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counsel/85462885


이거 썼던 놈임.

벌써 반년이 지났네.
아직 내가 살아있는게 신기하다.

일단 그 이후의 이야기를 적겠음.
정신과 가서 약을 받아 먹기 시작했음. 전혀 나아지지는 않는 것 같은데 적어도 잠은 잘 와서 좋더라.
의사 선생님 말로는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약을 줄여도 될 것 같다고 해서 약을 줄여가고 있긴 한데 난 뭐가 달라진지 모르겠다.
그냥 남 눈치 보면서 헤실헤실 웃는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라서 그게 좋아보이는 걸까.

생활은 여전히 똑같다.

그냥 사람이 쓰레기 같이 살고있다. 아무 것도 손에 안 잡힌다.

그나마 인터넷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하는 때에만 웃으면서 떠들지, 끝나면 진짜 공허하다. 그 순간만 살아있는 것처럼.

그래서 그것만 붙잡고 살고 있다.


아버지가 오늘 그러더라.

너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다니지, 나는 너보다 더 심하게 우울증 앓고 있는데 안 다니고 있다.


미안한 마음이 없으면 금수새끼지. 죄송하지 않으면 안되지.

그건 알고 있는데, 난 그냥 무섭다 모든게.


병원에 가려고 문고리 잡을 때마다 손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렵다.

길 가다가 사람 보이면 눈 깔기 바쁘다.

하늘을 바라본지가 얼마나 된지도 모르겠다.


이제 26살이 됐는데도 취업은 무슨, 자격증도 제대로 가진 게 없다.

그나마 언젠가 따뒀던 컴퓨터 2급 자격증이나 쥐고 자위나 하고있지.

언젠가 써뒀던 이력서를 떠올릴 때마다, 자기소개서를 떠올릴 때마다 한숨이 나오고 가슴이 아프다.

고졸 앰생 백수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로 나이만 쳐먹었는데 뭘 더 할 수 있겠나.


자살 생각은 여전히 난다.

그냥 어느날 갑자기 숨이 막혀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다.

무서워서 내가 직접 자살할 생각은 못한다. 병신같이.


그래도 취업 해야지. 아버지도 이제 내가 걱정이라고, 당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언제까지 먹여살릴 수는 없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알고 있다. 알고는 있는데.

무섭다.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게 무섭다. 손가락질 이전에, 바라보는 것 자체가 무섭다. 여전히 사람 만나는게 무섭다.

점점 더 방구석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


변명을 하면서 계속 집 안에 틀어박혀있는 내 자신이 꼴보기 싫은데,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내 처지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

조금만 힘내서 밖으로 나가보라고, 용기를 내보라고, 힘을 내보라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내가 그럴 여력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이 그냥 껍데기만 남아있고, 내 생각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냥 하루하루 숨이 붙어있으니까 살아만 있는 것 같다.


뭐가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내 자신의 생각을 모르겠다.


나도 행복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되니까 너무 괴롭다. 괴롭기만 하니까 눈물이 나온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

한걸음 내딛어야지, 하면서 학원이나 취업 정보라도 찾아보려고는 했다.

그런데 어느걸 가나 우리 힘들다, 오지마라, 이런 글들만 눈에 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건 나도 알고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충이 있듯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것만의 고충이 있겠지.

그런데 난 지금 이 상태로도 버티지 못하겠는데, 여기에서 더 중압감이 가해진다면?


지금 이 상태로도 죽을 것만 같은데, 여기서 무언가를 더 한다면?


그런 생각만 계속 들어서 눈을 피하게 된다.


죽고싶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갈 텐데, 왜 내가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그냥,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