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yandere/56346602

조마에 사오리
그녀는 아리우스에서 스쿼드 멤버들과 함께 도망쳐 나왔고, 확실하게 추적을 피하기 위해 미사키에게 스쿼드를 맡기고 홀로 블랙마켓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회는 냉정했다.
계약서를 쓰지 않아 돈을 못 받는 한 편, 우여곡절 끝에 제대로 계약서를 썼어도 그녀에게 주어진 일은 상식적으로 처리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를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를 붙어있게 하는 건 한 장의 사진이었다.
자신과 미사키, 히요리, 아즈사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고 또 사랑해 마지 않는
공주
아츠코...

그녀들이 있었기에 사오리는 버틸 수 있었다.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한계에 가까워졌다. 끓는 배는 괴상한 소리를 내고 못 먹어서 몸은 야위고 눈은 초첨을 잃어갔다.

그러던 도중

-어플 테스트 알바 회당 10만 엔-

망설일 겨를은 없었다. 보자마자 절박한 심정으로 공고를 뜯고 곧바로 구인자의 아지트로 찾아갔다.

그리고 어플을 마주하자...

***

"흠..."

무릎을 꿇은 그녀를 보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명령에 따르지는 않아도 일단 순순히 말은 따르겠다고 나서는 걸 보니 실험은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할까?

마치 비둘기 목이 돌아도 날아는 가는 것처럼, 일단 어플이 돌아가게끔은 만든 것 같았다.
한 번 시험해볼까?

"좋아, 내 곁에 있어도 좋아. 대신 이 돈은 내가 가지겠어."

"알았다."

"뭐야? 너 진짜 돈 필요 없어?"

"물론, 공짜는 아니다."

"그게 무..."

항변하려고 하는 사이 그녀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 포개진다.

맛은 달콤한 레몬 사탕 맛...이 아니지 잠깐만!

뭐지 시발?!

설마 이대로 미투해서 나를 엿먹일 셈인가?!

느낌이 쎄 하다 나는 한 발자국 물려서 그녀에게 떨어졌다.
그러자.

"일부는 깎아줬다. 네가 날 버리지 않는다면 전부를 주지."

허어...
뭔가 느낌이 쎄~ 한데?
아무튼 간에 중요한 건 대충 이걸 하루나에게 써서 다시는 극악무도한 일을 벌이지 못하도록 손을 쓰는 수밖에

하지만, 그 전에.

"무슨 일이지?"

"아, 다른 건 아니고 잠깐 어디 갈 데가 있어서 그러니 여기서 기다..."

"어딜 갈 셈인가?"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그녀.
설마 내가 자신을 버릴 예정인 걸 직감적으로 아는 건 아니겠지?
돈도 굳고 실험도 성공했다. 접선 장소인 이곳은 잠깐 빌려서 이제 더 이상 남아있을 의미가 없다.

그러니 이제는 적당한 핑계를 되어 그녀와 찢어진다.
음 완벽해, 아주 좋아.

"잠깐 집에 좀. 갔다올게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집에서 뭘 할 셈이지?"

"네가 알 필요는 없잖아. 잠깐 챙길 거 챙기고 다..."

"거짓말..."

모자에 가려진 음영이 걷히고 그녀의 눈동자가 드러난다.
완전히 꺼져버린 안광, 보수조차도 포기한 그녀가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12년 전에 부모님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곧 돌아올 거라고, 그러니 얌전히 집에 있으라고... 하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가 지나도록 한 번도...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 그러니까, 거짓말 하지 마."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난 최면 어플 보다도 끔찍한 무언가를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
일단 자초지종을 설명할 수밖에.

"이봐, 조마에 씨. 당신이 지금 뭘 모르는가 본데."

"사오리."

"아,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사오리라고 부르지 않으면 죽이겠다."

시발.
왜 갑자기 급발진이지?
뭔가 최면 비슷한 게 걸리긴 걸렸는데 그 정도가 우주를 뚫고 지나가서 화성에 안착하고 다음에는 명왕성까지 나아가 알파 센타우리를 넘어설 기센데?
옘병.

진정하자.
나름 훈련도 빡세게 받은 아리우스의 학생이다.
그러니 이런 커스텀 최면 앱 따위에 지지는 않겠지.

보통 이런 경우엔 그녀가 최면에 걸렸다는 걸 인식시키면 나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꿔 말하자면 그 이전에는 무슨 말을 해도 씨알도 안 먹힌다는 소리지만 아무렴 어떤가? 뭐든 시도해 보는 수밖에.

"이봐 사오리 씨. 진정하고 내 말 잘 들어. 당신은 지금 최면에 걸렸어."

"그래서?"

"그래서가 아니지! 그러니까. 이 돈 받고 감정 컨트롤 잘 하라고! 그 최면이 언제 풀릴 지는 모르겠는..."

그 순간
내 멱살을 잡은 그녀가 몸을 들어올려서 벽으로 쾅 집어던졌다.

"으악?!"

이정도는 예상했다.
하긴 누가 최면을 건 사람을 좋아하겠는가?
적당히 깨어난 것 같으니 이제 기절한 척 하다가 그녀가 돌아가면...

"당신."

좋아 이대로 깨어나라.
부탁이니까 제발...

"어? 어어어... 무슨 일인데? 돌아가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녀에 입에서 나온 말은

"날 버리면 죽일 거다."

어흐흑.

한편
어딘가에서 그 모습을 탐탁치 않게 쳐다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