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4 : 산책 


[위치: 정면 30cm]


어서 오세요. 오빠.


후훗.

돌아오니 내가 방에 있어서, 깜짝 놀랐으려나?

사정이 생겨서, 평소보다 일찍 오빠를 만나러 온 거야.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그것보다 오빠.

오늘은 엣치 전에, 산책을 하고 싶은데,

함께해 주지 않을래?


후흣. 맞아 맞아. 내 취미야.


그럼 갈까? 오빠.


장소 전환.

나란히 걸으면서 하는 대화

[위치: 오른쪽 귀 30cm]


나와 오빠가 만난 지, 오늘로 2주인가...

……빠른 법이네.


매일 엣치 하고, 수다 떨고…….

뭔가 이제, 저의 생활에 있어서 오빠는,

둘도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고.


그렇구나. 오빠도, 마찬가지구나.

후흣. 기쁠지도.



……。


그런데, 이 근처는 경치가 좋네.

조금 높은 곳이라, 거리의 모습이, 잘 보여.


……있잖아, 오빠.

거리는 말이야, 예쁘지?


늘어선 건물이라든가,

도로를 오가는 자동차라든지,

바람에 살랑이는 가로수든가.

모든 것이 세련되고, 합리적인 디자인이라서.

엄청 아름답구나, 나는 생각해.


……하지만, 동시에 말이지. 수상쩍구나 생각해.

예쁘고, 너무 합리적이기 때문에, 반전이 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거리는, 추악한 무언가를 덮어 숨기고,

속여넘기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라고.


SE : 멈춰서다


오빠.

오빠의 눈동자는, 어째서 그렇게 흐려져 있을까?

이렇게 예쁘고,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거리,

도대체 어디에서, 그만한 어둠을 데리고 온 것일까…….


...미안해.

좀 막연한 얘기를 하고 있네.

좀 더, 의미 있는 얘기를 하지 않으면이야.

그러니까, 그렇네……….

오빠에게는 슬슬, 가르쳐 줘야 할지도.

내가 무슨 존재이고, 어째서 여기 있는지를.



[위치: 정면 30cm]


저기, 오빠.

맞은편 산 위에 연구소가 있는 건, 알고 있으려나?

노아라는 이름의 연구소라서, 꽤 큰 건물인데.


그럼, 거기서 어떤 연구가 연구되었는지, 알고 있어?

모르지. 공표도 안 됐고.


그게, 오빠. 그 연구소, 노아에선 말야.

종말 시간을 회피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


맞아. 종말 시간.

한번 설명했는데, 기억하려나?

인류가 일제히 사멸하는,

종말시간이라고 하는 타임 리미트가 존재해서,

그게 내년 8월 5일이라고, 그렇게 말했었지.


그건 도시 전설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이야기야.

그리고 그, 8월 5일의 종말을 회피하는 것이,

노아의 연구 목표야.


그래서……그 종말 시간의 회피 수단으로서 말이야.

노아는, 이걸 개발했어.


SE : 이치 메모리를 꺼내다


응, 이치 메모리.

몸의 정의를 다시 쓸 수 있는, 주사기.

이것도 농담이 아니라, 진짜 기능한단 말이지.


이걸로 인체에 설정된 종말 시간을 다시 쓰고,

무효화한다는 게, 노아의 계획.


아직, 어떻게 다시 쓰면 종말시간을 무효화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니까.

연구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만약 감쪽같이 연구가 성공해서,

종말 시간을 무효화하는 이론 메모리를 작성할 수 있으면,

그걸 대량 생산해서, 전 세계에 흩뿌려서 인류를 구한대.

그 이름 그대로, 방주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거겠네.

그 연구소는.


……그래서 말이야. 오빠, 지금부터가, 내 자기소개인데.

나 실험쥐거든.

그 연구소에서, 이치 메모리의 피검체를, 당하는 거야.


……나 말이야.

10년 전에, 그 연구소에 납치됐단 말이지.


뭔가 내 몸, 특이체질인 것 같아서.

실험 대상으로, 유일무이한 존재라든가.

그래서 납치당해서, 잠긴 방에 갇혀서,

이치 메모리의, 피검체가 되었어.

머리가 은색이거나, 통증을 느끼지 못하든가 하는 건 전부,

메모리 실험에 의해, 몸의 정의를 고쳐 썼기 때문이야.


……뭐, 그런 사정으로.

본래라면, 나는,

지금도 그 연구소에 갇혀 있어야 할 존재란 말이지.

실험쥐로서, 사육 상자 안.

이렇게 밖에 나가는 것 따위, 이루어지지 않는 인간이었어.


그런데도 내가, 지금 이렇게 밖을 걷고 있는 것은,

일 년 전 어느 날, 버그 걸렸으니까.



……그래. 버그 걸렸어.

이치 메모리의 실험에서, 몸의 정의를 너무 많이 고쳐 쓴 탓에,

내 몸에 버그가 생겼어.


그로 인해 나는,

위치 정보를 다시 쓰는 힘…….

이른바 「텔레포트」라고 불리는 능력을, 손에 넣은 거야.

덕분에 저 연구소를 빠져나갈 수 있게 돼서.

그로부터 매일,

한밤중에 몰래 밖에 나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일까.


보통 텔레포트보다, 이 힘은 범용성이 있어서 말야.

위치정보 두 개를 지정하면,

연구소에 더미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

들킬 걱정은, 기본적으로 없어.

라고 말해도, 잘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후훗.


뭐, 요약하면 나는, 한밤중에 몰래 외출하고 있는,

연구소의 실험체라는 거지.


……。

오빠, 오빠.


나 말이야. 사실은 도망가고 싶단 말이지.

그 연구소로부터, 이치 메모리의 실험으로부터, 영원히 도망치고 싶어.

이대로 연구소 따위,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야, 몸의 정의를 다시 쓴다는 건 엄청 괴로우니까,

체내를 휘젓고 있는 것만 같은 불쾌감이 전신을 달려 맴돌고.

점점 사람들로부터 괴리되어 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두렵고.




그래도, 나는 실험체로서, 대체할 수 없으니까.

내가 없어지면 연구는 할 수 없게 되고,

종말 시간에 따라 인류는 멸망하게 된단 말이지.


...그러니까. 역시 도망치는 건 할 수 없어서.

이렇게 밤놀이하는 게 최선.

괴롭지만. 괴롭지만.

나는 그 연구소에서, 피검체를 계속할 수밖에 없어.

허무하네…….


[다음 대사, 납치됐을 때, 가족은 살해당했다는 설정인데, 너무 생생하므로 말을 돌립니다]

(伏せます이거 잘 모르겠어서 의역함...)


……응? 가족?

흐흐. 만나러 갈 수 있을 리 없잖아.

그야…….


……。

하아……. (한숨)


……있잖아. 오빠.

나 말이야, 왜 오빠를 좋아하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오빠라면.

세계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탁해 빠진 눈을 한, 오빠라면.


[연기 : 다음 3줄, 아주 조금만 목소리를 떨면서]


말해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걸.

「도망쳐도, 괜찮아」 라고.

「세계 따위, 멸망해도 상관없다」 라고…….


……미안. 잊어버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슬슬 돌아가서, 엣치할까?

자, 돌아가자, 오빠.


SE : 걷기 시작하다

[위치: 정면 대각선 오른쪽 귀 30cm]


음…….


SE : 멈춰서다


……후훗. 후훗……….


말해주는구나.

역시 바보구나……. 오빠는.

하지만, 미안해. 역시 나는, 도망칠 수 없으려나.

그렇게까지 나쁜 아이는, 될 수 없어.


……있잖아. 오빠.

한 가지, 약속을 해도 될까?

응. 약속.


[정면 : 15cm]


만약에 실험이 실패해서.

종말 시간을 무효화하는 이치 메모리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내년 8월 5일에, 세계가 멸망한다고 한다면.


그때는, 그 순간은,

내 옆에 있어 줘,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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