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플롯 써왔다. 이제 누가 가져가라.


#판타지 #착각 #아카데미 #하렘 #히어로 

 

 

“폐하, 이번 북부대공께서 올린 새로운 정책안입니다만···.”

“폐하, 곧 성국에서 열릴 여신제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

“폐하···.”

“폐하···.”

 

폐하 시발 진짜.

 

제국력 1072년. 트리아리아 제국의 10대 황제, 프리드 트리아리아는 머리가 아팠다.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어느 날 읽던 소설 황가의 막내아들로 환생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프리드는 전생에 히어로물을 즐겨 보는 남자였다. 동시에, 그는 사람들을 구해내는 소방관을 꿈꾸고 있기도 했다.

 

비록 황족이라는 높은 신분으로 태어나긴 했어도 계승권자에선 엄청나게 멀다. 따라서 그는 이번 생에도 영웅적인 일을 하기로 다짐하며, 유년 생활을 보냈다.

 

문무겸비의 황자 프리드는 유명인물이었다.

 

어린 나이인데도 총명하고, 지식이 많으며, 선량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프리드가 아카데미에 가서부터 증폭되었다.

 

프리드는 영웅적인 행보를 자주 선보였다. 성국의 성녀를 구해내기도 하고, 타락한 용을 교화시켜 아군으로 삼기도 했다.

 

프리드는 부정했지만, 황가의 모든 인물들은 그가 다음 황제에 적합한 인물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제가 황제요? 당치도 않은 소리···.”

 

당찬 소리였다. 프리드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황제가 되어 있었다.

 

바쁘다. 일이 너무 많다. 몸을 움직여 사람들을 구하는 걸 삶의 낙으로 살았던 프리드에게 있어, 너무나 고되고 힘든 나날이었다.

 

“미안하다, 아들아.”

“아버지?”

“업무 좀 대신 해다오!”

 

결국 프리드는 자신의 영웅심을 이겨내지 못한 채, 자신의 방의 지하서고에 열쇠를 끼웠다.

 

오직 황제만이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방.

 

그곳에는 황제가 모은 용돈으로 만들어낸 가면의 히어로 슈트와 무기, 그리고 남자의 로망이 있었다.

 

“가자꾸나, 나의 애마여.”

 

말투도 황제의 위엄한 말투로 교정되고 말았음에 한숨을 쉰 프리드.

 

손수 만들어낸 오토바이에 탑승한 프리드가 비밀통로를 통해 황성을 빠져나갔다.

 

그 때부터, 가면 히어로의 전설은 시작되었다.

 

 

*

 

 

-황제폐하께서 무능해지셨다.

 

어린 나이의 총명함도 결국 세월 앞에 마모될 수밖에 없는 걸까.

 

황성의 모두가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딜 싸돌아다니시는 건지, 업무를 내팽개치고 매일 행방불명이 되는 황제를 대신하여, 오늘도 일처리를 하고 있는 제1황자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분명 바람을 피는게 틀림없어요.”

 

황제의 부인, 황비 레시아는 그리 의심했다. 

 

제국이 세운 세계 최대의 명문 아카데미의 이사장이기도 한 레시아는, 최근 들어 잠자리도 함께 해주지 않은 황제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갱년기, 라는 것일까. 아무리 어렸을 적의 자신이 하렘을 허락해줬다고는 해도, 설마 아이까지 낳은 후에도 바람을 피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들의 아이인 황자와 황녀들 역시 어머니의 슬픔에 공감했다.

 

“분명 그 성녀나, 악룡같은 여우년들을 만나러 간 것이겠죠.”

“어마마마, 성녀께 그런 말씀은 결례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부디 체통을.”

“체통은 그 양반이 지켜야 하는 거고요! 하다못해 말이라도 해주면 용서해줄 수도 있는데! 내게도 비밀로 하고, 흐윽.”

 

어째서 아버지가 그런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걸까. 누구보다 아버지를 존경했던 황자와 황녀는 어머니를 모시고 아카데미에 통학할 준비를 마쳤다.

 

 

*

 

 

콰앙- 아카데미의 입학식이 열리는 날, 레시아는 표정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남편의 외도 때문에 짜증나 죽겠는데. 입학 연설도 겨우 하고 있었더니 더러운 마수들이 아카데미에 침공했다.

 

그 사교도의 소행인 걸까. 빠르게 마법을 사용해 정리하려고 하였는데, 어째선지 마법이 나가지 않았다.

 

“마법을 잡아먹는 마수···!”

 

들어본 적 있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 괴물이 있다고 했던가. 더러운 사교도 녀석들이 어떻게 그런 마수를 사역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레시아가 재빨리 관객석을 돌아봤다.

 

오늘날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귀여운 새싹들이 앉아있다. 그곳에는 자신의 아이들인 3황자와 4황녀도 존재했다.

 

어서 빨리 저들이라도 피난시켜야 한다. 이곳에서 무위가 가장 높은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니. 

 

어쩌면 인생이 여기서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채, 다가오는 마수에 맞서는 레시아는 왠지 모르게 남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바보, 제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건가요.’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가는 그 때였다.

 

“엠페러 킥!”

 

어디선가 유치찬란한 목소리와 함께, 한 인영이 마수를 향해 돌진했다.

 

쩌엉- 믿기지 않는 굉음, 마수가 일격에 저 멀리로 날아갔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뒤따라 달려오던 말도 없이 움직이는 이상한 탈것이 철컥거리는 소음을 내며, 대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 대검을 손아귀에 쥔 자는 너무나 수상한 가면의 남자였다.

 

“다, 당신은?”

“가면의 남자라고, 불러주시게나. 레티시아, 준비해라!”

 

『인명구조프로그램, 레티시아. 주인님의 명에 따릅니다.』

 

소위 말하는 에고소드라는 것일까? 기계적인 목소리를 내는 대검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마법을 쓸 순 없지만, 단순 마나라면 모른다. 대검을 쥔 가면의 남자는 일격에 마수를 일도양단했다.

 

그 아름다운 빛 속에서 레시아가 본 것은, 어느 날 소년 시절의 남편이 자신을 구원해줄 때의 모습.

 

그리운 빛이었다.

 

 

*

 

 

“저, 사랑에 빠진 걸지도 몰라요.”

“누, 누구에게 말입니까, 어마마마!”

“당신들도 아는 사람이에요.”

“혹시, 가면의 남자입니까?”

 

황비, 레시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의 남자는 어느덧 이 제국에서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중이었다.

 

홀연이 나타나 사악한 사교도를 무찌르고, 자신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

 

어떤 사람들은 마치, 지금은 나태해진 황제의 어렸을 적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칭찬하였다.

 

“아바마마는 어쩌시고!”

“그 이는 너무 달라졌어요! 제가 사교도에게 납치당했을 때도, 딸인 루나가 마신의 제물로 바쳐질 때에도 잠적하기나 하고!

그런 때에 저흴 구해준 사람은 가면의 남자라고요!’

 

가족을 내팽개둔 채 바람이나 피러 다니는 남편 따위! 요즈음 황제의 나태함에 시달리는 황족들이 레시아에게 몹시 공감하였다.

 

“아바마마도 바람을 피우는데, 어마마마라고 안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죠. 저도 도우겠습니다.”

 

“루나!”

“저도 사실 요즘 아바마마께 회의감이 들고 있습니다. 협력하죠.”

“유리아, 로즈벨! 역시 당신들밖에 없습니다!”

 

 

*

 

 

“데이트를 하지 않겠냐고요?”

“어떠신지요.”

 

가면의 히어로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황녀. 볼륜을 저지르겠다는 일종의 선언에 가면의 히어로는 당황했다.

 

‘역시, 레시아인가. 내 정체를 단박에 알아본 모양이군.’

 

데이트를 하지 않겠냐. 그 말은 황비와 황제의 첫 만남때 황제가 건넨 말이었다. 

 

설마 이렇게 돌려받는 날이 오다니.

 

“어쩔 수 없군, 역시 레시아, 당신은 못 이기겠소.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예?”

 

파트너 프로그램의 이름이 레티이사인 것도, 레시아를 본따 지은 것이지. 가면의 남자가 중얼거리며 가면을 벗었다.

 

그리고 드러난 모습은 레시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데에 충분했다.

 

“설마 내가 가면의 남자란 걸 알아채다니. 데이트 신청은 오직 우리만이 알 수 있는 추억의 암호니까, 내뺄 수도 없겠군.”

“여, 여보?”

“숨겨서 미안하오. 내가 바로 가면의 남자였다네, 아이들이 걱정할 수도 있으니,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삼자구려.”

 

그 날, 황비는 제 7황녀를 임신했다.

 

 

*

 

 

“당신, 역시 황제폐하 맞죠?”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 눈은 속일 수 없어요.”

 

진실을 파악하는 천국의 눈. 황제는 사교도의 늪에서 구출해낸 성녀를 품에 안으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정실대전에 패배하였지만, 언젠가 자신에게 마음을 전한 적이 있기에 신경은 쓰고 있었던 성녀.

 

“전 아직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요. 설마 또 이렇게 품에 안길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비밀로, 해주지 않겠나?”

“싫은데요?”

 

곤란했다. 가면 아래의 정체가 밝혀진다면 히어로 활동을 하기에 상당히 곤란해질 것이다.

 

황제는 자신의 아이들과 부하들에게 잔소리듣고 싶지 않았다.

 

“제 소원 하나 들어주신다면 비밀로 해 줄수도.”

 

 

*

 

 

“어째서 이런 짓을!”

“닥쳐라 인간, 네가 아느냐! 사랑하는 이가 나태해져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여의 고통을!”

 

제국의 편이 되었다 믿어 의심치 않는 악룡이 또다시 폭주했다.

 

그를 막기 위해 황제 아니, 가면의 남자는 홀로 맞섰지만.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자신의 지금 무위는 조금 떨어졌다.

 

반대로 드래곤은 영원불멸의 생물이기에, 강해지면 강해졌지 고작 20년이 지났다고 약해지지는 않다.

 

고전을 면치 못하겠군, 그리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옆에 있던 성녀가 악룡을 향해 소리쳤다.

 

“어리석군요, 파프닐. 당신은 정녕 황제폐하가 타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럼 뭐란 말인가! 그 가족이 위험해 처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글러먹은 인간이, 정말 타락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러니까 당신이 천하제일정실대전에서 최약체였던 거에요.”

 

가면의 남자와 악룡, 그리고 성녀만이 남은 이 결계 속에서.

 

황제는 어쩔 수 없지, 한숨을 쉬며 그 가면을 벗었다.

 

“오랜만이구나, 파프닐.”

“프, 프리드?”

 

 

*

 

 

“여보, 부탁이 있구려.”

“뭐죠 프리드?”

 

레시아는 행복했다. 사랑하는 남편이 자신을 배신한 줄 알았는데, 사실 뒤에서 자신을 지키고 있던 영웅이었다니.

 

한 때마나 그를 의심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프리드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프리드다. 그것만이 변치 않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의 레시아는 황제가 뭘 말하든 들어줄 자신이 있다.

 

“···바람 펴도 되겠나?”

“푸웁!”

 

그만 마시고 있던 차를 뿜어버리고 말았다.

 

성녀와 악룡을 또다시 반하게 만든 황제.

정실대전에 패배해 마음을 접은 두 사람이었는데, 다시 부활한 집착을 이겨낼 각오가 사라졌다.

 

자신도 바람을 피려 했었단 사실을 숨기고 있었기에, 죄책감이 든 황비는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

 

 

“히어로 가면, 아무리 너라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오직 황실의 피가 아니라면 그 신검은 가동조차 할 수 없지!”

 

사교도의 사천왕, 마왕 데우로스가 소리쳤다. 마신의 힘의 일부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이상,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20년 전의 그 황제뿐이리라.


하지만 그 황제는 이미 부패하고, 제국의 존망이 걸린 이 운명의 전투에서 도망치고 말았지.


다른 황족들은 모두 다른 전장에 있다. 이곳으로 달려올 수도 없을 뿐더러, 설사 도착한다 해도 어린 그들이 신검을 다루기엔 힘이 부족할 것이다.

 

사악한 악룡도, 신성한 성녀도, 그 아카데미의 이사장도 마신의 힘을 감당할 순 없으리.

 

그렇게 생각하던 그 때, 가면의 남자는 거리낌없이 신검에 손을 올렸다.

 

“황제의 명을 받들어라, 신검 브류나크.”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뭔 제국의 가장 높으신 분이 가면 쓰고 영웅놀이를 하고 있냐! 비명을 내지른 데우로스는 신검의 빛에 재가 될 뿐이었다.

 

 

*

 

 

<긴급특보, 수수께끼의 가면의 영웅의 정체는 사실 황제폐하!?>

 

“폐하, 지지도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폐하, 백성들의 민심이 최상을 달리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에 성녀와 악룡을 아내로 맞은 덕분에, 성국과 용족의 전면협력이 약속되었습니다!”

“폐하는 이런 미래를 내다보고 히어로 활동을 하신 거군요! 이 레녹스, 감동했습니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