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절벽에서 같이 떨어진 한량에 가까운 선비와 악마.

그리고 지금 그 악마의 여동생이 나한테 연락을 했다.

''네 형과 우리 언니. 그 두 사람 안 죽었어.''

웃기는 소리.
형이 그녀를 안고 절벽에서 같이 떨어지는 걸 내가 직접 봤는데?

'야 이 멍청아!! 하지마!!!!'

아직도 그날의 기억만 되새기면 미칠 것만 같다.

옅은 미소를 짓고 그 악마를 안은 채 바다로 뛰어드는 형.

'미안.'

그런 형에게 온 힘을 다해 저항하는 그 여자.
'놔!! 이 시발 새끼야! 놓으라고!!!'

그렇게 그 두사람은 같이 바다로 떨어졌다.

그때 나는 곧바로 연락을 취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취를 취했지만 며칠에 걸친 수색 끝에도 결국 끝내 둘의 시신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형을 진작 돕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으로 2년 동안 죽지 못해 겨우 살아 있는데,
아니 살아도 산 게 아닌 꼬락서니인데 당사자인 그 둘은 죽지 않았고 살아있다고?

이에 그녀는 나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이정도면 증거가 되겠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환한 미소를 짓고 형이 그 악마를 뒤에서 끌어 앉고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춘 채로 있었다.

마치 오래된 다정한 연인처럼.
이게 뭐지?

그럼 형은 그 여자와 같이 나를 포함해 세상을 속였던 거야?

왜? 뭐 때문에?

'이제 핑계도 없어졌으니 나한테 다시 돌아와.'

좋아, 이제는 진실을 알 때가 됐다.
그리고 만약 정말 형이 살아있다면, 살아있다면 한방 갈기기도 해야되고.

''오랜만입니다. 검사님.''

그래..난 대한민국 검사다.
그리고 우리 형 역시도. 아니 검사 였었지.

형은..앞서 형을 한량에 가까운 선비라고 사람을 표현했는데

그 말 그대로다.
비록 술을 좋아하지만 적어도 여자에게는 선을 지키며 껄떡거리지 않는 신사.

말 그대로 한량에 가깝지만 선비는 선비인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내 전 여자 친구이자 악마의 여동생인 그녀가 보내준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어쩌면 내가 아는 아니 알고 있던 우리 형은 다 그 악마가 그렇게 조교해서 그렇게 만든 걸까?

이젠 가족이지만 형을 잘 모르겠다.

''오랜만이야. 자기야''
카페에 도착하니 전 여친께서는 이미 도착하셔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와. 빨리 언니와 형부 만나러 가자.''

그렇게 익숙한 전 여친의 스포츠카를 타고 가다보니 어느새 한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넓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니 사람마다 관점이 다를 수도 있으니.

복층, 그리고 마당과 두 대의 자동차, 수영장..

완전히 이전에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형의 성격이 반영된 집이었다.

허세나 낭비는 싫어하지만 필요한 건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형의 그런 성격이.

''형부! 저희 왔어요!!''

그리고 드디어 형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살아 있었네..망할 새끼야?''

어쩔 수 없었다.
바로 주먹으로 한대 치려고 했지만
그 악마가 계속 나를 노려보는 바람에...
욕으로 만족해야지.

''그래. 너희 형한테 실망했겠지.
근데 부디 '내 강아지'에게 말 좀 조심해주겠어?''

''누나아아 저 바보도 이해 좀 해주세요.''

아니. 이건 진짜 말도 안된다.
그 싸가지 없고 건방지기로 유명한 우리 형이 저 여자에게 이렇게 긴다고?

그래. 지금은 우리 형에게 물어봤자 진실은 알 수 없겠지.

''2년 전 그때 왜 강아지랑 다이빙 했냐고?''

다른 당사자와 이야기 해보는 수 밖에.

''온전히 얘를 내 껄로 하고 싶었으니까.''

고작 그딴 이유라고..?

2년 동안 사라진 게 고작 형을 온전히 자기 소유로 하고 싶어서?
''아. 참고로 네 여자친구도 그런 생각 가지고 있는 거 알아?
근데 이 언니 커플을 실험 대상으로 보네. 기가 막혀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형은 내내 그녀를 껴안고 있었다.

''네가 우리 추락할 때 들은 말들.
그건 녹음 파일 틀은 거였어.
그때 내가 강아지 귀도 깨물고 재밌었지..''

그때를 회상하며 웃는 그녀와 그와중에도 볼뽀뽀를 하고 있는 형을 보니 그저 허탈했다.

''아 부모님은 알고 계셨어. 너만 몰랐던 거고.''

허무한 진실에 아무것도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은 나를 누군가 뒤에서 안아 주었다.

''난 언니처럼 이렇게 극단적이지 않으니 안심해.''
내 여자친구님이었다.
그래...이제는 가족들도 아무도 못 믿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내 옆에 있어쥤고 내 옆에 있어 줄 누나인데.

''그러니 누나에게 어서 와서 안겨.''

그 목소리에 내 몸은 누나에게 향했고,
누나는 웃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이제 변명거리도 없어졌으니 영원히 누나 품에서 지내자.''

''네. 평생 누나 옆에 있을게요. 영원히.''

그래. 이게 행복한 거야.
형도 여자친구분이랑 행복하게 지내고
나도 누나랑 평생 이렇게 같이 있으니.

나는...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