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잡도 역키잡도, 역역키잡도 못하는 허접 마녀라고?

나이에도, 격에도 안맞는 어린 인간 계집의 꼬까옷 입고 고생하는구나"

눈앞의 마녀 스칼렛이 커피잔을 들며 비웃었다. 


"나야 벌써 13번째 키잡을 마치고 새로 준비하는데 넌 진짜 마법하나 빼면 잘하는게 없구나. 너무 힘들면 그냥 포기하고 딴애로 갈아타지? 

저기 마법 거울에만 리스트 30개는 넘는데 너무 집착하는거 아니야? 다음엔 좀 쉬운 애로 먼저 해보라고"


키잡. 

대략 500년 전부터 마녀 공동체를 통해 유행하는 마녀들의 유희거리이다. 

아무리 마녀가 능력껏 오래 산다고 하지만 마법에 대한 자존심과 사랑을 나눌 상대에 대한 높은 눈높이로 인해 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마녀의 수가 줄어드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어머니 마녀의 묘수로 내 짝은 내가 만든다는 풍습이 이어지게 되었다.


사랑스러운 내 제자 얀 본 체네르, 24년 전 인간의 마을에서 본 순간 평생 없을줄만 알았던 내 짝임을 깨달았다.  

마녀 중에서도 늘 수석만을 차지하던 나는 키잡도 간단히 다른 마녀를 앞지를 것이라 생각했고 별다른 노력없이 이 아이를 가장 이상적인 남성으로 길러주었다. 

하지만 고얀 제자놈은 날 부모 겸 스승으로만 인식하고 나에게 감사함만을 표하니 친히 내가 역키잡을 할 기회를 만들 노력까지 하게 하였다. 


모든 면에서 우수한 내 제자였으나 다른 해충들을 미리 다 내쫓고 이성은 나만을 만나게 했던 문제일까 연애세포와 눈치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 이 몸을 이성으로 대하지 못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차마 내가 널 따먹으려 키웠다고 말하기엔 수석마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정체를 감추고 농익은 제자를 수확하기로 했다.

역키잡의 조건은 상대보다 어릴 것으로 이걸 이루기 위해 마녀들의 숙원 진리를 찾아 시간을 거스를 마법을 연구해야했기에 잠시 제자를 떠나 마법에 몰두했다.

3년동안 광기의 연구를 통해 지금의 모습에 도달했고 오늘날 제자 녀석의 집에서 역키잡 각만을 노리고 있다. 


나만의 남자를 키워내 다른 마녀에게 자랑하는건 마법에만 몰두하던 삭막한 공동체에 오락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덕분에 누가 더 멋지고 강한 남자애를 키워내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마녀의 능력으로 인식되었고 내 앞의 망할년은 연애상담을 핑계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는 중이다. 

200년 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년만 아니였음 지금 바로 건방진 저년의 머리를 박살내 자기 이름처럼 새빨갛게 물들여줬을 것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대마법까지 해내면서 제자의 제자로 위장해 따먹는다니 어머니 마녀님도 생각지도 못했을꺼야. 근데 그걸 실패하는건 더 깔깔깔."

"확실히 니 제자가 마녀 공동체에서 혼자 지내게 용인할 정도로 잘생기고 능력있기도 하지만 너 매력이 부족한거 아니야? 지금까지 남자애 하나랑 해보지도 못했으면서 마녀답지 못하게 순애보라고. 

그냥 포기해 너 말고도 눈독 들이는 애 많은데... 저번에 보니까 팔뚝에 근육이....꺄아아아악!!"


"망할년이 어디서 내 제자를 탐해? 오냐오냐하니 닭장냄새나는 몸뚱이와 금붕어 수준의 지능으로 또 선을 넘는구나."

스칼렛의 머리를 그대로 벽에 내다박고 새하얀 벽지를 이쁜 빨간색으로 도배해주었다. 


연구를 끝내고 어린애인 상태로 마을에 돌아온 내가 처음 본 것이 저 해충이 내 사랑스런 제자의 팔에 가슴을 비비는 거였다.

차마 제자에게 정체를 들킬순 없어 제자를 멀리 보내고 저년의 머리를 반으로 가른 이후론 조용하더니 성욕에 뇌가 절여진 금수답게 또다시 선을 넘는 모양이다. 

높은 지성과 마도의 끝을 탐구한 내가 제자의 곁에 꼬이는 해충들을 주기적으로 교육하고 쫓아내야지 

그래 나만이 제자를 지켜주고 함께하는 거다. 영원히 함께 단둘이


슬슬 제자가 실종 상태인 스승을 찾는걸 멈추고 집에 들어올 시간이다.

벽에 박힌 상태로 돼지 울음소리를 내는 스칼렛은 그대로 두고 남의 제자를 탐하면 안된다는 걸 알려준 약간의 교육비만 챙겨 제자를 보러가자. 

저년이 회복되는데까지 충분한 시간이 걸릴테니 다른 해충들도 내 것을 탐하지 말라는 경고를 다시금 깨달을 것이다.

인간의 시점으론 10대의 가장 귀여운 옷을 입고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오믈렛을 준비해야지. 




분위기가 무르익어 마녀가 제자에게 고백했으나, 항상 고맙고 나도 널 좋아하지만 내 스승님께 고백하기로 결심해서 받아주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폭발하여 제자를 가두어 다섯해가 지나도록 따먹기 35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