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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https://arca.live/b/bluearchive/42873090


선생은 아침 일찍 히나와 같이 샬레로 향했다. 선생과 같이 걷는 히나는 어젯밤 잔뜩 선생님의 위로를 받았기에 몸과 마음이 한결 편했다. 그와 동시에 히나는 어떻게 하면 후우카를 급양부로 돌아가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선생은 그런 히나를 말없이 지켜보면서 샬레로 돌아갔다.

"너희들 거기서 뭐 하니? 설마 날 기다렸니?"

선생은 샬레 정문 앞에서 죽치고 기다리던 미식연구회를 발견했다. 하루나, 아카리, 그리고 준코. 다들 한동안 못 먹을 것만 먹어서 그런지 얼굴에 생기가 많이 빠져 있었다.

"켁! 히나다!"

준코는 선생 옆에 히나가 있는 걸 보고서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예전부터 레스토랑을 폭탄으로 날리고 미식을 위해서랍시고 식당을 개판으로 만들었던 전적이 있던 미식연구회에게 히나는 저승사자나 다름없었다.

"애들아 진정해. 히나는 오늘 중요한 일 때문에 온 거고, 너희들을 잡아가거나 하지 않을 거니까."

"... 마음 같아서는 싹 다 내 손으로 유치장에 잡아넣고 싶지만, 선생님이 보고 있으니 오늘은 못본 걸로 해주지."

히나는 지금까지 미식연구회 때문에 고생했던 일이 떠오를 때마다 손수 미식연구회를 시체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선생이 자신을 막고 있으니 애써 노기를 삭히며 미식연구회를 못본 체 했다.

"애초에 너희들, 급양부를 떠난 후우카를 대신해서 급식을 준비해야 하지 않니?"

"선생님, 저희는 급양부에서 못 버티겠어요."

"나름 책임감을 느꼈기에 노력했습니다만... 이젠 한계입니다. 주리의 요리... 우웩...!"

아카리가 울먹이면서 선생님에게 신세 한탄을 했다. 아카리를 시작으로 하루나와 준코가 지난 열흘간 얼마나 자신들이 식사 준비를 한다고 밤낮으로 부엌에 박혀야 했는지, 매번 주리의 요리의 탈을 쓴 연성과정에서 탄생한 괴물을 처리해야 했는지에 대해서 자질구레한 일까지 전부 털어놓았다.

"후우카 씨는 지금 샬레에 있지요? 지금까지 수소문 끝에 마침내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 후우카는 지금쯤 샬레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겠지."

"아침... 식사!"

준코는 후우카가 준비한 아침 식사란 말에 눈이 돌아갔다. 선생은 대화를 하기 전에 일단 아사 직전까지 간 이 셋에게 밥부터 먹여야 겠다고 결심했다.

샬레 식당으로 가니 역시나 후우카가 선생님과 이번에 샬레를 찾아올 학생들을 위해 요리에 집중하던 후우카가 보였다.

"후우카!!!!!!!!"

"보고 싶었습니다!"

"한참 찾았다고!"

"엑."

하루나와 아카리와 준코가 자신에게 달려오자 후우카는 얼굴이 단번에 경직되었다. 열흘이나 지났지만 후우카가 미식연구회에게 품은 감정은 너무나도 깊었기에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정말로 보고 싶었습니다, 후우카."

"그동안 네 빈 자리를 대신해서 노동을 하니까 도무지 감당이 안 되겠더군요."

"저기, 이거 지금 먹어도 되? 나 지금 뭘 먹지 않으면 공복 때문에 실신할 것 같아...."

후우카는 처음에 이들에게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거지꼴로 자신에게 애원하는 미식연구회를 보니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후우카는 천사 같은 마음씨를 지녔기에 굶어 죽어가는 사람을 매몰지게 내칠 정도로 냉정하지 못했다.

"아침 식사, 아직 하지 않으셨죠? 일단 식사부터 합시다. 이야기는 그 다음에 들을게요."

"역시 후우카야!"

"후우카가 혼자서 한 요리... 지금까지 게헨나에서 먹던 짬밥이랑 비교가 안 되는군요!"

"이게 후우카의 진심 요리...."

미식연구회는 후우카가 차린 집밥 요리를 맛보고서는 감탄했다. 이들은 후우카의 요리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돈과 시간과 식자재가 충분한 후우카의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다. 그렇기에 후우카가 선생님을 위해 정성껏 만든 요리를 맛보고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미식을 찾아다니게다고 사방팔방 돌아다닌 일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어째서 저를 다시 찾아온 거지요? 설마 게헨나 식당으로도 모자라서 샬레 식당까지... 날려버리려고 온 건 아니지요?"

후우카는 예전의 후우카답지 않게 날카로운 말투로 셋을 추궁했다. 셋은 죄책감을 느꼈기에 후우카의 말 한마디에 반응했다.

"지난 열흘간 저희는 주방에서 고생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맛이 없다고 멋대로 버리고 파괴한 요리가... 전부 다 후우카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소중한 것이었다는 걸요."

"부탁이야, 제발 급양부로 돌아와 줘. 다시는 하루나가 식당을 날리도록 두지 않을게, 그렇지 하루나?"

"물론이지요. 앞으로는 절대로 급식이 맛이 없다고 해도 게헨나 식당만은 날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

자신의 무릎 아래에서 굽신거리는 3인방을 본 후우카는 복잡한 얼굴을 지었다. 후우카는 3인방이 할 말을 끝내자 히나가 다가오는 걸 보고 긴장했다.

"히나 선도부장...?"

"부탁이다, 아이키요 후우카."

히나는 공손히 몸을 숙이면서 미식연구회 셋과 다르게 매우 정중한 자세로 부탁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고 급양부로 돌아와다오. 지금 게헨나는 네가 빠지니 학생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몇몇 학생들은 어떻게든 외부에서 식사를 충당하고 있지만, 질 나쁜 학생들이 외부 식당이나 식품점을 습격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대로 계속 게헨나의 입지가 흔들린다면... 나도 수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후우카는 자신에게 있어 까마득히 높은 히나마저 고개를 수그리자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선생을 보았다. 선생은 자신에게 답을 구하는 듯한 후우카의 얼굴을 보자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선택을 내리는 건 자신이 아닌, 후우카여만 했다.

자신이 어른이라고 해도, 후우카가 내려야 할 결정을 대신 내려서는 안 된다.

선택의 결과와 책임은 본인이 지는 거다.

선생은 숨을 죽이고 후우카의 대답을 기다렸다.

"... 알겠습니다. 급양부로 돌아가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미식연구회가 번뜩 눈을 뜨고 일어났다.

"단, 조건이 있어요."

"내 선에서 가능한 거라면 무엇이든."

"지금까지 선생님이랑 같이 샬레에서 지내면서 마침내 떠올렸어요. 어째서 제가 힘든 일이 가득한 급양부로 들어갔는지, 어째서 지금까지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버텨왔는지... 저는... 제 요리를 먹고 다른 분들이 힘을 냈으면 했어요. 맛있다고 저를 칭찬해 줬으면 했어요."

후우카는 자신의 요리를 먹고 행복해하던 아비도스, 트리니티, 그리고 밀레니엄의 학생들을 떠올렸다.

"앞으로... 계속 모두를 위해 요리하고 싶어요. 하지만 예전과 똑같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요. 전 앞으로 게헨나 뿐만 아니라 선생님, 그리고 수많은 학원의 학생들에게 요리를 선물하고 싶으니까요."

선생은 후우카의 대답을 들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일단 급양부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요. 예산도, 인원도, 조리기구도, 그리고 부엌도 한번 싹 갈아엎어서 리노베이션을 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그 외에 또...."

후우카는 지금까지 몇 번 만마전에 건의했다가 단번에 빠꾸당한 개선안을 전부 다 정리해서 히나에게 들려줬다. 그때마다 후우카는 슬퍼하다가 결국 자신이 아니면 이 일을 맡을 사람이 없다고 자포자기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에야 말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투쟁하겠다는 마음이 그녀의 심정이었다. 미식연구회는 터무니 없이 길고 복잡한 후우카의 급식 개선안을 듣고 기겁했지만, 히나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경청했다.

"이 개선안이 받아들여지 않는다면, 저는 급양부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개선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훌륭하다, 후우카."

히나는 후우카의 개선안을 듣고서 좋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 개선안을 과연 만마전의 너구리들이 받아들일지 모르겠군. 안 그래도 저번에 선도부에 찾아와서 별의별 트집을 잡으면서 예산을 삭감하던 녀석들이... 이렇게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개선안을 고려조차 할 지 모르겠군."

후우카는 그 말을 듣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후우카, 네 개선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만마전에 항의하는데 동참하겠다."

"!"

"안 그래도 나도 슬슬 만마전의 터무니 없는 요구에 질려가던 참이었으니까... 실력행사 한번 들어갈 생각이었다. 마코토는 순진하게도 이 학원이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 같으니, 그 썩어빠진 사고방식을 힘으로라도 고쳐줘야지."

"고맙습니다. 소라사키 선도부장."

"히나라고 불러도 되. 앞으로 자주 만나서 어떻게 만마전 너구리 녀석들의 콧대를 박살낼지 이야기 해야 하니까. 그리고 너희들."

"예?"

"너희들도 좀 협력해 줘야겠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너희들은 나름 실력만은 있으니. 너희들도 앞으로 급식이 개선되는 건 원하는 게 아니었나?"

하루나는 자신에게 협력하라는 히나를 보고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있어 공포의 추격자였던 히나가 먼저 협력을 요구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어쩔 수 없지요. 저희 미식연구회는 전력으로 후우카와 선도부에게 협력하겠습니다.

"급식의 정상화를 위해서!"

"그리고 내가 협력하라고 한 건, 이번 사태가 끝나도 앞으로 급양부를 위해 봉사하라는 뜻이다."

"켁!"

"설마 이번 한 번만으로 너희들의 죄가 씻겨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음식의 소중함을 배워라, 이것들아. 군인에게 있어 식사 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데, 군대의 식사보급을 방해한 너희들의 죄는 고대 군법으로 가면 사형이다."

히나가 날카롭게 하루나와 아카리와 준코를 노려보자, 이 셋은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히나는 자리에 일어나더니 선생에게 갔다.

"선생, 이걸로 되겠지?"

"글세다. 이 뒤 일은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

선생은 히나를 내려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도 선생님은 너희가 이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줄 알아서 안심했다."

"선생님이 충고한 바를 따랐을 뿐이야."

히나는 선생이 예전에 한 충고를 떠올렸다. 가만히 있으면 바뀌는 것이 없으니, 결국 권리를 찾으려면 싸워야 한다고.

지금까지 만마전의 무리한 요구에도 꾹꾹 참으며 순응하던 히나는 그 충고를 받아들였다.

"나도 이제 3학년... 언제까지고 만마전의 뒷처리를 하는 것도 귀찮고, 무엇보다 내 뒤를 이을 후임이 나와 같은 고생을 하는 걸 생각하니 끔찍한걸. 계속 마코토의 응석을 받아 줬겠다간, 내 후임들에게 불리한 관습법이 생길지도 모르니."

히나는 자신이 평소에 언제나 생각하지만 남에게 말하지 못한 귀찮다는 말을 처음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털어놓았다.

"...음?"

히나는 자신의 통신기가 울리자 급히 받았다.

"그래, 나다. 음... 음.... 뭐...?"

선생은 히나의 얼굴이 급격하게 딱딱해지는 걸 보고 긴장했다.

"미안하다, 선생. 나는 지금 당장 게헨나로 돌아가야겠다."

"무슨 일이야?"

"주방이 지금까지 주리가 만들어낸 괴물들에게 점령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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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히나가 먼저 떠난 뒤, 연락이 닿는 샬레 소속 학생들에게 호출 신호를 보내고 나서 게헨나로 떠났다. 선생을 태운 샬레 소속 UH-1이 급히 게헨나 학원 운동장에 착륙했다.

"... 뭐야 저거?"

선생은 멀리서 보이는 게헨나 식당을 보고 기겁했다. 급히 망원경을 꺼내서 살펴보니, 건물 외벽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벽과 창문을 깨고 증식해서는 오래된 담쟁이덩굴마냥 벽 전체를 덮었다.

"저게 주리의 요리라고?"

히나에게서 대강의 설명을 들은 선생은 저게 한때 주리의 요리였던 것이라고 상상하니 영 실감이 가지 않았다. 선생이 게헨나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해서 게헨나 식당을 포위한 히나와 선도부가 선생을 반겼다.

"상황은 어때?"

"지금은 소강상태라고 할 수 있겠지. 보고에 따르면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오후 1시부터 주방에서 살점이 자라더니 주방과 식당, 그리고 학교 건물 일부를 침식했다고 보고가 있었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방심할 순 없다."

"대피는 끝났고?"

"안타깝게도 몇몇 학생들이 미쳐 피난 가지 못하고 붙들린듯 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진 아직 모르겠고."

"만마전은?"

"그 정도로 나약한 학생은 애초에 게헨나에 존재하지도 않으니까 신경 끄고 침식된 건물을 포격으로 파괴하라고 하더군."

"마코토답군."

선생은 그런 평가를 내리면서 잠시동안 식당을 점령한 괴물들의 살점을 관찰했다. 곧 하늘 위에서 샬레 소속 학생들을 태운 헬기가 착륙했다. 주로 밀레니엄과 백귀야행쪽 학생이 많았다. 트리니티 쪽은 괜히 데려와봤자 게헨나만 자극할 게 뻔했으니까.

"아비도스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서 출동준비만 시켜야겠군."

숫자는 적었지만 별의별 학원에서 데려온 학생들이 나타나자 게헨나측 선도부는 복잡한 얼굴로 샬레 소속 학생들을 지켜봤다.

"잠깐, 너흰 흥신소 68 녀석들이잖아!?"

"이오리, 진정해, 이번에 손이 부족해서 불렀어. 너희가 사이가 나쁜 건 알겠지만, 이번은 비상사태니까 참아줘."

시로미 이오리는 선생이 부른 학생 중에서 뜬금없게도 자기가 추적하던 흥신소 68쪽 학생이 있자 이를 갈았지만, 선생이 말리자 속을 삭혔다.

"뭐, 그리고 세리나, 다친 애들 있으면 게헨나 애들도 치료해줘. 반항하면 좀 과격하게 제압해도 좋으니까."

선생은 자신이 부르지도 않은 세리나를 마치 바로 등 뒤에 있는 것처럼 불렀다.

"알겠어요, 선생님."

골판지상자를 뒤집어쓴 세리나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선생에게 대답했다.

"자, 여러분, 차례를 지켜서 줄을 서세요. 세치기를 하면 밥 없어요!"

"배고프지? 알아, 우리도 힘들었거든."

한편 후우카는 야외에서 임시로 차린 취사장에서 급히 밥을 해서 쫄쫄 굶던 선도부에게 따듯한 식사를 먹였다. 다른 학생들은 돈을 내든 훔치든 해서 외부에서 식사를 조달했는지, 학교의 풍기를 지키는 선도부는 스케쥴 문제와 군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다들 총을 제대로 들 수 있을까 걱정할 정도로 몰꼴이 거지같았다.

"이게 다 너희 미식연구회 탓이잖아!"

선도부원 중 한 명은 후우카를 도와 식사를 분배하던 준코에게 적반하장으로 구는 모습이 짜증 났는지 고함을 질렀다.

"세상에, 저게 뭐야?"

"아무리 봐도 저거... 아웃브레이크가 터진 좀비 연구소처럼 보입니다."

"모럴 해저드 시리즈에서 악명 높은 너구리 시티 지하에 지어둔 연구소를 말하는 거지?"

".... 그럼 이제 우린 모럴 해저드 2 인트로처럼 끝도 없이 몰려오는 좀비들이랑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중과부적이라 좀비가 되는 거야?"

"아리스는 좀비가 무섭지 않습니다. 아리스는 바이러스 감염에 면역이니까요."

"하지만 우린 바이러스 면역이 아니잖아! 백신도 없고!"

"단 한 번이라도 물리면... 아리스... 우릴... 그 레일건으로 죽여줘."

"미도리, 아리스는 미도리가 좀비가 된다고 해도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해야해... 아리스... 우린 좀비가 되면서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

"걱정하지 마세요, 좀비에 물려도 녹색 허브 하나만 씹어먹으면 만사 OK입니다. 마침 저기에 녹색 허브가 널려있으니 문제 없습니다."

"아리스, 저건 그냥 잡초야."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알버트 웨스터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니까 좀비가 되는 대신 초인이 되길 기도하는 수밖에."

"애들아, 너흰 이미 총 맞고 안 죽는 초인이야."

선생은 게임개발부 셋이 벌이는 만담을 들으면서 한 마디 한 뒤에 찜찜함을 느꼈다. 본인도 모럴 해저드 시리즈를 전부 해봤기에 저 말을 듣고 보니 슬슬 게헨나 식당이 좀비 연구소로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보니까 저 촉수... 암만 봐도 주리가 요리하다 실패한 짜파게티가 거대화한 것 같은데... 혹시 저것들이랑 접촉한 학생들한테 이상한 점은 없었지?"

"다들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거 외엔 문제 없어. 혈액검사도 해봤지만 바이러스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하니까, 저 밀레니엄 멍청이들이 지껄이는 말은 무시해."

이오리는 이상한 소리를 해서 선도부 사기만 떨어트린다고 밀레니엄 소속 게임개발부 애들을 싫어했다. 유즈는 원래 낮을 심하게 가리기도 하고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나오지 않았기에 게임개발부는 셋 뿐이었다.

선생은 정보수집이 끝나자 히나와 함께 공동작전에 들어갔다. 목표는 이상증식한 주리가 창조해낸 괴생물 소탕, 그리고 행방불명된 학생들의 구출이었다.

"작전 시작."

선생의 무미건조한 신호와 함께 게헨나 선도부가 샬레와 함께 소탕작전을 벌였다.

작전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얌전히 있던 식당은 선도부와 샬레가 접근하자 그제서야 활동에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지금까지 미식연구회가 접한 주리의 괴물들이 가득했다. 뼈만 남은 동태, 송아지 스테이크, 파이에서 자란 사람의 대가리가 달린 나무, 이빨이 앙상한 메뚜기떼, 기타 등등. 하지만 한번 히나의 밑에 단합한 선도부와 샬레에 걸리자 괴물들은 쉽게 쓸려나갔다. 원래 요리였던 존재이다 보니 딱히 내구도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위험한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어중이 떠중이 학생이라면 모를까, 제대로 훈련받은 학생 군단 앞에선 외형만 끔찍하지 실속은 없는 송사리에 불과했다.

"선생님, 지하에서 실종되었던 게헨나 학생들을 찾았어요, 지금부터 귀환합니다."

유우카의 통신을 받은 선생은 학생들의 안전을 기원하면서 싯딤의 상자를 들고 계속 지휘했다. 선생은 학생들이 단 바디캠과 통신으로 정보를 받으면서 각 돌발상황마다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

얼마 뒤 선도부와 샬레는 실종되었던 학생들을 전원 무사히 구출해서 돌아왔다. 경상자는 있어도 중상자는 없었다.

"수고했어, 선생님. 남은 감염지역은 화염방사기로 태우든가, 안전이 확보되면 폭발로 제거하든지 해야겠어."

히나의 말을 들은 선생은 학생들을 돌아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 잠깐..."

"뭐지?"

"주리랑 이즈미 어디갔냐?"

".... 그러고 보니 학생이 둘 부족하군."

선생의 말을 듣자 히나는 다시 한번 생존자 리스트를 확인했다. 선생 말대로 주리랑 이즈미가 없었다. 이즈미는 자기들과 다르게 주리의 식사에 만족하길래 식당에 두고 왔다는 미식연구회의 증언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주리 본 사람?"

"이즈미?"

선생은 그 대답을 듣고 고민했다. 이미 샬레는 감염지역이란 지역은 샅샅히 수색했기에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두고 왔을 리가 없었다. 선생은 도대체 이 둘이 어디에 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주리랑 이즈미가 다른 안전한 곳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응답이 없군."

선생은 혹시나 해서 모모톡으로 주리와 이즈미에게 연락을 했지만, 당연히 연락은 없었다.

"어떻게 하지, 선생님?"

"이럴 땐 뭐... 사태를 급진시킬 마법의 주문이라도 써야지."

"선생님의 마법의 주문, 아리스는 기대가 됩니다."

선생은 앞으로 나서더니 심호흡을 하고서 빠르게 외쳤다.

"해치웠나?해치웠나?해치웠나?해치웠나?해치웠나?해치웠나?해치웠나?해치웠나?해치웠나?해치웠나?해지워지셨나?"

"아리스는 저 주문을 알고 있습니다... 분명 그때 아리스에게 당한 줄 알았던 꼬마 메이드님은...."

이미 원자 단위로 분해된 적조차 부활시킬 선생의 주문은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쿠르르릉

땅이 울렸다. 선생은 자신의 주문이 효과가 있자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반대로 히나는 이게 평범한 지진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선생을 감쌌다.

식당이었던 괴물의 산란못이 꿈틀거렸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죽인 괴물들의 시체가 천천히 녹아들더니 동시에 산란못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과연, 선생님의 주문이 먹혔습니다. 이제부터 최종보스전이라고 아리스는 믿습니다."

"선생님?"

"저거 너무 커지는 거 아냐?"

식당에 남아있던 모든 유기물질을 빨아먹은 그것은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알록달록하던 외피는 빠르게 깔끔한 흰색으로 변했고, 형태가 없던 그것은 거대한 거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머리는 없지만 대신 몸통에 사람의 눈깔과 비슷한 노란색 모노아이가 튀어나왔다.

"잠깐 저거... 어디서 본 것 같아..."

그리고 저 거대한 괴물을 알아본 후우카가 기겁했다.

"내가 일을 그만두던 날 주리가 놓친 그 계란 후라이잖아!!!!!!!!"

주리가 놓친 계란후라이는 용캐 살아남아서, 지하로 도망치고, 하수구로 도망쳤다.

그리고 하수구에서 지금까지 주리가 만들고 버린 음식찌꺼리를 주워먹으며, 권토중래를 노렸다....

"주리!!!!!!!!!"

"이즈미!"

후우카와 하루나는 괴물의 눈처럼 보이는 노른자 안에 주리와 이즈미가 잠들어 있는 걸 보고 고함을 질렀다.

"선생님, 부탁이에요. 저 둘을 구해주세요. 주리는 비록 요리를 만든답시고 문제만 늘리긴 하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만은 진심인... 그저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착한 후배였다고요."

"나는 내 학생을 절대로 버리지 않아."

선생은 그런 말을 하면서 계속해서 다음 행동을 예측했다. 신장만 족히 30m는 넘을 거인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걸로 끝이다!"

"종막, 이스보셋."

선생이 고심하는 동안, 계란 후라이 거인이 이쪽으로 다가오자 선도부는 별 수 없이 대응사격을 했다. 다들 자신이 든 개인화기부터 대전차화기, 심지어 전차까지 꺼내오며 대응했다. 샬레도 별 뾰족한 수가 없었기에 다들 대응을 했다.

"... 뭐야 저거?"

미친 듯이 총알 세례를 퍼부운 게헨나 선도부는 결과를 보고 경악했다. 소총으론 무리지만 대전차화기부터는 어느 정도 이빨이 박혔다. 하지만 어렵사리 상처를 내니, 얼마 안 가서 괴물의 몸통에 박힌 총탄과 포탄의 잔해가 떨어졌다. 놀랍게도 상처를 입은 자리가 꿈틀거리더니 상처는 금방 치유되었다.

"마력 충전 100%! 밸런스 붕괴!!!!"

아리스가 슈퍼 노바를 최대 출력으로 쏜 빔포도, 괴물의 전진을 잠깐 멈추는 거에 불과했다.

"이럴 수가... 슈퍼 노바가 통하지 않다니..."

외눈의 거인은 비틀거리더니 다시 일어나서는 앞으로 전진했다.

"2022년 첫 총력전 보스가 주리의 요리라니! 거기에 짜증나게도 재생괴물이라고?"

선생은 하도 어이가 없었기에 한 마디 했다.

"저런 류의 괴물은 죽을 때까지 파괴를 반복하든가, 코어를 뜯어내든가 해야 하는데... 제길, 화력이 부족해. 그렇다고 저 눈깔을 노리면 주리와 이즈미가 다칠 수도 있고... 골치아픈데."

"지금 당장 피하세요!

유우카는 괴물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걸 보고서는 선생의 손을 잡고 달렸다. 선생은 안전이 확보되자 좌우로 고개를 흔들더니 고함을 질렀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번에도 너희 짓이지!"

"네?"

"게마트리아! 너희 짓인거 다 안다! 검은 양복! 마에스트로! 골콩드와 데칼코마니! 당장 나와! 지금 당장 나오면 권총 헤드샷으로 용서해주마! 안 나오면 지금 가진 화기로 풀오토를 갈길줄 알아라!"

선생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지만 게마트리아는 응답하지 않았다.

"뭐야, 이번엔 얘내들이랑 관계 없는 건가? 이거 2022년 총력전 새 컨텐츠 아니었어?"

선생은 그제서야 이번 사건은 게마트리아와 무관하다는 걸 알고서 허탈해했다.

계란 후라이 거인은 자신에게 포격을 가한 탱크 위에 발을 올렸다. 전차장은 다행이 탈출했지만 거인이 발을 내리자 탱크가 장난감마냥 파괴되었다.

"우아아악!"

거인이 손을 휘두르자 선도부원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다. 사람이 낙엽처럼 하늘을 날다가 단체로 떨어지는 풍경은 선생이 보기에도 아파 보였다. 괴물은 한바탕 날뛰며 선도부와 샬레의 진형을 파괴하자, 이제 관심이 없다는 듯이 한 방향만으로 걸어갔다.

"저 괴물이 도시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히나가 자신의 총기를 들면서 외쳤다. 선도부는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나서는 히나를 따라갔다. 선생은 방금 전투의 결과를 보고 결론을 내렸다.

"마침내 때가 왔군."

"혹시 선생님에게... 좋은 수단이라도 있는 건가요?"

유우카가 그리 묻자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은 싯딤의 상자를 들더니 빠르게 출동대기중인 아비도스에게 연락했다.

"플랜 J, 승인."

선생은 딱 그 말만을 전하고서는 싯딤의 상자를 치웠다.

"히나!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지원군이 올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저 괴물이 어디 못 가게 발목만 붙잡아둬!"

선생의 부탁대로 히나는 전력을 다해서 괴물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히나 본인부터가 오랜 파견임무에서 얻은 피로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하룻밤 자는 걸로는 회복이 부족했다. 선도부는 안 그래도 만마전이 별의별 트집을 잡아서 예산을 깎아버린 탓에 예전보다 무장과 보급이 빈약해졌고, 수일간 밥조차 제대로 못 먹었기에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제길... 마코토가 예산과 물품 보급에 장난질만 치지 않았어도...! 미안해, 선생... 승리를 가져오고 싶었는데...!"

히나는 마코토의 트롤링에 약체화된 자신과 선도부가 괴물을 제대로 이기지 못하자 안타까워했다. 자신과 선도부가 풀 컨디션이기만 했어도 할만한 게임이었다. 히나와 선생이 상황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아니, 히나는 잘 해냈어."

선생은 끝까지 괴물의 발목을 잡느라 엉망진창이 된 히나를 붙잡아 주면서 그녀를 위로했다.

"이제 개쩌는 쇼가 벌어질 거니까, 같이 구경이나 하자고."

선생은 계속 싸움에 뛰어드는 히나를 붙잡더니, 적당한 자리를 골라서는 자리에 앉았다.

"도대체 선생이 불렀다는 지원군이 뭐길래?"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거대 괴물에는 존나게 큰 총이랑 개쩌는 거대로봇."

그 말이 끝나자 괴물의 몸통을 뚫고 푸른 빛이 관통했다. 그나마 아리스의 슈퍼 노바로만 딜이 들어갔던 괴물의 몸이 단번에 증발하더니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었다. 괴물의 몸을 뚫고 지나간 빔포는 검은 하늘을 가르며 궤적을 남겼다.

"지금부터 내 계획을 보고 세금낭비라고 비웃던 총학생회에게 누가 진짜 세금낭비인지 보여주지.."

"뭐...?"

[선생님! 저희가 도착했습니다!]

[으헤~! 생전 내가 하늘을 나는 배에 타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는데! 이걸 위해서 학교 전체를 로봇 기지로 개조하다니, 선생 단단히 미쳤구만?]

[이걸로 은행... 눈 딱 감고 한 번만 털면 안 될까? 이거라면 하루 만에 키보토스 전 은행을 털 수 있을거야.]

[시로코 쨩~ 선생님이 이걸로 은행을 털면 안 된다고 몇 번이고 당부했잖아요~ 이 배는 아비도스의 재산이 아니라 샬레의 재산이라고요.]

[아무튼 선생님, 이거 화력이 너무 쎈 거 아니야? 저기에 게헨나 학생이 들어있다면서?]

선생은 모모톡에 쏟아지는 아비도스 학생들의 채팅에 답변했다. 히나는 선생이 불렀다는 지원군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

밀레니엄 엔지니어부가 그렇게도 노래를 부르던, 전장 30m의 흰 우주전함 한 척이 하늘을 가르며 아비도스 쪽에서 날아왔다. 괴물을 반갈죽한 빔포의 정체는 아리스의 슈퍼 노바를 대형화한 우주전함의 주포였다.

괴물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었는도 움직이더니 분리된 몸통을 다시 붙였다.

[근데 선생, 이거 변신 합체 구호가 뭐였지? 아조씨가 요즘 치매끼가 있어서 다음 대사를 까먹었거든?]

[그레이트 합체?]

[아비도스 미소녀 복면레인저~! 지금부터 합체합니다! 앗! 이거 야하게 들리나요?]

[체, 체인지?]

"다 틀렸잖아..."

선생은 싯딤의 상자를 조작하면서 합체 승인 패널을 꺼냈다. 오른손을 든 선생은 자신의 오른쪽 손바닥을 들어, 인생 최대의 기합을 질렀다.

"메가 퓨져어어어어언! 승!인!"

선생은 자신의 오른손 지문을 넣는 걸로 승인을 내렸다.

"어떄 히나?"

"... 유치해."

"그럴 수가!"

선생은 히나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유치하다고 평가하자 좌절감에 빠졌다.

"예전부터 자주 로봇 프라모델을 건드린다 싶었는데, 기여코 저런 걸 만들었구나. 선생님은 알면 알수록, 더욱더 애 같아."

"선생님에겐 돈과 권력이 있어요. 그리고 키보토스엔 선생님의 꿈을 이뤄줄 기술력이 있어요. 그러면 뭐다? 남자답게 개쩌는 거대로봇을 만들어 봐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난 이렇게나 유치한 선생님이 좋은 것 같아."

히나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선생님이 준비한 쇼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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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개월 전

"다들 바쁠 텐데 모여줘서 고마워."

선생은 한 자리에 모인 총학생회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더니 자신이 부임한 뒤로 벌인 총력전에 대해 발표했다.

"시로쿠로, 헤세드, 비나, 카이텐 FX MK.0, 예로니무스 그리고 페로로질라. 지금까지 샬레가 조우한 총력전 보스의 양상을 봤을 때, 선생님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게 무엇인가요?"

"키보토스에 튀어나오는 보스들이 날이 갈수록 개인화기로 상대하기에 벅차지고 있어. 특히 비나와 페로로질라. 덩치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초거대괴물을 상대로 지금까지 샬레는 딱총을 들고서 이 보스들을 잡아야 했지. 그나마 가장 화력이 쎈게 아리스의 슈파노바였지만, 혼자서는 화력을 커버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수많은 학생들이 중상을 입고 요양에 들어가야 했고. 그날 선생님은 사랑하는 학생들이 심하게 다친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단다."

"과연, 선생님은 샬레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맞아, 그래서 선생님이 이미 앞으로 이런 거대괴물에 대항할 무장과 예산안을 짜왔어."

선생은 엑셀로 만든 차트와 대충 손으로 그린 그림을 학생들에게 돌렸다.

"선생님, 진지한 회의에서 장난을 치시면 곤란합니다."

"넌 내가 장난을 치는 걸로 보이니?"

"... 그러니까 선생님은... 앞으로 나올 정체불명의 보스에 대비해서, 각 학원마다 거대 로봇을 만들어서 보급하자는 겁니까?"

"범죄자 집단인 카이텐져가 쓰는데, 우리 샬레가 못쓸 이유가 뭐가 있지?"

선생은 나나가미 린을 비롯한 총학생회 부원들이 영 탐탁치 않은 눈으로 자길 보자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은 숨을 고르더니 시로코가 선물해준 S자가 수놓인 복면을 뒤집어 썼다.

"선생님이 다시 말하마. 개쩌는 거대로봇 만들 인력과 예산, 당장 내놔."

린은 선생이 계획서라고 건낸 종이를 다시 읽고서 한숨만을 내쉬었다.

선생님의 개쩌는 키보토스 방위계획
1. 각 학원마다 거대로봇을 만들어서 배치시킨다.
2. 아둔의 창급 로봇을 만든다.
3. 행성급 로봇을 만든다.
4. 게마트리아를 키보토스에서 지워버린다.

"선생님, 이건 아무리 봐도... 세금낭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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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이 바로 코앞인데 중간에 자르기도 뭐해서 계속 쓰니까 생각보다 길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