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
"아, 그, 그...죄송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20분간의 긴 설득 끝에 겨우겨우 오피를 화장실에서 꺼낸 와이즈는, 이제 오피와의 오해를 풀 기나긴 여정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나도 미안해해야지.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었으..."
"으, 으갸아갖ㄷ2#$@$악! ㅇ,으아아니요! 아뇨아뇨! 제 잘못이에요."
"아무래도 저희 소대엔 여자들밖에 없다 보니까 이런 것도 서스럼없이 하게 됐는데...그..."
"...습관, 적으로...환복부터 하려고..."
말하면서 다시 실시간으로 붉은색이 되어가는 오피의 얼굴에, 와이즈는 속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며 다시 말했다.
"그건 괜찮아. 습관이면 고치기 힘든 건 맞지..."
"그냥 단지...너도 그렇게 미안해해야 할 일이 아니고, 나도 잘못이 있다는 것만 알아달라는 거야..."
"네? 제가 미안해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로프꾼님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잖아요. 이건 사과를 해야 마땅한 거에요."
"그러니까...곤경에 처한 게 아니래도."
나름의 굳세고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있는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 늘 순탄하지는 않다는 걸 깨달아가는 와이즈는, 오피를 설득하기 위해 애썼다.
"...그럼, 그러니까."
"곤경에 처하지 않았다는 건...로프꾼님이...편하거나 좋으셨다는 거고..."
"저는 환복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 그만! 그마안!"
"그거 아냐!!"
터질 듯이 빨개진 오피의 뺨을 보고서, 잽싸게 다음 말을 말리는 와이즈.
신념은 몰라도 사고방식이나 상식은 확실히 뒤틀려 있다는 걸 깨달은 와이즈는, 한숨을 내쉬며 설득에 쓸 언변을 정리했다.
"오피, 순간의 실수였잖아. 너나, 나나, 둘다."
"너도 나도, 서로에게 사과했으니 이젠 끝내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음. 벌어지지 않도록, 둘 다 주의하는 거지."
약간은 본능적인 아쉬움이 앞섰던 와이즈가 꽤나 주의가 필요한 부분에서 뜸들이며 말했다.
"어, 그...그럼..."
"그..."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상당히 당황스러운 듯한 것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오피.
그리고 그 순간.
꼬르르륵-
"......."
'...에라이.'
도통 도와주질 않는 오피의 위장을 약간이나마 탓하는 와이즈와,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화장실로 튀어갈 기세로 발을 구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오피.
"어, 어차피...나도 정말 배고프던 참이었어."
"나가서 뭐라도 먹을까? 내가 살게."
"먹고 싶은 거 있어?"
와이즈는 최대한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며 살살 말걸었다.
"ㅇ,아뇨! 아뇨아뇨. 그...제가, 아니지, 저희 활동비도 있으니까...괜찮아요!"
"머...먹고 싶은 건 따로 없으니, 로프꾼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먹어요. 그럼 저도 좋을 것 같아요..."
"가, 갈까요...?"
"...그래."
쭈뼛쭈뼛대며 나갈 채비를 하는 듯한 오피를 보며, 와이즈는 반쯤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일단은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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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이신가요?"
"네."
"뭐로 하시겠습니까?"
결국엔 라멘으로 귀결된 저녁 메뉴, 해수욕장 뒷편에 위치한 가게에 들어간 와이즈와 오피가 메뉴판을 보고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는...파이탄(백탕, 하얀 국물)으로 할래요. 11호가 먹는 것처럼 매운 건 저도 잘 못 먹겠더라고요..."
"...11호가 먹는 건 뉴에리두의 그 누구도 못 먹지 않을까? 이름부터가 헬파이어 라멘이잖아."
"그럼 나도 파이...음?"
메뉴판을 둘러보던 와이즈가 익숙하고도 생소한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저...사장님."
"예,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이...'오색담치 라멘'은, 이 지역에서 이 시기에만 판매되는 건가요?"
와이즈가 메뉴판 구석에 적힌 라멘을 보고 말했다.
"아, 네. 허허허...오색담치는 테르모 구역에서만, 그것도 수확철에만 채집이 가능한 종이거든요."
"다들 맛이 없다고 하고, 그렇게 맛이 없는 만큼 희귀도에 걸맞지 않게 가격도 나름 저렴한 편이지만...다들 먹는 방법을 몰라서 그래요."
"그냥 조개구이로 먹기만 하지, 이걸로 국물을 우리는 사람은 저 말곤 없을 겁니다."
라멘집 사장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혹시 오색담치에 대해 잘 아시나요?"
오피도 슬슬 감이 잡혔는지, 와이즈와 눈빛 교환을 한 번 하고는 사장에게 질문했다.
"네, 제 아버지가 오색담치를 엄청 좋아하시거든요. 어부시기도 했구요."
"팔아봤자 돈도 안 되는거, 실컷 잡아서 혼자 국 끓여 드시다 저랑도 나눠먹기도 했죠. 물론 지금은 연세가 있으셔서 바다로 나가시진 못하지만, 항상 수확철이 되면 오색담치를 찾으십니다."
'...역시, 그 할머니의 말은 거짓말인게 분명해.'
'그럼...'
"그럼...혹시 오색담치를 어떻게 잡는 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와이즈가 아르키니스의 집에 있던 흙 묻은 수레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질문을 했다.
"...별난 질문을 하시네. 라멘 주문 넣으시면 내 말씀해드리리다. 곧 손님들 몰려오실 시간이라 여유롭게 얘기나누고 싶어도 못 하겠네요."
"사장님, 여기 오색담치 하나요."
"네, 알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님 한 명이 들어와서 주문했다.
"...주문하시겠어요?"
사장이 와이즈와 오피를 보고 질문했다.
"그럼...저희도, 오색담치 라멘으로 2개 주세요."
와이즈와 오피가 서로를 번갈아보더니, 동시에 외쳤다.
"이게 바로...오색담치라는 놈들입니다."
미소지으며 주방쪽으로 걸어간 사장이, 솥에 뜰채질을 하며 조개같이 생긴 것들을 건져냈다.
오랜 시간 끓였음에도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껍질이 그 이름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다른 조개들처럼 갯벌에서 잡히는 게 아니라, 바위틈에서 자라죠."
"수확철이 아닐 때는 진짜 못 봐줄정도로 살도 적고 껍질도 단단해서 먹을 수가 없는데, 수확철의 황금어장 때에 신기하게 껍질도 물렁해지고 살도 꽉차는 게 국물 우리기 딱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색담치라는 조개가 수익원으로 생각되지는 않아.'
'그런데 아르니키스 씨는 그걸 캐기 위해서 나갔고, 심지어 그 수레는 갯벌에서 쓰는 것도 아니었지.'
'역시...뭐가 있는 게 분명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오피."
"네."
"밥 먹고 나서, 아르키니스 씨의 집에 다시 한 번 가볼까 하는데...어때?"
"...좋아요."
어느새 나온 라멘 두 그릇을 순식간에 해치운 둘은, 다시 마을 안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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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져 있네."
"아직 자기엔 이른 시간인데...어디 나가신 건가."
와이즈가 노파의 행적을 궁금해하며 혼잣말했다.
"그럼...이틈에 담벼락을 넘어가서 한 번 조사해볼까요?"
오피가 소곤거리며 제안했다.
"...확실히, 여기서는 볼 수 없는 저 안쪽에도 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각종 어구(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도구)를 조사하다보면, 또 이 수레처럼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 말이야."
"...가자."
와이즈가 고개를 휙휙 돌리며 아무도 없단 걸 확인하고 말하자마자, 오피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담을 넘어 들어갔다.
"오피, 나는 수레를 좀 더 보고 사진도 찍어놓을 테니까, 넌 안쪽을 조사해줘."
"네, 알았어요!"
행여나 누가 들을세라 조용히 말한 둘은, 그대로 각자의 위치로 달려갔다.
'일단 오색담치를 수익원으로 잡으러 갔다...라는 말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속였다는 뜻이 돼. 심지어 몇년동안이나 그랬을 수도 있겠지.'
'그 말인즉슨, 그의 직업인 어부에 대해서도 의심할 필요가 있어.'
'그렇다면, 어부가 쓰지 않은 이 수레에는 뭐가 담겼던 걸까?'
'흙도 묻었고, 그리 오래 방치된 것 같지 않아. 아르니키스 씨가 실종될 때까지만 해도 썼겠지.'
이런저런 방향에서 사진을 찍으며, 수레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던 와이즈.
"로, 로프꾼님...잠시 이리로 와보셔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순간, 오피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와이즈를 불렀다.
"...왜 그래, 오피?"
오피의 떨리는 목소리와 눈동자와, 이제와보니 심할 정도로 으슥한 집 뒷공간.
'무언가, 있으면 안 될게 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을 떠올린 와이즈는, 더러운 직감을 애써 부정하며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커지는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면서 오피에게 갔다.
집 뒤쪽은, 너무나도 으슥했다.
뒤편의 고지대에서도 보이지 않는 시야각에, 빙 둘러 돌아가는 가정집에선 보기 힘든 구조.
두 번씩이나 나오는 코너와 사람 한 명 지나가기도 버거운 좁은 길에, 와이즈는 당혹감까지 느끼며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와이즈는 숨겨지듯이 세워진 창고 앞에 다다랐다.
창고의 좁은 입구 마당에 선 오피는, 말없이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창고를 가리켰다.
"..."
저도 모르게, 약간씩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둘은 손을 잡고, 심하게 으슥해 보이는 창고로 향했다.
끼익-
"...이게 무슨."
창고의 안에 들어있는 것은, 물론 어구 따위는 아니었다.
아르키니스가 어부라는 것은 진작에 밝혀진 거짓이니까.
단지, 창고 안에 있던 각종 둔기 및 예기들과 용도 모를 약물들이, 아르키니스가 감추었던 거짓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다는 걸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거...아무리 봐도 물고기 잡는 데 쓰이는 거 같지는 않은데."
"...."
넋놓고 창고 안의 충격적인 풍경을 바라보던 둘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침묵과 함께 수색을 시작했다.
'...대체 뭐야, 이건.'
'아르키니스...대체 뭐하던 인간인 거야.'
누가 봐도, 아무리 봐도, 어떻게 봐도.
저 무기들이 쓰이는 용도가 입에 담기도 힘든 끔찍한 것들이란 걸 알 수 있었기에, 와이즈는 반 패닉에 빠진 채로 사진을 찍어댔다.
'...응? 이건 뭐지?'
그리고 그 순간, 책상 위에서 종이 하나를 발견한 와이즈.
"...로프꾼님, 그 종이는 뭔가요?"
"지금 읽고 있어, 잠깐만..."
"...계약자, 아르키니스. 고용인, J."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오피와 함께, 와이즈는 수상한 종이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20XX년 XX월 XX일까지, 타겟을 확보하여 키메라 기관 입구까지 올 것."
"살해는 엄금하며, 최대한 상해를 입히지 않을 것. 처리 과정에서 발견한 상해 하나당 보수 급여 차감. 차감액은 상해의 정도에 따라 상이."
"...단, 타겟의 저항이 심할 수 있으므로 1~2회의 구타나 가격에 의한 상해는 허용하겠음."
읽기도 힘든 더러운 내용을, 와이즈는 욕지거리와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참아가며 꾸역꾸역 읽어갔다.
"밑에 이건...아르키니스의 필체인 걸까요?"
그리고 그 옆에서 종이를 보던 오피는, 맨 아래에 적힌 다른 필기체의 글씨를 발견했다.
"타겟...크레우사?"
그리고 그 글씨에는, 상상도 못한 이름이 적혀있었다.
"크레우사라면...그..."
"가장 먼저 실종신고가 들어온 사람이자...우리가 방금 전에 만났던 그 사람들의 가족이지."
다소 충격적인 이름이 적혀있었던 종이.
말 그대로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종이를 챙긴 와이즈와 오피가 나가려던 순간.
"...누구, 계시는 겁니까?"
앞마당 쪽에서 노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본능적으로, 와이즈와 도깨비불은 소리내지 않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창고 바깥쪽, 이곳으로만 오지 않는다면 들키지는 않는다.
문제는, 본능적으로 주저앉아버린 바람에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이 더 좁아져 버렸고,
그로 인해 서로의 신체가 꽤나 많이 서로에게 닿고 있다는 것.
'...여기로 올 가능성은 적을 것 같긴 한데, 오피와 너무 딱 달라붙어버렸어.'
다시 일어난다면 낡은 나뭇가지로 이루어진 창고와 부딪혀 돌이킬 수 없는 소리가 날 것이고, 그렇다면 이곳을, 외지인으로서 용서받지 못할 잠입을 들킬 것이다.
허나, 팔에 닿고 있는 오피의 허벅지가 말해주듯이, 이 정도로 둘을 딱 붙여놓는 좁은 공간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무리 억지로 이 창고를 감추기 위해서였다지만...이건 좁아도 너무 좁잖아.'
'나가면...아르키니스부터 조사해봐야겠어.'
약간의 분노와 잡다한 생각들로 인해, 꽤나 거칠어진 와이즈의 숨.
그리고, 그 숨결의 소리는 그대로 오피에게도 닿았다.
'로프꾼님...숨결이 나한테 닿고 있어.'
'이 정도로 딱 붙어있는 건 처음인데...뭔가 느낌이 이상해.'
'시드가 이런 느낌이었을까...뭔가, 절대 그럴 수가 없는데 편하고 좋은 느낌.'
'물론 어쩔 수 없었다지만...그...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었으면.'
'...?'
'오, 오피?'
자신의 쪽으로 무게를 쏟는 오피를 느낀 와이즈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 죄송해요...'
'밟으면 소리가 날것같은 물건이 있어서 최대한 피해보려고...'
꽤나 성공적인 변명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오피는 거의 대놓고 자신의 몸을 와이즈에게 맏기었다.
'냄새, 촉감, 그리고...들려오는 로프꾼님의 심장박동.'
'모든 게...좋아.'
"오, 오피..."
"이러다가...그...소리가 날지도 몰라..."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새어나오는 소리를 참고 있던 와이즈였지만, 오피의 말을 진심으로 믿었는지, 싫지는 않았는지 오피를 밀어내고 있지 않았다.
"...늙으니까 환청이 다 들렸나보구만."
"어휴...아르키니스, 아르키니스야...늙은 어미 두고 어딜 간 거냐..."
그리고 그제서야, 집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노파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타닥-
행여나 들킬 까봐, 최대한 조용히 앞으로 튀어나와 숨을 쉬는 와이즈.
"...휴우."
"들킬 뻔했네. 그렇지...?"
"...네."
"그러게...요."
"들킬 뻔했어요."
'로프꾼님한테도...'
마지막 말은 마음속으로 삼킨 채, 오피는 와이즈를 따라 창고를 조용히 나서 뒷마당 담벼락을 넘었다.
To be continued...
질문, 피드백 대환영. 칭찬은 더더더 쌍수들고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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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시간내어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 있어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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