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진이와 얀순이는 학교 일진이였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 1짱인 얀진이와 얀진이의 따까리 노릇을 하며 2인자로 대우 받는 얀순이였지


얀순이는 얀진이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는 학교생활이 피곤했지만

집에 가면 사랑스러운 동생 얀붕이가 기다리고 있기에 버틸 수 있었지

얀순이와 얀붕이 남매는 일로 집을 자주 비우는 부모님 대신 서로를 의지하며 보기 드물게 사이 좋은 남매였어

얀순이는 학교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었어도 얀붕이의 미소와 포옹 한번이면 모든 피로가 다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지




그날은 모처럼 주말이라 남매가 같이 영화나 한편 보려고 영화관에 간 날이였어

재밌게 영화를 보고 나와서 얀순이는 잠시 화장실에 갔고, 얀붕이는 그 앞에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었지

화장실에서 나온 얀순이가 본 것은 얀붕이에게 말을 걸고 있는 얀진이였어


"아, 누나!"

"어머, 얀순이 아냐. 흐음, 얘가 니 동생이였어?"

"야,얀진아.. 무슨 일이야?"

"아니, 그냥 지나가다가. 근데 니 동생 귀엽다"

"아하하.. 그,그렇지?"

"야, 나 이제부터 쇼핑갈건데 니 동생좀 빌려주라"

"어..? 왜..?"

"마침 짐꾼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거든. 왜? 싫어?"

"아,아냐! 근데 나는 괜찮은데 얀붕이가 어떨지 몰라서..."


그렇게 말하면서도 얀순이는 마음 속으로 '싫다고 해... 안된다고 해...' 라고 생각했지만 얀붕이는 

"아... 누나 친구 이신거죠? 누나가 괜찮다고 하면 저도 괜찮아요"

라고 말하고 말았지


"아.. 그,그럼 나도 같이 갈까? 짐 들어줄 사람 두명이면 더 좋잖아"

"야니야, 한명이면 됐어"

"그래도..."

"야. 한명이면 충분하다고"

"...알았어. 그럼 나 먼저 집 가 있을게"


얀순이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집에 왔어

집에 온 얀순이는 불안하고 초조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어

마음같아선 아까 얀진이에게서 얀붕이를 빼앗아 오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얀진이의 말 한마디에 자기도 지금까지 괴롭혀왔던 찐따들과 같은 처지가 될 거라는걸 알기에

감히 얀진이의 말에 거스를 수가 없었지


그러나 얀순이의 머리속에선 계속해서 

얀진이와 얀붕이 둘이 뭘 하고 있을까? 아까 얀진이가 얀붕이에게 귀엽다고 한 말은 그냥 별 뜻 없이 한 말이겠지?

지금 둘이서 정말 쇼핑중인걸까? 다른 짓을 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쇼핑만 하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거야?

얀붕이가 나보다 얀진이를 좋아하게 되는건 아니겠지? 나한테 돌아오겠지?

같은 생각들이 맴돌았지




영겁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지나고 저녁시간쯤 되서야 얀붕이가 집에 돌아왔어

의자에 앉아서 불안감에 다리를 떨면서 두손을 꽉 쥔 채로 집 문만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던 얀순이는

튀어나가듯이 얀붕이에게 달려가 꽉 끌어안았지

"왔구나! 얀붕아!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배고프겠다. 누나가 밥 차려줄게. 잠깐만 기다려!"

"어, 누나 아직 밥 안먹었어? 미안... 나는 얀진이 누나가 밥 사줘서 먹고 왔어. 이럴 줄 알았으면 먹고 온다고 연락이라도.."

그 말을 들은 순간 얀순이는 자기도 모르게 얀붕이를 벽에 밀어부치곤 따지듯이 물었지

"야, 그년이 밥 사줘서 좋았어? 내가 해준 밥보다 그년이 사준 밥이 더 맛있었어? 나보다 그년이 더 좋아?"

"누,누나... 왜 그래..? 무서워... 나는 당연히 누나가 더 좋아"

그 말을 듣고나서야 얀순이는 진정이 되서 정신이 들었어

"미,미안해... 누나는 단지 걱정이 되서..."
그러자 얀붕이는 말없이 얀순이를 꼭 안아주었어


그날은 그렇게 마무리 되는 듯 했어

얀순이가 얀진이의

[니 동생 다음에 또 빌릴께ㅋ]

라는 문자를 받고 잠 못 이룬거를 빼곤 말이야




그날 이후로도 얀진이는 몇번 더 얀붕이를 불러내곤 했어

얀순이는 그때마다 얀붕이에게 무슨 일 없었냐고 물어봤지만

얀붕이는 그냥 같이 다니면서 짐 들어주고 심부름만 좀 했다고 대답했고

그러면 얀순이는 마치 얀붕이는 자기꺼라고 주장하듯 얀붕이를 꼬옥 껴안곤 했지


그런데 그날은 조금 달랐어 

평소와 같이 얀붕이에게 얀진이와 뭘 했는지 물어본 후, 얀붕이를 꼬옥 껴안은 순간,

얀붕이에게서 그 망할 얀진이년의 향수 냄새가 난거야

그리고 얀붕이의 목덜미엔 립스틱 색깔의 얼룩이 묻어있었지

"...너 오늘 얀진이 그년이랑 뭐 했어?"

"아까 말 했잖아. 그냥 얀진이 누나 따라다니면서 짐들어주고 그랬다고"

"거짓말 마. 그럼 왜 니 몸에서 그년 냄새가 나는건데! 그리고 목에 이 자국은 뭐야!"


그러자 얀붕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하다가

"아, 아까 얀진이 누나가 옷 살 때 옷 입어본다고 해서 코트 들어줬을 때 냄새가 내 옷에 밴거 같아.

이 자국은 립스틱 살 때 발색 본다면서 장난으로 발랐던거야"

"너... 거짓말 아니지..?"

"진짜야... 누나, 무슨 힘든 일 있어..? 요새 누나 좀 너무 날카로운거 같아"

"하아... 그럼... 내가 너 믿을 수 있게... 뽀뽀해줘..."

"뭐? 누나, 우리 나이가 몇인데 부끄럽게..."

"역시 아까 한 말 거짓말이였어?"

"아니야! ...알았어, 그럼 볼 대"

그렇게 말하곤 얀붕이가 눈을 감고 얀순이의 볼에 입을 맞추려는 순간,

얀순이는 고개를 돌려 얀붕이의 입에 입을 맞췄지

"누나?! 뭐하는.."

얀붕이가 놀라서 얀순이에게 뭐라고 하려고 하자, 얀순이는 혀를 집어넣었고 

잠시 버둥거리던 얀붕이도 얀순이가 얀붕이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자, 포기한 듯 얀순이를 받아줬어

그 후로 둘은 몇분간 숨쉬는 것도 잊고 서로 입을 맞췄지


"푸하아... 이런 거... 얀진이는 안해주지? 누나가 얀진이 그년보다 더 좋지?"

"몰라... 누나는 바보야"

라는 말을 남기고 얀붕이는 빨개진 얼굴로 자기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어


그러나 얀순이의 불안한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어

'나는 얀붕이 누나니까 꾹 참고 있었는데... 그 여우같은 년이 감히 내 얀붕이를 넘봐?

내 사랑스러운 얀붕이를 그런 개 같은 년한테 넘겨줄 순 없어...

그년 학교에서도 애들 괴롭히고 다니는 나쁜 년인데, 우리 착한 얀붕이 그런 년 만나면 고생할게 뻔한데...

근데 얀붕이가 그년이 좋다고 하면 어떡하지..? 나보다도 그 썅년이 좋다고 하진 않겠지? 만약 그러면... 그러면...

.

.

.

아니, 얀붕이는 내꺼야"


자기 방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얀순이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얀붕이의 방으로 갔어

얀붕이는 천사같은 얼굴로 잠들어있었지

잠자고 있는 얀붕이를 한참동안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얀순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