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와 얀순이는 둘 다 고아였어.


함께 집창촌의 뒷골목을 전전하던 얀붕이와 얀순이는 어느새부턴가 둘이 함께였지.


얀순이는 빼어나게 귀여웠지만, 여자들이 가득한 집창촌 골목에서 여자애가 귀여운 건 별로 가치가 없었어.


게다가 얀순이는 소심해서 누구 앞에서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던 터라, 그냥 평범한 뒷골목 고아로 취급당했지.



반면 얀붕이는 싹싹하고 귀여운 남자애다 보니, 집창촌의 누님들에게 인기 만점이었어,






얀붕이가 이렇게까지 인기가 좋았던 이유는 한 사건에서 비롯됐는데,



얀붕이가 아홉 살 때 일이야.




얀붕이가 머물던 창관에서 어떤 남자가 난동을 부렸어.

창관 눈나들이 남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따귀를 맞고, 험하게 대해지는 것을 본 얀붕이는

남자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남자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어.



"눈나들 때리지 마!!!!"



라며 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 매달리고, 몇번이고 쓰러지면서도 얀붕이는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남자의 다리를 물어뜯고 방해했지.


다리를 물린 남자는 어느새 창관의 여자들에게서 신경을 끄고
옆에 있던 술병을 들어 얀붕이만을 집중적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어.


너무 심하게 맞았던 탓일까, 종국에는 바닥에 누워 간헐적으로 몸을 떨며 일어나지 못했지만,


얀붕이가 피떡이 되어가며 시간을 벌어준 덕에
난동을 피우던 남자는 헌병에게 체포당했어.





생각해 봐.


창관에서 맨날 배 나온 아재들만 상대하던 누나들이,
반반한 꼬마 남자애를 봤는데 귀엽지 않고 배기겠어?


근데 심지어 쪼끄만게 누나들 지켜 준다고
피떡이 될 정도로 맞아도 벌떡벌떡 다시 일어나서 싸우는데


눈나들은 10년만 젊었어도 얀붕이를 가지려고 안달이 났을거야.




창관 누나들은 그런 얀붕이를 기특해하며 치료해주려 했지만,

정작 돈이 없었던 얀붕이는
치료비를 내라고 할까 두려워서 비틀비틀 일어나 아프지 않은 척을 했어.



"이, 이언언 안아훠!(이런건 안아퍼)"



허세를 부리며 창관을 나가려던 얀붕이는 결국 눈나들에게 잡혀서 치료를 받았지.


그 이후로 얀붕이는 일약 뒷골목의 스타덤에 올랐어.


심지어 얀붕이는 커갈수록 싹싹해졌고, 얼굴은 더 반반해졌어.

사춘기가 지나 키도 크고 목소리도 낮아진 얀붕이를 본 눈나들은
정말로 얀붕이를 남편감으로 노리기도 했어.


오죽하면 손님들을 상대로 본방을 하던 누나들은
본방에서도 아래를 적시지 않았지만

수고하셨다며 자기들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얀붕이를 보며 몰래 적시곤 했을 정도였지.



얀순이는 그런 얀붕이보다 한 살 연하의 아이였어.

얀순이는 얀붕이처럼 싹싹하지도 않고, 창관 거리에서는 인기가 없는 여자애다 보니 하루하루 먹을 것을 구하기도 어려웠어.


얀붕이는 그런 얀순이를 불쌍하게 여겨 어릴 적부터 함께 다녔어.

뒷골목 어른들의 심부름을 더 열심히 해서 얀순이의 몫까지 먹을 것을 구해다 주었고,

눈나들의 비호를 받기 시작한 이후로는 얀순이도 재워달라고 부탁해서
얀순이의 창관 청소 일자리를 주선해주기도 했어.


눈나들은 얀붕이가 어린 여자애를 데려오는 게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내가 일 두 배로 할게요! 히히"



라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얀붕이에게 넘어가 결국 얀순이에게 일자리를 줬지.
물론 얀붕이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일하면 됐고 말이야.




어릴 적부터 얀붕이의 손을 꼭 잡고 다니며 얀붕이를 연모하던 얀순이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얀순이가 2차 성징을 맞이했을 즈음이었어.




알고 보니 얀순이는 마계의 파벌 싸움에서 뒤쳐져 버려진 서큐버스 퀸족이었는데,

창관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양기와 음기가 가득하다 보니

얀순이를 버리고 간 자들이 걸어놓은 봉인 마법이 2차 성징을 맞이한 얀순이의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풀려버리고 만거야.



어느 날 아랫배에 음문을 새기고, 눈동자에 연분홍의 마법진을 띄운 채
얀순이가 흐느끼며 얀붕이를 찾아왔어.



"엉엉... 오빠... 나 이상해... 아랫배가 막 간지럽고... 나 어른이 되는 거야...?
나도 언니들처럼 다른 남자들이랑 나쁜 거 해야 되는 거야...? 나 싫어... 흑...흑..."



어릴 적부터 창관 눈나들을 많이 접해온 얀붕이는
딱 봐도 얀순이의 상태가 보통의 2차 성징과 뭔가 다른 것을 눈치 챘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얀붕이는 정말로 상대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서 얀순이를 껴안고 위로했어.


"아니야, 얀순아. 얀순이가 어른이 돼서 그런 게 아니라, 얀순이가 너무 착해서 그래.
나중에 얀순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런건 그 사람이랑 하면 돼."


라며 말이야.


그러자, 얀순이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완화된 거야.

사랑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억눌려있던 얀순이의 신체는 얀붕이와의 신체 접촉을
서로가 사랑을 나눈 것으로 받아들였고, 결국에는 증상이 완화된거지.




더 이상 몸이 달아오르지 않게 된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안긴 채 편안하게 잠에 들었어.

그리고 얀붕이는 그런 얀순이의 증상을 숨겨주기로 마음 먹었지.


이후에도, 얀순이는 다시 증상이 있을 때면 얀붕이를 찾아와
얀붕이를 껴안고 달뜬 몸을 가라앉히곤 했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얀붕이가 열 일곱 살이 됐을 무렵.


얀붕이가 지내는 창관에 어떤 귀족 영애가 인물이 그려진 그림을 한 폭 들고
불편한 얼굴로 찾아왔어.


"여기서 오라버니와 관계를 맺은 여자가 누구죠?"


어떤 인물의 그림을 내밀며 영애가 창관 누나들을 다그치자, 창관 누나 중 한 명이 덜덜 떨며 귀족 영애의 앞으로 나갔어.


"저... 저에요..."


귀족 영애는 창관 누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쳐다 보더니, 이내 그녀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했어.



손찌검이 미수에 그친 것은, 얀붕이가 나서서 귀족 영애의 팔목을 붙잡았기 때문이었어.



"어떤 이유로 여기까지 오신 지는 알겠지만, 저희 직원 분을 때리는 것은 삼가주세요."


얀붕이가 귀족 영애를 말리자, 귀족 영애는 얀붕이를 위아래로 훑어봤어.


정돈되지 않은 말투지만 나름대로 예의를 차리고 있고, 큰 키에 반반한 얼굴과 탄탄하게 잔근육이 잡힌 몸매.

영애는 창관에 선포했어.


"공작가의 차기 가주와 불륜을 저지른 사실은 참형에 해당하는 중죄입니다만..."

"...이 자를 내어 주신다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귀족 영애의 오라버니라는 작자는 그저 하룻밤 창관을 이용하고 갔을 뿐이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공작가의 사모님이 노발대발하며 상대를 찾아오라고 한 거야.


물론 고작 이 정도의 일이 참형에 해당하는 중죄일 리도 없었지.

그냥 이 귀족 영애가 얀붕이를 가지고 싶어서 지어낸 말이었어.


그렇지만 얀붕이를 비롯한 창관 사람들은 하층민이라
철썩같이 이 말이 사실인 줄 알고 표정이 굳어졌어.


자신과 얀순이를 키워주다싶이 한 이 창관의 누나가 참형을 당한다는데,
자기가 나가지 않고는 안 되는 상황이 되고 만 거야.



"알겠습니다. 갈테니까 저랑 함께 돌아가주세요."


얀붕이의 말에, 귀족 영애는 얀붕이를 강제로 무릎 꿇리고는

얀붕이의 귀에다 얼굴을 대고 속삭였어.



- 아가씨라고 해야지.




"같이 돌아가주세요... 아가씨... "



얀붕이의 교정된 말투를 본 귀족 영애는 그제서야 흡족하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얀붕이에게 팔짱을 끼고 창관 거리를 나가 사라졌어.





창관 눈나들은 노발대발 난리가 났어.

영애의 오라버니라는 작자를 손님으로 받은 누나는 자기 잘못이라며 엉엉 울고 있고,

거의 모든 창관 눈나들이 금이야 옥이야 기른 얀붕이를 바로 눈 앞에서 빼앗겼으니 화를 못 참는거야.



탐스럽게 익었을 얀붕이를 인륜적인 이유로 창관 눈나들이 시식도 한 번 못 해보고 놔두었는데,

저 미친 년이 잘 생긴 건 알아가지고 데려가 버렸으니, 돌아버릴 노릇인 거지.


그렇지만 별 수 있겠어? 창관을 지키려고 나선 얀붕이를 탓할 수도 없고,
속아서 손님인 줄 알고 공작가 자제를 받아버린 직원을 탓할 수도 없으니,

그저 분노를 삭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지.






그렇게 누나들이 분노를 삭이고 있을 무렵, 시장에 장을 보러 갔던 얀순이가 돌아왔어.


"언니들...? 여기 모여서 다들 어쩐 일이세요?"



순수하게 물어오는 얀순이의 표정을 보며,

창관 누나들은 아차 싶었어.



물론 자기들도 얀붕이를 좋아했지만,

얀붕이에 대한 연모심으로는 얀순이와 나란히 설 사람이 없었거든.


얀붕이는 둔감해서 얀순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창관 여자들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이런 눈치들은 다들 도가 튼 사람들이었어.


그렇지만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창관 언니들은 얀순이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없었지.


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 얀순이의 눈에서 점점 초점이 없어졌어.


이야기가 끝나자 얀순이는 비틀비틀 방으로 들어가더니, 몇날 며칠을 흐느낄 뿐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지.






이러다 얀순이가 죽을까봐 창관 누나들이 얀순이의 방 문을 따고 들어가자,
거기에는 완벽하게 서큐버스 퀸으로 각성한 얀순이가 있었어.



얀붕이가 없어져서 폭주하기 시작한 감정이 얀순이를 완전한 서큐버스 퀸으로 각성시킨 거야.


서큐버스 퀸의 본능은 얀순이에게 창관의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범해서
아쉬운 대로 정기를 채우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얀붕이와 다시 만났을 때 얀붕이에게 미움받게 될 것 같았어.


얀붕이에게 미움을 받기 싫었던 얀순이는 극한까지 욕구를 참느라고 몸 여기저기에 상처를 내고, 침구류에 손톱 자국을 내 전부 찢어버린 상태였어.






여러 모험가를 상대해 왔기에 들은 것이 많은 창관 누나들은

얀순이의 증상이 서큐버스의 발정 증상이라는 것을 눈치챘고, 그런 얀순이가 불쌍해서 자신들의 몸을 내어주게 돼.



창관 언니들의 도움을 받은 얀순이는 죽다 살아났지만, 가슴에 가장 크게 뚫린 얀붕이라는 구멍을 메울 수는 없었어.



그래도 이전과는 달리 완전히 서큐버스 퀸으로 각성한 얀순이는
마력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 된 걸 알았어.



마력을 담은 손짓 한 번이면 거리에 큰 싱크홀을 만들 수도 있었고, 다시 메꿀 수도 있었지.



거기에 더해 서큐버스 퀸인 얀순이의 영향을 받은 창관 누나들 역시
서큐버스화가 진행돼서 마치 회춘한 것처럼 젊어지고, 마력도 넘쳤어.



얀순이에 비할 바는 되지 않았지만, 창관 누나들도 퀸에게 직접 영향을 받아 일반 서큐버스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게 된 거야.



그 어느 때보다도 얀붕이를 원하게 된 얀순이와 창관의 서큐버스들은

제각각 그림자에 숨어서 얀붕이를 데려간 공작가에 쳐들어갔어.




한 순간에 공작가를 근친 교접의 현장으로 만들었지만 어째서인지
얀붕이를 데려간 귀족 영애 본인이 보이지 않았어.



그렇게 마지막으로 찾아간 지하실에서, 얀순이와 서큐버스들은

알몸으로 구속된 얀붕이에게 채찍질을 하고 있는 귀족 영애를 찾아냈어.



귀족 영애는 뒤틀린 S기질을 가지고 있어 얀붕이를 다치게 해가며
범하려고 했는데,


얀붕이는 필사적으로 자기를 때리는 귀족 영애의 얼굴에
예전 창관 눈나를 때리는 남자의 얼굴을 투영하면서
발기를 참고 있었던 거야.



자기를 상대로 물건을 세우지 않는 얀붕이를 보며 빡친 귀족 영애는
별의 별 방법으로 얀붕이를 두들겨 패고 있었는데,



딱 그 때 얀순이와 창관 서큐버스들에게 들키고 만 거야.



얀붕이의 몸 여기저기에 난 크고 작은 상처들을 보고 얀순이와 눈나들은
살면서 다시 없을 정도로 화가 났어.


얀붕이를 그냥 시다바리로 쓰고 있어도 귀족 영애를 죽여버릴 생각이었는데,


강제로 데려간 것도 모자라 애를 두들겨 패?
참을 수가 없었지.



그렇지만 그 따위 일에 비하면 눈 앞에 다친 얀붕이를 치료해주는게 먼저였어.


모두가 자신을 구해주러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얀붕이는 어안이 벙벙했어.

그렇지만


"야... 이 나쁜 자식아... 너, 우, 우리가 얼마나 흑... 걱정한 줄 알아...?"


"히끅.. 그, 그래도오오... 고마워..."


라면서 자기를 치료해주는 얀순이와 누나들을 안고 달래주었지.



치료를 마치고 얀붕이의 품에서 엉엉 우는 얀순이는 마물들의 여왕인 서큐버스 퀸이기도 했지만,

얀붕이의 눈에는 자기를 믿고 따르며 헌신적으로 구해주러 온 아름다운 소녀일 뿐이었어.






사건이 끝나고, 얀순이와 창관 가족들은 공작가의 가주에게 매혹을 걸어

재산을 몽땅 압류하고, 그 돈으로 주택을 지어서 하렘 야스 인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함께 살았어.



얀순이와 젊어진 서큐버스 눈나들의 욕구를 한 몸에 받아야 했던 얀붕이였지만,

서큐버스를 상대하는 남성은 점점 인큐버스화가 되어서 지치지 않게 되어서 별 문제가 없었다나 봐.


오히려 일대 다수로 여럿을 상대해 버릇하다 보니,
얀붕이는 성욕을 달래기 위해 간혹 옛 집창촌에 방문하기도 했는데


얀순이와 눈나들에게 그게 들키는 날이 와야 비로소 만족스럽게 욕구를 풀 수 있었대.



그 이후로 그 집창촌 골목은


'서큐버스 퀸이 다녀간 골목'

으로 소문이 나서 더 부흥했고,



강제로 얀붕이를 협박해서 공작가로 데리고 갔던 귀족 영애는
어떤 '공공 기물'이 되어서 뒷골목에 설치되어 있다나 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