렀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보육원에서도 한번도 생각이 나지않았던


이름 모를, 생사도 모를 부모님이 보고싶어졌다.


그리고 


원망스러웠다.


왜 나를 낳아서, 키우지도 않고 버리기부터 했는지


그냥 묻고 싶다.





잠시간의 생각 뒤


다 부질없는 것이라 생각한 나는


곧 


옷을 갈아입었다.


뭐 그래봤자


후줄근한 낡은 옷이지만.


다시 한번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나는 곧 집을 나와


맘 가는 대로 걸었다.


밖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모님과 즐겁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걸어가는 여자아이,


팔짱끼고 웃으며 걸어가는 커플,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드는 내 또래아이들 등등


그런 사람들 사이


외톨이인 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잠시 넋이 나간채로 서있었다.


부럽다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도........'








부질없다고


고개를 저은 나는


그렇게 내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전편: https://arca.live/b/yandere/50452483



빌드업이야 진짜 미안해 애들아 좀만 버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