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얀붕아 너 탈모 걸렸냐? 너 머리카락 존나 빠져 ㅋㅋㅋㅋㅋㅋ" 

 

 

“ 아니 이거 탈모가 아니라 털갈이라고! 그만 놀려! ” 

 

 

인간과 수인이 공존하는 세상. 먼 옛날에는 인간과 수인이 편을 가르며 적대시했다지만 그건 먼 옛날이고 현재는 그런 일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 

 

 

나는 개 수인이다. 뭐 딱히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모든 개가 그렇듯이 소리를 더 잘 듣거나 냄새를 잘 맡는다거나 그런 능력 밖에 없다. 최근 털갈이가 시작되어서 고민인데 더 큰 고민이 있다. 

 

 

“ 우리 강아지 뭐 하다가 이제 왔어! 빨리 주인 품에 안기지 않고 뭐해! ” 

 

 

“ 누가 강아지고 누가 주인이야! 그러지 좀 말라고! ” 

 

 

“ 또 시작했네 저 닭살커플. ” 

 

 

“ 뭔 닭살커플이야! 우리 그런 거 아니라고! ”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같은 반인 얀순이가 또 시비를 걸었고 반 애들은 또 시작이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번에 같은 반이 된 얀순이가 최근 들어 큰 고민이다. 

 

 

시간을 거슬러 새 학기 등교 첫날. 나는 교실에 들어가서 애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얀순이가 나를 처음 딱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 야ㅋㅋㅋㅋㅋㅋㅋ 얀붕이가 여자애 울렸다 ㅋㅋㅋㅋㅋㅋ ”



“ 아니 얀붕아 그러니까 잘 좀 씻으라고 개 냄새나니까 우는 거 아니야ㅋㅋㅋㅋ ” 

 

 

“ 나 맨날 씻는데 이상한 억까 좀 그만해! 냄새 하나도 안 나는구먼. 아니 얀순아 대체 왜 우는 거야? ” 

 

 

“ 흑... 흐흑..... 구름이... 구름이가 돌아왔어! 흐아아앙! ” 

 

 

갑자기 얀순이는 알 수 없는 이름을 부르면서 나에게 다가와 나를 껴안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상황판단이 안 됐었고 애들도 놀라서 소리 질렀다. 

 

 

“ 구름아.... 구름아.... 이제 너를 놓치지 않을 거야. 이제 너를 더 이상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이제 더 이상..... ” 

 

 

시간이 지나 얀순이가 진정되었고 대체 왜 그런 건지 물어보니, 구름이는 얀순이가 어렸을 때 키우던 강아지인데 얀순이가 산책하다가 실수로 놓쳐버려서 그만 사고로 죽어버렸다고 한다. 매우 딱한 사정이긴 한데 근데 왜 나한테? 

 

 

“ 미안. 얀붕이 너가 구름이랑 너무 닮아서 그랬어. 냄새도 구름이 냄새랑 비슷한 냄새가 나더라고 나도 모르고 충동적으로 구름이 한테 했던 것처럼 그러고 말았어 미안해. ” 

 

 

“ 냄새? 나 냄새나? ” 

 

 

“ 아니 얀붕아 우리가 너 냄새난다고 그랬잖아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된 거 네가 얀순이 책임져라? ” 

 

 

이렇게 해프닝이 끝나고 말았다. 그렇게 학교 첫날 소동은 마무리 되는듯 했으나.

그일 이후 얀순이가 계속 장난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 얀붕아 이거 먹어. 주인님이 친히 주는 거야. ” 

 

 

얀순이는 개껌을 사와서 나에게 던지듯이 주었다. 

 

 

“ 아니 나 이런 거 안 먹어. 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거야? ” 

 

 

“ 아주 잘 보고 있지. 우리 강아지. ” 

 

 

“ 아니 글쎄 나는 네가 어렸을 때 키우던 강아지가 아니라니까? 내가 그 강아지랑 닮았을지는 몰라도 나는 동물도 아니고 수인이야! 좀 불쾌하네? ” 

 

 

“ 불쾌하면 어떻게 할 건데? 나 깨물어버리게? 그럼 나는 엉덩이 쪽으로 부탁해...? ” 

 

 

진짜 전국수인차별철폐연대에 제보해 버릴까. 계속 나한테 선을 아슬아슬 넘는 장난을 치고 있다. 그래도 처음에는 내가 좋아서 그러는 건 줄 알았는데. 

 

 

학기가 어느 정도 지나고 밸런타인데이가 찾아왔다. 그날도 어김없이 얀순이가 장난을 걸어왔는데. 

 

 

“ 야 얀붕아. 이 주인님이 얀붕이 먹이려고 초콜릿 가져왔다! 어차피 너는 이런 거 못 받을 텐데 내 말 잘 들으면 이거 줄게! ” 

 

 

“ 하. 참나 그럴빠에는 안 받고 말지. ”



“ 에이 사실은 받고 싶으면서 자 얀붕아 앉아! ” 

 

 

“ 아니 글쎄 적당히 하라고! ” 

 

 

“ 아니 이게 감히 주인한테 대들어? 이거 안 되겠구먼? ” 

 

 

그러더니 얀순이는 나한테 초콜릿을 강제로 먹이기 시작했다. 

 

 

“ 내가 힘들게 만들어온 거니까 맛있게 먹으라고오! ” 

 

 

“ 읍 읍ㅂ!! 아 안돼.. 삼켜버렸다. ” 

 

 

초콜릿을 먹은 얀붕이는 심장박동이 빨라 지며 온몸에서 발열이 느껴졌다. 그렇다 얀붕이는 개 수인이다. 그렇다는건 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강아지는 초콜릿을 먹으면 절대 안 된다. 

 

 

결국 얀붕이는 구토를 하며 쓰러졌다. 반 애들은 모두 놀라서 선생님을 불러왔고 선생님은 구급차를 불러 얀붕이는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다. 

 

 

낯선 천장이다. 

 

 

“ 여기가 어디지? 초콜릿을 먹은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병원인가? ” 

 

 

“ 아 얀붕아 일어났구나? 정말 다행이야! ” 

 

 

눈을 뜨자마자 옆에는 얀순이가 앉아 있었다. 얀순이를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개한테 초콜릿을 먹이다니 제정신이야? ” 

 

 

“ 미안. 미안해. 나는 수인은 괜찮을 줄 알았어. ” 

 

 

“ 아니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랬다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사실 너 전에 키우던 강아지도 나처럼 괴롭히고 학대하면서 키운 거 아니야? ” 

 

 

“ 아니 그래도 그렇지 말이 좀 심하네 얀붕아? ” 

 

 

“ 시끄러워 사실 그 강아지도 실수로 죽은 게 아니라 네가 죽인 거 아니야?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 ” 

 

 

부모님이 얀순이를 병실에서 내보냈다. 내가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다. 얀순이는 그냥 동물을 괴롭히며 학대하는 것이 마냥 재밌는 동물 학대범이 틀림없다.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전수연에도 제보하고 이 일을 공론화시켜 버릴 거다. 얀순이가 어렸을 때 키우던 강아지도 이렇게 불쌍하게 사육 됐을게 분명하다. 

 

 

시간이 조금 흘러. 

 

 

모든 치료를 마치고 몸이 안정되어 퇴원 할때가 되었다. 퇴원 수속을 모두 마치고 드디어 오랜만에 학교에 갈 생각에 신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 어 이거 설마. ” 

 

 

올 것이 왔다. 발정기. 

2차 성장이 지난 수인들은 모두 1년에 한번씩 발정기가 찾아온다. 이것은 수인의 특성이라 피할 수도 없고 어쩔 수가 없는 증상이다. 

 

 

“ 엄마 저 발정기가 오는 거 같아요. ” 

 

 

“ 어머 그러니? 하긴 슬슬 올 떼가 되긴 했지. 근데 얀붕이 너는 여자친구 안 만드니? 여자친구랑 같이 해소하면 발정기가 빨리 지나간다던데? ” 

 

 

“ 아 엄마 저는 생각 없어요.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 ” 

 

 

“ 저번에 병원에서 본 그 친구 참해 보이던데 걔는 어때? ” 

 

 

“ 아 엄마 쪼옴! ” 

 

 

“ 아 장난이야. 장난. 역시 아빠를 닮아서 그런가 얀붕이는 화내는 모습도 귀엽네. 알았어 지금 바로 시설 예약할게. ” 

 

 

시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수인들은 발정기가 찾아온다. 짝이 없는 발정기가 온 수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게 된다면, 얀붕이는 개 수인이라서 딱히 위협적이진 않지만 호랑이 수인이나 사자 수인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면 정말 큰일이라서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다. 

 

 

시설은 별거 없다. 침대랑 책상이 있고 방안은 온갖 자위도구로 가득 차있다. 여기서 알아서 해소하라는 거다. 한번 방안에 들어가면 발정기가 해소될 때까지 나갈 수가 없다. 

 

 

최근 뉴스에서 누가 시설 방안에다가 몰카를 설치하고 녹화해서 그걸 인터넷에 유포한 일이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는데 설마 그런 일은 안 생기겠지. 



얀붕이는 담임 선생님께 사정을 말하고 공결 처리를 받고 곧바로 시설로 출발했다. 

 

 

이때만큼은 수인으로 태어난 게 정말 싫다. 사람들은 기분 좋을 거 같다고 부러워하는데 전혀 아니다. 발정기. 뜻 그대로 그저 오로지 번식을 하기 위해 성욕을 발산하고 무지성으로 씨를 남발하는 정말 천박한 행위이다. 

 

 

작년 발정기 때 얀붕이는 시설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없이 오나홀에 허리를 흔들었는데 발정기가 끝나고 어마무시한 현타가 찾아왔다. 얀붕이가 생각했을 때 발정기는 수인들에게 걸린 저주이다. 얀붕이는 언젠가 자기 손으로 모든 수인들이 발정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느새 시설에 도착했다. 

 

 

“ 김얀붕씨 맞으시죠? 종족은 개 이시고 음. 확인되셨습니다. 6번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슬슬 버티기 힘들다. 빨리 들어가서 해소해야겠다.)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우리 강아지 이제야 왔어? “ 



침대 위에 얀순이가 앉아 있었다.

 

 

“ 아니 네가 어떻게 여기에? ” 

 

 

“ 내가 놓치지 않을 거라고 했지? 주인을 기다리게 하다니 나쁜 강아지네. ” 

 

 

“ 제발 나가줘 부탁이야. ” 

 

 

“ 어떻게 나가? 네가 이미 시작버튼을 눌러 버렸는데? 그게 무슨 의미 인지 네가 더 잘 알 텐데? ” 

 

 

얀순이는 황홀해하는 얼굴로 

 

 

“ 이제 못 나가. ” 

 

 

얀순이는 주머니에서 목줄을 꺼냈다. 

목줄 이름표에는 얀붕이♡ 라고 쓰여있었다. 

 

 

" 주인 말을 안 듣는 강아지를 어떻게 훈련시켜야 되는지 알아? " 

 

 

누가 주인이고 누가 애완동물인지 내가 천천히 알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