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ac.namu.la/0b/0b26b7517d9943599b18698870e9ad151e9499b8567148a92a3f147e85aa5bc9.jpg?expires=1719103470&key=PW4UTRyK7ZkRs4SC_U-Slg)
"....."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식사 후, 나는 진미에게 완전히 쥐어짜였다.
아랫도리 안에 있던 것들이 다 빠져나간 기분이다.
몇 번의 발사 후, 진미는 만족했는지 나를 꼭 껴안고 다시 잠에 들었다.
나도 피곤해서 미칠 것 같지만, 이 미친년이 내 옆에 붙어있는 이상
편하게 잠이나 자고 있을 순 없었다. 여기서 빠져 나가야 돼!
다행히도 지금은 결박이 풀려있다.
눈을 뜬 채로 그대로 누워있은 지 얼마나 됐을까...
한 시간? 두 시간?
나는 내 옆에 찰싹 붙어서 자고있는 진미를 흘끔 처다보았다.
이쯤 됐으면 살짝 움직여도 안 깨겠지...?
"진미야...?"
낮은 소리로 진미의 이름을 불러봤다.
... 미동도 하지 않는다. 좋아. 이제 움직여보자.
내 몸에 얹어놓은 팔부터 살짝 내려놓고, 천천히 옆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 됐어! 휴우. 깨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럼 이제 핸드폰을...
...!
철퍼덕-
윽... 다리에 힘이 없어...
벽을 짚고 조심스레 일어나보았다.
다리가 계속 후들거리는게 젤리 같구만.
감각이 돌아올때까지는 천천히 움직여야겠다...
오! 핸드폰이다.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여보세요"
"지선 씨, 저에요"
"하민 씨! 카톡도 안 보시고... 무슨 일 있었어요?"
"아.. 그게 저.. 지선 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네?"
"지금 제 집에 전여친이 저를 감금해놨어요"
"뭐, 뭐라구요?"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에요"
"그게 무슨..."
"아무튼 여기서 몰래 빠져 나가야겠어요"
"잠깐만요.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지금 경찰이 와봤자 저 애가 거짓말하면 끝이에요. 요즘 세상에 경찰이 누구 말을 더 믿어 줄 것 같아요?"
"아... 하긴..."
"혹시 지금 시간 되면 이리로 차 좀 끌고 와주실 수 있나요?"
"네? 아, 시간 되죠"
"후우... 그러면 카톡으로 집 주소 보내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좀 와주세요"
"네..."
"고마워요"
띠링-
됐어. 이제 지선 씨가 올 때까지 진미만 어떻게든 깨우지만 않으면 돼.
하아... 그나저나... 이 후에는 어떻게 한담...
일단 이 동네에서 빠져 나가야지. 그리고 어디로?
진미가 알고 있는 곳은 안되니까... 본가는 안되고...
찬구네 집도 안되고... 흐음...
... 아, 진짜...! 도대체 어디로 가야 이 좆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
아...! 중훈이 형네 집!
거기라면 진미가 절대 모르겠지.
그래... 염치불구하고 가봐야겠다. 일단 살고는 봐야지.
좋아. 갈 곳도 정해졌고... 옷이랑 지갑만 챙겨서 화장실에 짱박혀야지.
대충 옷방에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대로 입었다.
쇼핑백에다가는 간단한 속옷이나 편하게 입을 옷들을 쑤셔넣었다.
됐어. 이제 지갑이... 아.
방 안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진미는 아직까지 깊게 잠들어 있는 모양이다.
"후우우..."
소리가 나면 안돼. 절대 소리가 나선 안돼.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방 안에 들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씨발... 소리내지 않고 움직이는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등 뒤에 식은 땀이 흘렀다.
보자... 내 지갑이... 아.
진미 바로 옆에 내 가죽 지갑이 있었다.
씨발... 닿을 거 같은데...
왠지 팔을 계속 뻗다간 진미한테 닿을 것 같다.
진미가 깨어나는 순간 나는 죽음이야...
![](http://ac.namu.la/0e/0e24f870d4e65f51733162af638fb0b6e2728b18d2588ee920942bb2c8c85454.jpg?expires=1719103470&key=9FlJaLAO2nKWwUcXwnzY7w)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
한 쪽 팔로 침대를 잡아 지탱하고...
몸에 안 닿게 재빨리...!
됐다...!
휴우우... 안 일어난 것 같네.
좋아. 지갑에 카드랑 현금도 그대로 있어.
그러면 다시 화장실로...
"흐으음. 그거 가지고 어디로 가려고?"
-----
"읽지도 않았네..."
하민 씨가 보내준 주소로 도착하자마자 카톡을 보냈지만,
10분 째 읽지도 않은 상태다.
... 무슨 일 생긴거 아니야?
혹시 모르니까 도어락 비밀번호도 알려주긴 했는데...
하아... 한 번 들어가볼까?
-----
"아유- 우리 귀여운 하민이- 내가 설마 모를거라고 생각했어?"
"자, 자고 있던거 아니였어...?"
"내가 그렇게 허술한 사람이야? 하민아?"
진미는 나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자는 척하면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구... 그런데 슬쩍 빠져나가는 거 있지?"
"재밌어서 어디까지 하나 놔뒀더니... 거의 성공할 뻔 했네?"
딱- 딱- 따닥-
나도 모르게 턱이 떨려 이빨이 부딪혔다.
이젠 끝났어. 난 진짜 죽었다.
"야"
갑자기 복부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크헉!"
아프다. 존나게 아프다.
씨발... 어디서 이런 파워가 나오는거야...
"감히 날 떠나겠다고? 내가 다시 돌아왔잖아... 용서도 빌었잖아!"
다시 한번 진미의 주먹이 내 명치를 향해 날아왔다.
"끄허억! 잠깐만... 진미야, 내가 잘못ㅎ.."
"우리 하민이, 기절하면 다시 묶어놔야 도망갈 생각을 못하겠지? 그치?"
짝- 짝- 짝-
진미는 나의 뺨을 수차례 쳤다. 목이 돌아갈 것만 같은 파워다.
정신이 점점 혼미해진다...
"너... 절대 나한테서 벗어날 순 ㅇ..."
쿠당탕-
진미가 갑자기 옆으로 굴러 떨어져 나갔다.
뭐야? 누구야?
"하민 씨 괜찮아요? 꼴이 이게 뭐야?"
"지... 지선 씨..."
아아- 씨발. 역시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일단 병원으로 가야... 꺄악!"
다시 일어난 진미가 지선 씨에게 돌진해왔다.
"넌 뭐야, 이 썅년아!"
진미가 지선 씨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이 미친년이!"
지선 씨도 진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팔을 막 휘둘렀다.
"윽!"
진미의 얼굴에 상처가 나 피가 난다.
아무래도 손톱에 긁힌 것 같다.
"허, 이런 개같은 년이..."
진미가 조리대 위에 놓인 식칼을 잡아들었다.
어! 안돼!
"죽어!"
진미는 식칼을 들이밀며 지선 씨에게 달려들었다.
와장창-!
화분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진미가 바닥에 쓰러졌다.
흙이 온 사방으로 튀었다.
"헉- 헉- 헉-"
"하민 씨..."
"...괜찮아요?"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막지 않았으면 지선 씨는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으으..."
긴장이 풀려서인지 지선 씨는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지선 씨!"
"아.. 괜찮아요..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먼저..."
"네..."
-----
다음 화가 마지막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