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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전함 미카사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거야?" 


미카사 씨는 내 머리를 내려다보며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갑판 위에서 몸을 조그맣게 웅크리며 말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입을 꾹 다물면서 말 하였기에

전혀 신용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그래도, 일단 포즈만은 제대로 취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옆에 있던 울타리를 잡고, 어떻게든 일어섰디


배릍 탄 것은 이번이 처음

해안가 태생이여서 그런지, 몇 번이나 본 적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 광경을 생각하자니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거듭 깨닫게 되는 것이였다


배가 파도에 흽싸여, 흔들리는 모습은 매 번 보았었지만

그 흔들림을 자신이 직접 체험하게 될 줄은 생각치도 못했다


원래 놀이기구란 강하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놀이기구를 타본 적이 별로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그런데도 자동차는 몇 시간을 타고 있어도, 멀미가 난다던가 그런건 없었다

분명 그것은 항상 누군가와 타고 다녔으니까가 아닐까

적어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니까...


이야기를 하면, 시름을 잊어서 멀미 대책이 된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누가 알려줬던 것일까?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일단 냅두더라도

그게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몸소 체험하는 것은 그만두고 싶었다


물론 말동무가 있다면, 편안해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내가 지금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

정확히는 말동무 자체가 없던 것이였다


주위에 사람은 존재했으나

그저 모두들 나를 종기처럼 대했다

아무도 나와 말하고 싶지 않겠지

세이렌과 연결되있다는 등, 이상한 의혹을 받는 나에게는 말이다


내가 누군가와 이야기 하는 것은

상대에게 호출되었을 때만, 이였다

그저 스트레스의 배출구로 인적이 드문 곳으로 불려갈 때 정도였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항상 생각하며 고민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누가 잘못했는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라는 생각에 둘러싸여

머리를 감싸 맬 정도로, 머리가 아파왔다


사실, 스트레스의 배출구로 이용되어, 억센 말만 들을 바에

차라리 나를 종기처럼 대하는 등, 나를 피하는 이 환경이 내겐 더 좋았다


그러나 지금부터 갈 곳을 생각하자니

기분이 우울해졌다


이젠 돌아갈 수도 없다

안타깝게도 무지한 내가 나를 암울한 운명으로 방향을 돌려버렸으니...


......지금이라도 되돌리고 싶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겉으로 들어낼 순 없었다

특히, 눈 앞의 생물에게는 말이다.


나는 저절로 떠오른 겉만 번지르르한 웃음을 표했다

이것은 긴 생활 끝에 배운 처세술

앞으로의 일에 도움이 되길 빌기로 하자


"...흐음"


내 앞의 그녀와 알게 된지는 꽤 길었다

내가 보호라는 형태로 끌려온지가 몇 년이 지났기에

그녀라는 존재 없이는, 내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게 얼마 되지 않았다


미카사 씨


모두에게 업신여겨지고, 같은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 대우를 받던 중

내게 나타난 그녀


이곳에선 유일한 친구이자, 선생님이였다

나를 부하로 삼아, 전속상사로서 나를 도와준 그녀

군인으로서 필요한 지식뿐만 아니라

사람을 사귀는 법 등, 평범하게 지낼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준 함선이였다


평범하게 살 수 없었던 나를 위해서 말이다




조금 있으면 기지에 도착할 것이다

더 이상 그녀에게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지만


"...죄송합니다"


도저히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였다


그러나 그녀는 내 고개를 숙인 광경을 보고

화를 내며, 나의 등을 후려갈겼다


"이봐! 당신은 지휘관인 몸

그 입장을 가진 인간이 함선에게 머리를 숙이다니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그녀의 노성에 나는 반사적으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위압감에 스스로 고개를 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걱정이다

너는 아직도 공부중

그런데 갑자기 실전에 뛰어들게 되다니... 불안하기만 하군"


미카사 씨는 한숨을 지으면서, 살며시 내 머리에 손을 뻗었다

나는 그런 손을 가볍게 뿌리치면서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임무를 통해, 확실히 보여드릴테니까요"


자신감 있게 말하는 나였지만

사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나는 그냥 미끼


나를 앞에다 세워놓아서

세이렌들을 도발하게 하기 위함이였다

나는 이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운이 좋았을 뿐인데도

미지의 적으로부터의 기습에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기적 같지 않은 기적에

그 기적을 의심하는 어른들이 증명해 보이려고 한 일이였다


만약 내가 정말로 세이렌들과 얽혀있다면

세이렌들이 나를 구출하려고 달려나온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나는 미끼가 되었다...


이 작전의 실체를 모른 채

지휘관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았을 땐, 솔직히 기뻤다


미카사 씨에게 보고했을 때

그녀는 분명 내게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그 때는 신경 쓰지 않았었다

왜냐면 그녀 같은 대선배의 마음 속을 알 길이 내게는 없었으니까







지휘관


그건 내가 보호라는 명목으로 갇힌 지, 몇 달만에 나타난 영웅

세이렌이라고 하는 제해권의 9할을 가져간 괴물들을 물리친 존재

내가 그것을 안 것은 어느 신문의 1면이였다

신문의 사진에는 당시의 지휘관과 미카사 씨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혼자 아무도 만날 수 없어... 라는 말만, 중얼거린 채

CCTV의 감시를 받으며, 그저 무기력한 채 살아가던 나


인류의 첫 승리가 기뻤던 것일까?

아니면 나를 골려주려고 했던 것일까?

나를 전담하던 간수 한 명이 무작위로 내던진 신문

그 내용은 지휘관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지휘로, 세이렌을 격퇴했다는 것


왜 이런 공적을 남겼는지, 군사기밀 때문에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다만, 세이렌에게 반격을 날렸다는 것은 나의 희망이 되어주었다


몇 번이나 여러 나라가 멸망할 정도였는데

반격이라니... 하늘의 별따기 인줄 알았던 당돌한 희소식

전 인류가 꿈에도 그리던 일이였으니 희소식이라고 할 만했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중 한명이였으니 말이다


지휘관...

몇번이나 절망하던 나에게, 희망을 준 존재


...라고 생각했었는데



미카사 씨는 나의 무뚝뚝함을 감지하면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돌리려듯이

항상 나를 보며 웃으며, 자신의 무플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자"


"...싫어요, 더구나 남들이 보고 있다구요"


"뭐야!?"



미카사 씨는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이봐요, 놀라지 말라구요

평소와는 다르게 주위에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지금 그런 거 할 기분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을텐데...


"평소엔 달려들었으면서"


"달려들기는요, 미카사 씨가 억지로 떠밀었잖아요"


"뭐야!? 처음에는 기뻐서 부끄러운 듯이, 누워있었으면서!!"


"몇 년 전 이야기에요!? 어쨌든 지금은 아니에요!!"



서서히 목소리가 높아지자, 멀리서 시선이 느껴졌다

누가 보는지 보려고 하면, 모두 눈을 마주치기 전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미움을 받는 건 언제나 있던 일

그런 태도에 적응한 지 오래였기 때문에, 딱히 뭘 느끼거나 하진 않았다



"...그게 뭐 어때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자니, 서글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서글픈 눈망울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것도 이제는 마지막이잖아

내일부터 더 이상 그대는 없다

그래서 보여주고 싶은 거야"


"보여주다니, 뭘요?"


"아니, 지금 당장 보여주자"



미카사 씨는 두 주먹을 내 어깨위에 올리면서

어딘가 진지하고도 화가 난 얼굴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너는 평범한 사람이야

높은 사람들이 더 일찍 잘못을 깨달았더라면

너 같은 어린 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 없었을 거야

너를 못살게 구는 패거리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세이렌의 앞잡이라면서 온갖 저주를 받던 소년이

지금 이렇게 커서 최전선에 선다는 것을, 윗 놈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보여주고 싶어... 내 소중한 제자가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녀는 나를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똑바로 나를 응시했다


그 말이 와닿았던 탓일까


갑판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걸어갔다


"...나는"


"자, 사람들 눈이 사라졌네?"


"그야, 미카사 씨가 그런 말을 하니까 그렇죠"


"사람들이 있어서 부끄럽다고 했었지? 자..."



그녀는 다시금 자신의 무릎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나는 그 소리를 향해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변명하듯이 한숨을 쉬면서 말이다


이게 마지막이다

그녀... 미카사 씨에게 응석부리는 것도...


그녀와 세이렌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갔다




무섭지 않아


그래, 무섭지 않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이렇게 권하면 받아들이던 나니까

내게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었던 누나 같은 그녀

말벗으로 잠을 못 이룰 때면, 밤새도록 이야기 해주던 그녀

그런 그녀를 무섭게 생각할 수 없어



"아직도 KAN-SEN을 무섭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을 듣자, 내 눈은 필사적으로 다른 곳을 찾았고, 몸은 금방 얼어붙었다

아마 미카사 씨도 이것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굽히고

두 손으로 나의 얼굴을 만지려고 하자

나는 필사적으로 대답할 말을 찾았다


"...무섭지 않아요"


그렇게 강한 척 해보아도,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감정이 바로 드러나버리는 탓에 

지금 내 상태를 그녀에게 알려주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미카사 씨는 양손으로 내 볼을 만지며,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분명, 내 기분을 금방 파악해버린 것이겠지


"적어도 저는 무섭지는 않아요

무섭지 않으니까 곧 괜찮아질 겁니다"


나는 이런 맥빠진 변명으로, 내 자신을 달랠 뿐이였다





KAN-SEN


그것은 인류가 손에 쥔 희망

미지의 적에 항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불리는 존재


그것은 미지의 힘으로부터 만들어 진 것


세이렌과의 전투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수수께끼의 물질을 연구해서

나올 수 있었던 기적의 물건


그것은 세이렌과의 같은 미지의 존재



...혹은, 똑같은 존재



인류를 멸망시키느냐, 지키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그런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는 없었기에

그래서 KAN-SEN과 관련된 일은 군사기밀로 분류되었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이겼다는 소식만 알려줄 뿐

그 존재의 정확한 사실에는 알리려고 하지 않았다


극히 일부의 사람 외에는 말이다



불행인지 아닌지, 나는 그 일부에 들어가 버렸다

꿈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세이렌이에 항거하기 위한, 조직의 일부가 되다니...


사실이 아니기를 바랬다

세이렌들과 맞설 수 있는 그녀들이

사실 세이렌 그 자체라니...


꿈은 꿈인 채로, 남아있다는 것이 좋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꿈이 이루어지면, 자신이 꾸었던 꿈이 악몽이라는 걸 깨달아버리니까...

이제부터 나는 미지의 물건들과 둘러싸여 살게 된다...


가족을, 친구를, 소중한 사람들을 

죽인 것과 같다고 하는 물건들에게 말이다...

나를 죽이지 않은 물건들...



그런 존재가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사실 내 윗사람들도 무서워 했었으니까



미카사 씨가 내 옆에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점이기도 했다


나는 세이렌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몇 년동안 작은 방에 감금되어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KAN-SEN들은 곧 지휘부의 신뢰를 얻었...

아니, 신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이렌과 싸우려면 그들이 있어야 하니까


그러는 와중에

나는 미카사 씨와 만남을 갖게 되었고

이를 눈여겨본 지휘부에 의해


함선들에게 신뢰받는 나라면

불신하기 짝이 없는 나의 움직임에 제한을 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지휘관을 임명받게 된 것이였다


참으로 뭐같은 이야기다


아마 평화로운 시기가 다가오면 

나를 그녀들과 함께 정리해버리겠다는 이야기겠지

곧 다가올 평화로운 세계에 안좋은 기억을 막기 위해 말이다


나는 그들과 함께 불안한 존재나 마찬가지니까


"에잇"


그런 사랑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내 머리는 미카사 씨의 무릎에 얹혔다


나를 엎드리도록 한 탓에, 내 시야는 살색을 넘어, 까맣게 물들었다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게 되면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큰 단점이였다

지금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기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후훗, 이거 간지러우면서도 창피한데"


당연히 내 숨결이 당신의 허벅지에 닿고 있으니까 말이지

부끄럽다고 말하는 것치고는 어딘가 기쁜듯이 들리는 걸

일단, 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반회전시켜, 위를 향했다


"안 무서워요"


공연히 이 말을 반복했다

그녀의 낯익은 상냥한 미소에 이끌려서 일까

아니면, 그녀의 슬픈 눈망울에 이끌려서 일까


그냥 이렇게 말하는 게 정답인 줄 알았다

말해달라고, 그렇게 요구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말했다

입에 담았다


"......그렇군"


나는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것으로 다행이라고 느꼈다

좋아한다면 그걸로...

이것으로 진정해준다면...


"넌 참 착한 애야"


그녀는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이번엔 그것을 뿌리치지 않았다

가능한 대로, 그녀에게 몸을 맡길 뿐이였다


"너는 앞으로 여러 함선들을 만나게 될 거야

그 모든 것에 이러한 다정함을 보여주지 않아도 돼

일이라고 단정한 채, 떠내려가지 말고 일을 진행하면 돼

함선들이 세이렌과 싸우고, 평화로운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거야

그러니 함선들 모두에게 불필요하게 다정하게 대하지 않아도 돼

나도 나의 계획이 끝나면, 너의 곁에 있어줄 수 있을테니까 말야

그때까지는 싫은 일이 있어도 참는 거야

내가 부임한다면, 전부 얘기해 줘

싫은 일도, 기쁜 일도,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내가 다 들어주고 받아줄게

언젠가 곁으로 달려갈테니까, 다른 함선과는 거리를 확실하게 유지 하는거야

지휘관으로서 부하들과의 거리를 생각하고 대하는 거야

내가 계속 옆에 있어줄게

무리하지 말고, 힘든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해

우리가 떨어져 있어도, 나는 네 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줘

다른 함선들이 두렵다면, 나를 생각해주면 돼

두렵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함선들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되는 거야

나만은 계속 네 편으로 있을 테니까 말야"




뭘까 이 느낌은

나는 그들이 정말 무서운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알고 싶지 않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을 덮어주는 그녀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미카사 씨는 미카사 씨다

그녀의 미소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였다


처음 만난 함선이 미카사 씨라서 다행이야

나를 처음으로 사람으로서 대해준 함선이니까

함선은 두렵지 않다고 생각하게 해주었으니까


"멀미가 가라앉는 것 같은데 어때?"


"...아, 조금은 진정되었습니다"


"흐음, 조금이라면 이것도 해보자"



나를 불쌍하게 느끼는 그녀

함선으로 태어난 그녀

인류에게 필요한 그녀


"왠 별사탕이죠?"


"음... 단맛을 휴대하는 것은 숙녀로서 당연한거라고 해서

항상 휴대하고 있었어"


"윽, 숙녀라니 그건 좀..."


"방금 무슨 말 했어?"


"아뇨, 아무것도"



세이렌이라는 존재에 관련된 그녀

세이렌이라는 존재에 관련된 나


"사탕을 핥으면 뱃멀미에 좋다고 들었으니까"


"별사탕도 사탕인가요?"


"사탕이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잖아, 아니야?"


"...음 글쎄요"



처음 만난 사람이 그녀라서 다행이다

나는 그녀를 함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자, 아~"


"...아........아....."




그런식으로 마음을 단념하고

불안감도 불신감도 모두 상자에 억지로 담아

마음 한 구석으로 걷어찬 채, 눈에 띄지 않게 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미지의 존재에는 친해질 수 없지만

지금은 안 되더라도, 언젠가...



"기분이 어때?"




나는 나 자신의 감정 따윈 필요 없다

이미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으니까

사람과 만날 수 없는 생활도, 함선들과 지내는 것도...

몇 년 동안 그래왔으니까

이번에도 그저 환경만 변하는 것 뿐이겠지



좁은 방에서 넓은 함대로

한 함선에서 여러 함선으로

CCTV의 눈이 함선의 눈으로


그렇게 변할 뿐



"어때? 기분은?"


"............"



나는 함선을 얼마나 받아들일까?

얼마나 지나야, 이 불쾌감을 잊을 수 있을까?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야 할까?


적어도 지금은 우리 편이어야 한다


지금?


계속?


평화가 올 때까지, 계속 그들과 있어야 하는 구나





"기분 나빠요"


나는 그런 약한 소리를 하면서도

평소보다 잘 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쓰면서

비즈니스용 웃음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