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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은여우 님께서 (5)

 

 

 

 

TV 소리가 들렸다. 

 

우선 여기엔 이상한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우리 집엔 TV가 없다. 내가 TV를 거의 보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집에 있는 건 나와 호은이 뿐인데, 나는 지금 자고 일어났으니 볼 사람은 호은이뿐이다.

 

그런데 호은이는 TV를 틀 줄 모른다. 이유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뭐야? 그럼 누가 TV를 튼 거지?”


호은이가 처음 보는 TV 앞에 앉아 광고를 보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

 

“호은아, 그 TV 어디서 났어?”


“응? 만들었어.”


TV도 만들 수 있는 건가! 하기야 얘가 못 하는 일이 있다는 쪽이 더 믿기 힘들지만…….

 

“그나저나 이거! 이거 좀 봐! 이게 뭐야?”


화면에서 나오고 있는 건 광고였다. 최근에 개장한 놀이동산 광고……이름이 뭐였더라?


“저긴 놀이동산이라는 곳이야.”

“그게 뭔데?”


“사실 나도 안 가봐서 몰라. 사람들이 잔뜩 가서 노는 장소라는 건 아는데…….”

 

“요즘 인간들은 이런 걸 만들 수 있구나!”


호은이가 꼬리를 팍팍 흔들며 TV에 얼굴을 파묻었다.

 

“TV라는 건 재미있는 것 같아. 작은 인간들이 잔뜩 나와. 안에 사는 걸까?”


“그걸 설명하려면 쓸데없이 복잡하고 어려운 말을 한 시간 정도 해야 할 거야.”

“뭐 아무렴 어때. 곡아, 나 놀이동산 갈래. 너도 가자, 응?”


오늘은 쉬는 날이니 갈 수는 있지만, 과연 얘를 데려가도 괜찮을지 확신할 수 없다.

 

저기 갔다가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 깽판을 칠지 모를 일이다.

 

“응? 가자. 난 갈래. 곡아 넌 가기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결정이네! 얼른 가자, 얼른!”


“알겠어. 일단 뭣 좀 먹고.”


“와아아아!”


놀이동산이라. 나도 옛날에 말로만 들어보고 직접 가본 적은 없다.

 

애초에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호은이를 만나기 전까지 난 줄곧 혼자였으니까.

 

우리는 놀이동산으로 갈 준비를 마친 후,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곡아, 곡아. 지하철이 뭐야?”


“땅 밑을 기어 다니는 엄청 큰 강철 벌레 같은 거야.”


“그거 강해?”

 

“싸우는데 써먹는 건 아니지만, 부딪히면 응……죽겠지. 확실하게.”


그런 대화를 하며 지하철을 탄 후, 빈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한적했다. 시간도 오전 11시 즈음이라 그런 듯 했다.

 

“엄청 빨라! 곡아, 이거 다리도 없는데 왜 이리 빨라?!”


“조용히…….”


“알겠다! 이거 방귀 뀌는 거다! 방귀로 몸을 밀어내는 게 분명해!”

 

주변 사람들이 우릴 보면서 킥킥 웃는 것 같았다.

 

다 큰 처자가 그런 소리를 하면 웃길만하다. 솔직히 나도 좀 웃겼다.

 

“이제 얌전히 앉아있어. 놀려면 체력을 아껴둬야지.”

“응! 헤헤, 곡이 너랑 놀러가는 거 엄청 오랜만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의 나하곤 뭘 하면서 지냈어?”


전생의 일이지만 좀 궁금하긴 했다. 

 

“호박이랑 수박에 다리를 달았어.”


“……다리?”


“응. 그럼 수박이랑 호박이 막 뛰어다니는데, 그걸 보는 게 엄청 재미있었어!”


전생의 나는 대체 뭐하던 놈인데 그런 걸 보면서 재미있어 한 걸까.

 

……왠지 점점 더 전생의 일을 아는 게 싫어진다.

 

“아, 도착했다. 이제 표를 사서 들어가면 돼.”


“뭐하고 놀 거야?”


“글쎄……나도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 일단 들어가서 보자고.”


매표소 앞은 한적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웬 이상하게 생긴 깡통 로봇이 나왔다.

 

“손님, 어떤 표를 구입하시겠습니까?”


“깡통이 말한다! 고, 곡아. 이거 뭐야? 엄청 이상하게 생겼어.”


“로봇이야. 어, 자유이용권으로 두 장.”


“요금은 제게 건네주시면 됩니다. 포인트 카드나 기타 힐인 수단이 있으십니까?”


“없어요.”


나는 요금을 지불하고 표를 받았다. 그나저나 이거, 손목에 끼우는 건가?

 

“이런 종이를 사려고 힘들게 번 돈을 내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이왕 온 거 재미있게 노는 것만 생각하자.”


“돈은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는데……부탁 안 해?”


그 말대로, 내가 원하면 돈을 왕창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굳이 힘든 일을 할 필요도 없고, 고작 이런 걸로 돈 아까워 할 이유도 없다.

 

“안 해.”

“왜?”


“너한테 의존하기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

 

내 말에 호은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보았다.

 

“내가 뭐 잘못 말했나?”


“아니……그 말, 옛날에도 했었어. 역시 너는 너구나.”

 

“옛날의 나도 그렇게 못 써먹을 놈은 아니었나보네.”


“당연하지!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인간이니까!”

 

호은이가 싱글싱글 웃으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얼른 가자! 나, 너랑 해보고 싶은 게 엄청 많아!”


“알겠어. 보채지 마, 어디 안 갈 테니까.”


나는 호은이의 뒤를 따라, 놀이동산의 안쪽으로 향했다.

 

 

 

 

 

 

 

 

*****

 

 

 

 

 

 

 


말 그대로, 혼이 쏙 빠질 때까지 놀았다.

 

비실비실한 나와 다르게 호은이는 너무 기운 넘쳐서, 뭘 하나 타면 곧장 다음 걸로

 

달려갔다. 제트 스카이, 롤러코스터, 범퍼카, 바이킹- 이름도 생소한 온갖 기구를

 

마치 100번쯤 타본 사람처럼 타는 걸 보면 경이감마저 생겨났다.

 

“이, 있지……조금만 쉬었다 놀자. 응? 나 죽을 것 같은데…….”


“고작 이걸로? 그러면……저거! 저거 타보고 싶어!”

 

호은이가 가리킨 것은 관람차였다. TV나 영화에선 맨날 봤지만 타본 적은 없는 그거였다.

 

“저거라면 괜찮겠지……응, 타자.”


하지만 저녁 시간대라 그런가, 사람이 꽤 많아졌다. 당연히 관람차 앞에도 기다리는 줄이

 

있었다. 대충 40명은 있으니 못해도 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좀 기다리자.”


“왜 다른 인간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모처럼 너랑 놀고 있는데 방해되게…….”


“죽이거나 다치게 하지 마.”


사람은 싫다. 그렇지만 내 변덕 때문에 사람을 죽는 건 바라지 않는다.

 

싫어해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기다리는 것도 놀이동산의 재미 중 하나라고 들었어.”


“진짜? 다리 아프게 서서 시간 낭비하는 게 재미있는 거라고?”


“나도 몰라. 놀이동산은 나도 처음이라고.”


“흐음…….”


호은이가 벌써 지루해진 모양인지 발을 동동 굴렸다.

 

“아참, 조금 궁금한 걸 물어봐도 될까?”


“뭐든 물어봐. 아참, 가슴은 여기서 더 키울 수도 있어.”


“……아니, 그런 걸 물어보려고 한 건 아니야.”


“네가 맨날 보고 있어서 말해봤어.”


어쩔 수 없다. 그건 남자의 본능이고, 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변명처럼 들리지만- 또 변명이 맞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옛날의 나는 너랑……그, 무슨 관계였어?”


“누님이랑 동생.”


“진짜? 그럼 내가 동생이었어?”


“응. 너는 맨날 나를 누님이라고 불렀어. 지금도 그렇게 불러주면 좋을 텐데.”


상상이 잘 안 된다. 내가 이 녀석을 누님이라고 불렀다고?


“뭐, 어차피 결혼할 거였으니까 여보라고 불러도 돼.”

 

“결혼할 사이였다고……?”


“그 전에 일이 틀어져서 못 했지만. 아, 지금도 말만 해. 언제든지 너랑 결혼해 줄게.”


나 지금 프러포즈를 받은 건가……? 그것도 놀이동산에서?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라 믿기질 않았다. 애초에 이 녀석의 존재 자체가 비현실적이지만.

 

“야한 것도 해도 돼.”


“…….”

“왜 그래? 아하, 부끄러워하는 거지? 괜찮아. 이 누님이 다 가르쳐 줄 테니까!”


그런 것도 알고 있었나……그런 이야기는 전혀 안 해서 모르는 줄 알았다.

 

“우선 아기를 만드는 방법은 말이야-”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제발 여기선 말하지 마…….”

 

“왜? 밤일은 좋은 거야. 서로 기분 좋아지고, 아기도 생긴다고!”


“그건 그렇지만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니야!”

 

나도 좋아한다고! 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좋다는 이야기는 맨날 듣는다.

 

“뭐, 난 해본 적 없지만.”


“없는데 그런 말 하는 거야……?”


“네가 죽어버렸으니까. 별 수 없잖아.”


그렇게 말하는 걸 보아하니 나는 굉장히 일찍 죽은 것 같은데……대체 왜 죽었을까?


일전에 그 사람들이 날 죽였다는 말을 호은이가 한 적은 있다. 

 

그렇지만 왜 내가 죽어야 했는지에 대해선 전혀 들은 게 없고, 나로선 짐작도 안 간다.

 

“아, 우리 차례네. 얼른 타자.”


우리는 관람차에 올라탔다. 조금 위로 올라가니 밑의 놀이동산이 훤히 보였다.

 

“근데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 거면 그냥 산에 가는 게 낫지 않나?”


“그건 귀찮고 피곤하잖아.”

 

“고작 산에 오르는 걸로 피곤해지다니, 인간들은 너무 약하다니까.”


호은이가 턱을 괴고 앉았다. 조명에 비춰진 눈동자가 오묘한 빛을 냈다.

 

이렇게 보면 그냥 예쁘게 생긴 여자애 같다. 그냥, 평범한 여자애…….

 

“호은아, 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응.”


“만약 평범해 질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어?”


“쉬운 질문이네. 네 아이를 낳고, 너랑 같이 기를 거야. 그리고 다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

 

소박한 꿈이었다.

 

세상을 멸망시키고, 터무니없는 짓을 밥 먹듯이 하는 그녀의 꿈은 너무나도 평범했다.

 

“그럼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아냐?”

“안 돼.”


단호한 목소리였다.

 

“왜?”


“……내가 평범해지면, 넌 날 사랑하지 않게 될 거야. 널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게 돼.

 

그것들한테서 널 지켜줄 수 없고, 너는 또 죽어버릴 거야.”

 

“그게 네 소원인데도?”

“내 소원보단 너의 소원이 먼저야. 네가 행복해지는 게 나의 꿈인걸.”


나는 너한테 사랑받을만한 존재가 아니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호은이가 느닷없이 내게 달려들었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당장에라도 입술이 닿을 정도로.

 

“화났어?”


“아냐. 아니, 미안. 거짓말하면 안 되니까. 응, 화났어.”


호은이가 내게 화를 내고 있다. 그건 두려우면서 동시에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아. 그 점에 있어서, 우린 똑같아.”


그 목소리엔 달콤하고 상냥한, 고독과 분노가 섞여있었다.

 

“내가 세상에서 사랑하는 건 너 하나뿐이야. 오직 너 하나. 그 이외엔 다 필요 없어.”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너를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아.”


과거의 나, 전생의 나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억이 없는 나로선 그럴 수 없다. 감정이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걸 원망하진 않아. 나, 너한테만은 아무 짓도 안 할 거니까. 기억이나 감정을 조종하거나

 

네 신념을 바꾸진 않을 거야. 그것만은 절대로, 죽어도 안 해.”

 

“나한테 전생의 기억을 돌려줄 수 있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못 한다는 뜻이 아니라, 안 된다는 뜻이었다.

 

“너는 행복해져야 돼. 그리고 그 기억은, 널 아프게 할 거야. 아주, 아주 아프게.”


“하지만 그걸 모르는 한-”


“괜찮아. 이번엔 실패하지 않을 거니까.”


호은이가 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리고 관람차가 멈췄다.

 

“사랑해, 곡아.”


나도 사랑해.

 

그렇게 대답할 수 없다는 건, 우리 둘 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

 

 

 

 

 



돌아가는 길이었다. 분명 그랬을 터였는데, 어느새 나는 혼자가 됐다.

 

자연스럽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여우한테서 떨어트려놓은 건 사과할게.”


그 남자였다.

 

그들은 그를 신 군이라고 불렀다. 골목길의 가로등 밑에, 그가 서 있었다.

 

“잠깐 단 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떨어트려놓았어. 미안.”


의외로 상쾌하고 가벼운 목소리였다. 그가 모자를 벗자, 금발 머리카락이 보였다.

 

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정도로 보였다. 삐죽삐죽 수염이 났고, 거칠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능글맞은 인상이었다. 그가 두터운 코트를 벗자 마치 동네 아저씨처럼

 

편하게 입은 의상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검, 그 뱀처럼 생긴 검도 있었다.

 

“당신은 분명…….”


“신씨라고 불러줘. 이름은 버렸거든,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버렸다고? 아니, 그보다도 이 사람이 왜 나를 찾아왔는지 궁금했다.

 

“우선 말해둘게, 난 너의 적이 아니야.”


“호은이의 적-”


“그것도 아니야. 나는 가능하면 안 싸울 생각인데……네가 믿어주려나?”


그가 가로등 밑의 벤치에 앉았다. 나도 그 옆으로 가 앉았다.

 

“당신들은 대체 뭐죠? 아니, 그 전에 당신은 대체 뭡니까?”


“실존체와 영체의 중간, 본래라면 없어야 할 존재……반 정도 요괴인 사람이야.”

 

그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참 전에 단종 된 몰보루 클래식이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해. 집에서 똥 싸다 별똥별에 맞아죽을 정도의 확률이지만.”


“……그거 참 요상한 비유네요.”


“말솜씨가 없어서. 보다시피 내 일은 말하는 것보단 조용히 만드는 쪽이거든.”

 

이렇게 평범하게 대화하면서도, 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기백에 식은땀을 흘렸다.

 

호랑이, 아니 그 이상이다. 어마어마한 맹수가 옆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하아……있지, 네가 하나 오해를 하는 것 같아서 풀고 싶었거든. 이거 놓고 갔더라?”


그가 낡은 책을 꺼내 건네주었다. 저번에 예옥이 꺼냈던 그 책이었다.

 

“그걸 읽으면 기억이 돌아올지도 몰라. 어쩌면……아마도?”


“이걸 저한테 주는 이유는?”


“방금 말했다시피 난 싸움을 싫어해. 실존체고 영체고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아.”

 

이 사람은 의외로 평화주의자일지도 모른다……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말이지, 은여우는 너무 위험하거든. 지 혼자서 천칭을 기울어버린단 말이야.”


“너무 강하단 말이죠?”


“그것도 있지만 너무 제멋대로야. 그 녀석은 벌써 한 번 정도 인류를 멸종시켰을 텐데?”

 

저번에 고기 먹을 때의 일인가. 없던 일이 됐지만 이 사람들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굳이 어느 쪽이냐고 물어본다면, 난 인간의 편이야.”


“……그래서 호은이를 죽일 건가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지만, 조만간 그래야 할지도 몰라.”


그가 담배를 손가락으로 비벼 껐다.

 

“영체의 시대는 끝났어. 이젠 실존체, 인류의 시대야.”


“그렇다고 멋대로 호은이를 죽이겠다는 건-”


“말했지. 그 녀석은 너무 위험하다고. 네가 인간을 싫어하는 건 알겠어. 솔직히, 나도 인간이

 

엄청 착하고 멋진 생물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난 인간이야. 반쪽이지만.”

 

그가 벤치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모자를 썼다.

 

“그러니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거야. 인간을 위해서.”

 

“제가 뭘 어쩌길 바라는 거죠?”


“싸움을 막아줘. 수단은 상관없어, 그냥……난 더 이상 아무것도 죽이고 싶지 않아.”

 

신이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니, 난 원래 가던 길에 있었다.

 

“응? 왜 그래, 곡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방금 그건 백일몽이었나?

 

하지만 내 품속의 책이, 방금 그게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예옥이랑 신 패거리가 악역처럼 나오지만 사실 인간 입장에선 요 녀석들이 선역이다.

근데 그거랑 별개로 착하냐고 물어보면 그건 절대 아니지만.

암튼 이건 어떻게든 완결 본다 ㅂㄷㅂ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