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자타임이 자주 오는 거 같습니다. ㅠㅠ

내글구려병인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다른 분들 소설 읽어보면 한 없이 쭈굴이가 됩니다.

그래도 열심히 썻읍니다. 항상 부족한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정 붕괴나 이상한 점 있으면 알려주시면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넣으니 뭔가 볼게 생기는 거 같아서 봤는데 넣을 게 없어서 불꽃놀이라도 넣었습니다.


전편 : https://arca.live/b/yandere/9726108


용사(파논) 성녀(엘리사) 궁수(아르카) 암살자(아이샤) 마법사(이얀붕)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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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벌써 코앞으로 다가왔다.

축제 준비를 하느라 다들 바쁜 모양이다.

파논과 그녀들도 황궁 파티 준비에 정신이 없고, 아이샤는 아이샤대로 잘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오늘은 나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화약을 얻기 위해서 황궁으로 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불꽃놀이라니, 참으로 신기하군."




이 사람은 황제의 보좌관쯤 되는 직책에 앉아있는 사람이다.

황제가 정치를 대표한다면, 이 자는 경제 같은 내정 문제에 대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황제는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자신을 찾으라고 했지만, 좀 무섭기도 하고 이런 일은 크게 떠벌리고 싶지 않았다.




"제가 이 세계에 온 뒤로 황제 폐하께 크나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축제 때 불꽃놀이를 보여드려 황제 폐하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 싶습니다."


"불꽃놀이를 다른 나라의 중신들도 보게 된다면 그 아름다움에 심취해 불꽃놀이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싶을 겁니다."


"쓸만한 협상 카드도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좋네 좋아. 내 이 정도는 오늘바로 처리해주겠소. 준비되는대로 대장간으로 물품들을 다 보내두도록 하지!"




역시 황제의 최측근.

충성심을 자극하는 말을 하면 안 넘어올 수가 없다.

약아빠졌지만 힘도 빽도 없는 내가 이렇게라도 해야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 귀족들이 불꽃놀이를 보면 어떻게든 자기 나라로 가져가서 자랑하고 싶겠지.

밀명을 받고 귀족으로 위장해 같이 섞여 들어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뭐라도 좀 뱉어내면 다행일 텐데...

그래야 황제한테 좋은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




덤으로 총알 제작에 쓸 화약도 얻었다. 이제 만사 오케이다!




일단 빨리 대장간으로 가서 폭죽의 제작법을 알려 줘야 한다.

그 뒤엔 음...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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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제 나를 그만 보내줘!"




"형님, 어딜 가시려고요. 저와 함께 이 짐들을 같이 들어야죠."


"설마 저를 두고 가실려고요?"


"어림 없습니다. 힘든건 나누면 배로 줄어들어요."


"도망치실 수 없다고요."




"미친ㄴ...."




-후두두두둑-




나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순식간에 엄청난 옷들에 깔려버렸기 때문이다.




"얀붕씨... 그런 말은 좋지 않아요. 모쪼록 파논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주세요. 후훗."




웃으면서 그런 말 하지마




"아무튼 파논과 친한 얀붕이라서 옷들로 봐준 거야.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미 혀를 뽑아다가 회를 쳐놓았을 거야."




눼눼.

하... 정말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이게 다 파논 때문이다. 하여튼 그런 거다.



몇 시간 전

내가 막 대장간에서 나왔을 때였다. 

파논을 질질 끌고 앞을 지나가던 그들이 나를 발견했고, 파논이 제발 같이 가면 좋겠다고 부탁하길래 어쩔 수 없이 오게 되었다.

그렇게 애처롭게 부탁해서 왔는데... 이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




"파논 안 힘드냐? 나는 죽을 것 같다."




"저도 이제 슬슬 한계에요. 하지만 이렇게 많이 샀으니 곧 돌아갈 수 있겠죠?"




여자들의 쇼핑이란 정말 놀라울 수준이었다.

힘든 내색 하나도 없이 몇 시간 동안 옷만 고르고 있다.

진짜로... 저 체력이면 마왕도 체력으로 때려잡을 것 같았다.

엘리사와 아르카는 이럴 때 보면 죽이 척척 맞는다.

서로서로 취향은 어떻게 또 잘 알아서 하하 호호 신났다.




그렇게 불행한 쇼핑을 계속하던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옷 한 벌이 있었다.

연보라색의 드레스.

저번에 아이샤가 입었던 드레스와 비슷한 종류였다.

왜 갑자기 그녀 생각이 난 걸까.

동정심 때문일까, 그냥 오지랖일까.




한참을 멍하니 드레스만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아르카가 옷집으로 들어가더니 그 옷을 사와 나에게로 왔다.

아르카도 이 옷이 마음에 든 걸까?

하지만 자세히보니 아르카가 고른 드레스의 치수가 그녀와 맞지 않았다.




"가져."




"응? 갑자기? 해가 서쪽에서 떴나 오늘?"




"오늘 같이 놀아준 선물이야."




"너라면... 아마도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녀를."




이래서 여자들의 감이란. 무섭다니까.




"고마워. 나중에 이 빚은 꼭 갚을게."




아까 선택을 잘못했다느니 하는건 취소하도록 하겠다.




"뭐, 그러든가 말든가."




"참 그리고 그 감정이 그저 단순한 동정심이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동정심은 사람을 더 비참하게만 만들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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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축제 날이 밝았다.

나는 약속한 물건을 받으러 서둘러 숙소를 나왔다.

대장간으로 향하면서 아이샤에 대해 생각했다.

사실 아르카가 그 말을 이후로 계속 생각해봤다, 내 진짜 진심은 뭘까.

그렇게 도달한 결론은 그녀는 예전의 나와 비슷하다는 거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느낌.

물론 나는 그녀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하지만 그 쓸쓸한 느낌이 왠지 과거의 내가 느꼈던 기분과 비슷하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나는 그 감정에서 도망쳤었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이미 용사 3인방은 숙소에서 나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숙소에 누가 있는지 알아보기 쉽게 내가 게시판 같은걸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모두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하나씩 만든 다음 자성이 있는 돌로 고정시킬 수 있게끔 만들었다.

보아하니 아이샤는 아직 숙소에 있었다.




'아직 자는 걸까.'




나는 조심조심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에게 깜짝 선물을 줄 생각에 두근두근했다.

좋아해 줄려나.




"하으읔...하응...하아...으윽...얀붕아...흐앙..."



그녀의 방 문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그녀의 방에선 약간 아파하는 듯한 앓는 소리가 들렸다.

내 이름도 들은 것 같긴 한데.

아이샤의 아파 보이는 소리에 걱정되어 노크 없이 문을 열어버렸다.




"아이샤 어디 아픈..."




그리고 나는 그 장면을 보게 되었다.

아... 

이게 파논과 그녀들이 말하던 그 일인가 보구나.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아이샤는 작은 수리검 하나를 오른손에 들고 왼쪽 손목을 긋고 있었다.

나는 잠깐 정신이 멍해졌다.




"아...아....아..."




내가 방문을 연 것을 아이샤는 뒤늦게 알아챘다.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내 방으로 달려갔다.

분명 여기 어딘가 일 텐데... 찾았다.

그리고 또 필요한 게 이거랑 이거.

필요한 물품들을 다 챙기고 다시 아이샤의 방으로 갔을 땐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




"정신 차려봐! 아이샤 정신 차려!"




"헉...헉...헉..."




다행히 기절하지는 않았다.

가져온 물수건으로 손목의 피부터 닦았다.




"조금 쓰라릴 거야. 미안해. 아파도 조금만 참아."




물수건으로 손목의 피를 닦고, 자체제작한 연고를 발라주었다.

마지막으로는 붕대를 상처들이 보이지 않게 넓은 범위까지 둘러주었다.

왜 그녀는 이렇게까지 심하게 자해를 하고 있었던 거지...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초롱초롱하던 눈동자는 빛을 잃고 갈 곳을 잃은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꼬옥-




나는 말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자기를 상처입힐 정도로 그녀는 힘들었겠지.

그녀의 삶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진정되어져 갔다.

나는 슬슬 포옹을 풀려 했다.

그런데 아이샤가 나를 놔주지 않았다.




"저기... 아이샤 이제 괜찮아?"




대답은 없었다.




"그... 미안한데 나 조금 숨이 막혀서. 콜록."




그녀가 얼마나 세게 나를 안고 있었던지 숨이 조금씩 막혔었다.

그녀는 황급히 손을 풀어주었다.




사태도 진정되었고, 바닥에 있던 피도 아까 다 닦았다.

나는 복도에 던져두었던 선물 가방을 가져오기 위해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서 뒤를 돌자 아이샤가 황급히 내 한쪽 발목을 잡았다.




"아아. 저기 선물만 가져올게. 어디 가려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니 발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놔주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던 건지 발목이 살짝 아팠다.




나는 가방에서 드레스와 장갑을 꺼내서 아이샤에게 보여주었다.




"어때? 마음에 들려나? 저번에 입었던 옷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장갑도 저번에 봤을 때 조금 너덜너덜해져있길래... 조금 멋대로 만들어봤어."




아이샤는 장갑을 받고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자신의 손에 장갑을 꼈다.

그리고는 드레스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아. 나는 문 밖에 있을게. 다 갈아입으면 말해줘."




그렇게 말하고 문 밖에 나와 옆 벽에 기대었다.

다리가 스르르 풀렸다.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아프게 했다.

내가 잘한 건가.

나는 잘하고 있는 건가.

여러 생각을 한 번에 하니 긴장이 풀린 것 같이 정신이 나른해진다.

그렇게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다.





-흔들-




-흔들-




나는 무언가 내 팔을 조금씩 흔드는 것에 정신을 차렸다.

옆에서 아이샤가 불안한 눈빛으로 쪼그려 앉아 나를 흔들고 있었다.




나는 크게 숨을 한 번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와주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더는 돌이킬 수 없다.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다.




"드레스 잘 어울리네! 다행이다. 장갑도 잘 어울려."

"진짜 예쁘다."




"그래서 말인데, 나 황궁 연회에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혹시 나라도 괜찮으면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아이샤?"




쪼그려 앉아서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아이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안 잡아 주면 조금 슬플 것 같은데.




-탁-




내가 손을 다 내밀지도 않았는데 아이샤는 내 손을 거의 낚아채듯이 잡았다.

그녀의 손은 내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꽤 힘이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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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는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함 그 자체였다.

여러 가문의 귀족들과 다른 나라의 귀빈들도 참석했다.

다들 자기 가문을 뽐내기 위해 한 껏 멋을 부린채로 연회에 나온 것 같았다.




혹시나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귀족들 앞에선 특별히 행동을 조심했다.




연회의 중반에는 춤을 추는 시간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샤가 춤을 잘 춘다는 사실이었다.

평소 춤을 출 일이 없었는데 아이샤가 잘 이끌어준 덕분에 넘어지거나 허둥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벤트로 황제도 춤을 추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황홀하여 잠깐 넋을 잃었었다.

저것이 바로 '중년미'란건가. 젊었을 적에 남자 어렸 울렸겠는데... 아니지 아직 젊지 않나?

내가 멍하니 춤을 구경하고 있자 왼쪽 손이 살짝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미안! 미안! 아파..."




그제야 살짝 손에 힘을 풀어주는 아이샤였다.




"자. 이제 연회의 마지막을 장식할 불꽃놀이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밖에 준비된 테이블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 드디어 불꽃놀이인가. 연회도 거의 막바지이구나."




"불꽃놀이...? 그게 뭐야?"




"내가 있던 세계에서 큰 행사가 있거나 축제를 할 때 하는 놀이야."

"하늘에서 '폭죽'이란게 펑펑 터지면서 말 그대로 불의 꽃을 만들어."




나는 빨리 아이샤를 이끌고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발을 놀렸다.

어떻게 준비한 불꽃놀이인데 좋은 자리를 뺏길 순 없지.




-삐융-








-펑.펑.펑.펑-




주위 여기저기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황제도 놀랐는지 연이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곤 나를 쳐다보더니 엄지를 들었다.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다행이다.




-삐융-







-펑.펑.펑.펑-




나는 불꽃놀이를 보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좀 더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내 옆에 앉은 아이샤와의 관계도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무심코 옆을 돌아봤는데

언제부터 쳐다봤는지는 몰라도 아이샤는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행복해 보이는 미소에 어딘가 모르게 불안함과 슬픔이 공존해있었다.



아이샤는 그렇게 웃고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의 마음이 그녀에게 전해졌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도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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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 아이샤의 마음(독백)]




오늘은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어.

선물도 두 개나 받고 말이야.




살면서 처음으로 황궁 연회에도 참석할 수 있었어.

얀붕이는 춤을 정~말~ 못 추더라.

저쪽 세계에서는 이런 거 안 춘다나 뭐라나.

그나마 곁눈질로 배운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다행이야.




나는 앞에 보이는 '불꽃놀이'라는 것도 아름다웠지만

내 옆에 같이 앉아있는 얀붕이의 모습에 더 눈이 갔지.

몰래 올려놓은 손도 그는 피하지 않았어.

불꽃놀이에 빠진 그의 옆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들더라.




정말...

이렇게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네.

너한테는 짧은 시간이겠지만 나한테는 23년이야.




얀붕아, 너와 만나기 전까진 나는 대부분의 날을 혼자 지냈어.

전쟁의 화마가 지나간 곳에서 나는 혼자 살아남았고,

비련에 거둬진 뒤에도 나는 혼자였어.




혼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

강해지면 친구들이 생길 줄 알았어. 혼자가 아니게 될 줄 알았어.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지.

모두 나를 괴물이라고 불렀어.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용사 일행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

드디어 동료가 생긴거야!

처음에는 모두들 나를 반겨줬어. 정말로 기뻤어.




하지만 내가 표현에 서툰 탓일까...

나는 우정의 표현이라고 표현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다르게 보였나 봐.

엘리사와 아르카가 조금씩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어.

나는 그런 의도로 그런게 아닌데...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나를 잘 받아주었어. 아슬아슬했달까. 그래도 만족했어!

그리고 그날. 일이 터져버렸지.

내가 자해하는 걸 들켜버렸어.




나는 불안해지거나 우울해지면 내 감정을 풀 무언가가 필요했어.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내 팔을 긁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어.

자해할 때의 통증이 내 마음의 아픔보다 더 커서 고통을 무뎌지게 해주었지.




그 사건 이후로 그들은 나를 아예 멀리하게 되었어.

나는 그제야 일련의 행동들이 그녀들을 불안하게 했다는 걸 알았어.

너무 늦어버렸지만...

명목상 같은 일행이지만 그들과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어.

그들이 가는 길은 언제나 밝았지만, 그 벽은 나에게로 오는 빛을 가렸어. 너무 어두웠지.




그러다가 이얀붕! 너를 만난거야!

처음에는 의심했지. 너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을 거라고.

다가가기 무서웠어...




숙소에서 네가 처음 말을 걸었을 때 기억나?

나는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는데 너는 상냥하게 말을 걸어줬어.

손도 내밀어 줬지.

나는 너무 당황했어. 그런 적은 처음이라.

너는 머쓱한 표정을 짓고 손을 내렸지.

그 뒤 엄청나게 후회한거 알아? 그 손을 잡았으면...




귀찮을 텐데도 맛있는 음식을 손수 해주고, 파논과 이야기도 나누게 해주었어.

그때 그간 있었던 오해도 풀 수 있었어. 물론 그녀들에게도 따로 사과해야겠지.

너는 테이블 끝에서 잠깐잠깐 졸고 있어서 못 들은 것 같지만.




황궁으로 갈 때는 정말이지 너무~ 너무~ 너무~ 기뻤어.

언제나 혼자 걷던 내 옆에 얀붕이라는 나란히 걸어주는 사람이 생긴 거야.

네가 내 쪽으로 올 때 내 앞을 막고 있던 벽도 조금씩 무너졌어. 얼마 만에 밝은 빛인지...




내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칭찬해줄 때는 조금 슬펐어.

너는 내가 파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나 봐.

나를 응원해주는 너의 모습이 너무나 좋았고... 착잡했어.

너에게 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그리고 오늘 내 인생의 모든 게 바뀌었어.

마을 축제로 다들 분주할 때 너는 방 안에 혼자 있는 나를 찾아와주었어.

그때 나는 네가 그 도서관년이랑 같이 축제를 간 줄 알았어.

사실 나... 몰래 너를 따라다녔었거든. 너는 몰랐겠지만.




솔직히 너무 괴로웠고, 너무 외로웠어.

나는 또 참지못하고 그 짓을 하고 있었지.

그리고 네가 그걸 봐버린 거야.




너무 당황스러웠어. 네가 올줄은 몰랐거든. 얼마나 당황했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나왔어. 머리가 새하얘졌지.

너는 놀란 눈을 하고 뛰쳐 나가버렸어.

세상이 다시 한 번 무너졌어.

팔을 긁던 아픔보다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이 더 커졌어.

숨도 제대로 못 쉴 것 같았어.




그렇게 정신을 잃어가고 있을 때 너는 다시 와주었지.

한 손에는 구급상자를, 한 손에는 물수건을 들고 말이야.




너는 수많은 자상으로 뒤덮인 내 팔을 보고도 침착하게 피도 닦아주고 연고도 발라주고 붕대도 감아줬어.

그리고 아무 말없이 나를 안아줬지.

너무나 따뜻했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

얀붕이의 심장 소리도 조금 들렸던거 같아... 헤...




그때부터인가 봐 얀붕아.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을 확신한 게...




얀붕아...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 조금씩 희망을 품게 되었어...

너와 만나고 나서부터의 일들. 나는 모~두 기억하고 있어. 너무 행복했거든.

그렇기에. 얻을 수 없다고...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 것을 조금씩 바라왔어...

그러니까 조금은... 조금은 욕심내도 괜찮지?

얀붕이는 누구에게나 상냥하니까... 누구에게도 상냥하니까....

그렇기에 이런 나라도 얀붕이는 거리낌 없이 받아주었겠지...




하지만 그래서 나는 너무 불안해.

또 혼자가 될까 봐.

얀붕이가 나를 버리고 더 좋은 년한테 가버릴까 봐.




왜 엘리사와 아르카가 그렇게까지 나를 경계하고 파논에게 집착하는지 점점 이해가 돼.

너무 소중하니까... 그 마음이 너무 커져 버린 거겠지. 다른 누군가에게 당연히 빼앗기기 싫겠지.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없어.

동정심이든 측은함이든 뭐든 상관없어.

나는 이제 그저 너만 있으면 돼.

너는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어.

그러니까 나도 너에게 무언가 보답 해주고 싶어.

그래서 내가 제일 자신있는 걸 생각해봤어.




얀붕이는 적응하면서 점차 강해질 거지만 아직은 약해.

그래서 내가 지켜 줄려고 해.

네가 만약 다른 세계로 간다해도 끝까지 따라가서 지켜줄게!

이제 나는 너가 없으면 안될 것 같아.

너와 나를 방해하는 것들은 모두 없앨꺼야.

내가... 내가 영원히 지켜줄게 얀붕아...






영원히❤...




사랑할꺼야❤...




사랑해❤




...




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