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도 건배!!"


 "건배!!"


 "..."



 벽은 허름하고 공간은 좁지만, 인테리어는 말끔한 선술집에서 샤라쿠사이의 구호에 맞춰 모두가 일제히 술잔을 높이 치켜세웠다.


 간단한 건배사를 마친 뒤 모두의 어깨 사이로 코를 찌르는 술의 온기, 향기로 공간을 매꿨다.


 솔직한 취중만담과 Mme(마담)들의 춤사위와 노랫가락으로 좁디좁았던 술집은 어느새 포근한 햇살 아래의 평원과 같은 보금자리이자 낙원으로 수놓기 시작했다.


 스태프를 비롯한 각종 공연 관계자들이 술자리를 가질 때, 한켠 구석에선 P.U.N.K. 일원들이 앉아 오늘을 비롯한 그간 라이브에 대한 담소를 나눴다.



 "오늘도 수고했어 세아민. 역시 네놈이랑 합동공연하면 항상 대성공이니까."


 "...네."


 "성공적이었음."


 샤라쿠사이의 칭찬에 스파이더는 동조해줬고, 그 얘기를 듣는 세아민은 부끄러운지 술잔으로 얼굴을 가리는듯한 시늉을 하며 홀짝대기만 했다.



 "세아민이 인기가 많긴 하지. 이쁘장한게, 남자는 물론 여자 팬들도 거느리고 다니잖아."


 "좋겠네. 나도 좀 세아민처럼 예쁘게 꾸며볼까."


 "조심. 사살당할 수 있음."


 "닥쳐 깡통로봇."


 "역시 로봇이 사람보다 보는 눈이 좋아."


 잠시 현악기를 조율한 뒤 자리에 돌아온 와곤도 한마디 거들면서 흥겨운 술자리가 한층 더 솟구쳐올랐다.



 "...저 그, 오늘도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에? 진짜? 그래도 오늘 주인공은 세아민인데."


 세아민이 술 두어잔을 연거푸 들이마셨을 즈음, 약간 비틀거리는 모양새로 일어났다.



 "금붕어 밥을 줘야되서요. 그럼..."


 "어, 그래 알겠어. 우리 술자리는 떠나는 사람 잡진 않으니까."


 샤라쿠사이의 말을 채 듣기도 전에 세아민은 급히 자리를 떠나 술집 바깥으로 나왔다.



 "요즘따라 술만 마시다 그냥 나가버리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네."


 "무엇보다, 예전 같이 일하던 댄서들도 술자리에 안오고 있으니까."


 "뭐, 그냥 자기들끼리 모여서 소소하게 2차 하나보다."


 "그럴 리 없음."


 "됐어.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해."

 


 온갖 억측이 오가는 사이, 세아민은 집에 도착했다. 


 세아민이 술에 취한 채 들어오자, 가장 먼저 그를 반긴 건 금붕어였다.


 세아민의 몸집보다 커다란 금붕어는 그의 발소리를 듣자마자 곧장 지느러미로 미끄러지면서 신발장까지 헤엄쳐나갔다.


 세아민은 기다렸다는듯, 장바구니에서 플라잉 피시 한마리를 건네줬고, 금붕어는 잽싸게 입으로 덥썩 물어 한입에 삼켰다. 그 모습에 세아민이 금붕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벌써 왔어? 진짜 오자마자 자기 애완동물부터 챙기다니."


 이 광경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감상평을 남겼다.



 "...디어 노트."


 "역시 멋져. 남자다워. 늠름하다니까."


 한껏 아부와 아양섞인 소리를 떨면서 천천히 다가온 디어 노트가 세아민 뒤에 푹 껴안은 채 매달렸다.



 "또, 이상한 소리..."



 ...



 금붕어가 마룻바닥에서 비닐봉지를 헤집으면서 어류족 파티를 즐기는 동안, 디어 노트도 세아민을 화장실에 끌고간 뒤 바지를 헤집기 시작했다.


 "하아...♡ 세아민의 튜너. 벌써 커졌어♡"


 참을 새도 없이 디어 노트는 세아민의 튜너를 그대로 입 안에 그대로 삼켰다.



 "저기, 그... 안방에."


 "쭈으읍... 앙대... 거러머는, 세이서 나너머거야 하자나... 뭐져 절겨야,,,♡"


 튜너를 타고 뇌까지 파고 들어가는 전율과 아까 전 작정하고 퍼마신 술 때문에, 세아민은 대꾸도 못한 채 그저 디어 노트의 데구르르 굴리는 혀만 느끼고 있다.



 "잠깐만 디어 노트, 천천히... 싸, 쌀 거..."


 "이베 싸져♡"


 세아민의 입이 떨어지기 무섭게 디어 노트는 더 매섭게 고개를 흔들어댔다.


 "웁♡!"


 이내 세아민은 디어 노트의 입 안에 그레이돌을 한가득 쏟아냈고, 순식간에 터진 하얀 슬라임들은 디어 노트의 입 안에 채 담기도 전에 주르륵 새 나갔다.



 "하아... 하아..."


 "하아...♡ 진짜, 몇달 사이에 너무 튜너 크기던, 그레이돌 양이던 는 거 아냐? 그래도 처음엔 코랄 드래곤만했는데, 이젠 라이프 스트림 드래곤 수준, 아니 너무 규격 외잖아♡"


 "네가 매일, 싱크로 시키니까..."


 "아냐. 그냥 세아민의 재능이 좋은 거야. 매일 싱크로 한다고 튜너레벨이 늘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


 "..."



 변기에 털썩 주저앉은 얼굴을 붉히는 세아민 위에, 디어 노트는 그의 흉악한 튜너를 어루만지면서 그의 위에 올라탔다.


 뻐끔거리는 디어 노트의 여섯 무의 문은 금세 천지창조를 할 것만 같이 뻐금대고 있었다.


 "진짜 아까워. 이런 재능으로 고작 링크따위나 하고 있었다니♡ 처음 만날때 얘기했잖아? 분명 세아민이 남자인 걸 알리면 여성팬은 물론 남성팬도 곱절로 늘어날 걸?"


 "...무대 위에 성별이란 건 의미없어. 내 팬이 즐거우면 된거야..."



 그말에 디어 노트는 씨익 웃더니


 "그렇지. 하지만 여기선 세아민이 튜너인 게 제일 중요하겠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디어 노트는 세아민과 싱크로를 하려고 했다.



 "뭐해..."


 디어 노트가 싱크로를 하려는 순간, 폭시 튠과 오우거 넘버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열어 싱크로 캔슬을 시켜버렸다.



 "나빴어... 나도 싱크로 하고 싶다고..."


 폭시 튠은 세아민처럼 우물쭈물한 목소리로 디어 노트에게 소심한 항의를 내비쳤고, 오우거 넘버는 그녀의 뒤에 숨은 채 조용히 숨을 죽였다.



 "너희들끼린 세아민 기다린다고 둘이서 엑시즈 잘 하고 있었잖아."


 "부족해요... 디어 노트 씨가 싱크로 처음 알려준 뒤론, 만족 못해요...♡"


 "...누가 들으면 내가 오기 전엔 줄창 엑시즈 소환만 한 줄 알겠네."



 "저기..."


 셋이 이리쿵저리쿵 하는 사이, 세아민이 조심스래 말했다.


 "전부 상대 해줄게... 그니까, 안방으로 가자..."


 ...


 "...그래♡"

 "...네♡."




 ...


 "하아...♡ 하아...♡"


 잠시 뒤, 안방에선 폭시 튠의 침착하지만 한껏 고조된 숨소리와 싱크로하면서 찌걱대는 물소리 외엔 어떤 것도 들리지 않았다.


 후배를 위하는 자세로 싱크로를 하는 세아민은 한껏 붉은 표정으로 폭시 튠의 새하얀 등짝과 옆에서 싱크로를 돕는 둘의 몸짓에 소환을 무효할 수 없었다.



 "어때?"


 "괜찮아... 너무 좋아...♡"

 

 "역시 원년멤버라 그런지 싱크로 궁합은 가히 최고 같네."


 세아민과 디어 노트의 합에 디어 노트는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둘의 11레벨 몬스터를 감상하고 있다.


 

 "확실히 그간 많이 연습했어. 처음엔 그로우업 벌브 모형도 안 들어갔는데, 이젠 데스트루도도 아무 문제 없잖아."


 "맞아, 하지만... 역시 세아민 뿐이야...♡"


 디어 노트는 폭시 튠의 즐거운 모습에 본인도 모르게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몇 달 간 셋에게 싱크로를 가르치고 성장하는 세아민의 튜너를 보며 이미 디어 노트는 튜너의 노예가 되었다. 이제 그녀에겐 세아민의 싱크로만이 행복이 되었다.




 "하아, 저기 폭시 튠 슬슬..."


 슬슬 세아민이 소환준비가 완료됐는지 최대속도로 라이딩을 하려고 자세를 잡았다.


 "등에다, 그레이돌...♡ 잔뜩...♡!"


 세아민은 몇 초 뒤 폭시 튠의 뾰얀 피붓결에 탁한 그레이돌을 마구 쏟아냈다. 마치 꿈틀대는 것 같아서 마치 여섯 무의 문으로 기어들어가 카운터를 올릴 것만 같았다.



 "하여튼 튜너즈 베리어를 사서 하지. 아직까진 괜찮아도 이러다 액셀 싱크로 하면 어쩌려고."


 "그, 부끄럽잖아 좀..."


 "세아민 말 맞아. 얼굴도 알려졌는데, 뮤지션에게 스캔들은 무서워...♡"


 여운에 빠져 마치 세뇌 브레인컨트롤이라도 걸린 거 마냥 폭시 튠은 세아민의 육체부터 목소리까지 모든 걸 긍정했다.



 "...♡"


 오우거 넘버가 참을 수가 없는지 세아민 앞으로 아무 말도 없이 안겨서 졸라댔다.


 "그래..."


 "그래. 뭐, 싱크로 알려준 건 나니까♡."


 이미 정상적인 사고따윈 잊은 디어 노트가 장난스레 푸념을 하고, 그 사이 세아민은 오우거 넘버를 눕혀 그대로 싱크로를 이어나갔다.



 "어때..."


 "...♡"


 조용조용한 오우거 넘버는 세아민의 질문에도 눈을 지긋이 감고 싱크로를 천천히 음미하고 있다.



 몇분동안 조용조용히 삐걱대는 세아민과 오우거 넘버의 반응에, 디어 노트는 투정을 부렸다.

 

 "야 좀, 뭐라 얘기를 해보라고. 그리고 세아민. 그러다 갑자기 액셀 싱크로 하면 안된다. 싸기 전엔 얘기를 해."


 "어..."


 "...액셀 싱크로..."



 오우거 넘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오우거 넘버는 뭔가 골똘히 생각했다.


 액셀 싱크로... 포뮬러 싱크론... 플로라 오브 메이든... 축복의 교회...



 그러더니


 오우거 넘버가 두 발로 세아민의 허리를 꽈악 잡았다.


 "잠깐..."


 "야! 왜 그래."


 "액셀 싱크로... 하고 싶어요... 포뮬러 싱크론 타서, 플로리 씨 꽃가루 맞으면서... 오빠랑 결혼하고... 행복하게..."



 "..."


 "오빠... 앗♡"


 갑작스런 오우거 넘버의 망상에, 세아민은 거세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면, 저...♡ 조금만...♡"


 "하자... 액셀 싱크로. 오우거 넘버가 원하는 거..."


 그러더니 어느 누구도 말릴 틈도 없이 세아민은 오우거 넘버와 액셀 싱크로를 성공시켜버렸다.



 "..."


 "이야, 말도 없는 애가 남자가 좋아하는 말만 하네. 그리고 역시, 세아민도 남자구나♡"


 "아♡ 저기, 세아민 빨리 저한테도 액셀 싱크로♡"


 여운에 잠긴 채 멀뚱히 서있는 세아민의 양옆으로 디어 노트와 폭시 튠이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미 엎질러진 물인지, 아니면 처음 느끼는 액셀 싱크로의 쾌감 때문인지, 세아민은 둘의 가슴을 꽉 부여잡았다.


 "...♡"


 이미 모두가 세아민 튜너의 노예가 된 이상, 싱크로와 액셀 싱크로를 체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뒤로 얼마인가. 넷은 멈추지 않고 싱크로를 이어나갔다.


 디어 노트의 라이딩을 시작으로 미아견 마론 자세로 싱크로, 세명이 헝그리버거가 된 뒤 세아민의 식사, 세명이서 튜너 음미 후 그레이돌 식사, 엑시즈 소환, 유니좀 튠 장착 후 유사 더블튜닝, 세아민의 양팔에 각자 여섯 무의 문을 끼우고 카운터 올리기, 아마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카드의 자세를 했다.



 어느 새 쿠이라가 지고 인티가 하늘에 떠오랐다. 비튜너 세명이 모두 실신 상태에 빠졌고, 그나마 겨우 정신줄을 붙잡은 디어 노트만이 세아민의 튜너를 입으로 청소하고 있다.


 "이렇게 격렬하게 싱크로 한 건 처음이네."


 "응..."


 거의 조는 듯한 모양새로, 튜너를 입에 문 디어 노트는 점점 속도가 느려졌다.



 "피곤하면...한숨 쉬어. 오늘은 일정 없어..."


 하지만 절대로 세아민의 튜너를 포기할 수 없는 디어 노트는 한마디 툭 던졌다.


 "그러면... 오늘은 P.U.N.K. 녀석들 전부 부를까. 아마 걔네들, 우리가 이렇게 싱크로 하는 거 모를 걸?"


 "..."


 그 말에


 세아민은 디어 노트의 목구멍 깊숙히 튜너를 쑤셔넣었다.


 "우웁♡"


 "그 입, 다물어... 이 세명의 싱크로는 나만의 권리야..."


 "...♡"

 

 디어 노트는 세아민의 남자다운 모습에 그녀의 입에선 그레이돌과 함께 기쁜 웃음이 새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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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면 순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