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가 하는 일이 한 마디로 '수학적 명제를 증명하기'잖아
이걸 하려면 필요한 능력이 연산 능력이랑 직관 두 가지란 말이지
이제껏 컴퓨터들은 연산 능력만 차고 넘치지 직관이 결여된 그냥 알고리즘이었음
그래서 4색정리같이 컴퓨터가 증명 보조에 쓰이는 일이 있어도 핵심 아이디어는 다 인간한테서 나왔고
그런데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인간 수학자'가 할 법한 발상을 대부분 습득하고, 또 그걸 난제 증명에 활용한다고 생각해보셈
그 정도로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골드바흐 추측 3x+1부터 시작해서 리만 가설에 P-NP 문제까지 그냥 싹 다 풀어버리지 않을까?
물론 컴퓨터니까 인간보다 직관이 뛰어나지는 않겠지
내놓은 아이디어가 수학적으로 유의미할 확률은 인간보다 현저히 낮을 거야
근데 컴퓨터는 연산 능력이 압도적임
인간이 아이디어 하나를 시험해볼 시간에 컴퓨터는 무작위로 생성된 아이디어를 백만 개는 시험해볼 수 있는 거야
지금은 인공지능이 많이 발전했다곤 하지만 수학을 시키기엔 걸음마도 못 떼는 상황임
그런데 만약 첫 걸음마를 떼는 시기가 온다면? 추측의 타율이 0에서 0.00001로 아주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면?
그 날부터 인간 수학계의 종말은 예견된 거나 진배없지
한 번 그 날을 상상해보셈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 뉴스에서는 갑자기 헤드라인으로 이런 기사를 보도함
"IBM사의 XXX, 인공지능 최초로 수학 문제 해결"
당연히 처음이니만큼 그 문제는 밀레니엄 문제만큼 거물급은 아니겠지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수학자들의 관심이 쏠릴 만큼 흥미로운 문제도 아니어서 아직 안 풀린 채로 남아있는 그런 적당히 쉬운 문제
그런데 그런 식으로 인공지능이 수학 문제를 풀어버리는 빈도가 조금씩 잦아짐
몇 달에 한 문제, 한 달에 한 문제, 하는 식으로 가서 나중에는 뉴스에도 안 나올 정도로 흔한 일이 되버림
그렇게 몇몇 수학자들이나 살짝 불안에 떨던 차에 갑자기 인공지능이 유명한 문제를 덜컥 증명해버린다고 상상해보셈
"인공지능, 인간보다 먼저 콜라츠 추측 해결"
콜라츠 추측 정도면 나름 유명해서 적지 않은 수학자들이 증명하려고 벼르고 있던 문제였을 텐데 갑자기 인공지능한테 어이없이 따먹혀버리는 거지
이 때부터 몇몇 수학자들만의 불안이 수학계 전체로 퍼져나가고, 그리고 그 뒤는 뻔하지
몇 년 안에 인간이 알고 있는 문제라는 문제는 거의 다 인공지능한테 따먹혀버릴 거임
메뚜기떼같은 인공지능이 수학의 세계를 이리저리 짓밟고 날아다니는데 우리 인간이 2000년 이상 탐험해낸 영역도 이 메뚜기떼들이 고작 몇 년동안 남긴 발자국의 면적에 비하면 코딱지만하게 보일 지경
이제 수학자들은 증명보다 컴퓨터가 손 안 댄 연구 주젯거리 찾는 게 더 일이다
그러다 마참내 그 고고하고 콧대높던 리만 가설마저 인공지능에게 범해지고 말았다고 상상해보셈
수학자들은 이제 화도 안 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만 나옴
그런데 더 어이없는 게 뭔지 앎? 인공지능이 내놓은 증명 pdf가 몇 만장이나 됨 사람이 못 읽을 정도로 많음
물론 리만 가설 증명이 그렇게까지 복잡하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러면 어떻겠냐 하고 그냥 가정해보는 거임
분명 뉴스에서는 리만 가설이 해결됐다고 떠들고 있는데 정작 지구상에 그걸 이해한 인간은 한 명도 없는 존나 웃기는 상황인 거야
이쯤 가면 슬슬 누구나 할 법한 얘기가 돌기 시작함
'과연 국가에서 수학계에 세금을 투자하는 것이 쓸모있는 지출인가?'
마지막으로 사람 이름이 붙은 정리가 나온 지 십몇 년, 앞으로도 없을 지도 모르는 판국에 이건 분명히 누구나 할 법한 합리적인 주장이야
얼마 안 가 전세계의 대학에서 수학과는 모습을 감추게 되고 말아
그 때가 되면 직장을 잃은 수학자들은 뭐하고 살고 있을까?
사실 쓰다보니까 내가 일부러 암울하게 쓴 감이 있긴 한데 그래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 아니냐
어쩌면 이미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어
작년에 딥마인드의 알파텐서가 50년만에 인간이 만든 것보다 더 효율적인 행렬곱 알고리즘을 개발했잖아
만약 이걸 시작이라고 친다면... 수학자 대량 실업의 신호탄은 이미 쏘아올려진 걸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