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정략결혼 1 - 얀데레 채널 (arca.live) 


나는 차라리 그 사실을 영원히 모르는 채로 살았어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의 끝은 그 순간부터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의 행복한 가정은 끝맺음을 맺고 있었다.


***


"얀순아 역시 부부사이에는 숨기는 것이 없어야 겠지?"


"응?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야?"


아내가 잠에 청하러 나와 같이 침대에 몸을 눕혔을떄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아니, 우리 사랑스러운 아내가 혹시라도 몸이 아프다던가 그럴 수도 있잖아? 요즘 따라 야근하는 날도 잦고."


"요 귀염둥이..또 걱정하는거야? 아우..♥ 우리 남편 사랑스러워서 어떡하지? 내 몸은 이렇게나 멀쩡하니까 걱정마 그리고 부부사이에 

비밀이 있는 것은 말도 안되는 거야."


"역시 그렇지? 내가 괜한 피해만 끼쳤네, 자 먼저 자고 있어 난 아침 준비좀 하고 있어야 겠네"


"그리고 얀붕아 곧 있으면 우리 결혼기념일인 거 알지? 나 그때 시기도 적당하고 이제 슬슬 서율이 동생 준비도 해야지♥"




***




아내를 재운 새벽 평소와 같이 딸과 아내를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어야 할 터였다.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의 재료 손질을 해야 하는데 도저히 눈이 떠지지 않는다.

이름 모를 액체가 눈앞을 가리고는 바닥에 떨어진다.

그렇다. 나는 저질렀다.



아내의 신뢰와 사랑을 배반하고 불안함에 넘어서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난 아내와 딸의 유전조직을 채취해 이미 유전검사 의뢰를 맡긴 상태였다.




그것도 나와 그녀가 사랑을 속삭이면서 갖게된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나의 아이를 나는 단지 한 순간의 불안으로 인해

모두를 속였다.


나는 죄인이다.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탐한 아담이며 신에게 사랑을 받는 동생을 시기해 살인을 한 카인이다.




***


"여보 오늘 밤에 기대해? 무조건 빨리 끝내고 돌아올꺼니까♥"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나만의 두 명의 천사들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보물들이 나만을 향해 웃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빌고 싶다.


잘못했다고, 내가 가족을 믿지 못하였다고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꽃은 이미 져버리고 사라진 뒤였다.




모두가 떠난뒤 나는 이미 팔에 상처가 가득한 손으로 우편물을 잡아 뜯었다.


얼굴은 눈물자국이 모든것을 덮었으며 몸 곳곳에는 자해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가족의 신뢰와 사랑을 믿지 못한 나에게는 이 정도의 상처는 과분하다.


신뢰의 대가는 상상을 초월하여 나에게 절망적으로 다가왔다,


검사지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듯 나와 딸이 친자 관계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거짓말 이게 아니잖아. 이게 아니라고..'



이 개같은 서류 종이 몇장이 지금까지의 우리의 기억과 함께하였던 모든 순간을 부정하고 있었다.

아이를 품에 안고서 몇시간을 그녀와 함께 기쁨을 나누었던것도 그녀의 곁에서 아이가 커가는 모든 순간을 바라보았던 것도 

모두 전부 거짓이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딸을 데리고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아빠.. 오늘 어디 아파요? 서율이가 호 해줄까요..?"


"아빠.. 아빠아.."


.

.

.


나를 애타게 찾는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는 나의 딸이 아니니까.


아침까지만 하여도 나만의 천사였던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내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할 뿐이었다.




평소와 같이 아이를 식탁에 앉히고 밥을 먹이고는 


평소와 같이 아이를 안아 양치질을 해주고


평소와 같이 아이를 침대에 눕혀 잠을 재워야 할 시간이다.


평소와 같이 딸을 침대에 눕히고는 방에서 나가고 있는 중 이였다.





"아빠..서율이가..흑 잘못했어요."


"서율이가 나쁜짓해서..흐끄윽 아빠가 화난거죠? 제가 잘못했어요..착한아이 될게요 나쁜짓 안 할게요"


"엄마 말 아빠 말 잘 듣고 사탕도 많이 안 먹을게요.."


"아빠..너무 무서워요..서율이 반성 많이 했어요. 상냥한 아빠로 돌아와..줘요"



내 허리에도 닿지 않을 몸으로 다리를 붙잡더니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바뀐 나의 태도에 아이는 잘못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며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좋은 부모가 되어주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미안..우리 딸 너무 놀랐지? 아빠가 오늘 살짝 기분이 안 좋았나봐 아빠 떄문에 이렇게 예쁜 우리 딸 얼굴까지 망쳐버렸네


못난 아빠가 사과할게..받아줄 수 있겠니?"



나의 대답에 아이는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며 나에게 안겼다.



"흐아앙..!! 너무 무서웠어요, 아빠가..아빠가 어디로 사라질 것 같아서 무서웠어요..히끄윽"


"아빠..서율이 안 버릴거죠? 안 미워하죠? 계속 서율이 곁에 있어 줄 거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해 줄 거죠?"


"이제..어디 가지 마요..서율이랑 같이 있어요.."



눈물을 흘려서 기운이 빠진 탓인지 아이는 나의 품에 안겨 잠꼬대까지 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이의 방에서 나왔을때 때마침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다.


"뭐야♥ 이제 막 서율이 재운거야?"




***






겉에 있는 외투를 현관에 내팽겨 친뒤, 그녀는 나에게 다가오며 입을 놀리고 있다.

모델과 배우에 비교를 해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미모를 지닌 그녀는 나를 속였다.

그녀를 위해 모든걸 포기한 나를 속였다.



"히.. 벌써 할 준비까지 끝낸거네? 기달려♪ 빨리 씻고 올게♥"


"그것보다 먼저 할 얘기가 있으니까 따라와"


그녀의 추악한 사탕발린 입놀림을 듣자하니 내장에서 위액이 역류를 할것 같아, 그녀의 손을  붙잡고는 곧바로 의자에 그녀를 앉혔다.


"하앗... 이런 박력있는 얀붕이도 좋아.. 그래서 할 얘기는 뭐일까나? 혹시 벌써 우리 둘째 이름이라도 생각한거야?"



아내는 자신의 손으로 부끄럽다는 듯이 손을 배배 꼬며 저를 응시하고 있었다.


.

.

.


"별 거창한 얘기는 아니고 우리 이제 그만하고 이혼하자"


그 순간 뺨에 얼얼한 통증과 함께 눈물을 머금은 그녀는 저의 멱을 붙잡으며 쏘아 붙였다.


"야.. 개새끼야. 너는 결혼기념일에 하는 소리가 이혼하자고? 장난이 너무 지나치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어?! 대답 좀 해봐 이 쓰레기 새끼야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냐?"


"너 없으면 저기 자고 우리 딸하고 나는 어떻게 살라는 거냐? 서율이 아빠 없는 애로 살게 하고 싶은 거야?


"그렇게 무책임하게 싸질러 놓고 도망가겠다고?" 


"니가 책임진다며 우리 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게 한다며 대답 좀 해봐 이 개새끼야!"


"....우리 딸이었으면 그랬겠지 시발년아 언성 낮춰 서율이 깬다고."


"뭐..? 우리 딸이었으면 이라니.. 그러면 너는 서율이가 다른 남자의 자식이라는 거야? 너 말 가려서 해라?"


"그동안 수고했어. 호구 같은 새끼 하나 잡아서 애 아빠 노릇 시키느라"


지금은 눈물이 말라 조금 구겨진 서류봉투를 그녀에게 던진다.


"더러운새끼. 니 딸 맞다고... 니 딸 맞...."


서류를 받아 들고는 신경질을 내며 서류를 읽은 그녀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마룻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이.. 이게...뭔"


"아니..아니야 이게 뭐야 아니라고 아니야 얀붕아 이..이거 조금 문제가 있는 거 같아. 어라? ..왜 종이에 친자 관계가 아니라고

나와 있는 건데..아니야 아니라고"


그녀가 주저앉아 울고 있을떄 나는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자..이제 모두 끝났어 네가 할 일은 이제 여기에 도장만 찍으면 돼."


강압적으로 그녀의 손을 붙잡았지만, 그녀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저항하며 울부짖었다.


"싫어..싫어! 아니야! 아니라고 얀붕아.. 하지 말아줘 그 날은 실수였어..흐윽..다시는 그러지 않아 지금은 몸과 마음 모두 얀붕이의 거에요..용서해 주세요 제발..제발"


"아이..아이가 문제 인 거면 서율이는 친가에 보낼게요. 응?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얀붕이만의 아이를 가질게요. 그러니까.. 제발 그 무서운 표정 짓지 마.. 무섭단 말이에요.." 


"우리 사랑하잖아요 응? 제발 제발..싫어 싫어 헤어지기 싫어 이제야 얀붕이의 곁에 있을 수 있는데 절대 헤어지기 싫어."


그녀의 광기 어린 집착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이제 질렸다. 그녀와 이런 쓸모없는 짓을 하며 감정낭비를 하는 것 부터 모든 것이 질렸다.

하지만 아무 죄가 없는 서율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내가 없이 혼자 남겨진 서율이를 생각하면 죄책감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몸에 꽂히기 시작한다.

적어도 마지막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로서 마지막으로 작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