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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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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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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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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두어 달 정도가 흘렀다.


"얀순님, 말씀하셨던 서류 가져왔습니다."


"...아, 네....ㅇ, 응! 수고했어!"


"네. 그럼 이만."


얀붕에게 서류를 받으려던 얀순이 황급하게 말을 바꾼다.

자신의 말을 들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던 얀순은 황급히 얀붕의 서류를 받고 모니터에 얼굴을 숨겼다.

묘한 변화.

회사직원들은 의문을 가졌다.

두 달 전, 공교롭게도 얀붕과 얀순이 유행병에 걸려 일주일정도 출근하지 못한다는 공지 이후.

다시 회사에 돌아온 얀붕과 얀순의 관계는 직원들이 보기에 너무나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둘이 돌아온 그 첫째 날.

반복되는 사내폭력에 항상 위축되고 힘들어 보이던 얀붕이 당당하게 가슴을 핀채, 얀순의 앞에서 입을 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라며.

그 단 한번도 보지 못한 광경에, 출근한 직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얀순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 그 귀추를 주목했고.

얀순이 우물쭈물하다가, '그래, 얀붕씨도 좋은 아침.' 이라는 말을 듣고 난 후에는 떡 벌어지는 입도 감추지 못할 정도로 경악했다.

그 인사를 받아준다고?

그것도 얀붕의 인사를?

그 믿을수 없는 광경 이후로 곧장 사내에는 은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다.

얀붕씨가 얀순 부장의 약점을 잡은 것이다.

둘이 술먹고 무슨 실수라도 한 것 아니냐.

등등, 소문의 당사자가 듣는다면 꽤나 불편할 소문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그런 소문의 주인공들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소문들은 금방 사그라 들기 시작했다.

오히려, 부장이 최근들어 아무런 사고도 치지 않으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괜히 그녀의 심기가 다시 나빠지지 않게 하려고, 소문들을 스스로 단속시키는 등, 그녀의 변화를 매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찾아온 평화.

아침, 점심, 저녁, 부장의 호통과 짜증을 늘상처럼 들어오던 직원들은, 절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평화를 만끽하며, 감사했다.


"얀붕씨! 나중에 일 끝나고, 커피 한잔 어때?"


"예?"


둘의 관계가 변하고 나서부터 회사 또한 꽤나 많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부장의 불똥이라도 튈까봐, 좀처럼 얀붕에게 다가오지 못하던 직원들이 어느새 편하게 그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던 놈들이 이제서야 친한척 하는 그 추함에, 역겨움을 느꼈던 얀붕이었지만.

그것도 차츰차츰 시간이 지나며, 애써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좆같은 사회니까.

좆같아도 위에 개길수 없는 이런 비뚤어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으니까.

소문은 사그라 들었고, 얀붕도, 얀순도 그 날 있었던 그 어떤 일도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얀붕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은연중에 짐작하고 있는 것.

얀순의 변화, 그 중심에 얀붕이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직원들은 은근 슬쩍, 새로운 주인에게 눈도장을 찍을 겸, 이렇게 설설 기며 다가오는 것이다.

그 추함과 이기심마저도 토할정도로 좆같았지만, 얀붕은 억지로라도 그 감정을 흘려보내며 용서했다.

유용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친밀감은 있어야 하니까.


"아니, 커피 한잔 먹자는데 왜 그런 표정이야?"


"...금태양씨라면, 여자 끼고 술이나 먹자고 할 줄 알았죠."


"어허,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다니, 이거 실망인데."


"그럼 죄송한 김에, 커피는 제가 사죠."


"오? 정말? 거기 좀 비싼데."


"비싸봤자 커피 아니겠습니까."


"새끼, 나중에 덜덜 떨면서 울지나 마라."


당장 얀붕의 앞에서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금태양씨를 보면서도, 얀붕은 빙긋 웃음을 지었다.

한 달 전만해도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던 사람이었다.

지금 누구때문에 저렇게 웃을 수 있는건데.

다시 치밀어오르는 역겨운 감정을 추스르며, 시꺼먼 속내를 감춘다.

슬쩍, 고개를 돌려 자리에 앉아있는 얀순을 바라본다.

시선을 느꼈는지, 얀순은 멀리서 바라보고 있음에도 슬쩍 슬쩍 몸을 꼬며,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저것도 아직 사람되려면 멀었지.

근 두 달 동안, 얀붕은 얀순을 꾸준히 '교육'했다.

그때 그 모텔 방을 아예 달방으로 빌리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이 받아왔던 고통을 선사했다.

최근 들어서는 고통과 쾌락을 분간조차 못하는건지 때리기만 해도 조수를 뿜어대는게 약간의 문제지만.

지금 이 평화가 유지되는 것을 볼때, 얀붕의 교육이 효과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완전히 얀붕의 것이 되버린 얀순.

그 정복감과 더불어, 회사에서의 보이지 않는 실세가 된 그 짜릿함에 살짝 도취되는 기분이 든다.


"앗, 안녕하세요!"


살짝, 그의 상념을 깨는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얀붕이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그제서야 아무것도 모르는듯한 순수한 눈빛을 똘망똘망 빛내는 여자가 보인다.

신입이었나.

최근 한명 뽑았다더니.

그렇게 생각한 얀붕은 사람좋은 미소를 띠며,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나얀진 입니다!"


"아하, 맞아. 얀진씨."


아직 다 외우지 못했던 이름을 이제야 떠올린 얀붕은, 이내 그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도 저런 때가 있었기에.

저런 자신감 찬 표정을 지은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피로와 야근에 찌들어 초췌하게 변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단 세 달만에 얀순한테 이유도 모르고 찍혀서 그야말로 생지옥같았던 이 년을 보냈다.

그래서일지는 몰라도, 얀붕은 얀순의 그 열정이 참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녀 만큼은 자신처럼 되지 않았으면 하기에,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주고 받으며 살갑게 그녀를 대한다.

좌우로 움직이는 건 잊어버린채, 위 아래로 고개만 흔들며 눈을 반짝이는 것이 나름 귀엽기도 한 것이 한 몫했다고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힘든 일 생기면 언제든지 찾아와요. 상담해줄테니까."


"넷! 감사합니다!"


그렇게 얀붕은, 신입사원 얀진에게 업무의 기본적인 것을 알려주며, 혹시라도 생길 애로사항에 대한 고충상담도 자처하였다.

다만, 한가지.

얀진의 밝은 미소를 마주하느라, 저 너머에서 얀순이 이를 뿌득거리며 얀진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은 보지 못한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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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 어둑한 밤이 되었다.

근래에는 회사가 한가해진 터라, 야근을 하는 날은 많이 줄어들었다.

다만, 그럼에도 둘은 아직도 회사에 남아있었다.


타닥, 타다닥.


얀붕은, 오후에 밀린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타자를 두드렸다.

머지 않으면 끝날 일.

늘상 익숙한 야근이지만, 언제나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 일분 일초가 아까운듯이 바쁘게 손을 놀린다.


쭈웁, 찌득, 찍.


얀붕의 타자소리를 깨는 진득한 소리가 퍼진다.

그의 책상 아래.

사탕을 굴리면서도, 추잡하게 빨아올리는 그 색정적인 소리를 토해내며, 얀순이 달뜬 숨을 내뱉는다.

자신이 물은 막대를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히 여기며, 누가 뺏어갈새라 이곳 저곳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푸하읍...하읏 하..."


"누가 멈추래?"


"흐읏, 죄송합니다...얀붕님!"


한참을 빨던 얀순이 숨이 막혀 멈추자, 곧장 냉엄한 목소리가 위에서 울려온다.

눈이 마주치지도 않았지만, 얀순은 마치 신의 목소리를 들은것처럼 파들파들 떨며, 다시 성기를 입에 머금었다.

추잡한 소리는 다시 들리고, 머지 않아 사정감을 느낀 얀붕이 전조도 없이 그대로 뿜어냈다.


"부흡?! 하읍....우응..."


꿀꺽, 꿀꺽.


유린하듯, 온 입을 휘젓는 정액들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삼킨다.

황홀한 표정으로, 얀붕이 선사한 아기씨들을, 울대를 꿀렁이며 전부 마신 얀순이 천천히 얀붕의 성기를 입에서 뽑아냈다.


"푸하앗...감사합니다아..."


"응."


얀순의 감사에 무미건조히 답하면서도 얀붕은 모니터에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런 얀붕의 모습이 궁금해서일까.

얀순은 얀붕의 책상 아래에서 얼굴만 빼꼼 내민채, 집중하고 있는 그를 몰래 훔쳐보았다.

얼핏 진중해 보이면서도, 한층 더 생기가 도는 눈.

주제도 모르고 얀붕에게 죄를 저질렀던, 그 때의 눈도 퇴폐적인 미가 있어 나름 섹시하다고 여겼지만, 지금의 눈도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두근.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얀순은, 콩닥거리는 가슴을 혹여 들킬새라 두 손으로 감싸며 얀붕을 쳐다보았다.

그동안 얀붕의 가르침을 받으며, 완전히 지배당한 얀순은 그야말로 미칠듯이 그를 사랑했다.

사랑은 커녕, 그녀에게 정 한 톨도 주지 않는 얀붕이었지만, 이미 한차례 망가져있었던 얀순은 전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가르침을 주는 날에는, 저 눈이 온전히 자신을 바라보니까.

커다란 손으로 뺨을, 엉덩이를, 등을 내리쳐도 그것이 따뜻하니까.

감사함을 배운다.

칭찬을 배운다.

복종을 배운다.

아픔을 배운다.

고통을 배운다.

그리고...사랑을 배운다.

철저히 고통만을 추구해온 얀붕의 의도와는 다르게, 얀순은 그를 통해 수없이 많은 감정을 배웠다.

그리고, 그 가르침 속에서 배운 얀붕에 대한 사랑을 열렬히 불태우며, 그가 내릴 다음 교육을 기다린다.


"후우, 끝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얀붕이 기지개를 피며, 야근의 종료를 알렸다.

끝났다.

그 말을 내심 얼마나 기다렸는지, 얀순이 책상에서 쭈볏대며 기어나온다.


"야, 얀붕님...수고하셨습니다!"


"엉, 그래.'


그녀의 말을 건성으로 받으며 바지의 지퍼를 올린, 얀붕은 옆에서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하는 얀순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평소보다 가열찬 얼굴.

그 안에 약간의 불안을 가미한채, 쉽게 말을 떼지 못한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왜 그래?"


"앗, 그, 그게...그럼 오늘도..."


몸을 배배 꼬며, 은근히 기대하는 듯한 말투.

아 그거 때문인가.

언제나 일이 끝나면 가던 그 방.

그동안 아무 말 없이 데려갔었는데, 오늘은 얀순이 먼저 그 말을 꺼내는것이 처음이라, 얀붕은 조금 그녀를 쳐다본다.

다만, 오늘따라 그다지 내키지 않던 얀붕은 심드렁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어제도 진득하니 했으니까.


"오늘 뭐 잘못한것도 없잖아? 말도 잘 듣는 것 같고."


예상치 못한 대답에, 얀순의 표정이 일순 깨진 거울처럼 금이 간다.

벌을 주지 않는다.

어째서?

얀붕의 말에, 얀순이 고장난 기계처럼 어버버 거리다, 애써 외친다.


"에...엣?! 저, 하지만..."


"매일 매일, 하는 것도 힘들어. 오늘은 그냥 쉬자."


무덤하게 외투를 입는, 그를 보며 얀순의 표정이 다급하게 변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갑자기 찾아오는 상실감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설마, 벌써 질려버린걸까?

아니면, 마음이 변해서?

싫어...

싫어, 싫어.

적어도 오늘만큼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상황에 얀순의 눈이 공허히 변한다.

마음이 급해져, 무릎을 꿇으며 저도 모르게 얀붕의 바지춤을 잡는다.


"뭐야?"


"ㅈ, 저! 오늘도 나쁜짓 했어요! 그러니까 벌을 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얀순이 품에 넣어둔 볼펜을 꺼낸다.

그것은 얀붕의 볼펜,

여러 개 중에 하나였던 지라 없어진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디서 났는지 그것을 들이밀며 속사포처럼 말을 꺼낸다.


"저 이걸로 자위했어요! 네, 맞아요! 이, 이 볼펜으로...그 얀붕님을 생각하며 추잡하게 쑤셔댔어요! 저 나쁜년이죠? 이렇게 나쁜년이니까...그러니까 오늘도 제발..."


거의 구걸하다싶이, 달라붙는 모습에 얀붕의 얼굴에 조소가 그려진다.

얼씨구.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더니, 발정난 개처럼 달려드는 모습이 제법 우습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니가 추잡하게 자위한거랑, 내가 너한테 벌을 주는거랑 무슨 상관인데?"


"에엣!? 하지만, 저...그...공공장소에서 추, 추잡하게..."


"그.러.니.까. 난 네가 나한테 저지른 잘못만 벌을 주려는 거야. 니가 자위를 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그리고 그거 내 볼펜 아닌데?"


거짓말이다.

볼펜은 그의 것이 맞았다.

하지만, 얀순의 기대를 산산조각내고, 울며불며 매달리는 것이 제법 보기 좋아, 심술을 부렸다.


"우흐읏...흑 흑, 얀붕님 제발..."


"놔."


그렇게 말하며 얀붕이 얀순의 손을 떼려하자.


"안돼요! 얀붕님, 안돼요오옷!"


더욱더 달라붙으며 마치, 부모에게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자식처럼 달라붙는다.


"아이 씨발, 이거 왜이래?"


"맞아요! 저, 저, 지금 허락도 없이 얀붕님의 몸에 손을 대고 있는거 맞죠? 저 나쁜년이죠?! 네! 그렇다고 해줘요! 빨리 씨발년이라고, 개썅년이라고 욕을 해줘요!"


정도를 넘은 광기에, 얀붕의 눈에 살짝 당황이 어린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평소랑은 많이 다른 모습에, 얀붕은 오늘 있었던 일을 되짚기 시작했다.


"역시...그 년때문이죠?"


그 년?

누군가를 언급한다.


"그 얀진 씨발년 때문에 이러시는거죠? 개 좆같은 년...얀붕님께 꼬리치는 창년! 내, 얀붕님을...감히...감히잇!!! 죽일거야, 죽일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아아아앗!"


고함하며, 증오를 표한다.

그것은 한 달전 얀붕이 얀순에게 보여줬던 그 증오와 같았다.

순수한 증오와 분노.

그 광기에, 얀붕은 저도 모르게 발을 빼, 그녀를 밀어냈다.


"야, 얀붕님?"


설마, 자신을 밀어낼줄은 몰랐다는 것처럼, 당혹서린 눈으로 보던 얀순이 눈물을 쏟아내며, 갑자기 옷을 벗었다.

그리고, 나신이 된 그녀는 이내 그에게 머리를 찧어가며 절을했다.


쿵! 쿵! 쿵!


"으흐흐흑...얀붕님, 제발 버리지 말아주세요...흡...끅...저는 얀붕님이 전부에요! 흐흑...얀붕님이 없는 삶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에요! 제발, 제발! 얀붕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나쁜년이에요! 전 벌을 받아야 되는 거에요! 그래야 맞아요! 이렇게, 염치도 없고 나쁜...이런 년이지만...제발 버리지만 말아주세요...차라리 개가 될게요! 그래요! 머, 멍멍! 짖으라면 짖고 싸라면 쌀게요!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처음으로 침묵한다.

얀붕은 얀순을 보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딱히 동정심에 그런건 아니었다.

이제 충분해서?

아니, 이 년동안 시체처럼 살아온 나날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아니면, 그 한달동안 몸을 겹치면서 미운 정이라도 들은걸까?

아니, 아니다.

정조차도 주기 싫을 만큼 역겨운 여자다.

...근데 왜.


"....하."


왜.

왜.

왜.

왜, 떠오르는 걸까.

그 어린아이처럼.

그 무시무시한 상실감에 절어있는 그 모습이.

자신의 과거에.

부모의 정도 제대로 다 받지 못하고 사회의 밑바닥에 나동그라진 그 내가.

그 밑에서 울부짖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일어나."


"우흐흡...우흑흑...으흣..."


"씨발! 일어나!"


자신의 과거를 다그치듯 고함치며, 얀순을 억지로 일으킨다.

바닥에 머리를 내리찍어, 이마에는 피가 흐른다.

그 아래에는 눈물로 화장이 지워져, 검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 모습이, 자꾸만 겹쳐보인다.

답답함과, 이유모를 분노에 타오르는 그 표정을 보면서도, 얀순은 우는듯, 웃는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아, 얀붕님. 역시, 역시 버리지 않으시는거죠? 얀붕님..."


다시는 놓치 않을 기세로 꽉 껴안으며 얀순은 얀붕의 얼굴과 이름을 되새긴다.

완전히 망가졌다.

이렇게 될 것이란걸 알고 있었을까.

어차피 버릴 년이었다.

인생에 있어 고통만 남겨준 여자에게 무슨 자비를 바란단 말인가.

하지만.

잊고있던 무언가가.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그들 처럼 되지는 말라고 말한다.

버린다면.

그것이 고의가 됬든, 고의가 아니었든 간에.

그들과 똑같아 지는 것이다.

지독하게 그 차가운 바닥에 내버리는 것이다.

그 고통을 알기에.

이제서야 그녀가 자신과 같아진 그 순간에.

얀붕은 그녀와 공감할 수 있었다.


"....................옷 입어."


"...네. 얀붕님."


긴 침묵을 깨고, 얀붕이 입을 열었다.

분노는 없었다.

처음으로 평온한듯, 애잔한듯 입을 여는 얀붕을 보며, 얀순은 다소곳히 따랐다.


"따라와."


"네..."


사무실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몇 달 뒤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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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인이 살짝 흘러내리는 머리를 정리한다.


"흐음...흠 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머리에서 손을 뗀 그녀는 다시 서툴은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만들고 있는 것은, 아주 작은 모자.

봉긋히 부풀어 오르고 있는 자신의 배에 자리잡은 하나의 생명을 위해, 한땀 한땀 엉성하지만 정성스레 뜨고 있다.


"어머, 벌써 시간이..."


남편이 곧 돌아올 시간이다.

정신없이 뜨개질을 하다가,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었던 여인이, 그제서야 황급하게 저녁 준비를 하러 간다.


달그락, 달그락.


구수한 냄새가 퍼지며, 꽤나 맛있는 냄새가 퍼진다.

요리의 요 자도 모르던 여인이었지만, 많은 노력 끝에 이제는 남편도 맛있다며 인정하게 되었다.

행복.

마지막에 깨달은 그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그녀는 완전히 변했다.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며, 같이 울어주고 웃어줄수 있다.

아픔을 쓰다듬으며, 감싸안을 수 있다.

자신에게 없을줄 알았던 그 모든 행복이, 다가오자 여인은 불안할정도로 겁이 났었다.

갑자기 다시 사라질까봐.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너무나도 행복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불안할때마다, 지탱해주는 남편 덕에 여인은 불안을 떨쳐낼 수 있었다.

자신의 모든것.

여인은, 남편덕에 새로운 삶을 찾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다녀왔어."


"아!"


목빠지게 기다려온 그 목소리가 들리자, 여인이 총총거리며, 현관으로 달려온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일까.

한달음에 달려오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남편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냄새 좋네."


"헤헤, 당신이 좋아하는 냄새죠?"


"음, 좋아. 된장찌개."


가방을 내려놓고, 여인을 한번 꼭 안아준 남편은 아내가 열심히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제법 일취월장하기는 했지만, 오늘도 당연하다시피 간조절에 실패해서 짠 국을, 남편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히히...아 참!"


남편이 밥먹는 것을 보며, 실없이 웃던 여인은 갑자기 생각난듯, 거실에 놓아둔 모자를 보여주며, 남편에게 자랑했다.


"제법 괜찮죠?"


"잘 만들었네. 따뜻하겠어."


서툴긴 하지만 아내의 정성이 들어간 모자를 만지며, 남편은 이내 아내의 배로 손을 가져갔다.

그 안에 두근거리는 생명.

아빠가 되어버린 것이 그는 새삼 신기했다.

설마, 한방에 적중할 줄이야.

그녀의 배에 잉태한 생명이, 설마 모텔에서의 그 첫 날에 그렇게 덜컥 들어갔음을 떠올리며 남편 또한 실없이 웃음을 지었다.


"으음...저기 여보."


혹시라도 부서질까, 살짝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남편을 보며, 아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음?"


"저기...의사님한테 물어봤는데..."


우물쭈물하면서도, 얼굴은 상기되어있는 것이 여인은 꽤나 부끄러운 듯, 주저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해도 된다고..."


"음...? 아 그래?"


그 말의 의미를 곧장 깨달은 남편은, 곧장 아내를 번쩍 들어, 침실로 데려갔다.

갑자기 자신을 들어올리자 "꺄앗" 같은 비명을 지른 여인이었지만, 헤실헤실 웃으며 즐기고 있다.

이내 자신을 침대에 눕히고, 남편이 옷을 벗자, 그녀가 색정적으로 웃는다.


"오랜만이지만, 애도 있으니까. 살살할게."


배려하는 남편의 말에, 여인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옷을 벗었고, 이내 나신이 된 여인은 침대에 누워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어느새 젖어있는 음부.

오랜만이었던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성욕은 빠르게 타오른다.


"부디..."


밤자리에서 여인이 남편을 부르는 말은 조금 달랐다.

남편은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하지만, 너무 깊게 각인되어, 잘 고쳐지지 않는다.


"얀붕님, 와주세요."


이내, 침대는 여인의 기쁜 신음과, 허덕임에 감싸여, 달뜨게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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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게 쓰고 싶어서 그냥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조금 급하게 마무리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렇다할 소재가 안 떠오름.

이래서 책을 읽어야하나 라는 생각도 좀 들더라.

얀데레인지 아닌지 나도 조금 애매하긴 했는데, 망가졌었고, 얀붕이 없으면 죽을것 같이 난리치니 얀데레 맞긴 하겠지?

1만자 가까이 쓰면서, 중간 중간 글도 갈아 엎은지라 좀 늦어짐.

아무튼 댓남겨 주신 분들 감사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