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링크

 

1화 :   (문학, 삽화) 우리집 브닐라 -1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2화 :   (문학/삽화) 우리집 브닐라 2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3화 :   (문학/삽화) 우리집 브닐라 3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4화 :   (문학/삽화) 우리집 브닐라 4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5화 :   (문학/삽화) 우리집 브닐라 5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6화 :   (문학/삽화) 우리집 브닐라 6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7화 :   (문학/삽화) 우리집 브닐라 7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8화 :   (문학/삽화) 우리집 브닐라 8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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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암-, 지겹네요. 여기 나가면 어디 편의점이라도 하나 차릴까 봐요. 요 일보단 그게 더 재밌겠다.”

 

“하하. 편의점 쪽도 꽤나 레드오션이라 들었는데, 괜찮겠어?”

 

오늘도 평범한 하루다. 서늘하고 한적한 중계시설에서의 무료한 하루. 예전에 있던 삼안 본사는 지루할 틈도 없이 바쁘고 시끌벅적했지만, 지금은 그 시절이 전혀 그립지 않다.

 

목도 마르고 해서 자판기 쪽으로 발을 옮기려던 찰나, 함께 이 시설에 근무하는 커넥터 유미가 나를 불렀다. 

 



 

“...관리자님, 이것 좀 보세요.”

 

피곤한 기운마저 사라졌을 정도로 목소리가 심각한 게 뭔가 문제라도 생긴 모양이다.

 

“무슨 일인데?”

 

“몇 번 말씀드렸던 제 동기 있죠? 몽골 울란우데 시설에서 일한다는.”

 

유미가 데이터 교환 현황 화면을 가리켰다.

 

“기록을 보니까 어제 새벽부터 울란우데 쪽 트래픽이 뚝 끊겨 버렸어요. 아무런 말도 없이 모든 통신이 차단된 걸 보니까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요. 단순 시스템 점검 때문이라면 아직까지 소식이 없을 리가 없으니...”

 

그녀가 초조한 얼굴로 손톱을 씹고 있다.

 

“거기가 무슨 비밀 연구시설이란 소문이 있다고 그 친구에게 들었는데.....혹시 블랙리버 쪽에서 그곳에 무슨 일이라도 벌인 걸까요?”

 

“그 지역 파워플랜트에 문제 생긴 지도 꽤 됐잖아. 그냥 전력 문제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애써 유미를 안심시켜 보려고 다른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유미가 걱정하는 그 시나리오 쪽이 더 사실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요즘 그쪽에서 전쟁이 워낙 격하게 돌아가니 말이야.

 

“정말 그런 거면 좋겠지만.....그 친구가 너무 걱정돼요.”

 

어깨가 움츠러들고 목소리까지 잔뜩 내려앉은 유미. 

 

“...아마 별일 없을 거야. 그렇게 바라보자고.”

 

나로서도 그녀의 친구 안위가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든 간에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어차피 인생사 다 운빨인거고, 일 수습은 결국 높으신 양반들 손에 달린 것 아니겠나. 나는 부드럽게 유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힘들어 보이는데,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좀 쉴래?”

 

“...그럼 관리자님은요?”

 

“딱히 할 일도 별로 없으니까 나도 이참에 일찍 퇴근하지 뭐. 걱정 말고 들어가서 쉬어. 친구 무사하게 마음도 잘 내고.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진 마. 잘 풀릴 테니까.”

 

“...감사합니다.”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겨 일어나는 유미를 보며, 나도 이른 퇴근 준비를 시작했다. 일도 없는데 가뜩이나 심란해 보이는 녀석을 내 눈치 보느라고 붙잡아 두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나도 얼른 가서 우리 예쁜 이비 얼굴이나 보고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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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주주-주인님? 왜 벌써 오셨슴까?”

 

평소보다 일찍 돌아와서 반겨줄 줄 알았더니, 이비는 왜인지 잔뜩 당황하며 나를 현관 앞에서 막아섰다. 맛있는 냄새가 집 안에 가득하다. 이비의 손에는 바니가 줬던 메이드 핸드북과 주걱이 들려 있었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니 주방 쪽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모두 강녕하시옵니까. 소완의 요리비급 TV이옵니다. 주인의 하명으로, 요리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쉬이 따라 하실 수 있는 레시피들을 알려드리고 있나이다.”

 

...요리 동영상이라도 틀어놓고 있었나 보다. 곧 이비가 내게 속사포처럼 말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지-지-지금은 들어오시면 안 되지 말임다! 그,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더 있다가 오셔야 함다!”

 

“아니, 왜? 무슨 일 있-”

 

“아무튼 그런 게 있슴다! 당장은 말 못 드림다! 한 시간 뒤에 다시 오십쇼!”

 

대꾸할 새도 없이 이비가 사정없이 문밖으로 날 밀어내곤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흠, 이건 예상 밖인데.

 

뭣 때문인지는 몰라도 녀석이 저렇게 강경하게 나오니 따질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런고로 나는 주변 산책이라도 하면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가면서 음악이라도 좀 들을까 싶어 이어폰을 연결하고 핸드폰 화면을 켜보니, 이메일 푸시 알림이 하나 와 있었다.

 

“A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내 생일이었나. 사실 실제 출생일도 모르는 나에겐 생일 같은 게 별 의미도 없지만, 어쨌건 법정 생년월일은 오늘이었나보다. 원래도 생일에 관해선 대체로 신경 끄고 지냈지만, 올해는 특히 정신이 없어서 생일이란 것도 아예 잊어버린 모양이다. 

 

“...허. 벌써 한 살 더 늙은 건가.”

 

마음이 조금 싱숭생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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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조금 넘게 바깥을 서성이다 집에 들어왔더니, 갑자기 이비가 내 손을 욕실 쪽으로 잡아끌었다.

 

“딱 맞춰 오셨슴다, 주인님! 일단 손부터 씻으시지 말임다!”

 

....아까도 맡았던 군침 도는 냄새는 이제 한층 더 황홀해져 있었다. 뭘 차렸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기대된다.

 

꼼꼼히 손을 씻고 나와보니 식탁 위엔 온갖 음식이 한가득 차려져 있다. 이비는 잔뜩 들떠서는 굳이 의자까지 빼주며 나를 앉혔다. 내 바로 앞에 놓인,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미역국이 문득 눈에 들어온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제가 낮에 우편함 정리하다가 본 게 있는데.....혹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심까?”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가 보다.

 

“우리 주인님께서 태어나신 날임다!”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았다.

 

그새 이비는 내 옆에서 즐거운 얼굴로 손뼉까지 쳐가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For he’s a jolly good fellow, 

 For he’s a jolly good fellow, 

 For he’s a jolly good fellow-

 Which nobody can deny!“

 

 

 

 


”사랑하는 우리 주인님! 생일 축하드림다!“

 

노래를 마친 녀석이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저 티 없이 순수한 얼굴을 보며 나는 더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거기에 더해.....‘사랑’이라는 단순한 말로만 설명하기엔 조금 애매한 감정까지도.

 

”히힛, 주인님 오실 시간에 딱 맞춰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 일찍 오셔서 놀랐지 말입니다!“

 

녀석이 멋쩍은 듯 손을 꼼지락대며 말을 이어간다.

 

”마음 같아선 케이크도 하나 굽고 싶었는데, 집에 오븐도 없고, 시내까지 가서 사 오기에도 시간이 안 맞아서 아쉽게도 케이크는 준비를 못했슴다. 그래도 이걸로 간신히 촛불은 꽃을 수 있었지 말임다!“

 

이비가 내민 것은 작은 양초 몇 개가 올라간 초코파이. 정말 보잘것없는 모양새에 초라하기가 이를 데 없는 케이크 대용품이었지만,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호의에 나는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다만, 한동안 내 혀끝에서만 맴돌던 그 이야기, 그 한마디를 지금 전하고 싶다는 충동 하나 만큼은 강하게 일었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도 안 된다는 듯.

 

나는 본능적으로 이비를 꼭 끌어안았다. 놀란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주인님?“

 

”...이런 말 하기엔 그다지 좋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먹먹해지는 목과 가슴을 겨우 억눌러가며 운을 떼었다.

 

”너랑 지내면서 그동안 해오고 싶은 말이 있었어. 정말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사실 처음에는 나한테 그런 마음이 있는 줄도 몰랐고....나중에는 그 마음을 말로 뱉으려니까 너무 부끄럽더라고. 너도 알겠지만 내가 그렇게....낭만적인 타입은 아니잖아.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도 도저히 말을 할 엄두가 안 날 것 같아서....“

 

의아한 눈으로 내 얼굴을 올려다보는 이비와 단단히 눈을 맞추고, 나는 용기를 짜내어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한마디를 꺼내 올렸다.

 

”사랑해, 이비.“

 

부끄러움이 내 온몸을 비틀고 있었지만, 한 번 열린 입은 무너진 제방처럼 쉽사리 멈추려 들지 않았다.

 

”네가 나와 함께 있어 준 모든 순간이 행복했어. 네가 내 곁에 있을 때면 저절로 마음이 들뜨고, 네가 내게 웃어주면 나도 절로 미소가 지어져. 그리고 네 목소리를 들을 때면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지고...“

 

이 부분에서 하마터면 다시 계집애마냥 질질 짤 뻔했지만,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너와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어. 함께 웃고, 함께 떠들고 하면서. 네가 나를 행복하게 해줬던 만큼 너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또...“

 

정신없이 횡설수설하고 있었더니 이비가 말없이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대었다.

 

”기억하심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게 가족이란 거 말임다. 주인님께서 어떤 마음이신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슴다. 그러니까.....이 한 마디면 충분할 것 같슴다.“

 

녀석이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내게 미소지어 보인다.

 

”저도 사랑합니다, 주인님.“

 

이비가 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여느 때처럼 볼에 하던 입맞춤이 아닌, 제대로 입술에 해오는 짧은 키스.

 

그 순간부터 나의 메이드이자 내 마음 한구석의 주인이었던 이비는, 내 누추한 삶의 전부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비가 차려준 생일상은 그야말로 훌륭했다. 첫날부터 주방에 불을 내던 그 녀석이 맞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이날 받았던 이비의 가벼운 키스만큼 달콤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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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 if you would just reconsider-“

(부디 한번만 재고해주시면-)

 

“Now, how many times do I have to tell you that we’re short on medical suppplies? Besides, what’s in it for me to just give away all those meds for a grunt like you?”

(이봐, 지금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몇 번을 얘기해? 게다가, 너 같은 땅개들한테 의약품을 다 줘버린다고 나한테 무슨 이득이 생기냐고?)

 

“Sir, I will do anything I can to repay the favor. She’s in a critical stage, and will not last long without proper treatment. Please, sir, I beg you.”

(부탁만 들어주신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서라도 보답하겠습니다. 그녀의 상태가 심각해서, 적절한 치료 없이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Anything, you say?”

(뭐든지....라고?)

 

“Affirmative, sir. Anything.”

(그렇습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Then what are you waiting for? Get undressed.”

(그래? 그럼 뭘 기다려? 옷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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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옛날 꿈은 싫지 말임다. 

 

깜깜한 방에서 혼자 일어났더니, 다른 안 좋은 일들까지 생각나서 더 무서워졌슴다. 아무래도 다시 잠들긴 글러 버린 것 같슴다. 혼자 있기가 무섭슴다.

 

아, 주인님이 옆 방에 계심다. 오늘은 같이 자도 되냐고 부탁해도 괜찮을 것 같지 말임다. 늠름하신 주인님의 옆에 누워 있으면 악몽도 조금 덜 찾아올 검다. 

 

저는 베개를 들고 주인님의 방으로 다가갔슴다. 

 

“주인님, 주무심까?”

 

조심히 문을 열고 주인님께 물었슴다. 제가 주인님을 깨운 모양임다. 주인님께서 눈을 비비시면서 말씀하셨슴다.

 

“...어응...이비? 무슨 일이야?”

 

막상 주인님 옆에서 같이 자고 싶다고 하려니 얼굴이 너무 화끈거림다.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주인님께서 괜찮으시면, 제가 오늘....잠이 잘 안 옴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게.....

 주인님과.....같이.....자고 싶슴다...”

 

부끄러워서 눈을 못 마주치겠슴다. 베개로 얼굴을 가려가며 겨우겨우 웅얼거렸는데, 주인님께서 그 말을 들으시더니 몸을 움찔 하심다.

 

“그...정말 그래도 될까?”

 

주인님도 부끄러우신가 봄다. 목소리가 떨리고 계심다.

 

“사랑하는 우리 주인님인데, 안 될 게 뭐가 있겠슴까?”

 

제가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주인님께서 벌떡 일어나셔서 제 쪽으로 막 걸어오셨슴다. 으아아, 무섭슴다! 

 

 

 

 


“이비야!”

 

주인님께서 갑자기 제 몸을 마구 만지면서 옷을 벗기고 계심다!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슴다!

 

“주-주인님? 왜 이러시-”

 

“이비, 우리 이비! 으흐흐, 너무 예뻐서 못 참겠어!”

 

제 말이 안 들리시나 봄다. 콧김까지 뿜어가시면서 막 달려들어 오심다. 기세가 무섭슴다. 

 

.....으아, 안 됨다, 막 옛날 일이 떠오르려고 함다. 이런 거 싫지 말임다. 아니, 사랑하는 주인님이니까 싫은 건 아닌데....근데 또 싫기도 함다. 아, 모르겠슴다. 머리가 막 핑핑 돌지 말임다. 머리 안쪽에 모듈인가 뭔가 하는 게 윙윙거리면서 시끄러워지는 게 느껴짐다.

 

“내가 이런 건 처음이라 서투르긴 하지만-”

 

엇.

 

주인님께선 이번이 처음이셨슴까?

 

.....안 됨다. 전 처음이 아님다. 책에서 봤슴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처음을 주는 거라고 말임다. 근데, 전 주인님을 사랑하지만 처음은 아님다. 

 

전 주인님의 처음이 되면 안 됨다.

 

....머리가 너무 아픔다. 얼굴은 화끈거리고 마음은 너무 슬픔다. 이거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임다. 눈앞이 막 깜깜해지려고 그럼다....


.

.

.

 

아, 이 느낌 간만이었슴다. 갑자기 머리가 싹 맑아지는 느낌임다!

 

저 이제 괜찮지 말임다! 아무렇지도 않슴다! 전 언제나 밝은 브라우니니까 말임다!

 

.....역시 소용없네요.

 

저는 가장 최악의 시간에만 원래대로 돌아오는 제 저주받은 정신을 증오합니다.

 

눈을 떠 보니 주인님께서는 이미 제 옷을 모조리 벗겨 두셨습니다. 처음 해 보시는 것 치곤 참 빠르시네요. 역시 남자는 남자라는 걸까요. 

 

...이대로 가만히만 있는다면, 자연스럽게 주인님과 하나가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주인님의 첫 상대가 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멈추십시오!”

 

저는 주인님을 밀어내고, 이 불편한 사실을 전하려고 했습니다.

 

“이...이비야?”

 

주인님께서 당황하신 얼굴로 멈춰 서셨습니다. 기대를 깬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하지만, 제 몸과 마음의 소유주이신 주인님께서는 저의 과거를 알 권리 또한 갖고 계십니다.

 

너무도 고통스럽게 아려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저는 나직히 입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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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흥을 깼다면 죄송합니다, 주인님. 외람되오나, 실례를 무릅쓰고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이비가 정색을 하고서는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차분하고 또박또박한 말투로 말을 걸어왔다. 아...혹시 내가 괜한 짓을 해서 화가 난 건가?

 

“.....혹시 싫었어? 미안해. 억지로 하려던 건 아니고, 그게....”

 

“아닙니다, 싫을 리가요.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어도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녀가 마른 침을 삼키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저는 주인님의 첫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잉?

 

이게 지금 무슨 소리지? 앞 뒤를 다 잘라먹은 듯한 뜬금없는 소리에 정신이 맹해졌다.

 

“이비야....그, 지금 내가 맥락을 못 따라가는 것 같은데....좀 자세히 얘기해줄래?”

 

그러자 그녀가 눈을 감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긴 이야기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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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니까....”

 

“블랙리버, 스틸라인 제 1 보병사단 소속 브라우니 4077EV, 계급은 소위였습니다. 현재는 주인님의 소유하에 있으며, 주인님께서 붙여주신 이름은 이비(Evie)입니다.”

 

“그래서...”

 

“네. 저는 동형기 자매들과는 달리 유독 지적 능력이 높은 돌연변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망가져 버렸지만....어떤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네요. 아마도 극심한 감정적 부하가 제 모듈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이비가 간신히 가리고 있는 자신의 몸을 의식하는 듯, 얼굴을 한층 더 붉게 물들였다.

 

“처음으로 주인님과 제정신으로 말씀을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첫 인사를 드리기엔 상황이 그리 이상적이지만은 않지만요.”

 

“.....그럼 그동안은-”

 

“모듈 고장으로 평균적인 브라우니 이하의 연산 성능밖에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비유하자면, 적정량 이상의 진통제를 맞고 돌아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니....차라리 마약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까요.”

 

한마디로 뿅 가 있었다는 건가. 뭔가 묘하게 납득이 되는 것도 같다.

 

“....그럼 이제 그....내 첫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부분은-”

 

“바니 선배께서 추천해 주신 연애 소설에서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서로의 처음을 상대에게 바치는 거라고요.”

 

이비가 슬픈 듯 고개를 숙였다.

 

“...저는 오랜 기간 복무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부조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엔.....성적인 쪽의 일도 포함되곤 했죠. 

 

그러므로 저는, 진심으로 주인님을 사랑함에도, 주인님께 제 처음을 드릴 수 없습니다.

 

...주인님의 처음은, 저 같은 결함품이 가져가서는 안 됩니다.

 

.....감히 저 따위가 그렇게 소중한 것을-”

 

“엿먹으라 그래. 난 신경 안 써.”

 

 

 

 

 

이비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무-무슨! 지금은 농담하실 때가 아닙니다!”

 

“아니, 그....들어봐.”

 

잠시 이마에 손을 짚으며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한다. 뭐라고 해야 그럴듯한 위로가 될까.

 

“...나랑 만난 첫날 아침에, 스팸 굽다가 주방 태워 먹은 거 기억나?”

 

“...그 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일이 이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그땐 진짜 때려주고 싶었어. 미울 정도였지. 하하, 지금도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

 

“그렇다면 지금은.....제가 더 미워지셨겠군요.”

 

녀석이 또다시 슬픈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아, 좀,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그니까, 나는 지금.....이비의 그런 결점들까지 전부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아 씨, 뱉고 보니까 말이 너무 싼 티 나네.”

 

이비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네 머리가 망가져 있었던 것도 알지만...너한테 말 못 할 사연이 한두 개가 아닌 것도 대강 알고 있어. 그동안 지낸 시간이 있는데. 그런데, 내가 그런 사연들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거 봤어? 

 

내가 볼 때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굳이 잘못이 있다면 그냥 안 좋은 때에, 안 좋은 곳에 태어난 것뿐이겠지. 나처럼 말이야.”

 

조심스럽게 이비에게 다가가 그녀의 양팔에 손을 대었다.

 

“내가 얘기를 잘 안 해서 그렇지, 나도 살면서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한두 개가 아니었어. 대부분은 내가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평생을 외톨이여서 받았던 괴로움이었고.”

 

나는 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려 나와 시선을 맞추게 했다.

 

“내가 그 괴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는 건, 우리 이비는 누구 덕분이라고 생각해?” 

 

“.....주인님이시라면, 제 덕분이라고 하시겠지요.”

 

“정확해. 그리고 오늘, 이비가 내 생일이라고 상까지 차려줬잖아. 누가 내 생일 챙겨준 것 살면서 처음이라 너무 기쁘더라. 근데, 사실 내 생일은 오늘이 아니야. 정확히는 아마 오늘이 아닐 거야.”

 

“...네?”

 

의아한 눈빛을 한 이비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내가 실제로 태어난 날은 아무도 몰라. 오늘은 그냥 기관에서 등록한 날짜고. 그래서 나한테 그동안 생일은 별 의미가 없었어. 그런데 말이야.....오늘 이비가 축하해줘서 그런지, 오늘에서야 생일이 좀 생일답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오늘을 내 진짜 생일로 여기기로 했어. 살면서 처음으로, 마침내 진짜 생일이 생긴 거지. 우리 이비 덕분에.”

 

“주인님...”

 

“그래서 말이야, 보답하는 의미에서... 나는 오늘을 우리 이비의 진짜 처음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 물론 네가 원한다면.”

 

“...정말,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비의 표정이 다소나마 풀린 걸 확인하자 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소설책에서 나온 소리를 사실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뭣보다,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든 여기 있는 주인님은 그런 거 안 따지거든. 난 그냥 이비가 좋은 거야. 이비니까, 그리고 이비라서.”

 

“주인님....그러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저의 진정한 처음이....되어 주세요.”

 

이비가 천천히 몸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고, 비로소 나는 감춰져 있었던 이비의 본모습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다. 나의 빈약한 어휘력으로는 그저 아름답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자태였다.

 

나는 그대로 이비를 안아 침대 위에 눕혔다. 그녀가 아흣, 하며 귀여운 소리를 내었다. 이걸 맨정신으로 어떻게 참으라는 건지.

 

  

 

 

 

“...와 씨....너무 예뻐서 말이 안 나오네.”

 

“으읏....부끄럽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이불을 움켜쥐는 이비. 그 모습이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빈말이 아니라 이렇게 놓고 보니 무슨 모델이라도 되는 것 같은 몸매다. 앳된 얼굴에 대비되는 야시시한 몸매라는 치명적인 광경이 내 머리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네.

 

나는 홀린 듯이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몸 곳곳을 어루만졌다. 어깨, 허리, 그리고 골반을 따라 내려가며 허벅지까지.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운 살결이 신경의 말단을 따라 느껴진다. 까슬까슬한 스타킹 아래로 느껴지는 그녀의 다리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나는 이비의 군용다운 탄탄한 근육과 신체나이에 걸맞는 매끈한 피부를 차분히 즐기고 있었다. 이비 또한 수줍은 듯이 내 어깨와 가슴에 손을 올려왔다. 그 움직임은 매우 소심했지만, 작은 손짓 하나 하나에서 그녀의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과 걱정의 기운이 남아있던 이비의 표정이 점점 녹아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살짝 굳어있었던 몸을 이완시키며 그녀는 점차 나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참 이곳저곳을 어루만진 끝에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용기를 낸 나는, 천천히 이비의 가슴께로 손을 옮겼다. 그녀가 부끄러운 듯 손가락을 깨물며 시선을 피해온다. 

 

부드러우면서도 꽉찬 질감이 내 손 안에 가득 찼다. 평소에 들려주지 않던 야릇한 숨소리를 내뱉는 이비의 모습을 두 눈에 또렷이 새기며, 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가슴을 애무해 나갔다. 

 

그녀의 가슴 끝부분, 수줍게 고개를 들어 올린 작은 꽃봉오리를 입에 물어본다. 그 앙증맞은 별미를 천천히 혀끝으로 훑으면서 이비의 반응을 살핀다. 그녀가 조용히 한숨을 흘리며 미소 짓고 있었다. 선홍빛으로 무르익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이윽고 조심스레 한 손을 내려 그녀의 하복부 쪽으로 가져가 보니, 보드랍고 도톰한 그곳에서 무언가 끈적이는 것이 내 손에 감겨 왔다.

 

눈을 뜬 이비가 내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진행해도 좋다는 그녀의 사인이 떨어짐과 동시에, 나는 바지를 내리고-

 

내리고-

 

.....그놈이 단단히 서서 바지랑 속옷이 내려갈 생각을 안 한다. 말단에 팽팽히 걸려든 옷감이 아플 정도로 조여왔지만, 어찌어찌 그것을 해방시킬 수 있었다. 요놈이 살면서 이렇게까지 분기탱천했던 적이 있었던가.

 

아까의 추태를 뒤로하고, 곧 그녀와 나의 가장 민감한 곳이 서로 맞닿았다. 나의 끝부분을 통해 이비의 촉촉해진 입구가 느껴진다. 처음으로 살을 섞는 순간이다. 그것도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흥분으로 머리가 새해야지는 것만 같다. 

 

이대로 허리를 약간만 밀어주면, 마침내 나의 몸이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대로 힘을 실으려던 순간, 이비가 나에게 입을 열었다.

 

“주인님...”

 

그녀가 안쓰러운 정도로 애틋한 표정을 하고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미 제 마음은 알고 계시겠지만.....아직 제정신일 때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랑해요, 저만의 주인님.”

 

그 말을 마치자마자, 이비가 내 어깨에 두 팔을 감아왔다. 

 

 

 

 

 

“아으으읏...”

 

그녀가 내 어깨를 당김과 동시에, 나의 허리도 활짝 열린 그녀의 다리 사이를 향해 나아갔다. 부드러운 살의 장막을 헤집고 나아가자, 따뜻하면서도 질척이는 그녀의 몸 안이 생생히 느껴진다. 

 

눈을 꼭 감고 괴로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비가 걱정스러워 다시 허리를 뒤로 빼려고 했더니, 그녀가 군용 바이오로이드다운 강한 힘으로 나를 옥죄어왔다.

 

“제발...이제 와서 그만두지 말아주세요. 아직까지 제 자신이 온전할 때....똑똑히 느끼고 싶어요.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나의 등을 꽉 껴안았다.

 

“.....무섭습니다. 예전의 끔찍한 기억들이 절 혼란스럽게 만들어요. 

 

하지만... 무서운 마음보다도, 당장은 주인님과의 기억으로 그 모든 걸 덮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그러니...부디,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지금의 제가 그때의 한낱 소모품이 아니라는 걸 떠올릴 수 있도록.....

 

주인님께서 제게 주신 소중한 이름, 그 이름을 불러주세요.”

 

나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그녀의 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비, 나만의 이비.....사랑해, 이 세상 무엇보다도.”

 

.

.

.

 

우리의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침실을 가득 채웠다. 땀과 체액으로 흥건한 시트는 주변의 공기를 한층 습하고 후덥지근하게 만들고 있었다.

 

숨이 거칠어져 입을 다물 수가 없다. 헉헉대는 우리의 가쁜 숨소리는 점차 뜨거워지는 숨결과 함께 서로의 얼굴에 닿아왔다.

 

허리가 아프다. 이전까지 이 정도로 바쁘게 허리를 움직여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비의 황홀한 표정을 보자, 평소 쓰지 않았던 근육이 내지르는 비명 따위는 의식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어느덧 그녀의 안에 들어가 있는 그곳에서 무언가 울컥이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이거...이대로는 위험한 거 아닐까. 워낙 정신이 없어서 아무런 대비가 되어 있질 않았다. 나는 다급히 허리를 빼내려고 했지만, 이비가 나를 제지했다.

 

“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괜찮아요, 그러니까.....이대로 저를 바보로 만들어 주세요.”

 

결국 나의 씨는 그대로 그녀의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묘한 감각이 나의 그곳을 간질이자, 내 허리는 전기라도 통한 듯 움찔거렸다.

 

이비 또한 입술을 앙다물고 허리를 뒤로 젖혔다. 나와 닿아있는 그녀의 골반이 쉴새없이 떨리고 있다.

 

“흐으읏.....주-주인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그 몇 가지의 단어를 내뱉은 이비는 실신하듯 몸을 뉘였다. 

 

나 또한 온 몸의 힘이 빠지면서 피로가 몰려온다. 힘 없이 이비의 옆에 툭 엎어져 버리자마자, 점점 흐려지는 내 의식은 아득히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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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날 눈을 떴더니, 어젯밤까지만 해도 내 옆에 있었을 이비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잠들었을 내 몸에도 보송보송한 잠옷이 걸쳐져 있었고. 

 

어젯밤의 그 일은 결국 꿈이었던 건가 싶어서 허탈한 마음이 들던 그때, 문득 이 방은 내 방이 아니라 이비의 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비?”

 

황망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부르셨슴까, 주인님?”

 

방문을 열고 언제나처럼 해맑은 웃음으로 답해주는 이비.

 

“저기...여긴 네 방 아니야?”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새벽에 보니까 주인님 침대가 완전 엉망이었지 말임다. 그래서 치우는 동안 급한 대로 제 침대로 옮겨드렸슴다.”

 

어젯밤과는 다른, 그저 순박하고 맹한 표정과 말투. 지성의 빛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내가 알던 그 모습으로 돌아와 버린 모양이다.

 

어젯밤에 우리가 나눴던 사랑을 기억이나 하는 걸까. 약간은 서글픈 마음이 들어 가슴이 저려왔다.

 

“...뭐 때문에 엉망이 됐는지는....혹시 기억나?”

 

슬픔으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더니, 이비는 시선을 돌리며 얼굴을 붉힌다. 

 

“...묻지 말아 주세요. 제 입으로는 대답 안 드릴 겁니다.”

 

수줍게 읊조리는 녀석의 눈동자에서는, 어젯밤에나 볼 수 있었던 묘한 깊이가 느껴졌다.

 

“.....응? 방금 뭐라고-”

 

“아-암것도 아님다! 것보다, 늦게까지 주무시느라 배고프시지 않슴까? 얼른 토스트라도 좀 해오겠슴다!”

 

녀석이 빗자루까지 내팽개치고 다급하게 주방으로 달려갔다. 할 말이 끊긴 나는 그저 이비가 서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뭐가 뭔지 영문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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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여자 몸을 그려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장소가 장소라 레퍼런스도 못 쓰고 그리려니 원....

그래도 나름대로 기억을 더듬어가며 열심히 쓰고 그리고 해 봤습니다.

모쪼록 부족한 글에 부족한 그림이지만 항상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라우니 애껴요. 그리고 이비도 애껴주세요. 감사합니다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