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


일반 줄김밥과 다르게 밥 색깔을 제외하곤 내용물을 쉽게 알 수 없다는 게 큰 특징이다.


편의점 삼각김밥 같은 경우에는 미리 표지에 뭐가 들어있는지 적어주지만, 사람이 만드는 삼각김밥은 당연히 그런 게 없다. 뭐가 들어있을 지 기대해보는 것도 하나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각설, 오늘도 얀붕이는 배가 고프다.


라면은 질리고 초밥은 비싸다.


광광 울고 있던 찰나 초인종이 울린다.


문 밖에 서있던 건 마망 얀순눈나.


안붕이가 배고프다는 걸 알고 있는 듯 완벽한 타이밍에 온 얀순눈나는 얀붕이에게 삼각김밥을 건네준다.


초소형 카메라의 힘 따위 빌리지 않은 순수한 사랑의 힘이다. 아마.


오늘의 속재료는 제육이었다.





다음날. 얀붕이는 승급전을 하느라 바쁘다.


어찌나 바빴냐 하면, 그는 감히 하늘과도 같은 마망의 메세지를 씹을 정도였으니.


거대한 붉은 색 패배 글자를 뒤로 하고 바탕화면으로 나온 얀붕이는 쌓인 메세지들과 두 자릿수의 부재중 통화를 보고 속으로 한숨을 쉰다.


띵동. 초인종이 울린다. 어쩌면 얀순이가 빠루를 들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 했던가. 얀붕이는 문을 열었다.


어김없이 얀순이 눈나다. 뭔가를 들고 있다. 자기보다 키도 큰 사람이 말도 없이 집안에 들어오는 걸 보니 얀붕이는 은근 무서웠다.


얀순눈나는 말없이 나간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뭘 두고 갔는지 보려고 마루로 향했다.


식탁에는 삼각김밥이 있었다. 안 그래도 배고팠던 얀붕이는 허겁지겁 먹는다.


팔랑.


쪽지도 있었다.


가중처벌, 이라고.


오늘의 속재료는 장어였다.






오늘 얀붕이는 존나 큰 일탈을 했다.


무려 얀진이와 단둘이 외출을 간 것이다.


물론 30초 단위로 폰이 웅웅거렸지만 스팸이겠거니 하고 무시했다.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의 얀붕이.


식탁을 보니 뭔가가 놓여있다. 누군가가 두고 간 모양이다. 물론 얀붕이는 누구에게도 집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다....만, 뭐, 사랑의 힘이 있다면 문 정도는 쉽게 딸 수 있으니까.


삼각김밥이다. 외간여자와의 데이트로 지친 얀붕이는 허겁지겁 먹는다.


살짝 비린내가 난다. 오늘의 속재료는 육회였다.


우웅, 폰이 울린다.


다음은 없어, 라고 메세지가 와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명확했다.





오늘 얀붕이는 얀순이와의 홈데이트를 즐긴다. 왜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냐면, 얀순마망이 얀붕이 눈에만 비치고 싶단다.  


이 모든 데이트는 전부 얀붕이 자의다. 절대 어제 날아온 메세지가 무서워서는 아니다. 누가 사랑한다면서 애인에게 협박을 할까. 어휴, 무서워라.


여름이라서 무덥다. 에어컨을 켤 수는 있었지만 왜인지 얀순눈나가 막았다.


안순눈나의 찌찌커튼이 아주 서늘해 보이지만 그러면 밤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기에 꾹 참는다. 눈나의 눈빛이 시무룩했던 건 기분 탓일까.


그렇게 신나게 놀고 난 뒤, 얀순눈나가 부엌으로 향했다.


뭘 만드나 했더니 삼각김밥이다. 특이한 점은, 속재료가 안 보였다.


갑자기 눈나가 뒤를 돌아본다. 


"얀붕아."


"네?"


"오늘 누나가,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만들고 싶거든."


"네."


"근데... 마요네즈가 없네...?"


"...네."


"누나가 생각하기엔... 얀붕이가...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


"...착하지?"


"....네."


오늘의 속재료는 얀붕이였다.











삼각김밥 먹다 꼴려서 씀.

CU거 맛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