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https://arca.live/b/yandere/9450133 

이어지는 해피 엔딩겸 짧은 글.

소설 탭에 써야하나 대회 탭에 써야하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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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 시점-


미처 보지 못했지만, 편지의 끝에 자그마하게 글귀 하나가 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P.S. 침대 옆에 있는 서랍 안에 내 마지막 선물 하나 남겨놨어!'


도대체 그녀는 나에게 얼마나 퍼줘야 직성일 것일까?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는데...... 가슴이 울컥하더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렇게 나는 오랜 입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비웠음에도 집 안은 무척이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녀의 짓이겠지, 깔끔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였으니 마지막에 청소해두었을 것이다.


"벌써 그리워지네, 그 잔소리가."


청소 같은 사소한 일로도 많이 싸웠고 그녀의 잔소리를 지겹도록 들어왔다.


그때는 모기가 웽웽 거리는 거 같아서 짜증만 났었는데 이제는 그 소리가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지금도 눈 앞에서 화내며 다그치는 그녀의 환영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더니 이내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


정말이지 최근들어 눈물이 많아져서 곤란하다.


눈가를 닦아낸 후, 나는 그녀의 선물이 들어있다는 서랍 앞에 섰다.


뭐가 들어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졌다.


어떤게 들어있든 간에 분명 또 다시 내 눈물을 짜낼 것이 분명했기때문에.


차라리 열어보지 않고 방치해두는 게 심신에 좋지 않을까? 짧게 고민했으나 이런 생각은 금방 고쳤다.


두 번 다시 그녀의 사랑을 외면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서랍을 열어보자 눈에 익은 황금 화살 하나가 안에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쪽지 한개가 놓여있었으니 나는 곧바로 펼쳐보았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도저히 안되겠으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화살을 쓸 것!'


"푸흡!"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눈물보다 웃음이 먼저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편지에다가 화살의 힘을 믿지말고 직접 쟁취하라고 써놓더니 이제는 안되겠으면 화살을 쓰라고 한다.


"아하하하하!!"


정말이지 그녀답다.


"하하......하........"


.......마지막까지 나를 생각해주고 있었던 거네.


그녀의 손길이 닿았던 화살을 집어 껴안아본다.


이미 차갑게 식어있는 화살은 외롭게 서랍 안에 놓여 있었지만 나에게 있어선 무엇보다도 따뜻했다.


그녀가 이곳에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 그녀를 잊지 않게끔 만들어줬다.


어떠한 것보다도 소중하고 바꿀 수 없는 이 화살을 나는 눈물과 함께 고이 간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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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녀가 준 생명을 헛되이 쓰지 않기로 했기에 노력하고 노력해보니 나름대로 성공했다.


상당한 고수입에다가 사회에서 알아주는 입지까지 올랐지만 내가 사는 집은 여전했다.


그 이유는 내 곁에 인생의 동반자라고 불리울 만한 여성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나의 이런 생활에 의아해하는데, 나 홀로 사는데 무엇이 아까워서 큰집에 살겠는가?


오히려 집이 넓으면 넓을수록 귀찮아지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이전에 딱 한번 사귀었던 연인과는 헤어졌다.


그녀에게 다른 여성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사과하며 내가 일방적으로 찼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흔쾌히 헤어짐을 받아들여줬다.


정말이지 다시 생각해봐도 내게 과분했던 여성이 맞는 것 같다.


차라리 뺨 한 두 대 정도는 후려치며 화내길 원했는데 전부 알고 있다는 듯이 신경써준 게 오히려 마음 아팠다.


외모나 성격이나 무엇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는 게 내심 아쉬우면서도 안타깝게 여겨진다.


아무튼 지금 나의 유일한 연인은 손가락 사이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하얀 막대기뿐이었다.


이 연인은 반대로 나를 해롭게 만들 뿐이지만 말이다.


"뭐야! 금연한다더니! 다시 시작한 거야?"


내 옆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으면서도 그리웠던 목소리, 내 눈을 크게 만들면서도 웃음 짓게 했다.


"이제부터 다시 금연하려고."


"그런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그야 내 마음을 달래줄 존재가 나타났으니까."


"호오~? 말솜씨가 꽤 괜찮아진 거 보니까, 그동안 여성 경험 좀 많이 해봤나 보네?"


"글쎄, 모태솔로에서는 진작에 벗어났는데 여전히 마법사이고 이제는 대마법사까지 다다를 지경인데?"


"푸훗! 그 비유는 뭐야! 그래서 그 증거는 있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언제나 품 안에 소중히 넣고 다니는 황금 화살을 꺼내 보였다.


그리고선 화살을 꽉 쥔 채로 여성에게 다가갔다.


"이제부터 이걸 써서 마법사에서 벗어나 봐야지."


".......사실인가 보네, 그보다도 이 화살이 나한테 통할 거 같아?"


"써보지 않고서야 모르는 일이지."


"바보, 그 뜻으로 말한게 아니야."


"응?"


"그 화살로 나를 찔러도 바뀔 게 없다는 뜻이야."


그녀는 내게 다가와 화살을 쥐더니 그대로 손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황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던 화살대가 가볍게 꺾이며 그대로 부러졌다.


"이런 화살보다도 이걸로 찔러주는게 나는 더 좋을 거 같다고 보는데~♡"


그녀는 야릇하게 나의 고간을 어루만지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못본 사이에 상당히 음탕해진 거 같은데?"


"너같은 둔탱이에게는 이게 효과적이라고 신님께 들었거든."


"신이 참 좋은 것도 알려주나 보네."


"이 이상은 신성모독일 걸?"


"그래그래, 나머지는 집으로 돌아가서 하자."


"응♡"


10년 동안 꿈에 그리던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나는 행복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이번에야말로 이 손을 놓지않을 거라 다짐하며........


"근데 집 안은 깨끗하게 치워놨지?"


"앗...아아... 그...그게."


"선 넘네...?"


그녀의 눈에 생기가 사라지며 눈가에 그늘이 지기 시작하더니 무서워졌다.


아무래도 그녀의 잔소리가 그립지 않게될 것만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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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한 간단한 설명.


뮤리아의 희생에 감탄한 신이 그녀의 혼을 거둠 >>>> 새로 육체를 주며 환생시킴 >>>> 다시 10년 동안 큐피드로서의 수련를 받음 >>>> 10년을 마친 그녀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며 재회 >>>> 자식을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삼.


생각해두던 해피엔딩.

다만 소프트라고는 하나 얀데레적인 부분이 거의 없어서 넣을까 고민했던 거임.

항상 소설을 즐겁게 봐주는 얀붕이에게 감사하며 다음 소설로 찾아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