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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끼리 잘 해보겠다는데 왜 놀라고 그래?”
“고모 잠깐만.”
“고모가 아니라 이모. 나이 차도 몇 개 안 나는데 언니라고 해.”
“충남 오빠는 우리집 새아빠될 사람이야. 엄마 행복을 뺏어가면 못 써.”
 
 
당황한 홍련을 대신해 드라코가 항의한다. 장화는 살풋 웃었다. 너희 새아빠 정자가 내 자궁에서 헤엄치는데 뭐래.
 
목구멍까지 올라온 독점욕을 가라앉힌다.
 
운 좋은 줄 알아 언니. 그이와 당신을 이어주는 큐피트 역으로 온 것이지 훼방 놓을 셈이 아니거든.
 
 
“드라코, 그거 알아? 언니랑 나는 나이 차 심한 자매인데 남자 취향은 똑 닮았어.”
 
 
형부은 학습지 강사였지. 어린 장화는 얼굴 반반한 강사를 짝사랑했다. 나이차가 스무살 가까이 나니까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가 일찍 타계한 후에는 언니한테 남자를 빼앗길 일 없을 줄 알았는데 크나큰 착각이었지. 교복 입던 시절 일을 회상한다.
 
중학생 시절, 마음 맞는 남학생에게 연애편지를 받았던 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집에 와서 편지 봉투를 뜯었는데 장화가 아닌 홍련 두 글자를 본 뒤 심장이 멈춰버리는듯한 비참한 심정.
 
터덜터덜 언니에게 편지를 전해주면 당연하게도 고맙지만 받아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말을 전해주고 친구 하나를 잃었다.
 
당시에 홍련이 젊은 남자를 거절한 이유는 물론 사회적 시선도 있지만 장화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욱 더 컸다.
 
말로 하지 않아도 쌍둥이는 아니어도 쌍둥이처럼 똑닮은 자매니까 안다. 그래서 더욱 더 비참했고 오랜 기간 방황했다.
 
모범생인 언니와 달라질 거야. 외모도 말투도 행동도. 다시는 상처 받는 일 없게끔 남자 취향까지 완전히 반대가 되겠다 결심했다.
 
질나쁜 무리와 어울려서 담배도 배우고 술도 배웠다.
 
민소매로 거리를 활보하면 수많은 시선을 독점하는 팔 문신도 당시에 시술 받았다. 결과적으로 집에서는 첫째보다 못난 둘째로 낙인 찍혔지.
 
몇 년간 방황이 전부 부질 없었다.
 
장화는 지금도 홍련과 똑같은 남자를 좋아했다.
 
충남과 사귀어도 되냐 물었을 때 반응. 치솟던 눈썹, 확장되고 지진이 난듯 흔들리는 동공과 아, 짧은 탄식과 벌어지는 입술까지.
 
완전히 동요하는 표정. 홍련은 틀림없이 충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언니. 장녀니까 귀여운 동생을 위해 양보해줄래?”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숨긴 마음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절반은 진심이었다.
 
만약 충남 오빠가 언니한테 푹 빠져서 나는 뒷전이 되면 어쩌지? 경험에 기반된 끔찍한 상상이 늪처럼 깊어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래 장화야. 충남 씨 좋은 사람 같더라.”
 
 
목소리가 떨린다.
 
직장이 없어서. 나이 차가 많이 나서. 아이가 있어서. 사회통념 상 눈치가 보여서. 갖은 핑계로 도망치면서도 무의식적으로는 잡은 물고기라 생각한걸까?
 
뭐 해, 홍련. 어린 동생이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데 축복해줘야지.
 
 
“이모야, 우리 엄마는 아빠 없이 네 자매를 보란듯이 키웠어. 이제 행복해도 되잖아.”
 
 
항상 긍정적인 드라코가 드물게 성난 목소리를 내었다.
 
장화는 자신의 계획이 제대로 먹혔음을 직감했다. 홍련이 양보할 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딸래미들이 가만히 지켜볼 리 없음 또한 예상했다.
 
준비했던 말을 읊는다.
 
 
“그럼 누가 먼저 충남 오빠를 꼬시는지 승부하자. 예로부터 두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지. 남녀의 연애도 혼자만 좋아해서는 못하잖아?”
 
 
이날 몽구스 밥버거집 네 자매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
티타니아 무슨 생각이야?
 
레아는 최근 쌍둥이 자매의 행보에 고민이 많았다.
 
나이 차 나는 동생들이 보내준 휴대폰 속 사진이 고민의 원인이었다. 사진은 티타니아가 캠퍼스 안을 걷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남자와 팔짱 끼고 걷는 모습을.
 
보통이라면 축복할 일이지만 레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는 레아도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철충남. 그녀의 강의도 몇 차례 수강했으며 집에 오면 리제와 다프네가 그의 얘기만 하니까 모를래도 모를 수가 없다.
 
이 년아,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학생을. 그것도 동생들이 좋아하는 애를 건드려? 백 번 양보해서 건드릴 수 있다고 쳐.
 
사귀려면 아무도 모르게 몰래 사귀었어야지. 들킨 상대가 동생들이라서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큰일이 됐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충남을 시기하는 학생에게 들켰다면?
 
성실하게 공부해서 성적이 잘 나왔더라도 티타니아와 유착 관계가 있었다는 의심을 사리라. 마찬가지로 티타니아는 학생 한 명만 편애하는 교수로 낙인 찍히고.
 
이대로면 두 사람의 인생이 동시에 망가진다.
 
레아는 상황을 돌이킬 수 있다고 믿었다. 티타니아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헤어지도록 설득하면 이해해줄 거야.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전화를 걸어보지만 묵묵부답.
 
한시가 급한 일이라 생각한 레아는 동생이 자신을 꺼려함을 알면서도 그녀의 교수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티타니아의 교수실은 가장 외진 곳에 자리 잡았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로서는 최고의 위치였다.
 
레아는 먼 걸음을 걸으며 아직 저녁 안 먹었겠지? 오랜만에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하면서 타이르면 분명 이해해줄 거야. 긍정적으로 해결되길 원해본다.
 
 
또각. 응하앗. 또각. 하윽. 또각. 하아앙.
 
 
이게 무슨 소리지? 레아는 복도에 울리는 자신의 구둣발 사이에 규칙적으로 끼어드는나지막한 소리에 멈칫했다.
 
가만히 멈추어 귀를 기울이면.
 
 
하고 있어. 누군가가. 교내에서 섹스를!
 
 
곧 소리의 정체가 여성의 헐떡임임을 깨달았다.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티타니아한테 얘기해줘야지. 근처에 혈기 넘치는 커플이 있어. 요즘 젊은 애들은 밖에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사랑을 나누나 봐. 대박이지 않니?
 
무거운 이야기하기 전에 분위기를 풀어줄 썰이 생겼다며 쾌재를 불렀다.
 
레아는 교수실에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점점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 낯익은 목소리다. 아니라고 애써 부정해보지만.
 
 
쌍둥이 자매의 목소리를 모를 리가 없잖아?
 
 
머릿속에 남자 아래 깔려서 음란한 신음을 뱉는 동생이 연상됐다. 자매가 교미하는 광경을 상상하니 속이 울렁거린다.
 
교수실 문이 판도라의 상자마냥 열어서는 안 되는 물건으로 보인다.
 
손잡이를 잡은 채 생각한다.
 
 
열까? 말까?
 
 
티타니아를 위해서 당장 그만두게끔 해야 해.
 
아니, 아니야. 지금 들어가면 얼마나 민망하겠어? 나중에 다시 오는 것이 옳아.
 
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박동이 빠르게 뛴다. 민망하고 흥미롭다.
 
 
나는 장녀니까, 티타니아를 위해서 그만두게 해야 돼.
 
무엇을? 섹스, 성교, 교미, 교배, 생식활동, 아이 만들기를.
 
처녀인 내가 멈출 수 있을까?
 
겁이 난다. 레아는 손잡이를 천천히 돌리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며시 밀었다.
 
작은 틈새로 티타니아의 말랑말랑한 엉덩이가 수컷의 좆두덩에 눌려서 음란하게 짜부러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자지 기둥이 자신의 보지랑 똑같이 생긴. 이제는 조금 더 벌어진 보지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레아는 무의식적으로 두 허벅지를 비벼댔다.
 
콘돔 안 썼어. 생 삽입이야. 내 자매를 임신시킬 셈이야. 멈춰야 해. 멈춰야하는데.
 
저런 음란한 티타니아 본 적 없어.
 
혀를 개처럼 내밀고 보짓물을 뿜어대는 모습은 경악스러우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으면 저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윽고 레아는 복도에 쪼그려 앉아 원피스 치맛단 아래 손을 집어넣고서 보지를 순백의 속옷 위에서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티타니아 대신에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나도 티타니아처럼 울부짖게 될까?
 
자신을 자매에게 투영해본다.
 
사정이 가까워졌는지 충남의 허리놀림이 빨라지고 티타니아 또한 헐떡이는 간격이 짧아진다.
 
맞춰서 음부를 문지르는 레아의 손가락도 함께 빨라졌다.
 
속옷이 회색으로 물들고 비비는 손가락에 꿀처럼 끈적한 액체가 얽혀든다.
 
하아하아.
 
레아의 헐떡임이 티타니아의 헐떡임에 묻혀 사라진다.
 
충남이 티타니아의 허리를 손잡이처럼 붙잡고 꾸욱 좆두덩을 밀착한다.
 
 
사정할 셈이다.
 
 
지켜보던 레아는 본능적으로 새 생명을 잉태시키는 순간이라 직감했다.
 
한 두 번 받아본 게 아닌지 티타니아가 능숙하게 엉덩이를 수축시켰다. 자매의 자궁이 뜨거운 좆물을 꿀꺽꿀꺽 삼키는 모습에 레아도 가볍게 절정에 도달했다.
 
몇 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린 레아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그 자리에서 도도도 도망쳐 사라졌다.
 
 
3
포이는 친애하는 언니의 방에 들어왔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약?
 
리리스 언니 어디 아픈 걸까. 무슨 약일까 살펴보면 익숙한 브랜드 이름.
 
 
"피임약이잖아."
 
 
골똘히 생각해보면 리리스가 최근 전보다 꾸미고 다녔다.
 
남자친구가 생겼구나!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는듯이 손뼉을 친 포이는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남자친구랑 섹스했다면 왜 한 알도 안 먹은 거지?
 
그렇다면 아직 안 했거나 혹은.
 
 
"언니, 혹시 임신하고 싶은 걸까?"
 
 
콧대 높은 언니가 임신까지 생각한 남자라니.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포이는 생선 앞의 고양이처럼 입술을 핥으며 입맛을 다셨다.



자매덮밥 스페셜

제가 드리는 추석선물입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