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호 수뇌부 회의실, 이곳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들 하나하나는 수천의 바이오로이드와 단 한 명만 남은 인류의 존망이 결정된다. 





"먼저 오르카호 행정 부문 담당자 추첨하겠습니다."





사령관과 고위급 바이오로이드가 있어야 할 수뇌부 회의실. 그곳에는 사령관과 그와 닮은 네 명의 남성이 눈앞의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뽈롱~





다섯 명의 남정네들의 숨소리와 마른 침 삼키는 소리만이 존재하는 회의실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소리였다.





"다음으로 저항군 복지 및 종교 행사 부문 담당자 추첨하겠습니다."





뽈롱~





화면 속의 조잡한 대포가 첫 번째로 쏘아 올린 초록 공. 그것에 적힌 번호를 받은 장발의 남성은 기도하는 자세로 '오 감사합니다. 구원자여.'를 반복해서 되뇌었다. 그리고 두 번째 초록 공의 번호를 받은 중년인은 안도한듯한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다음으로 요안나 아일랜드 및 정착지 관리 부문 담당자를 추첨하겠습니다."





아직 추첨받지 않은 두 명의 남성 그중 하나는 금발 태닝 근육질의 남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여리여리하게 생겼지만 날카로운 눈을 가진 사춘기 소년이었다.





뽈롱~





"우효~~~!!! 꿀보직 겟☆또 DAZE ~ 초 럭키다!!!!! 해변에서 몸매 개쩌는 엘프들하고 러브러브하는 미래가 꿈이 아니라구WWW"





추첨받지 못한 사춘기 소년은 금발 태닝 양아치처럼 생긴 남성을 황망히 바라보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럼 마지막으로 스틸라인 최전바...."



"추첨은 씨발 사령관아! 마리가 시키드나?"



"크흠, 이번 추첨에는 조작 따위는 없습니다. 제 사령관직을 걸고 맹세합니다."



"개소리하지 말고 저번 회의에 너 사령관 계속해야 한다고 말해서 그런 거지?"



"작은 형제님 믿음이 참으로 작군요. 구원자님께서 그런 삿된 짓을 할 리가 없잖습니까."



"조작 그런 건 하나도 없다구 WWWW 네가 선택한 보직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바꿔주지 않는다구WWWWW"





회의실에는 감정적이고 필터링이 없는 사춘기 소년의 쌍욕과 금태양의 괴성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런 소란의 와중에는 다른 두 명의 남성이 서로 밀거래를 하고 있었다. 





"아아 보직을 바꿔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중년의 형제님. 형제님의 앞길에 구원자님의 축복이 깃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뭔가 아쉬워 보이시길래 먼저 말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두 명의 비밀거래 현장을 포착한 소년은 사령관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가 거듭 항의를 표했다. 사령관은 자신과 닮은 소년을 무미건조하게 보기만 했다.





"꼬우면 네가 사령관 하던가. 좋아 이제부터 나는 앞에 있는 소년에게 사령관을 양도하고 스틸라인 최전방 장교로 보직을 변경하겠다."





갑자기 백의종군하겠다는 사령관의 발언에 소년은 순간 얼어붙었고 그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사령관님! 제게 6개의 스쿼드만 주십시오. 지금 당장 철충 버러지들과 레모네이드 씨발련의 엉덩이를 걷어 차주고 오겠습니닷!"





갑자기 한 명의 군인이 된 소년을 바라본 사령관은 미간을 주무르며 혼잣말을 했다.





"하아... 그때 그년 발을 핥았어야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