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흑.. 흑.... 으으으응...."


"울지마.. 울지마. 괜찮을거야. 잠깐 잠을 자는 거라고 생각해."


"흐아아앙, 무서워, 무서워! 으아앙!"



제임스는 에밀리의 등을 토닥이며 달랬다.
두사람이 탄 우주선은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 YDR-1467로 향하고 있었다. 지구로부터 YDR-1467까지의 거리는 고작 7광년이었다. 수면 팩에 들어가서 한숨 자고 나오면 연료를 넉넉히 남겨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에밀리는 겨우 16살 소녀였다. 성장이 빨라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어린애였던 것이다. 제임스는 에밀리를 달래고 달랬지만 에밀리는 울음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에밀리, 이제 곧 웜홀을 타야 해. 우리가 수면 팩에 들어가 있어야 목적지까지 안전히 갈 수 있어."


"다시 못 깨어날까봐 무섭단 말야! 으아앙..!"


"나도 무서워. 하지만 수면 팩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웜홀 입구에 들어가기도 전에 몸이 산산히 으스러질 거라고. 에밀리 제발, 응? 네가 먼저 들어가야 내가 다음에 들어갈 수 있어."


"흑, 흐흑, 힉, 히끅, 으으응.... 흑......"



에밀리는 깜짝 놀라서 토끼눈을 떴다가 다시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 우주선 전체에 신호음이 울리며 웜홀 입구에 가까워짐을 알렸다. 제임스는 에밀리의 등을 몇번 두드리고는 서둘러 수면 팩을 준비했다.

준비가 끝난 후 제임스가 에밀리의 손목을 잡아끌었지만 에밀리는 힘을 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제임스는 한숨을 푹 쉬며 에밀리의 뒷목을 가볍게 쳤다.



"아..!"



에밀리는 몸에 힘을 빼고 축 늘어진 채 기절했다. 제임스는 에밀리를 수면 팩에 구겨넣고 지퍼를 닫았다.

이제 고요한 우주선에 의식이 남아있는 건 제임스 뿐이었다.






"에밀리.. 미안해."




이제 신호음은 경보음으로 바뀌었다. 위험을 알리는 빨간 조명이 우주선 내부를 가득 채웠다. 찬란한 우주는 조명을 받아 핏빛으로 물든 듯 비춰졌다. 제임스는 이 황량한 우주에서 홀로 깨어날 에밀리를 생각하며 짧은 사색에 잠겼다.




"사실 수면 팩은 하나야. 흐흐 넌 어쩌면 그걸 알고 수면 팩에 들어가는 걸 거부했던 걸까?"




웜홀이 육안으로도 보이기 시작했고, 제임스는 점점 압력이 심해지는 걸 느꼈다. 온 몸이 사방팔방으로 뜯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제임스는 에밀리가 잠자고 있는 수면 팩을 꼭 끌어안고 말했다.




"에밀리, 난 안 울 거야. 나는 웃을 거야. 너한테 꼭 웃으면서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거든.

흐하하하..... 흐흐....





사랑해........"




제임스를 향한 압력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졌다. 제임스는 손톱에 피가 나도록 수면 팩을 꽉 끌어안았다. 인간의 생존본능대로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네가 내 목소리를 기억하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에밀리, 흐하하.. 사랑해. 네가 YDR-1467에서 무사히 눈뜨길 염원할게. 사랑하는 나의 에밀리. 안녕..."






많은 시간이 흘렀다.



웜홀을 통과하며 제임스의 신체는 완전히 소멸됐다.
에밀리가 잠든 수면 팩 위에 제임스의 유해가 남았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마는.. 그런 일은 없었다.

에밀리는 웜홀을 지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미리 예정된 길을 따라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가고 있었다. 광활한 우주를 지나 행성 YDR-1467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