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수줍은 고백은 정말로 기뻤고 이어진 연애는 너무나 행복했다. 인생의 절정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 서로의 사랑이 무르익어 더이상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는 변했다.

혹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 지금 행복하지?"

그녀의 물음에 나는 멍청하게도 순진하게 대답했다.

"응. 물론이지."

헤헤헤. 헤실대며 빙긋이 웃은 그녀는 나를 한껏 끌어안더니 내 등을 찔렀다. 나는 폐를 꿰뚫렸고, 그녀는 입에서 피를 뿜으며 미소지었다.

도망치는 동안의 기억은 거의 없다. 죽음의 공포에 본능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멀리 도망치지는 못했고, 그녀는 피흘리며 나를 쫓아왔다. 그리고,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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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도망쳤어."

비난하는 어조는 아니었다. 순전한 불이해의 표현. 그러나 대답하지는 못했다. 마취돼서 입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거든.

마취된 손에 무언가 둔탁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녀의 손, 나의 손. 손가락을 엮어 깎지를 낀 그녀는 실과 바늘을 꺼내 한손으로.....

우리 손을 바느질하는 중이었다.

"손 안 잡아줘서 무서웠던거지?"

헤실헤실. 내가 좋아하는 표정이었는데 지금은 섬뜩하기만 하다. 한 손으로 서투르게 바느질하는 그녀는 자신의 손을 꿰맬때는 고통에 눈을 찡그렸다.

마취도 없이?

"걱정하는 눈빛이네. 고마워. 그래도 마취하면 손이 안움직이잖아. 괜찮아. 걱정하지 마."

바늘이 섬뜩한 감촉으로 내 마취된 손을 꿰고. 그녀의 손을 꿰고, 다시 돌아왔다. 한 땀,한 땀. 한번에 1분도 넘게 걸리는 느림. 그러나 그녀는 확실하게 '나'와 '자신'을 엮는다.

"이때가 우리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면 앞으로는 점점 더 불행해지잖아. 너랑 같이 죽고싶었어."

실은 피에 젖어서 운명을 이어주듯 붉었다. 그녀는 긴 칼을 다시 들었고, 나를 안았고, 다시 한 번 내 폐를 찌른다. 이번에는 자신의 심장까지 확실하게. 빠지지 않도록 견고하게.

생명이 빠져나가는것이 느껴진다. 그녀의 생명도.


나를 장말 좋아한다는건 느껴지고, 이만큼 순수한 사랑은 솔직히 고마울 정도였지만,

나 같은 놈 좋다 하는 미친년이랑은 사귀면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