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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최대한 일단 진행해봄.









어쩔 수 없다. 여기서 돌아가봤자 더 이상 내가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확신도 들지 않는다. 속죄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들에게 도움을 주리라,그렇게 생각한 나였다.

딱히 내가 독일군의 정보를 주거나 대신해서 첩보를 하는 등 적극적인 변절행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가만히 아무 말 하지 않고 상부층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레지스탕스에겐 충분한 도움이 되겠지.



"그래서,어떻게 할 거야? 간다면 동쪽으로 쭉 내려가면 돼."



"군 같은거,이제 어찌되든 상관없어. 항복하면 인도적 대우는 받을 수 있는 건가?"



"네 태도에 따라서? 그래서,투항하는 거야? 완벽하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그래? 그럼 앞서 내가 말한 경고사항을 이해했다 생각할게."



엘리는 쿨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깡총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뭐해? 안 들어와?"




엘리의 재촉에 나는 낡은 주택 안으로 발을 디뎠다. 집은 전쟁의 포화에서 용케도 무사하게 형태가 남아있었으나 역시나 세월은 이길 수 없었는지 걸을 때마다 나무 바닥에서 끼익끼익 거리는 불쾌한 소리가 났다.



"어디 보자,오늘 쓰는 계단이 뭐였더라. 1번이었나?"



"계단이라니,무슨 통로같은 건가?"



"응,계단."



엘리가 중얼거리며 계단,-아마 레지스탕스 본부의 입구를 부르는 암호-을 찾는 동안 집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딱히 눈에 띄는 점은 없어보인다. 아마도 여기서 무언가 '기지'로 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2층을 통하거나 아니면 지하에 있는 비상용 통로를 통해.....




"아,찾았다. 여기야."



엘리가 바닥 한 구석을 들어내며 내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 가까이 가자 바닥을 쿵쿵 하고 두들겼다.




"들어가기 전에 우선 몸 체크 한 번만 더 하자."



"이미 몸 체크는 내가 항복할 때 했잖아."



"그래도 혹시나 모르잖아!"




"알겠어. "



나는 양 팔을 들고 엘리가 몸 곳곳을 툭툭 건드리는 것을 참아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애들 장난같은 수색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할 거면 좀 더 제대로 하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엘리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서는 아무 말 없이 응해주었다.



"자,끝! 그럼 이제 연다."



엘리는 그대로 살짝 떠 있는 바닥 밑에 손을 넣더니 그것을 반대로 들어넘겼다. 그곳에 나타난 것은-




"진짜 계단이네."




"내가 계단이라고 했잖아. 뭘 생각한 거야?"



"아니,나는 무슨 암구호 같은 건 줄...."



"그런 복잡한 걸 할리가 없잖아. 자,이 쪽이야. 먼저 내려가."



나는 엘리가 보여준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갔다. 불빛이 없었기에 자칫 발이라도 삐끗했다간 그대로 저세상행이겠지. 웃기는 이야기이지만 지금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지금은 오히려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강했다


 한발한발 천천히 벽을 짚으며 내려간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익숙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었다.



어두운 빈 방, 그 안에서 내 이마에 닿은 것은 분명한 총구였다.




"독일군이 여긴 어떻게 알았지? 5초 주겠다. 5,1...."



낭패다. 5초가 2초가 된 건 고사하고 내 쪽과 달리 상대는 이미 암순응이 되어있어 내 모습이 훤히 보이는 상태다. 지금 피한다고 해도 총알을 얻어맞는 게 몇 초 뒤로 미뤄질 뿐이다.



"나는 엘ㄹ-"




"나야,판 아저씨!"




내가 말하려던 차 계단 윗 쪽에서 엘리가 말하더니 이내 몇 번의 쿵쿵 소리 후 엘리가 내 옆에 서 있었다.

그 계단을 저렇게 내려왔다고?




"스톱스톱! 내가 잡은 포로야,포로! 항복했다니깐?"




"무기는 없는 거냐?"




"어.....아마도?"




'판'이라 불린 남성은 총구를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3번으로 피했다. 들어오기 전 신호마저 까먹지는 않아서 다행이지."




아,그 바닥을 쿵쿵대던 것을 말하는 건가.




"어이."



"예."



"벗어라. 당장."



"예?"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고는 해도 그걸 곧이곧이 믿을리가 있나. 독일 군이 저런 애를 보고 투항한다? 믿기 힘들지. 엘리 저 애는 어리숙한 면이 있으니 속여넘기기도 쉬울 테고. 찔리는 게 없다면 상관없겠지?"




엘리가 자기를 믿지 못한 것이 분했는지 바락거렸다. 나야 고마운 일이다. 무기가 없다고는 해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벌거벗는 것은 부끄럽다. 기왕이면 이걸로 확실한 증거가 되어주면 좋겠는데.




"아저씨! 내가 확실하게 주머니까지 검사했다니까? 아무것도 없었어!"



"품 속은? 셔츠 안은? 권총이나 칼같은 거라면 속옷 속에도 숨길 수 있다. 그런 곳까지 확실하게 조사한 거냐?"



".....부,부끄럽잖아,그런 곳! 수색은 옷 정도만 하면 된 거 아니야?"



나는 조용히 옷을 벗었다.







엘리 댕청해보이지만 똑똑해요.....믿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