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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령관의 하루 (8)

 

 

 

 

 

우리 모두 별의 아이를 보고 공포에 질려있을 때, 주군께선 말씀하셨다.

 

고작 저 정도라면 할 만합니다, 라고.

 

무적의 용

 

 

 

 

 

26.

 

“안녕! 난 하이에나라고 해! 네가 사령관이야?”


“네, 제가 사령관입니다. 오르카에 승선하신 걸 환영합니다.”


오랜만에 새로운 인원, 그것도 한 때 앵거 오브 호드의 일원이었던 하이에나가

 

합류했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실수라도 할까 조금 걱정됐다.

 

사령관은 평소처럼 침실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손가락이 부러져라

 

타자를 치고 있었다. 또 며칠 밤을 샜는지 눈 밑이 새까맣게 보였다.

 

“칸, 보시다시피 저는 매우 바쁩니다. 대신 숙소와 시설 안내, 오르카 호의

 

군법에 대해 가르쳐주시겠습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저기, 저기!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난 언제부터 철충을 터뜨려도 되는 거야!?”


“전투력 측정 후 기초훈련을 먼저 하셔야합니다. 그 뒤에 기준치 이상의 전투력을

 

보유했다고 판단되면 그 때부터 가상훈련을 시작하고, 거기서 우수한 성적을

 

내면 실전에 투입됩니다. 아, 그 전에 장비 개선 및 연계 훈련도-”


“재미없어! 난 이미 강한데 왜 굳이 그런 귀찮은 걸 해? 그냥 투입시켜 줘!”


“안 됩니다. 당신은 최소한 1200시간 이상 훈련을 해야 합니다. 최소 그 정돈

 

훈련해야 실전 투입이 가능합니다. 그게 저희 오르카의 규칙입니다.”

 

사령관이 아이를 타이르듯 말했지만, 하이에나는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으르렁거렸다. 하여간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다.

 

“하이에나, 사령관이 정한 규칙은 절대적이다.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따르는 거야.”


“칸 대장도 참! 이런 전쟁도 모르는 샌님 말을 왜 들어야 돼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사령관의 모자를 빼앗아 휘리릭 돌렸다.

 

“돌려주십시오.”


“싫어. 왜, 싫으면 빼앗아보지 그래? 난 너처럼 지루한 샌님이 제일 싫거든.

 

할 줄 아는 건 펜대를 굴리는 것뿐이면서 잘난 척 명령하지 말란 말이야!”

 

“그 이상 무례를 저지르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하이에나.”


얌전히 상황을 지켜보던 콘스탄챠가 말했다.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 우리가 지켜주지 않으면 곧 죽어버리는 약골의

 

명령을 내가 왜 들어야 하는데? 인간이면 다야? 응, 뭐라고 말해봐.”

 

“……콘스탄챠, 괜찮습니다. 새로 온 식구를 혼낼 수야 없지요.”


“쳇, 화도 못 내? 진짜 찌질한 녀석일세.”


“T-40 하이에나, 적당히 해라. 그리고 이제 나와라.”


하이에나가 나를 따라 침실에서 나왔다.

 

“대장, 정말 저런 녀석을 따라도 되는 거야? 벌써 엄청 걱정되는데?”


“그 부분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사령관은 신뢰해도 돼.”


“그러니까 난 못 믿겠다니까! 어딜 봐도 보고서나 만드는 샌님이잖아.

 

전쟁이 뭔지, 애초에 손에 총이라도 쥐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네.”

 

하긴, 나도 처음 여기 왔을 땐 그런 걱정을 했었다.

 

겉으로 위엄이 드러나는 외모도 아니거니와 바이오로이드인 우리한테

 

존댓말까지 하니, 정말 믿어도 좋은지 의심했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작전에 대해 들려주마. 듣고 나면 납득할 수 있을 거다.”


몇 달 전, 사령관이 레모네이드 오메가를 제압했을 때.

 

나는 그곳에 있었다.

 

 

 

 

 

 

 

27.

 

오메가는 거기 숨어있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AGS를 데리고서.

 

문이 열리자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껏 조롱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반가워요, 인간님. 레모네이드 오메가, 정식으로 인사드려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목소리엔 조롱과 무시가 한껏 섞여있었다.

 

“직접 뵙고 싶었는데……그렇게 바이오로이드들의 치마폭에 숨어계시는군요?”

 

사령관은 드론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사령관이 적진에 직접 나서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으니까.

 

“통치자는 위엄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안 그런가요?”


“그렇다고 적진에 머리를 들이미는 바보짓을 할 필요는 없지요. 긴 말은

 

않겠습니다. 항복하십시오, 그럼 당신의 신분과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고작 당신 따위가 절 지배하려고 하다니,

 

오만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요. 아참, 절 대신해 철충을 막아준 건 감사해요.

 

덕분에 아주 편하게 병력을 늘릴 수 있었거든요.”

 

나는 레모네이드 오메가 등 뒤로 늘어선 AGS들을 보았다.

 

상태를 보아하니 모두 최신예, 그것도 상당한 개조를 거친 것들이다.

 

“그나저나 여기 온 건 그 다섯이 전부인가요? 혹시 자살특공대라도 되나요?”


“자살특공대라니! 우린 앵거 오브 호드거든!”


퀵 카멜이 소리를 빽 질렀다. 

 

그 말대로, 여기 온 건 우리 다섯뿐이었다.

 

나와 퀵 카멜, 워울프, 탈론페더, 마지막으로 샐러맨더.

 

“다섯 이상을 보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당신은 이미 제 전술을 

 

분석했겠죠, 그리고 어떤 전술에든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했을 테고요.”

 

“그럼 저를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군요.”


“그래서 그들을 보낸 겁니다. 그 다섯 명은 저희가 가진 비장의 수단입니다.”
 
사령관의 말에 오메가가 웃기 시작했다.

 

“풋, 고작 이 다섯 명으로 뭘 어쩌시려고요? 이거 무슨 농담인가요?”


“전 농담 따윈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하겠습니다. 항복하십시오.”


“아 그래……알몸으로 제 앞에 엎드리면 고려는 해볼게요. 아니면 제 노예가

 

되시는 건 어떤가요? 꼴을 보아하니 아주 잘 해내실 것 같은데요.”

 

“거절하겠습니다. 저는 모든 종류의 노예제에 반대합니다.”


“좋아요 그럼. 고작 당신 따위한테 복종하는 이 멍청한 섹스돌들을 잘게

 

으깨서 배달시켜드리죠. 당신이 무슨 표정을 지으려나 참 궁금하네요.”

 

“대장, 저 아줌마가 지껄이는 거 계속 듣고 있어야 돼?”

 

내 옆에 서 있던 워울프가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 치며 말했다.


“기다려. 아직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는 말입니다. 당신이 절 어떤 식으로 모욕하든 조금도 화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들을 모욕하는 건 경우가 다릅니다. 당신은 저의 제안을

 

거부했고, 저 또한 당신에게 어떤 예의를 보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 네가 알몸으로 엎드려 빌어도 봐줄 일 따윈 없다. 칸?”

 

“이제 시작할까?”


“당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하십시오. 제 지휘 따윈 필요 없을 겁니다.”

 

“애초에 지휘하게 내버려두지도 않을 거지만 말이죠.”


케스토스 히마스. 오메가가 말하자 갑자기 무전이 뚝 끊겼다.

 

“무전이 끊겼어요!”


“그 인간의 지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건 인정할게요. 그렇지만 지휘할

 

수단이 없으면 아무짝에 소용없는 일이죠. 자, 명령도 못 받고 지원도

 

없는데 뭘 어쩌실 거죠? 엎드려서 항복하면 봐줄 마음이 조금 들지도 모르겠군요.”

 

“개소리도 적당히 하시지. 고작 이깟 고철들로 우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수백 년 동안 싸우고, 수천의 전장을 넘어서고, 수만의 철충을 부쉈다.

 

이 정도 벽은 이미 몇 번이나 넘어섰다. 

 

“앵거 오브 호드, 내 뒤를 따라라.”

 

 

 

 

 

 

28.

 

일방적인 학살.

 

그 전투를 굳이 말로 설명하자면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적은 우리의 몇 배나 많았다. 우리보다 훨씬 강한 무기를 가졌고, 당연히

 

오메가는 자기가 이길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왜! 뭐가 잘못된 거야, 왜 밀리고 있는 건데?!”


언젠가 사령관이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칸, 적에게 승리하는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적을 최대한 많이 쓰러트리는 것이지.”


“좋은 대답이지만,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적에게 승리하기 위해선

 

적의 예상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적이 예상한 것보다 많은 병력, 예상치

 

못한 전술……예상을 뛰어넘은 전투력. 그런 점에서 당신의 앵거 오브 호드는

 

참으로 좋은 부대입니다.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으니까요.”

 

그 말대로, 오메가는 예측하고 대비했다.

 

사령관은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오메가가 자신의 지휘를 분석해서 거기에

 

대응할 거라고, 그리고 그것에 맞춰 병력을 편성할 것이라고.

 

그게 오메가의 패인(敗因)이었다. 전쟁은 시작하기 전에 결과가 정해진 법.

 

사령관은 단 한 번도 전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대장, 오메가가 달아나요!”


“신경 꺼라! 도망쳐봤자 우리 손아귀 안이다.”


오메가의 AGS는 강했다. 수도 많고, 보급도 충분했다.

 

하지만 패배한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훨씬, 압도적으로 강하니까.

 

“밀어붙여라! 벌써 끝이 보인다!!”


“돌격!!”


적이 쓰러진다.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그게 놈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젠장! 젠장, 젠장! 왜!? 고작 다섯이라고! 왜 고작 다섯 명한테 밀리는 거냐고!?”

 

“이유야 간단하지. 우리가 너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니까.”


사상자 0명.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오메가의 AGS는 모두 고철이 되어

 

땅바닥을 뒹굴었다. 이렇다 할 싸움조차 성립되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년들……! 그 인간한테 복종하는 섹스돌 주제에!”
 
“그 섹스돌한테 발린 건 누구지? 너 아냐? 아줌씨, 말은 똑바로 해.”


워울프가 먼지를 털어내고 담배를 꺼내 폈다.

 

“히야, 오늘은 꽤 위험했어. 그래도 운이 좋아서 그런가 안 죽었네!”


“그냥 이것들이 약한 거야. 겉보기만 그럴싸하지 순 깡통이잖아?”

 

“최정예. 내가 가진 최고였다고……제기랄, 어째서……!”


“몇 번이나 같은 대답하게 만들지 마라. 우리가 네 생각보다 강한 것뿐이었다.

 

자, 슬슬 주인공이 오시는 모양이군. 딱 시간 맞춰서 말이야.”

 

잠시 후, 사령관이 호위 병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제 계산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칸.”


“너무 타이트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좋겠군.”


“그만큼 믿고 있다는 겁니다.”


사령관이 바닥을 기어 도망치는 오메가의 발을 짓밟았다.

 

“아악……! 누, 누구도 날 심판하지 못해. 날 내려 보지 마!”


“패자 주제에 누가 고개 들어도 된다고 했지?”


이번엔 사령관이 그녀의 머리를 콱 짓밟았다.

 

“크으윽……!?”


“하나 착각하고 있으니 말해주마. 내가 예의를 갖춰서 대하는 건 그럴 가치가

 

있는 대상에 한정해서다. 그리고 넌 그 가치를 스스로 걷어찼다.”

 

“하,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요. 당신도 결국 인간에 불과해요.”


그가 밧줄을 꺼내 오메가의 팔을 묶었다. 

 

“그럼 날 뭐라고 생각했지? 난 인간이다. 너처럼 명령에 따르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노예가 아니라.”

 

“그런다고 내가 복종할 줄-”


“네 복종 따윈 필요 없다. 말했을 텐데, 알몸으로 빌어도 용서해 줄 마음 없다고.

 

알파의 후계기라고 해서 머리가 좋은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군. 아니, 그 이하다.

 

적어도 알파는 누굴 섬겨야하는지 제대로 판단했지만 넌 그 판단조차 그르쳤으니까.”

 

저렇게 화난 사령관은 오랜만에 보는군.

 

가끔 잊는 사실이지만, 사령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분명 어리숙하고 때론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그의 일면에 불과하다.

 

오히려 저게 진짜 모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냉정하고, 효율만을 생각하며, 적에겐 일말의 자비조차 보이지 않는 철저한 군인.

 

그것이 사령관이다.

 

“내가 그런다고 정보라도 실토할 줄 알아……?!”
 
“실토할 필요 없다. 지금부터 널 데려가서 해부한 다음 정보만 빼낼 거니까.

 

너의 가치는 딱 거기까지다. 패자는 죽을 방법조차 선택하지 못한다는 걸

 

가르쳐주지. 이제부터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널 구해주지 못하는

 

신한테 구해달라고 기도하는 것.”

 

“이 굴욕은……절대 잊지 않겠어……!”


“잊을 필요조차 없다. 네가 굴욕을 갚을 기회 따윈 영원히 오지 않을 테니까.”

 

그 순간,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령관, 주위의 철충이 집결하기 시작했어! 당장 대응해야 돼!’

 

다급한 레오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죠.”


그 직후, 철의 왕자가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할 필요조차 없다.

 

그 철의 왕자도 고작 21분을 버텼을 뿐이었으니까.

 

 

 

 

 

 

 

 

 

29.

 

“어라? 그럼 결국 대장이 활약한 것뿐이잖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이에나가 말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도 다 사령관 덕분이었다. 처음부터 오메가의 계획을

 

간파하고 우리를 숨겨두었다가 적재적소에 투입했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손쉽게 이길 수 있던 건 사령관이 온갖 장비와 훈련을 지원해줬기

 

때문이기도 하지. 애초에 전술 지휘를 못 할 상황을 예측한 것도 있다.”

 

“흐음,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네! 그래도 샌님 같지만 말이야.”


“그건 뭐……어쩔 수 없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이걸로 납득해주면 됐다. 하이에나도 곧 사령관의 진가를 알아볼 것이다.

 

“그럼 슬슬 숙소를 소개해주마. 다들 널 기다리고 있어.”


“만세! 아아, 나도 빨리 싸우면 좋을 텐데!”


“넌 아직 한참 부족할 거다. 피를 토할 때까지 구른 다음에야 써주려나.”


“으엑.”


나는 하이에나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갔다.

 

아마 또 신입이 오면,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나는 살아가는 내내 그의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사령관이 앵거 오브 호드를 쓴 이유

1.칸이 짱짱 세서. 

2.지휘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제일 믿음직하니까

3.어디 가서 깽판 치는 건 제일 잘 하니까

4.오메가처럼 지략으로 싸우는 타입의 극상성이 호드라서

5.다른 부대원들은 이미 전력을 간파당해서

등이 있다

결국 사령관이 오메가에 대해 알게 된 시점에서 오메가는 애초에 이길 방법이 없었다 이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