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어리석은 영혼이여.

제 이름은 림메, 이면우주를 관장하고 있는 미천한 살덩이입니다.


그래요, 그래요.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이곳은 어디인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였는지 궁금하시겠죠.

걱정하지 마세요. 침착하게 생각을 가다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거에요.

아,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겠네요. 일단 하나씩 제가 설명을 드려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일단 이곳이 어디인지 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이곳은 이면우주, 다른 이름으로 의지의 우주, 쉬운 말로는 평행세계라고 불리는 공간입니다.

정확하게는 수없이 많은 평행세계를 관리하는 저만의 작업실입니다만, 그 본질을 이해하시기엔 터무니 없이 낮은 격이 걸림돌이군요.

어머, 무시하는 게 아니랍니다. 정말로 터져버릴 거에요. 머리가... 펑! 하고.

일반적인 상식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니니 부디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당장은 알 수가 없네요.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에 불과한 당신을 기억은 커녕, 제가 알고 있었을리도 없을 테니까요. 

아마 가느다랗고 짧은 평행세계 몇 가닥에서 살던 별 의미없던 존재였겠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길.

앞서 말씀드렸다싶이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말이에요. 너무 얼굴 구기지 마시길. 후후.


자, 당신의 영혼이 튕겨져 나온 길을 더듬어 보니 제 손가락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3.2억광년 정도 가면 있는 조그만 세계 출신이시네요.

광년이 대체 어느 정도냐구요? 아이구, 너무 낙후된 곳에서 오신 분이시구나. 설명은 귀찮으니까 그냥 제 능력으로 거기까지 뿅하고 가볼 게요.

제 손을 잡으세요. 조금 어지러울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어때요? 빠르지 않나요? 

네? 잘 모르겠다구요? 아, 그래요. 다 똑같은 풍경처럼 보인다니 그럴 수도 있죠. 저도 그렇게 느끼거든요. 그렇다고 팻말을 달아놓을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선 벽지라도 붙여서 좀 화사하게 꾸미고 싶긴 한데, 보시다싶이 이 세계는 제 살점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좀 보기 그렇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시면 저라도 상처받는답니다.


하여튼! 이제 당신이 살던 세계를 잠시 들여다보도록 할게요. 여기 가느다란 실처럼 보이시는 게 있죠?

잠깐! 건드리지 마세요. 보기만 하세요. 보기만! 세계를 단절시키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그냥 얌전히 두세요. 알겠죠?

사실 끊어지든 말든 상관없긴 한데, 그래도 당신이 돌아갈 곳은 있어야지 않겠어요?

네? 갑자기 왜 착한 척 하냐고요? 진짜 죽여버리고 싶네... 저는 원래 친절했답니다.

애초에 당신 같이 보잘 것 없는 영혼을 위해서 제가 노동 할 필요는 정말로 결단코 없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도와주는 거라고요.

같은 인간으로서요. 알겠나요?


어디보자... 당신 세계는 이름도 없는 아주아주 작은 군소차원이네요. 대충 문명 수준을 보아하니 뭔가 중세 시대 같긴 한데...

이상한 괴물도 있고, 용사도 있고, 큰 왕국과 작은 왕국이 따닥따닥 따개비 마냥 붙어있는... 뭐야 이 장난감 같은 세계는?

아, 그렇구나... 대충 알겠네요. 당신은 용사였고 역할을 전부 끝내서 소멸할 운명이었지만 단 하나의 시간대에서 문제가 발생한 거였어요.

대체 어떤 미친 새끼지... 네, 아무튼 이 이상은 기밀이라서 더 알려고 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결론은~ 당신은 아주 이상한 것을 믿는 광신도들의 아주아주 미친 의식의 희생양이 되어 육신이 갈기갈기 찢기고 불타고 녹아내렸지만.

의식에 아주아주아주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는 바람에 영혼만은 외우주로 튕겨져 나갔고, 그렇게 외우주를 떠돌다가 엄청난 행운으로!

이곳에 빠져버리고 만 거네요. 그냥 쉽게 얘기해서 제 집 천장에 구멍이 작게 뚫려 있었는데 거기로 당신이 쏙 하고 들어온 거예요.

덕분에 제 도움을 받아서 여기가 어딘지, 뭐하는 곳인지, 왜 여기까지 왔는 지 알 수 있었으니까 당신은 엄청난 행운아가 아닐까요?

이래서 내가 이 일을 못 관두겠다니까. 애초에 관둘 수도 없지만.


자, 그럼 여기까지 오신 손님을 위해 제가 선물을 안 드릴 수가 없겠네요. 이제 당신은 다시 이 세계로 돌아가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거에요.

출신도, 성분도 완전히 다른 존재면서 모든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게 될 테니 용사라는 이름의 저주에서 풀려날 수도 있고, 인생 치트인 셈이죠.

치트가 뭐냐고요? 좋은 거에요. 좋은 거. 당신 멋대로 살 수 있다는 뜻이죠.


...네? 돌아가지 않겠다고요? 그냥 소멸시켜 달라고요? 이게 미쳤나? 뭐, 그래요. 쳇바퀴처럼 구르다 죽은 셈이니 다시 돌아가기 싫기도 하겠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게는 당신의 영혼을 소멸시킬 권한이 없어요~ 그런건 저승사자한테나 비세요. 알겠죠? 그러니 곱게 돌아가서 편하게 살라구요.

그리고... 진짜 구원 받아야 할 불쌍한 단 하나의 인간이 있어요.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녀를 구해주세요.

짖궂은 장난에 휘말려서 수없이 고통 받았을 그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요. 흑흑.


그녀가 대체 누구냐고요? 뭐 돌아가서 직접 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괜히 말해줬다가 당신의 작업 능률이 떨어지면 곤란하니까요.

그리고 설명을 계속 해드리자면 당신은 제가 준 치트능력으로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 있을 거고 운석도 떨어트릴 수 있어요.

덤으로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게 윤회의 저주도 걸어드릴 게요. 어떤 던전도 강적도 끝없는 도전으로 넘어설 수 있을 거에요.

이거 참 너무 서비스가 과한 게 아닌가 몰라. 서비스가 무슨 뜻이냐고요? 그만 좀 묻고 가라 그냥.


아! 가기 전에 진짜 너무 치트 능력에 심취해서 목적도 잊으실까봐 힌트를 하나 드릴 게요. 귓구멍 열고 잘 들으시길.

'네 원수를 사랑하라' 어때요 참 쉽죠? 당신이 원수와 사랑을 해서 꽁냥꽁냥대다가 손자 손주 다 보면 제가 윤회의 저주를 거두어 드릴 게요.

반대로 목적을 잊거나 무시하고 사시면 영원한 윤회의 고통 속에서 정녕 소멸을 바라게 될 만큼 미쳐버리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처신 잘 하세요.

그럼, 당신의 새로운 인생에 행운을 빌게요. 용사 얀붕씨.

미천한 살덩이, 림메였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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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줘서 고맙단 말을 먼저 할게.

네 원수를 사랑하라.txt는 상 중 하 편으로 나눠서 쓸 거야. 마음 같아선 한꺼번에 쓰고 싶은데

나도 창작자로서 관심을 많이 요구하는 편이라서 상 중 하 3개의 편으로 나눠서 올린 다음 덧글이랑 추천을 좀 빨아 먹으려고 해.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오래 쓰기 힘든 점도 있고, 저번에 이틀 밤을 거쳐서 쓴 글이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를 나름 검토해봤는데

대충 요약해서 


1. 글이 너무 길어서 짧고 굵은거 좋아하는 얀붕이들이 읽기에 피곤했다.

2. 묘사와 문체가 길고 지루했다.

3. 그냥 재미없다. = 트렌드를 못따라갔다.


이런 정도의 이유가 있을 거라 여기고 이번엔 좀 가벼운 느낌으로 쓸 생각이야.

쓰던 방식을 바꿔 보면서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있을 거고 떡신을 넣어서 얀붕이들 관심도도 높여 보려고.


그리고 이번 上편은 기승전결의 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라서 확 재미를 느끼긴 힘들거라고 생각해.

메인 디쉬를 먹기전의 입가심이라고 생각하며 읽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설정딸딸이를 좀 치던 버릇이 있어서 불편할 수도 있는 점은 미안해.

그럼 다시 한 번 읽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다음 편에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