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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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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 어서오세요..... 어? 오빠왔어~?




나: 회사 일이 일찍 끝나서 퇴근길에 한잔 하러 왔지~ ㅎㅎ





레오나: 마누라 말고 나 보러 온 건 아니고?





나: 어허! 큰일날 소리! 서비스가 좋으니까 오는거지~






레오나: 서비스는 무슨, 특정 손님에게만 막 퍼주는 가게가 어딨어.




나: 여기있네~





레오나: 하여간 능글맞은건 여전해 후훗. 에이미~ 세환오빠 왔어.





에이미: 세환오빠~ 왔으면 나 먼저 찾았어야지.




나: 아니 왜그래 다들. 오늘 뭐 이상한거 먹었어?




 



 

에이미: 그러게요~ 오늘따라 이상하게 오빠가 보고싶어졌는걸? 오늘이 무슨 날이길래 그럴까~?





나: 흠...글쎄.... 무슨 날일까~~~~~~?





...........................................................................






레오나: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거면 오늘 서비스도 뭐도 없이 술값 열 배로 받을 줄 알아.




에이미: 거기다 앞으로 한달동안 우리가게 출입금지~! 금란이한테 말해놓을테니까.




나: 아.....앗....!!!! 잘못했슴다....!!!! '오르카데이'라는 신성(?)한 날의 전야인것을....!!!!





 

에이미: 누구보다 그 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매번 똑같은 장난이나 치고. 에잇.




레오나: 그래서 오늘은 오빠에게 선택권이 없어. 이건 벌이야. "폴라 숏 컷" 으로 시작해.




나: 나 럼 종류는 싫어하는거 알면서....






레오나: 그러니까 벌이지. 아니면 돈도 받아낼까?




나: 아니요... 레오나 사장님께서 주시는 귀한 술, 잘 마시겠습니다.





레오나: 후훗. 앉아서 기다려. 안주는 항상 같은거?



나: 응. 반건조 베이컨. 이 집이 반건조 베이컨 맛집이잖어 ㅋ




레오나: 아놔 진짜. 여긴 와인바라고 와인바. 동네 음식점이 아니라.



그렇게 일부러 귀엽게 틱틱대던 레오나는 이내 쉐이커에 미리 칠링(칵테일 재료를 섞기 전 얼음 등으로 냉각 하는 것)해놓은 재료를 넣은 후 우아하게 흔들어 섞고 있었다. 


오르카 자매들이 죽음에 문턱에서 극적으로 이쪽세계로 넘어온지 1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처음에는 드디어 현실세계로 넘어온 것에 기뻐했으나 이내 전혀 다른 세상에 와버린 나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이리저리 해매는 자매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만든 재단에서 이들을 열심히 지원해줬고 지금은 다행이도 다들 자리를 잡고 무난하게 살고 있다.


그 중 성공적인 정착생활을 하고 있는 자매가 바로 레오나와 에이미다.

이 둘은 전에 말했던 대로 기어이 와인바를 차렸다. 재단에서 창업지원금을 받자마자 나에게 목 좋은 자리좀 알아봐달라고 하더니 적당한 크기의 와인/칵테일 바를 차렸더라. 


이 둘은 이름도 원래 그래도 쓰고 있다. 물론 성은 각각 "강 레오나"/"이 에이미" 로 했지만. 와인바에 어울리는 이름을 써야 손님이 많이 온다고 해서 그랬다나.


덕분에 모 주류전문 유튜버가 방문하기도 했고 그 후로 "서양 미녀 사장님 둘이 운영하는 바" 라는 소문이 퍼져 꾀나 장사가 잘 되고 있다고 한다.






레오나: 여기 주문"당"하신 폴라 숏 컷 입니다~







나: 음.... 빛깔은 생각보다 괜찮은데?




레오나: 그럼~ 누구 실력인데.




나: 맛은 그럼... 음음음....... 어우, 뒷맛이 완전 달달한데? 체리브랜디도 넣은거야?




레오나: 맘에 들지? 맘에 들어야 해?




나: 맘.에.쏙.들.어.요.




레오나: ........ 앞으로는 그냥 깡소주나 드셔.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미: 뭘 그렇게 둘이서 도란도란 얘기해?




갑자기 잔 두개를 가져오는 에이미.




에이미: 두 잔 더 따를 양은 되지?





레오나: 그럼 당연하지.




나: 뭐야. 지금 가게일 하다말고 손님이랑 술마시는거?








   

에이미/레오나: 사장 맘이니까.




나: ㅋㅋㅋ 그래. 졌다 졌어.





아무튼 이런 식으로 다들 잘 살고 있다. 막 부자가 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최소 이곳에서 각자가 꿈꾸던 삶을 평화롭게 누릴 수 있을 정도는 되니까.


그 중에서도 몇몇 특출난 인생을 즐기는 자매들을 꼽아보자면....





마리아는 "윤 마리아" 라는 이름을 갖고 지금은 마리와 함께 우리 회사 부속 어린이집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마리와 마리아 서로 이름이 비슷하다보니 아이들로부터 "마리마리 선생님" 이라는 우스운 별명도 었었다고.

먼저 와 있던 마리와는 호흡이 잘 맞아 어린이집을 잘 굴러가게 하고 있다.






 

아스널은 "안소율" 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안예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에밀리와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의 직업은 놀랍게도 싱어송라이터.

예전에 레오나/에이미 가게에서 술기운에 취해 무대로 올라가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는데 우연히 그날 손님으로 왔던 기획사 대표가 이를 봤고 바로 스카웃을 해버린 것.

듣기로는 아스널 말고도 "문주원" 이라는 이름의 뮤즈 또한 같이 데려갔다나. 아무튼 안소울과 문주원은 자매들 중 음악쪽으로 자리잡은 케이스다.




김소완(소완), 황지아(포티아), 오로라(아우로라)

다른 두 사람의 이름은 대충 납득이 갔는데 지아만큼은 왜 그런 이름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이유는 그냥 원래 모델명이 '화롯가의 포티아'라서 그걸 조금 변형해보니 "황지아"가 되었다고....


아무튼 오르카 주방 삼대장이던 세사람은 여기에 와서도 그 요리사 기질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저항군 시절의 기억만 있을 뿐 대한민국에서 조리직종에 필요한 자격증이 없었기에 이 세사람은 처음부터 요리사가 되는 과정을 다시 밟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원래부터 갖고 있던 지식 덕분에 어렵지 않게 다들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고 셋이 합심하여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리고 그 레스토랑은 당연히.... 예약 안하면 못 가는 지역 유명 업소가 되었다. 세명의 아리따운 여성 쉐프가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이야기가 도는 건 덤이다. 물론 우리 가족과 자매들을 위한 예약 없이 앉을 수 있는 특실이 있다는 건 비밀.





태이라(테일러), 이비아(올리비아), 오도희(오드리), 라문하(레몬에이드 델타)


IT기업으로 시작한 우리 회사그룹이 처음으로 사업 가닥화를 시도할 때 뭘 할까 하다가 의류사업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의류계열사 창립맴버가 된 네사람.

캐쥬얼부터 럭셔리까지 그녀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옷이 없다고 한다. 

자신들의 궁극적인 꿈이 실현되어서 너무나 좋다는 그녀들.

듣기로는 세간으로부터 "젊은 여성 임원 네명이 손수 관여하여 제품을 만들다보니 품질 하나는 인정받는 회사"라고.

사족으로 델타에게 왜 라문하 라는 이름을 선택했냐고 하자 "레몬에 델[타]니까" 라는 아리송한 대답을 들었다.





강신숙(신속의 칸)

이름이 촌스럽지 않냐는 말에 "이것이 과거의 나를 기억하기 가장 좋은 이름" 이라고 하더라.

신숙이는 전쟁은 이제 신물이 나고 평화로운 세상을 돌아보고 싶다며 여행작가가 되어 지금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자유로운 영혼이란게 이런 것일까. 그래도 자주 보고싶긴 한데 말이다. 다행인 점은 자주 볼 수 없다 뿐이지 영상통화같은 건 자매들과 많이 한다는 점?





최나연(나앤)

모두 나연이를 축하해주자.

현실세계로 오면서 유전자가 평범해지자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미드가 발육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진심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이용(무용), 라문경(레모네이드 감마)

자매들 중 이 두사람만 또 군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것도 해군으로.

용은 기본적인 학력인증을 마친 뒤 바로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 감마는 "용이 있는 곳에 자기도 있어야 한다"라며 똑같이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

참모장이었는데  도로 소위부터 시작하는 것에 부담은 없냐고 하니까 "바이오로이드로서 만들어지자마자 부여받은 군인의 길이 아닌 인간으로서 스스로 선택한 군인의 길을 걷고 싶다" 며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고 한다.







배장화(장화), 박윤경(바르그), 임천아(천아)


박윤경은 동물 유전자가 사라지고나니 뭔가 동물스러운게 없어서 허전하다고 느낄 때 즈음 우연히 동물병원을 지나가게 되었고 거기서 무릎을 탁 치며 곧장 수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도 대학교 수의학과에서 공부중이라고 한다. 


장화와 천아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심취하더니

장화는 타투이스트이자 인디밴드 기타리스트가 되어있고, 천아는 어디 힙합크루에서 활동중이라고 한다.







박윤희(브라우니)

의도적으로 억제된 지능이 정상화되면서 지금은 이공계 대학원생이 되어버린 우리의 박윤희. 

내가 그렇게 대학원생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연구하는게 멋있어 보인다며 기어이 교수의 노예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래도 성과는 곧잘 내오는것 같다. 전에 우리회사랑 산학협력을 했는데 우리회사 연구진들이 하루빨리 저 여자 대학원생 스카웃 해야한다고 하더라.






 

박경리(뽀끄루)

덴세츠 자매들이야 이곳에 와서도 우선적으로 연기쪽에 도전하는 것 같다. 

그 중에서 박경리는 아직 메이저까진 아니지만 대학로 극장에서 알게 모르게 조금씩 앞선 커리어를 쌓고 있다고 한다. 

감정선이 풍부하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듯? 





닥터는 "공선희" 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공순이랑 비슷해서 선택한 이름이라고 하더라.

게임에서의 설정인 초천재 두뇌는 더이상 아니게 되었지만 명석한 건 여전해서 곧 과학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내가 살짝 "대학원까지 마치면 우리회사 넣어줄까?" 라고 떠봤는데 웃기만 할 뿐 대답을 안하더라.




아무튼 기억에 남는 삶을 살고있는 자매들은 이정도이다.

물론 나머지 자매들도 각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삶은 그녀들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서로가 항상 의지해주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별 다른 걱정이 들지 않는다.

그녀들의 표정과 눈빛은 이미 어려움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내일은 나와 자매들이 모두 만나는 오르카의 날.

자매들이 "문을" 통해 이곳으로 넘어온 날을 기념해 매년 모이는 날인데 모일 때마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 아주 산더미다.

그래도 행복하니 좋은거 아니겠나. 다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니.



아, 마지막으로 지매들이 모두 넘어온 날 이후로 나의 라오계정을 완전히 삭제해 버렸다. 

애초에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고 나에게 있어서 자매들은 휴대폰 속이 아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녀들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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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제 뭐하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