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오피&도깨비불 소설) 그대는 뒤돌아 보지 마라
Spoiler ALERT!

"뭔 일 있었어? 표정이 조금 안 좋은데."

"아무 일 없으면 그게 군대냐...신경쓰지 말고 네 안경이나 똑바로 써."

"너도 내 안경 신경쓰지 말고 빨리 대답이나 해."

"실험 채혈은 낮에 다 끝났는데, 여기까지 그냥 온 건 아닐 거 아냐."



"왜, 오면 안되냐? 어차피 같은 흑요석 부댄데. 개인 정비시간에 어딜 싸돌아다닌 다고 뭐라하면 그것도 문제 있는 거지."

"...넌 진짜, 이졸데 소대장님 밑에서 일해서 다행인 줄 알아라. 대체 어느 상관이 일반 병사가 개인 목적으로, 휴지통에 갈기갈기 찣겨 들어가는 종이조차 군사 기밀인 연구부대 드나드는 걸 봐주겠어."

"내가 일반 병사로 보여? 계속 같이 있었는데, 사람 잘못 보셨네."

"그래그래...최우수 특급전사 및 공동 작전 최다차출에 빛나는 전설적인 병사 오르페우스 씨.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줘어어엉말 영광입니다."



'뭐지, 이건.'

'이전과는 다르다. 매우, 매우 선명하게 보여.'

'원래는 그냥 스쳐지나가듯 보이기만 했는데...이 기억만...매우 선명하게.'

'이건...그 J와의 대화인가.'



"그나저나 진짜 무슨 일이야. 팔레올로스 참모님이 또 뭐라했어? 아니면 뭐, 호플리테스 교관님이랑 스파링해서 지기라도 했어?"

"그런 거 아냐."

"그냥 약간...음. 재미없어서 그래."

"그런데...여기 있으면 나름 재밌으니까, 음."



'...어리디 어리구만.'

'아까 그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표정과 함께 자랑할 때도, 지금 말하는 꼴도, 아아주 어린 시절의 나야.'

'대체 저 녀석은 뭐길래...나랑 이런 관계가 되어있는 거지?'

'J...뭐하는 놈이냐.'



"하핫, 영광인데. 전설적인 병사님이 나랑 함께 있으면 재미있어한다니. 그렇게 말하기 부끄러웠어?"

"...재미있다고는 안 했어."

"그래? 그럼...우리가 이렇게 둘이서 붙어있게 자리를 마련해준 다른 연구원분들이 재밌는 거야?"

"아니, 그...장난치지 마."



'...확실히, 연애는 맞는 것 같은데.'

'뭐지...?'

'J와의 관계는, 이런 수준에서 그칠 느낌이 아닌데.'

'대체 무슨...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직-

'크, 아아아...!'

지지지직-

'갑자기 뭐야....! 크, 으아아아아아아악...!!'



"ㅇ, 왜...왜 못 들어가게 하는 겁니까!"

"전우가 저렇게 되어서 왔는데...대체...왜...!!"

"군사 기밀입니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알릴 수 없어요!"

"대체 무슨 실험을 하라고 했길래 저렇게 되어서 돌아왔냐고! 왜!!!"



"...알려드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서 가주십시오."

"당신을 위해서라도...이게, 옳은 선택입니다."

"대체 어째서...대체..."

"뭐하다가...이런 일이 생긴 거냐고...!"



'병실 앞...?나는...울고 있는 건가?'

'방금 전의 고통은 장면이 바뀔 때의 느낌이었나 보군.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무리 동료의 죽음이었어도, 저렇게 서럽게 울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만큼...보통의 동료는 아니었다는 건가.'



"그, 그럼...이것만 말해주십시오. 살아날 수는 있는 겁니까...?"

"...저는, 답변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비켜! 비켜보라고!"

"아, 안된다고 했지 않습니...까! 뭔놈의 힘이..."



"지원병 불러! 지원병!"

"오르페우스가 이성을 잃었다!"

"이성을 잃은 건 너희들이겠지! 뭐가 아쉬워서 전투부대도 아닌 사람들을 공동에까지 끌어들여어어!!!!"

"ㅁ, 막아! 막으라고!!"



'...아무래도, 그닥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었나 보군.'

'일개 연구원이라는 가정 하엔, 공동으로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지.'

'확실히...이상한 점도, 찝찝한 점도 많군.'

'[에리두 욕설]...이러면 안 되는데, 점차 마음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



지직-

'으...카하악...! 또냐...!'

지지지지직-

'크, 크아아아아아...!!!'



"코드네임 도깨비불, 성명 오르페우스."

"당신은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되어, 현재 기억 데이터화를 통한 이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기에서, 당신이 직접 잊고 싶은 기억은 취사선택하여 더미 데이터로 편입시킬 수 있습니다."

"즉,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하시겠습니까?"

"잊고 싶은 기억이라도 있습니까?"



'이건...? 그때의 기억인가?'

'저렇게 반쯤...아니, 거의 다 죽은 채로 누워...이 꼴이 되었던 건가.'

'그렇다면 이게, 마지막이겠군.'



"...도깨비불, 대답하십시오."

"도깨비불."

"도깨비불 대장, 대답하세요..."



"도깨비불 언니!!"



"허, 으어어억!!!"

오피의 목소리를 들은 도깨비불이, 마침내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났다.

"ㄷ, 대체...무슨 일이 있었던 거...크, 아아아....!!"

"오피, 빨리 공유기 꺼."

오피의 옆에 서있던 아주 익숙한 방부에게서,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ㅇ, 와이즈? 언제 온 거...크악..!"

"ㅈ, 잠깐...그보다도 여긴...!"

도깨비불이 마지막으로 눈감기 전과 달라진 주변 배경을 눈치채고서 당황한 듯이 말했다.



"...괜찮아요. 공동 바깥이니까요."

"아까 그...J라는 자가, 키메라 기관 안쪽에 있는 공동이 덮치지 못한 공간을 안내해줬어요."

"아마도 그쪽 병력이 생활하는 곳인가 봐요."



"...이런 걸 보니, 해치고 싶지 않다는 말은 확실히 진실이었던 것 같군."

도깨비불이 진심으로,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얼떨떨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와이즈, 넌 언제 온 거냐."



"...1시간 정도 전에요."

"뭐...? 1시간...?"

"대체...내가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 거냐..."

"...거의, 4시간 정도요."

오피가 말했다.



"크, 으으...."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리는군. 대체...뭐가 어떻게 된 거지."

꽤나 충격적이었는지, 도깨비불은 자신이 쓰러져있었던 시간을 들은 즉시 꼿꼿이 피고 있던 몸을 숙였다.



"혹시...엄청나게 충격적인 그런 기억을 보신 건가요...?"

"아니."

"뭐,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인 장면이었지. 다만..."

"...제대로, 못 봤을 뿐이다."

도깨비불이 마지막에 봤던 장면을 떠올리며 말했다.



"...대체 무슨 기억이었길래...도깨비불 언니가 이렇게 된 거죠."

"곧...알 수 있겠지."

"아까 그 J라는 사람이 오라고 그랬다며."

와이즈가 조심스럽게 오피에게 대답했다.



"아...맞아요!"

"...하지만, 언니의 상태가..."

"괜찮아. 바로 출발할 수 있다."

도깨비불이 힘겹게 움직이며 말했다.



"대장. 무리할 필요 없어요."

"그 J라는 사람은...계속해서 여기로 찾아왔어요. 저희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면서요."

"그리고...무엇보다도, 이 공유기의 여파를 저는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와이즈가 전원이 꺼져있는 공유기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자가 진단 모드가 강제 가동되는 대신, 감각 보조 장치가 켜진 채로 연산에 들어간 거에요."

"즉, 자가 진단 모드의 도움 없이 무리한 더미 데이터 연산을 진행한 상태라는 거죠."

"아마도 기체에 상당한 무리가 갔을 거에요."

"지금은 안 움직이는 게 맞아요."



"...감각보조장치가 켜져있는데도,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던데."

"연산 중이었으니까요. 정보 수집은 가능하지만, 정보 처리는 막혀요."

"...그럼 뭐, 대충 눈 감고 과거회상한 셈 치면 되겠구만."

도깨비불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 주세요. 진짜 큰일날지도 모른다구요."

"기다렸다가 가야..."



"...아니, 시간이 없어."

"놈들이...마지막에, 뭐라고 했지, 오피?"

도깨비불이 와이즈의 말을 끊으며 오피에게 물었다.



"...분명, 뭔가 준비가 끝났다고 했던 것 같아요."

오피도 불안함을 느끼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분명...다른 무언가가 있는 거다."

"반드시, 반드시 그 진상을 밝히고 막아야 해."

"그리고 높은 확률로...오늘일 거다."

"시간이 없어."

도깨비불이 와이즈를 돌아보며 말했다.



"...알겠어요."

"단, 무리해서 싸우지는 말자고요. 알았죠?"

"특히 도깨비불 대장...레이저 출력을 올린다거나 하면, 진짜로 큰일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요."

와이즈는 마침내, 못 이기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알겠다. 명심하도록 하지."

"그럼...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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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이라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으스스하니 조금 쌀쌀하네요."

"...이 공간의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네."

J가 알려준 장소로 가는 길, 와이즈와 오피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와이즈 님, 저기 좀 보세요."

그리고 오피는, J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 사이로 비치는 이상한 공간을 보며 말했다.

"넓은 공터같이 되어 있네. 뭐지...?"

"다른 곳보다도 더 으스스한 느낌이야."



"...불안해하지 마라."

"어차피, 우리가 가야할 곳은 거기가 아니니까."

도깨비불이 오래간만에 입을 열고서 말했다.

"....가자, 와이즈. 오피."



"...네, 알겠습니다, 대장."

오피와 와이즈는 묘하게 눈을 떼기 힘든 그 공간을 계속 바라보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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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군."

"오르페우스, 어때. 몸은 좀 괜찮나?"

셋이 계단을 오르자마자, J가 이들을 반기며 말했다.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팔레올로스와, 가만히 있는 호플리테스는 애써 무시한 채, 오피와 와이즈는 조용히 J에게로 걸어갔다.



"시시껄렁한 인사는 집어치우시지. 빨리 본론부터 말해."

"언제든지, 내 레이저가 너를 조준해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

일부러 장전 소리를 들려주듯이 앞으로 나서며 말하는 도깨비불.



"...하나도 안변했군. 오르페우스다워."

"기억은 잃었지만, 그 성격은 어디 안 가는구나."

허나 J는 눈도 깜짝 하지 않으며, 도깨비불에게 말했다.



"...시시껄렁한 소리 집어치우랬지."

오르페우스의 목소리는, 점차 굵어져가고 있었다.

"...과거의 회포를 조금이라도 풀고 싶었는데,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네."

"뭐, 옛날 이야기를 해야하는 건 맞지만 말이야."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말해줄래?"

"...생전의 네가 생전의 나와, 동료 이상의 사이였다는 것만 알고 있지."

금방이라도 열불을 낼 기세를 꺾는, 묘하게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목소리에, 도깨비불은 저도 모르게 순순히 대답해버렸다.



"조금 많이 이야기해야 할 것 같군,"

"따라와. 보여줄 게 있으니."

J는 말만 툭 하고서, 조용히 뒤돌아 걸어갔다.



"...따라간다."

영 내키지는 않았지만, 도깨비불과 와이즈, 오피도 조용히 그를 뒤따라갔다.



"우선 내 소개부터 정식으로 해야겠지."

"내 이름은...유스티티아."

"너무 길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것도 싫어서 J라고 줄여부르고 있어."

"그러니 그만큼, 너희도 나를 편하게 대해줬으면 해."



"난 흑요석 부대...죽, 오르페우스가 속한 군 부대의 연구 시설에 속해있던 연구자였어."

"각종 군사 기술은 물론이고 생화학 기술이나, 때로는 뭔 말도 안 되는 것들도 연구했지."

"그중에 가장 말도 안 되는 건...죽은 자를 되살리는 기술에 대한 연구였어."

"까라면 까는 군대였기도 하고, 기술의 발전도 물론 훌륭했지만...말도 안 되는 요구였지."



"그렇게, 우리는 약간의 편법을 생각해냈어."

"죽은 사람을 그대로 되살리는 건 불가능하니, 죽은 자들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새로운 사람이기만 하면 되는게 아닌가...하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복제인간 프로젝트...<디오니소스>였지."

"디오니소스 프로젝트의 실험 대상으로는 당연히 우수한 병사들이 차출되었고, 고작 20대 후반의 나이에도 이미 화려한 전공들을 세운 오르페우스라는 병사도 그 중 하나였어."



"난 그 자리에서 오르페우스와 처음 만나게 되었어."

"믿을 수는 없겠지만, 기억에도 없겠지만."

"필연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남녀는, 서로에게 점차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어."

"비록 프로젝트 자체는 군사 기밀이었어서 바른대로 사실을 다 말하지는 못했지만...그런 죄책감을 따위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오르페우스라는 여자는 아름답고 좋은 사람이었어."

"지금 생각해봐도 믿기지가 않아. 대체...어떻게, 내가 그 오르페우스와 그런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지금 해온 말들도 믿기 어렵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어."

"하지만...너도 알고 있다니, 조금은 안심하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껏 내가 해왔던 말을...믿을 수 있겠어?"

계단을 내려가던 J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도깨비불을 보며 말했다.



"내 성격을 기억하고 있다면, 무조건 빨리 말하는 게 좋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걱정할 필요 없었네."

J는 미소지으며, 다시 뒤돌아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그렇게...연구도 계속되고, 너와의 만남도 계속되던 와중, 드디어 말도 안 되는 연구의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어."

"에테르...이 저주받은 물질은, 못지않은 축복도 받은 채로 우리에게 단서로서 다가왔지."

"에테르를 이용하면, 불완전한 인공 신체에 안정성을 더할 수 있었거든."

"그렇게 우리는...에테르를 위해 공동으로 실험실을 옮겼지. 흑요석 부대, 그중에서도 아가멤논 소대는 우리와 같이 공동 주위에 주둔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 에테르를 아기 장난감 다루듯 활용한다...그런 천륜을 저버리는 짓들은, 결코 용납될 수 없었나봐."



"에테르를 다루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활성 수치가 고도로 올라가는 바람에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그 사태에 휩쓸린 나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즉사하거나 중태에 빠지고 말았어."

"프로젝트는 완성 직전이었기에 모든 연구원들이 그곳에 주둔해 있었고, 그만큼 피해도 커졌지."

"그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채, 고농도의 에테르 폭발의 화력에 휘말린 나는 병실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지."



"그 폭발은 나에게 커다란 회의를 불러왔어."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기초적인 윤리와 도덕 따윈 시작선에서 가볍게 즈려밟아버린 이 연구를 계속해왔던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과 그 모든 것의 순간의 변수로 인해 증발해버린 허무감."

"그리고...오르페우스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한다는...슬픔."

"그런 것들에 잠겨 바이탈 머신이 사망음을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제안이 하나 들어왔어."



"컴퓨터에다가 내 정신...기억을 옮기고, 우리가 연구해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오니소스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면, 그때 나를 되살리겠다는 제안이었지."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지만, 그 순간, 오르페우스의 목소리가 들리더군."

"환영인 줄 알았던 그 목소리는...병실 밖에서 매우 크게, 또렷이 들려오고 있었어."



"절규하며 소리치는, 울먹이는 오르페우스. 받아들이기 낯선 상황에..."

"나는 충동적으로, 그 제안을 수락해버렸어."

"다른 모든 걸 제쳐두고, 그 순간만큼은 오르페우스 너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만이 남아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나는...연구실 구석에 박혀있던 한 컴퓨터에, 아주 비밀리에 옮겨져 잠시동안 연명하게 되었지."



"아주, 아주 불쾌했어."

"분명 나는 살아있다는 자각이 있는데도, 남의 도움 없이는 몸하나 까딱할 수 없었지."

"고정된 시야에 끊기지 않고 들어오는 바뀌지 않는 풍경은 나오지도 않는 헛구역질을 일으켰고, 가끔 가다 멀리서 들려오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말소리가 유일한 여흥의 수단이었어."

"모든 욕망과 의지는 그대로 남아있는데도, 그걸 실현할 수 없고, 또 그러지 못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건 재앙과도 같았지."



"하지만...버틸 수 있었어."

"곧, 프로젝트가 완성되기만 한다면..."

"오르페우스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또다시."

"내가 열과 성을 쏟았던 목표는, 예기치 못한 재앙으로 무너져내렸어."

마침내 계단을 아주 천천히 내려와, 조명 하나 들어오지 않는 풍경이 상당히 답답한 분위기를 내는 공간에 도달한 J가 뜸을 들이며 말했다.



"평소와 같이 거지같은 어느 날이었어. 멀리서 가끔 들려오는 말소리가 아닌, 아주 다급한 말소리들이 하루종일 복도와 건물을 메우더군."

"하나같이...아가멤논 소대, 그들의 이야기였지."

"...전부 희생되었다는, 그런 얘기."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 거짓말일거라고 생각했지. 군대는 원체 글러먹은지라, 착오라는 게 아주 많은 곳이니까."

"...수많이 반복되는 착오는 착오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말이야."

"그리고 같은 날...오르페우스가 희생되었던 그 날, 프로젝트가 완성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왔어."

"제안에 따라, 나는 아주 기분 더러운 부활에 성공했지."



J가 입고 있던 로브의 얼굴 가리개 부분을 벗으며, 도깨비불 일행을 뒤돌아보았다.



"...그게 끝이냐?"

"설마."

"이제 여기서...그 다음 이야기가 시작될거야."

"...호플리테스."



호플리테스가 조용히 움직여 벽 구석에 비치된 스위치를 올리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런....미친."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미친 새끼야."



절로 와이즈와 도깨비불의 욕설, 그리고 오피의 경악을 자아내는 눈앞의 풍경은.



커다란 철제 실험관에 담겨 얼굴만 유리창에 비친 채, 분명히 살아있듯이 쌕썍거리며 숨쉬는 사람들이었다.

아까 전 보았던 것들과는 비교도 할수 없는, 매우 정교하고도 생동감이 느껴지는 모습들이었다.

마치, 진짜로 되살려 언제든 꺼낼 준비가 된 것처럼.

그리고 도깨비불은 곧, 그들의 정체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전부, 전부 다."

"과거의...군인들이야."

"정확히는..."



"...군사, 범죄자들이다."

도깨비불의 시선이 향한 곳엔, 나머지 둘에게도 익숙한 인물.

와이페이 반도에서 죽었던 부패한 군인, 로렌츠의 얼굴이, 실험관에 담겨 눈을 감고 있었다.




"이 광경은, 이제부터 할 이야기의 결말을 그려낸 하나의 회화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

"이것이...내가 완성한 계획의 전부니까."

"전부...너를 위한 거야, 오르페우스."




To be continued...

질문, 피드백 대환영. 칭찬은 더더더 쌍수들고 환영.

재밌게 읽으셨다면 글쓴놈에게 큰 힘이 되 추천&댓글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묻히기 시러요...

긴 글 시간내어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 있어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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