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남의 안부를 궁금해 했던 적이 없고, 그렇게 살다 보니 남은 사람이 딱히 없어.

술 먹고 같이 길바닥을 뒹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라는 둥, 저 놈은 인성이 별로라서 싫다는 둥, 사람이 싫은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바람 불면 부는 데로, 파도 치면 치는 데로. 수동적으로 사는 인간이라 그런가.


이런 나를 심란하게 만드는 친구가 있어.

6년 전까지는 친했던 친구. 

내가 미국에 있을 때 그 친구는 군대를 갔고, 내가 군대를 가니 그 친구가 미국을 갔고.

나는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 테고, 앞으로도 그 친구는 미국에서 살겠지.


우린 거리도 멀고 관심사도 크게 겹칠만한 것이 없어서, 바꾼 핸드폰도, 바꾸기 전 핸드폰에도 카톡 기록은 없네.

전전 핸드폰에는 있을라나 모르겠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하더라.

비록 모바일 청첩장이었지만, 가겠다고 했지.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이 지금도 기억나서 반가웠으니까.

잠깐이었지만 옛날 이야기하면서 서로 안부도 물어보고 했어.

어느덧 또 두 달의 시간이 흘러 결혼식이 코 앞.

나는 여전히 밥 한 끼 하자는 연락조차 받지 못 했어.


그 친구와는 친하지만 나와는 서먹하거나 불편한 사이도 많이 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일찍 가서 얼굴 보고, 인사 하고 밥 안 먹고 나올 생각이야.

나랑 얼굴 알고 있는 남들은 끼리끼리 오는데 난 혼자 가야하니까.

아예 모르는 사람만 있는 것보다 끔찍하잖아.

근데 뭐 어쩌겠어? 이미 참석하겠다고 했으니 참석해야지.


다만 이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궁금하네.

한 때 친했던 친구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호구라고 생각할까?

인생 참 피곤하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