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별도 구름에 가려 광원이라고는 없고, 낮의 주민들은 깊은 꿈에 빠져 허우적대고있는, 무척이나 조용한 밤. 그 아래에서 한 남자가 골목 사이사이를 급하게 뛰어다니며 구둣소리로 그들의 정적을 깨며 도망치듯 달리고 있었다. 급하게 달리던 그는 그를 따라오던 인기척이 사라졌다고 판단했는지, 헉헉거리며 그의 코트를 길게 늘어뜨리며 골목을 형성하고있는 빌딩의 벽에 몸을 기대며 쓰러지듯 앉았다.

   [제길, 대체 뭐길래 나를 쫓아오는거야?]
   -또각
   [씨발. 지치지도않나.]

그러나 그를 쫓는 무언가는 여성용 구두가 블록을 딛는 소리를 내며 명백하게 그가 멈춰 숨을 고르고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그는 당황했는지 욕지고리를 내뱉으며 급하게 일어나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대해 욕설과 온갖 저급한 말이 난무하는 문장을 내뱉으며 달렸다.

   [제기랄. 제기랄, 대체 나에게 뭐가 붙은거야! 씨발!]

그러면서 그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지 뇌를 돌리기 시작했다. 달리기에도 숨이 차 이대로 전부 포기하고 골목 사이에 뻗어버리고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는 방금까지 원하던 물건을 손에 넣었기에 포기하고싶은 마음보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는 사고했다. 거래 상대에 대한 정보부터 장소의 안정성, 시야각, 근처의 어느 빌딩에서 보이는지, 거래장소 근처에는 누가 사는지, 어떤 생활패턴을 이루는지, 심지어는 인간관계까지 모두 파악했다. 조사 결과에 만족한 그는 며칠에 걸쳐 거래를 완벽히 끝내고,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고 온갖 보안으로 무장한 집으로 돌아가 다시 안전한 생활을 보내고있을 터였다. 그러나, 계획이 망가졌다. 조사할 때는 나오지 않던 이상한 놈이 마지막 날에, 거래를 끝내고 난 후의 최고의 기분으로 있을 상태였을 나를 최악으로 망쳐버렸다.

   [씨발, 씨발, 씨발씨발씨발씨발]

그는 완벽한 하루였을 그날을 망쳐버린 상대에 대해 마음속으로는 저주를, 입으로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계속해서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코트 안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울 정도이며, 숨을 쉴때마다 목구멍으로는 피냄새가 특유의 비린내를 풍기며 흘러나오고, 온몸으로는 땀이 흘러나와 쥐고있던 검은 케이스가 미끄덩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코트마저 문득문득 적시고있었다. 따라오던 무언가의 구둣소리가 들리지 않자, 다시 한번 헉헉 소리를 내며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거진 1시간 이상을 일직선으로 뚫린 길이 아닌 구불구불한 미로같은 골목길을 질주하듯 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쫓아오는 그것은 지치지도 않는지 처음 따라붙은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숨소리로, 일정한 걸음거리를 유비하고 또각또각 소리를 지휘하듯 정확한 리듬에 맞춰 그를 쫓고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마치 쥐를 쫓는 놀이를 하는 고양이처럼 느껴지게했다.

   [괴물이라도 되는건가? 허.]

실없는 소리를 하며 헛웃음을 찬 그는 말도 안된다는 듯 본인의 생각을 지우려 고개를 새차게 저였다. 그리고는 머릿속으로 본인이 어디 있는지 생각하며 동시에 그것을 떼어낼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행이 집은 가까이 있는 듯 했고, 그는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집은 히스테리에 가까울 정도로 보안에 심혈을 기울인 그의 성격 덕분에 그를 제외한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고, 그 집에 들어가는 방법조차 온갖 장치에 의해 숨겨졌기에 집 안에만 들어가면 안전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럼 그것을 떼어놓을 방법을 생각해보자.]

혼잣말을 작게 속삭이며 이내 그것을 떼어놓을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행위는 그가 한가지 사실을 깨닳으며 의미를 잊어버렸다. 또각거리는 여성용 구두가 블록을 밟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그는 한가지 의문을 품었다. 그것은 본인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놀듯, 고양이가 쥐를 쫓고, 놓아주고, 쫓고 놓아주는 일종의 놀이를 하듯 그를 괴롭혔다. 그것이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풀어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저금씩 루트를 바꿔가며 돌기 시작했고 5바퀴를 다 돈 남자는 아직도 본인을 따라오며 괴롭히는 소리가 나지 않자 본인을 놓졌다고 생각했는지 여러 보안 장치를 풀어가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그는 발에 치이는 여성용 구두를 뒤로한 채, 부엌에 들려 맥주 한캔을 꺼낸 후 거실의 소파에 풀석 소리를 내며 앉았다.

   [오늘은 뭔 이상한게 껴가지고는 진짜. 하...]

이내 한숨을 푹 쉬며 빨리 씻고 자려고 마음먹은 후 방에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챙긴 후 욕실로 들어갔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몸이 잠길 정도로 충분히 받은 후, 손에 캔을 들고 발부터 욕조에 몸을 담그며 피로가 풀린다는 듯 숨을 깊게 내뱉으며 캔을 깠다. 캔은 푸쉭 소리를 내며 첫 개봉을 알렸고, 이내 남자는 캔의 입구를 입으로 가져가 내용물을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남자의 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창 밖으로 보이는 야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흰색 가운을 걸치고 욕실에서 나온 그는 젖은 머리를 말리고 내용물이 없는 빈 깡통을 버리러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으로 향하던 도중 그의 눈길을 끈 것은 바닥에 떨어져있는 본인의 집에서는 볼 리가 없는 긴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집으로 들어올 때 발에 치였던 여성용 구두였다. 내 기억이 잘못된거겠지라며 중얼거리는 그는 현관으로 향했고,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본인의 집에는 어울리지 않는 새빨간 여성용 구두였다.

   [씨바ㄹ]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을려고 했으나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에 말을 이을 수 없었고, 암전되는 그의 시야로 보이는 것은 새빨간 여성용 구두와, 나즈막히 들리는

   [잡았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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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박당한 후를 쓰고싶긴 한데... 나중에 내키면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문장마다 엔터를 넣는것도 후에 시도해보겠습니다..

이번에도 마지막 한줄 쓰고싶어 쓴 소설이었고 부족한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