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

"젠장! 부관이 맞았다! 위생병! 위새...씨발! 위생병 피격!"

"모두 엄폐해!"

"발포 지점 확인한 사람 없나?"

"저기 산 쪽이라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고개 들지마! 고개...씨발! 퀵 카멜 101 피격!"

"장갑차 조종수 피격! 장갑차 침묵!"

"하얀 사신이다!"

"씨발씨발씨발!"

"대장! 포격 요청 해줘!"

"정확한 좌표가 없지 않나!"

"피격이랑 소리 들리는 시간 차이 알면 거리는 알잖아! 위치만 알면 되는 거 아냐? 잘 봐둬!"

"뭐? 이봐! 워울프 337!"

"으랏차! 컥!"

"제기랄! 워울프 337 피격!"

"젠장! 위치 확인! 호텔! 호텔! 여기는 하운드7! 포격 요청! 좌표는......"



 


 

......


 

꿈...인가...


 

후우...2차 연합전쟁 당시의 꿈이로군.


 

......여러모로 힘든 전쟁이었지만...가장 힘들었던 건...


 

하얀 사신...이라는 저격수...


 

저격수 하나에 사단 하나가 발이 묶였던 때도 있고.


 

정찰대가 돌아오지 않았던 일은 빈번했지.


 

맞 저격은 불가능하고 대략적인 위치만 특정해서 포격하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었지.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지.


 

다시는 싸우고 싶지 않은 상대다.


 

......


 

아침이나 먹으러 갈까.




 

오늘은 사람이 많군.


 

빈 자리는 저기 뿐인가.


 

동석해도 괜찮겠나?


 

예. 빈 자리입니다.


 

...발키리.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아니다. 잠시 착각했다.


 

......


 

......


 

저기...제 얼굴에 뭔가 묻었습니까?


 

미안하군.


 

너무 미인이라 나도 모르게 보고 말았다.


 

가, 감사합니다...


 

그...그런 칸 대장님도...미인이십니다.


 

고맙군.


 

(......T-8W 발키리.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저격수.)


 

(별명은......하얀 사신.)


 

(얄궂군. 하얀 사신에게 고통 받던 시절의 꿈을 꾼 그 날에 하얀 사신을 보다니.)


  

저기...칸 대장님?


 

응?


 

제가...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아까 전부터 식사에 집중을 못하시는데...그게 저 때문인 거 같군요.


 

......네 잘못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내 착각 때문에  그런 것이니까.


 

그러십니까...


 

언니. 언니. 발키리 언니.


 

알비스.


 

있죠. 있죠. 급양관님이 알비스 아침 깨끗하게 다 먹었다고 초코바 주셨어요.


 

자그마치 두 개나!


 

언니도 하나 먹어요.


 

기특하네요. 감사히 먹겠습니다.


 

헤헤. 맨날 언니가 우리 지켜주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당연한 걸요.


 

아침 맛있게 먹어요, 언니!


 

네, 감사합니다.


 

......


 

귀여운 동생이로군.


 

예...그리고 자랑스러운 동생이기도 합니다.


 

저, 작은 몸으로 가장 앞에서 자매들을 지켜주는...


 

......그랬지.


 

?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뭔가 묻고 싶은 것은 많다. 하지만 물을 수는 없다.)


 

(내 앞에 있는 발키리는 우리의 동료인 발키리니까.)


 

(옛날 2차 연합전쟁에서 싸웠던 그 발키리는 아니다.)


 

(그 발키리는 죽었다.)


 

아. 발키리 언니다.


 

안녕하세요, 하치코.


 

안녕! 발키리 언니!


 

안녕하세요, 칸 대장님.


 

그래. 안녕.


 

있죠, 두 사람 미트파이 먹을래요?


 

하치코가 생각해도 잘 구워졌어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다 먹여주고 싶어서 나눠주고 있어요.


 

(아침 식사만으로도 배가 부른데...)


 

(발키리도 마찬가지 인 거 같은데...)


 

그러면 먹어볼까요?


 

헤헤!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지요.


 

칸 대장님은요?


 

......


 

그러면 조금만. 아침밥도 있으니.


 

네!


 

맛있습니다, 하치코.


 

헤헴!


 

맛있군.


 

헤헤헤헤, 더 드시고 싶으시면 하치코를 불러주세요.


 

그러면 식사 맛있게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하치코.


 

(발키리는 배가 부른지 미트파이를 먹는 속도가 많이 늦다.)


 

(그럼에도 손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면 지나치게 성실한 성격이겠지.)


 

(호인...이라기 보다는 선인인가...)


 

(내 앞에 있는 발키리의 특성인가...아니면 다른 모든 발키리들의 특성인가.)


 

칸 대장님?


 

응?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아니. 없......


 

......


 

실례가 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묻고 싶은 게 있군.


 

괘념치 마시고 물어보십시오.


 

......


 

아니. 못 들은 걸로 해줘.


 

......


 

저기...칸 대장님.


 

응?


 

대장님께선...재생산 되지 않은 최초 개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


 

2차...연합전쟁...도 겪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저는 비록 재생산 된 개체이지만...


 

2차 연합 전쟁의 기억은 있습니다.


 

......그런가?


 

무례한...말이겠지만. 칸 대장님께서 어떤 질문을 하려고 하시는지 짐작이 갑니다.


 

......


 

저희 대장...레오나 대장님이 칸 대장님을 신경쓰는 만큼 칸 대장님께서도 저희를 신경 쓰시겠죠.


 

어쩌면 저희들보다 더.


 

저희는 만들어진 기억으로 인해 칸 대장님을 신경쓰는 거지만...


 

칸 대장님께서는 직접 겪으신 분이시니까요.


 

내가...더 이상하겠지.


 

당시 나와 싸웠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멸망 전쟁을 거치면서 전부 죽었다.


 

당시 나의 적들이었던 그녀들과 지금 나의 동료들은 엄연히 다른 개체인 것을 알면서도.


 

가끔씩 겹쳐보게 되는군.


 

이상하지 않습니다.


 

기억과 감정은 약간의 유사성만으로도 과거의 기억과 감정으로 연결되는 법이니까요.


 

더군다나 저와 2차 연합전쟁 당시의 발키리는 동일한 모델이니까요.


 

생긴 것도, 능력도, 성격도.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조금 더 많은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


 

저는 그 당시 발키리의 개량형, 연장이라고 볼 수 있겠죠.


 

기분이 이상하군...


 

......당시...우리와 싸웠던 하얀 사신이.


 

다른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일부러 부상자를 만들고,

기회만 되면 내 상관과 내 목숨을 노리던 그 하얀 사신이.


 

자매들을 위하고, 다른 동료들에게,

그리고 과거의 적이었던 동료에게도 상냥한 지금의 너와 같은 성격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당시의 발키리는...


 

명령을 받았기에 대장님과 싸웠고...


 

자매들을 위해서 대장님과 싸웠습니다.


 

단지...그랬을 뿐입니다.


 

그래...나와 마찬가지로...명령을 받았기에 싸웠고, 자매들을 위해서 싸운 거겠지.


 

지금 생각하면 멍청한 이유로 시작된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은 원래 멍청하다.


 

전쟁을 위해서 만들어진 우리가 할 말은 아니다만...


 

너와 대화를 하니 연합전쟁 당시의 발키리와 너와 구분이 되는군.


 

당시의 잔혹하고 냉정하던 발키리와 누구에게나 상냥한 네가 매치가 전혀 되지 않아.


 

가, 감사합니다.


 

술은 즐기나?


 

충분히 즐깁니다.


 

그러면 나중에 같이 한 잔 하지.


 

너와 더 대화를 하고 싶고, 너를 더 알고 싶군.


 

저 역시도 존경하는 대장님과 술자리를 가질 수 있다면 영광입니다.


 

레오나에게는 비밀로 해 줘.


 

저를 위해서라도 비밀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보자 발키리.


 

즐거운 마음으로 대장님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