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 6턴 내 클리어

완벽한 작전 - 아군 퇴각 없음






영종 신전



아즈사 : 올해에만 수호승을 쓰러뜨리고 도망친 게 이걸로 32번째야.



아즈사 : 널 찾기 위해 영종의 제자 셋이 중상을 입었고, 다섯이 경상을 입었어. 금제를 추가한다 해도 원망하진 않겠지?



오보로 : 자, 잠깐! 저 녀석들이 그렇게 약할 줄은 몰랐지, 한 대 치면 그대로 쓰러지더라니까! 정말 내 잘못이 아니야, 나도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다고!



아즈사 : 더는 할 말이 없네. 수호승은 금제를 가하세요.



오보로 : 잠깐만, 아즈사...! 너도 참 정이 없다. 언제나 그렇게 쌀쌀맞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도 힘들지 않아?



아즈사 : 말 돌리지 마. 수호승, 옥상에 금제를 세 겹 더하세요.



오보로 : 됐다... 까짓 거 더하든 말든! 어쨌든 그런 걸로는 이 몸을 가둘 수 없을 테니까.



아즈사 : 응?



오보로 : 어어? 나 아무 말도 안했는데! 아즈사, 너 요즘 너무 피곤해서 환청을 듣나보다!



오보로 : 이거 참 큰일이구먼! 당당한 영봉의 주인이자 영종의 수석 대리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환청을 듣다니! 내 생각에는 네가 평소에 너무 과묵한데다, 재미없이 살아서 그렇게 된 것 같아.



오보로 : 까짓 거 약 같은 것도 쓸 필요 없이, 이 몸이 널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산 구경도 하고, 물 구경도 하며 긴장을 풀어주면 바로 괜찮아질 거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어때? 날 풀어준 뒤에 산이나 거닐면서...



아즈사 : 문 닫으세요.



오보로 : 어이어이어이... 잠깐만!



아즈사 : 수호승들은 잠시 문밖에 나가 계세요.



수호승 : 예, 아즈사님.



아즈사 : 좋아,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오보로 : 아즈사, 우리가 서로 얼굴을 본 게 몇 년인데, 넌 어떻게 한 번도 웃질 않냐!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 없잖아.



아즈사 : 나는 우리의 고향인 츠루야가 침략자의 만행으로 파괴되고, 영력이 고갈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야.



아즈사 : 그런 강적이 아직 남아있는데다, 안팎으로 정체불명의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는 마당에 내가 어떻게 웃고 다닐 수 있겠어?



오보로 : 윽, 그래, 그래. 네가 높은 자리에 있고, 책임이 무겁다는 건 잘 알겠으니까... 날 괴롭히지는 말아주라.



오보로 : 정말 심심하단 말이야... 몇 년 동안 나와 대화라도 해주는 건 그나마 너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나를 무슨 귀신 보듯 쳐다본다니까!



오보로 : 특히 그 장로들은 아주 괘씸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게, 줘 패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아즈사 : 네가 도망치지만 않으면 그분들을 볼 일도 없을 거야.



오보로 : 아즈사, 난 대체 얼마나 더 여기에 있어야 해? 대체 언제쯤에야 예전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즈사 : 모르겠어.



오보로 : 너는 내가 신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했지만... 저기 있는 산천초목이나 강물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들처럼, 나는 신전 밖 일에 대해 아주 잘 안단 말이야. 마치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즈사 : ...여러 차례 금제를 벗어나 뒷산으로 도망쳤잖아. 잘 아는 것도 당연하지.



아즈사 : 더는 그렇게 위험한 일 하지 마.



오보로 : 가장 위험한 건 눈을 부릅뜨고 날 노려보는 그 꼰대 장로들이 아닐까! 게다가 뭐가 날 위협할 수 있겠어? 너희 영종 안에서도 날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도 않을 텐데!



아즈사 : 오보로... 이제 더는 도망가지 마, 매번 제때에 너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단 말이야.



오보로 : 매일 날 찾아와준다면 약속할게!



아즈사 : 아마 안될 거야.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하거든.



오보로 : 무슨 중요한 일인데? 나보다 중요한 일에 뭐가 있다고? 뭘 하러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데려가주라!



아즈사 : 시험이야. 내게는 아주 중요한 마지막 시련.



오보로 : 하, 난 또 뭐라고! 걱정하지 마! 그깟 시시한 시련 따위, 내가 도와주면 단박에 합격할 수 있을걸! 이 몸이 누구냐, 바로 오보로님 아니냐!



아즈사 : ...



오보로 : 어라? 방금 한 말, 뭔가 익숙한 것 같은데...



아즈사 : ...난 이만 가볼게. 시련이 끝나면 다시 찾아올게.



오보로 : 쳇... 거 참 이상하구먼.







영종 - 단斷의 시련



장로 쿠누기 : 아즈사, 또 신전에 다녀온 것이냐?



아즈사 : 제자가 사소한 일을 처리하러 갔었습니다.



장로 쿠누기 :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잊지 말거라! 앞으로 있을 침입자를 상대할 마지막 수단으로 그것을 신전에 가둬두자고 정한 건, 당시 유일한 수석 후계자의 신분으로서 네가 낸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아즈사 : 제자 명심하겠습니다.



장로 쿠누기 : 그러면 되었다... 너도 영종의 수석 대리를 맡은 지 여러 해가 지났으니,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 늙은이가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겠지.



장로 쿠누기 : 너도 이제 성년이 되었으니 '결단의 시련'을 할 때가 되었구나. 그러니 다시 한 번 설명해주마. 이 시련은 영종의 수석이 되기 위한 최후의 관문이다.



장로 쿠누기 : 강한 실력과 굳건한 의지를 갖추지 못한 자는 시련을 통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식마저 잃고 영원히 어둠 속을 헤맬 수도 있다.



장로 쿠누기 : 아즈사...



아즈사 : 지금은 츠루야에 내우외환이 잇따르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입니다. 수석의 자리를 계승하는 것만이 존자의 의지를 규명하고, 츠루야와 영종에 살 길을 여는 유일한 방법이겠죠.



아즈사 : 제자, 이미 결심했습니다.



장로 쿠누기 : 그래... 그러면 이만 가 보거라.









아즈사 : 이게 바로 '단의 시련'인가...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 이게 마지막 단계라면 바로 시작해야겠지.



아즈사 : 영종 수석 대리인 제자 아즈사, 시련에 응하러 왔습니다!



익숙한 목소리 : 아즈사.



아즈사 : 이, 이 목소리는!



아즈사 : 아자미... 장로님이신가요!?



남아있는 목소리 : 잘 했구나... 잘했다, 아즈사. 역시 실망하게 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구나...



아즈사 : 아자미 장로님! 저는...



남아있는 목소리 : 밤하늘을 바라보고, 삼상처럼 움직일지니.



남아있는 목소리 : 너와 물령의 용의 화신이 만나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내가 친 별점이다.



아즈사 : 저와 오보로를... 알고 계셨군요?



남아있는 목소리 : ...물령의 용의 영체는 매번 소환된 후,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



남아있는 목소리 : 그것은 존자께서 만든 영물이고, 츠루야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으며, 츠루야의 영력이 변한 영룡의 힘이다. 츠루야가 곧 물령의 용이고, 물령의 용은 만령이 모여 형태를 갖춘 것이지.



아즈사 : 그래서 그가 폭주한 후 츠루야의 영력을 미친 듯이 흡수한 거군요.



남아있는 목소리 : 당시에는 상황이 다급했었다. 금기된 술법으로 영룡을 깨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어.



남아있는 목소리 : 그건 나의 죄이지, 영룡의 잘못이 아닌 것을...



아즈사 : 아자미 장로님, 그렇다면 영룡... 아니, 오보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그를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죠?



남아있는 목소리 : 본래 물령의 용은 세상에 풀어줘서는 안 되는 존재다.



남아있는 목소리 : 그것이 변신하면, 그때부터 영종은 그를 제어할 수 있어. 예외란 없었다. 단지 그와 너의 만남이 유일한 변수였을 뿐.



남아있는 목소리 : ...사실 '결단의 시련'은 네가 영룡의 화신을 지키기 위해 수석 후계자가 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남아있는 목소리 : 그리고... 자유? 애당초 물령의 용에게 있어 진정한 자유란 존재한 적은 없었다.



아즈사 : 그 말씀은...



남아있는 목소리 : 영종의 수석은 그를 자유롭게 풀어줄 수 없다. 반대로 그를 가둔 우리의 열쇠를 손에 쥐고, 영룡의 힘을 통제해야 하지. 즉, 그의 자유를 통제할 힘을 손에 넣어야해.









남아있는 목소리 :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드물지. 네가 이미 각오를 했고, 싸워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면... 가서 네 마음속에 있는 양심의 가책과 슬픔, 원망을 굴복시켜라.



남아있는 목소리 : 가서 존자와 츠루야의 만령에게, 네가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막중한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희망이라는 것을 증명하거라!






가책의 그림자 : 어째서... 어째서야! 이건 내가 바란 게 아닌데... 어째서 강제로 날 소환하고는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야!



가책의 그림자 : 아즈사... 우린 서로 유일한 친구 아니었어?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나를 신전 속에 가둔 거야...



가책의 그림자 : 나 너무 아파...



아즈사 : 미안해, 오보로... 하지만 이게 네 목숨을 지킬 유일한 방법이야.



가책의 그림자 : 가식 떨지 마! 너도 그 녀석들과 똑같아... 나를 그저 도구로, 쓰기 편한 무기로 볼 뿐이잖아!



아즈사 : 오보로...!




가책의 그림자 : 닥쳐!



가책의 그림자 : 츠루야의 몰락과 만령의 슬픔에 대해 너희 무능한 영종 녀석들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거야!



가책의 그림자 : 으아아아...! 내 분노를 받아라, 이기적이고 교만한 인간들아--!






아즈사 : 난 여기서 쓰러질 수 없어...! 설사 네가 나를 원망한다 할지라도, 난 하나뿐인 가능성을 붙잡을 거야!






원망의 그림자 : 엘리시움을 위하여!



아즈사 : 당신들! 당신들의 탐욕 때문에, 츠루야가 몰락하고 만물이 시들었어!



아즈사 : 당신들은 츠루야를 짓밟고 영종을 무너뜨렸지! 우리는 당신들의, 엘리시움의 죄를 절대 잊지 않아!






아즈사 : ...끝난건가...



아즈사 : 전... 성공한 건가요?



남아있는 목소리 : 아즈사... 정말 잘했다.



남아있는 목소리 : 영종과 츠루야의 미래를 네게 맡기마...



남아있는 목소리 : 나의 이기적인 결단을 용서해다오, 물령의 용이여...






영종 신전



오보로 : 하루, 이틀, 사흘... 아즈사 녀석이 그 개 같은 시련을 보러 간다고 한지 벌써 사흘이 지났어!



오보로 : 이만하면 뛰쳐나가도 약속을 어기는 게 아니겠지? 대체 어떤 녀석이 아즈사가 날 보러 오는 걸 막는지 한 번 보러 가야겠다.



오보로 : 어디 한 번 금제가 약한 곳을 찾아볼까... 흐흐, 바로 여기군!



문 밖의 목소리 : 수석님!



아즈사의 목소리 : 예전처럼 아즈사라 부르세요.



아즈사의 목소리 : ...잠시 물러나세요.



문 밖의 목소리 : 하지만...



아즈사의 목소리 : 걱정 마세요.



문 밖의 목소리 : 예!



아즈사 : ...



오보로 : 아즈사! 시험은 끝났어? 어때?



오보로 : ...무슨 일이야? 왜 그리 슬픈 얼굴을 하는 건데.



아즈사 : 슬픈 얼굴...



오보로 : 통과 못 한 거야? 쯧, 괜찮아, 괜찮아! 너 같은 우등생이 실수라도 한 번 하면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난리를 치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고!



오보로 : 내가 꼼수라도 알려줄까? 그거라면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을 텐데.



아즈사 : 아니... 시험은 통과했어.



오보로 : 어?



아즈사 : 오늘부터 내가 영종의 수장이야.



오보로 : 근데 왜 그렇게 사약 한 사발 들이킨 표정이야...



오보로 : 아하, 알았다! 이제 예전처럼 자유롭게 지내지 못할 거라고 걱정해서지?



오보로 : 그렇긴 하겠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 영봉에 규칙이 얼마나 많냐! 게다가 다들 약 한 사발은 마신 얼굴로 돌아다니니... 아주 다들 새장에 갇혀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니까!



오보로 : 하지만 괜찮아, 날 봐라... 넌 그나마 어디로든 갈 수라도 있지, 난 이런 곳에 갇혀만 있으니 얼마나 불쌍해!



아즈사 : ...



오보로 : 잠깐,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냥 농담한 거야! 나도 네가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고!



오보로 : 그래도 수장이 되었으니 가끔씩은 날 데리고 나갈 수는 있지 않겠어?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어때?



오보로 : 안돼? 그러면 이틀에 한 번은? 사흘! 사흘에 한 번! 더는 나도 양보 못 해!



아즈사 : 안돼!



오보로 : 잠깐!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어딜 가는 거야... 가지 마! 문 닫지 말고!!!



아즈사의 목소리 : 이틀 후 다시 올게.



오보로 : 야, 나뭇가지 계집애!



오보로 :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줄곧 이렇게 불러보고 싶더라! 영종의 수석이나 되는 분이 이런 걸로 화내는 건 아니겠지? 하하!



오보로 : 신전에 갇혀 있는 녀석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겠지만...



오보로 : 앞으로 네가 뭘 하든,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어... 난 계속 이곳에 있을 거라는 걸 알아둬.



오보로 : 난 계속 너를 지켜줄 거야. 잊지 마, 너는 내 유일한 친구라는 걸!



아즈사의 목소리 : ...응.



아즈사의 목소리 : 너도... 나의 유일한 친구야.










먼지투성이의 친서 : 영종의 수장이 된 그 해, 나는 가장 소중한 사람을... 내 손으로 직접 신전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가둬버렸다.



먼지투성이의 친서 : 그를 지키기 위해, 츠루야의 미래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먼지투성이의 친서 : 나는 그 감옥의 열쇠를 쥔 사람이 된 것이다.



먼지투성이의 친서 : 미안해, 오보로. 본래라면 자유롭게 세상을 누벼야 할 네가, 인간의 전쟁 때문에 신전에 갇히게 되었구나...



먼지투성이의 친서 : 이제 나도 이 결단을 위해 영종 전체를 짊어질 거야.



먼지투성이의 친서 : 나를 미워해도 좋고, 원망해도 좋아... 나는 계속해서 너를 진정 자유롭게 풀어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어.



먼지투성이의 친서 : 나 역시 이 창살 없는 감옥 속에서, 어쩌면 아무 희망없는 기회를 찾아볼 거야. 일 년이나 이년으로 안된다면... 십 년, 이십 년이 걸리더라도...



먼지투성이의 친서 : ...미안해, 오보로. 부디 기다려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