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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3이네."


"앗!"


함께 피아노를 치던 얀붕은 얀순의 현실적인 한 마디에 실수를 했다.


그렇다. 말로만 듣던 그 고3이다.


가정에서도 이제 고3이니 슬슬 진로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얀붕은 지난 과학캠프(로 빙자한 성교육캠프)를 갔었던 그 대학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고,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과 믿음을 받게 되었다.


지금 연애질이나 하고 다닐 때냐고 꾸짖을 법도 하지만,


얀붕의 집에 얀순이 왔었던 날 이후, 얀순에 대해서는 이제 그의 부모님도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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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세)

                              (숙제가 끝나질 않습니다;;)

                                       (하루만 더 주세요;)


(그래서 안 나오시겠다고? 딱대 ㅆㅣ발)


           (그런게 아니라 숙제 하루만 미뤄 주시면)


(ㄱㄷ)


                                                  (안될까요)




'누가 안 나간댔나...'


급한 일이 생겼는지 답장이 없는 얀순과 슬슬 나갈 채비를 하는 얀붕.


'딩동'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얀붕이 혹시 집에 있나요?"


"아이구!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네! 네가 얀순이구나?"


현관에서 얀순을 맞이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로 얀붕은 대강 상황을 파악했다.


약속파투미수 죄목으로, 직접 잡으러 온 것 같다.


저 창문으로 나가면 목숨을 연장할 수 있을까?




"기본교재도 못 풀면서 대학을 같이 가시겠다고? 어림도 없단다."


"하아니... 센세. 그 양을 하루 만에 어떻게 풀어요."


"왜 이리 말이 많냐. 오늘 할 걸 오늘 안에 못 하면 계속 밀리니까 시간 더 못 줘."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자비로운 죽음을 선사해 줄까?"


"히익...."


"알았으면 빨리 해. "


그날 저녁까지 탈탈 털리는 얀붕을 본 그의 부모님은 이제 얀붕의 진로에 대한 걱정을 접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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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를 틀리자, 얀순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고3이면 고3이지, 뭘 또 쫄고 그래?"


"아직 실감이 안 나."


"난 실감 나는데. 몇 개월이면 이 개-같은 공부도 이제 끝이다아아아!"


"누가 듣겠어."


"들으라지 시발. 공식커플인지 뭔지 이미 나가리 된 지가 언젠데."


"어차피 취미생활로 하던 게 운 좋게 그리된 거니까... 그런데 우리 여기에 은근히 자주 오는 것 같아."


"원래 이맘때면 공부 빼고 다- 재밌다더라."


"그런 것 같아.. 어느새 갈 시간이네. 그래도 올해엔 피아노만 붙들고 있을 수 없으니까 이젠 가야겠어."


"너 할 거 끝내면 우리 집에서 치게 해 준다."


왜인지 모르게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얀순의 말이다.


그렇다고 얀붕은 그걸 또 중의적으로 해석해서 반응한다.


"뭘?"


"이런 미친놈이. 돌았냐?"












얀붕이 노골적으로 나온 것은 거의 없었던 일이라 살짝 당황했던 얀순이었지만,


그녀에게 딱히 거부할 이유는 없다.


"우리 제자님 다 컸네? 유혹도 할 줄 알고 말이야?"


"으윽! 얀순아!"


"하으.... 말 안 해도 안다니까. 참지 마...흐아앗!!!"


절정의 순간과 그 여운을 즐기는 두 사람이다.


"허억... 허억.... 흡!"


"아! 꺅!"


평소답지 않게 적극적인 그를 보며 그녀는 오랜만에 몸을 완전히 맡기기로 했다.


머지않아 격렬해지는 그녀의 신음.


안 그래도 신체가 민감한 그녀에겐 엄청난 자극이다.


"괜찮아?"


"흐아으.... 눈치 보지 말라고 저번에..."


"그래? 그럼...."


그가 천천히 입술을 가슴에 갖다 댐과 동시에 다시 살결을 부딪쳐 오기 시작했다.


"하으으윽!"


평소에도 절정주기가 짧은 얀순이지만, 이번에는 더욱 짧았다.


가슴에 파묻힌 그의 머리를 껴안으며 마지막에 도달하려는 찰나,


그녀의 안쪽에 찐득한 액체가 퍼부어진다.


"흐아아아앙!"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두 번의 거사를 마친 두 사람은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어? 왜 이래?"


"...."


어느새 곯아떨어진 얀붕이다.


평소라면 얀순의 절정이 몸으로 전해지는 것을 최대한 받아내었을 얀붕이었지만,


오늘은 무리한 탓인지 금방 쏟아내고 잠이 들어 버렸다.




"으음...."


"잘 잤냐?"


"몇 시야...?"


"얼마 안 됐어. 저녁이나 먹자. 밥도 안 먹고 섹스나 하고 있었네."


"으응..."


아직도 잠에 취한 얀붕의 얼굴을 껴안는 얀순.


"귀여운 녀석 같으니."


"숨 막혀.."










"다 해왔다고?"


"응. 왜?"


"어제 내가 반만 해도 된다고 말했는데도?"


"이 정도는 이제 가뿐합니다. 센세."


"오오올."


"하하!"


"하하는 지랄!"


"악! 왜 때리고 그래?"


"페이스 조절해야지, 그걸 또 그렇게 무식하게 하고 있냐?"


뭔가 뜨끔했는지 말대답도 못 하는 얀붕이다.


"안 봐도 뻔하네. 오늘은 반만 하고 잠이나 자라."


"그런 거 아니야. 이제 좀 익숙해져서 할 만한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절 너무 과소평가하시네요. 내가 한 번 증명해 볼게. 기다려."


"그래? 그 파트가 니한테 쉬운 거였나? 좀 신기하네."












아니나다를까. 한 달쯤 뒤에 얀붕은 코피를 쏟았다.


"할 말 있냐?"


"아뇨..."


"그래도 오래 버텼다. 더 버티면 진짜로 디질 걸?"


"괜찮은데, 이 정도는 조금만 피곤해도 그랬던 거라서..."


"합죽이."


"옙."


"지금 몰아치면 뒷심이 빠져서 정작 수능 직전에 픽픽 쓰러진다니까?"


"..."


"2학기 될 때쯤이면 코피 흘릴 일 많으니까 지금은 시키는 대로 해."


말은 알아들었지만 대답은 없는 얀붕을 보며,


얀순은 지지리도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조용히 지내는 두 사람이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그 둘이 보기 싫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얀진그룹 따님이 이렇다는 게 나돌아다니면 어떻게 될까? 존나 궁금하네?"


'일가족이 피떡으로 처맞겠지. 없어질 수도 있고.'


얀순이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말하기엔, 이미 사고를 많이 쳤다.


"안 하는 걸 추천하긴 하는데, 하겠다면 어쩔 수 없어."


"이 년 봐라? 대가리로 이해가 잘 안 되나 봐?"


'빡대가리는 그쪽이시고요.'


유사일진에게 교실에서 대놓고 협박을 하는 일진.


두 사람을 향한 여론이 지금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시선에 민감한 두 사람을 빵셔틀로 삼을 요량이었다만,


사회에서 누가 일진인지는 명백하다.


다른 아이들이 그동안 수군거리기만 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 새끼를 어떻게 담글까 고민하는 얀순에게 잠깐 자리를 비웠던 얀붕이 다가왔다.


"뭐해?"


"넌 뭐냐? 아, 그 새끼구나. 안 꺼져?"


"야. 안 와도 돼."


이런 것쯤은 당연히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얀순이다.


"가자."


"우리가 갈 데가 어딨다고.."


"어디 가냐? 씨발놈이 미쳐가지고."


길을 막는 일진.


'퍼억!'


예고 없이 강펀치를 날린 사람은 얀붕이다.


"커억..."


두 사람은 주저앉아 배를 부여잡는 상대를 놓아두고 지나갔다.




폭력을 사용하기만 하다가 그에게서 보게 되니, 조금 복잡미묘한 심경이 된 얀순.


"혼자 해결할 수 있는데?"


"그래도. 이미지 파괴될 일 있으면 그냥 내가 할게."


"어차피 그래 봐야 둘 다 안 좋게 되는 거니까, 그래서 예전부터 가만있으라며."


"어떻게 그래. 같이 안고 가기로 했잖아."


"그래.. 새끼야.. 못 말린다. 에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분 나쁘지만은 않은 얀순이다.












여러 소동이 있었지만, 자연재해 같았던 그들의 학교생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시간이 흘러갔다.


"기말 잘 쳤냐?"


"그럭저럭?"


"좋아 좋아. 계획이 착실하게 잘 되고 있구만."


"갑가지 그 말이 떠오르는데?"


"뭐?"


"누구나 다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나한테 처맞기 전까지는."


까부는 얀붕과 그것을 즉시 받아치는 얀순이다.


"어악! 안 까불게요!"


"이 새-끼가 으-디서..."




장난을 치던 두 사람은 방학 직전인 시기에 결정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맞다. 야 너 이번에는 우리 집 올래? 이젠 그냥 말씀드려도 허락해 주실 것 같은데?"


"응. 갈게."


"반항하지 않는 우리 제자님 아주 기특해요?"


"겨울방학 때는 솔직히 조금 불안했어."




반항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떨어져 있어서 불안했다고 말을 하는 얀붕이다.


얀순은 얀붕의 행동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챘다.


그동안 얀순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계속해서 억누르려던 얀붕이었지만,


이젠 오히려 집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아니, 얀순은 알고 있다.


이건 집착 따위가 아니라 의존이라는 것을.




이젠 얀붕은 자신의 심장에서 시뻘건 색의 실이 뽑혀 나오는 것도 모른 채,


실타래를 가지고 놀고 있다.




어쩌면 얀순은 이 상태의 얀붕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얀순의 내면을 제어하려던 것은 얀붕 혼자만이 아니었지만,


지금 그의 모습을 본 그녀에겐 지금의 얀붕을 그대로 놓아줄 생각은 없다.


미소 짓는 얀순과 그걸 보며 해맑게 웃는 얀붕.


그의 손가락은 이젠 더이상 희망이나 자유 같은 것 따위는 연주하지 않는다.


열렬한 사랑만을 연주할 뿐.












"이이이익. 심심해."


자신의 방을 뒹굴고 있는 한 소녀.


그동안 세 사람은 많이 친해졌다만,


고3이 되었다는 이유 때문인지 도통 두 사람과 만나기 힘들다.


그래도 방학 전에는 오며 가며 한 번씩, 음악실에서도 몇 번씩 만났지만,


방학 이후로는 전혀 만나지 못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연인 사이에 끼어든 게 마음에 안 들어서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영악하고 눈치 빠른 이 소녀는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지들끼리 연애하느라 연락 한 통 없는 두 사람에게 단단히 삐진 소녀는 직접 한 번 찾아가 보기로 한다.




"딩동"


"누구십니까?"


"어.... 이얀순 언니의 후배예요."


"잠깐 기다리시죠."




TV 같은 데서나 보던 집이다.


대중 매체에서는 약속 없이는 안 된다거나 그런 이유로 쫓겨나는 장면을 주로 연출했지만,


후배는 우여곡절이랄 것도 없이 바로 안내를 받기 시작했다.


"이쪽 복도 끝 방에 계십니다."


벽이 쳐져 있는 듯, 집사 아저씨는 안내를 멈췄고,


후배에게 처량한 표정을 흘린다.




그렇게 들어선 방에는 형용할 수 없는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펼쳐진, 마치 어떤 동영상 같은 한 장면을 본 후배.


문이 열렸는지, 누가 서 있는지 아랑곳 하지않고 교접을 강행하는 두 사람에게, 후배는 일침을 가한다.


"뼈 삭겠어요."


"어... 앗! 네가 거기서 왜 나와?"


"히익! 꺅!"


서둘러 끈적한 시트로 몸을 가리지만,


어차피 다 비쳐서 의미는 없다.


그래도 수치심이란 것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은 두 사람이다.












세 사람은 피아노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두 분 병원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


대답이 없는 두 사람.


"방학 시작하고부터 계속 그렇게 지내신 거에요?"


"아니, 그게..."


"선배 말고 얀순 언니가 대답해 보세요."


"그렇...긴 한데...."


"그래서 좋으셨어요?"


"잠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선배한테 물어본 거 아니에요."


후배가 끼어드는 얀붕을 제지한다.


"....."


얀순은 아직도 대답이 없다.


"좋으셨겠죠. 근데, 제가 안 왔으면 언제까지 그렇게 지내실 작정이셨나요?"


"평생. 어차피 우리 집이면 걱정 할 것 따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던 것도 다 내팽개치시구요?"


"니가 뭔데 그딴 식으로 말을 하는데?"


"역시 그런 논리로 말을 하시네."


"그런 논리고 나발이고...."


"두 분 여기 와서 피아노 한 번 안 치셨네요?"


얀순의 말은 개의치 않고 후배는 피아노를 손으로 쓱 훑으며 말했다.


"!"


청소하는 사람이 많으니 먼지 한 톨 없지만,


용케도 그 사실을 알아낸 후배다.


그저 추측이었을지도 모른다만, 두 사람이 보인 반응은 이미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그래서 좋으셨어요?"




그의 몸과 마음은 이미 얀순의 것이 되었다.


오로지 그녀에게 의존하며, 그녀만 바라보는 인형.


그것으로 만족하냐는 후배의 질문에 얀순은 섣불리 대답할 수 없다.


그의 모든 것을 원했고, 가졌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에 가장 중요한 김얀붕은 없다.




'그래서, 그게 잘못되었나?'


머리가 아파 오는 얀순의 생각을 멈춘 것은 얀붕의 목소리이다.


"그만 얘기해. 그런 말은 더 듣고 싶지 않아."


"선배. 지금 상태는 선배가 더 심해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거에요."




얀순이 망가뜨려 버린 사람들이 벌써 셋이나 되었다.


친구였던 아이를 시작으로 그 동생과,


끝내 자신의 연인마저도.


'본성', '내면의 무언가'따위로 열심히 자신을 부정하려 해 보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가, 인형이 된 얀붕을 원하고 있었다.


그의 몸과 마음과 영혼 모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인 그녀의 작품이 되었다.


불편한 진실은 계속해서 얀순의 머리를 쑤셨고,


결국, 후배는 낙담한 채로 그 저택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후배가 돌아간 뒤에도, 두 사람의 생활은 이전과 비슷했다.


탁해진 두 사람의 눈동자는 마치 한 사람처럼 똑같다.


정정하자면, 원래는 한 사람의 것이었다.


지금, 둘은 첫 공연 때의 그 곡을 연주하고 있다.


그때보다는 실력도, 기교도 많이 늘어난 얀붕이었지만,


계속해서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얀순.


얼마 지나지 않아, 얀순은 그런 것 따위를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뒤이어 두 사람은 몸을 섞었다.


이젠 다른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












관계 도중 얀붕이 또다시 기절했다.


얀붕은 헌신적으로 그녀에게 봉사했고, 그의 몸은 전혀 돌보지 않았다.


얀순은 얀붕의 그러한 점이 너무나도 좋았다.


자신만을 위한 그와, 그의 사랑은 너무나도 중독적이며,


그 결말이 어떨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얀순은 헤어 나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늪에 빠져 가슴까지 차오른 진흙더미를 느낄 무렵,




얀순은 어떠한 사실을 한 가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