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는, 부모님께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표현을 상당히 자주 쓴다. 여러분도 겪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함이라는 인과 관계가 생명의 탄생에 대하여도 적합한 표현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먼저, 감사함이라는 '과'는, 의도와는 큰 관계 없이 특정 사건의 영향으로 다른 불특정 대상이 어떠한 +적 효용, 즉 수혜를 받아야 성립된다.


의도하지 않은 일에도 누군가가 은혜를 입어 감사를 표한다는 이야기 또한 흔하지 않는가? 그러한 이야기다.


다만 생명의 탄생, 즉 출생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다.

출생, 특정 부부의 성관계 이후 혈연적 자식이 태어나는 것.

이 관계에서 과연 감사함이라는 인과가 성립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정 대상이 존재하기 이전 시점 사건의 영향에 대해 특정 대상이 영향을 판단한다는 것은 인과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적 효용이라는 관점이 존재함 이전에 적용될 수 있는가?

우리는 태아에 대해서 완전한 '타자'이다.

그런 우리의 시점은 관습적으로 이어져 내려왔기에 우리의 시점을 배제하고 판단해보자. 존재함 이전 시점에 대해서 과연 그것이 +적 효용이라 판단할 수 있는가? 당연히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 여러분은 이리 말할 수 있다.

"그 대상의 생물학적 어머니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그 대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존재하게 해주었으므로 감사해야한다."


피동적 존재함에 대하여 감사라는 표현이 성립하는가? 존재함은 부재의 대상에게 어떠한 효용적 요소가 될 수 없다.

가치판단의 시작은 존재가 선행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부 A의 자식 B라는 정체성으로 그 대상을 판단하자면, 정확히 동일한 정자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지언정 이후에 자식을 낳는다면 결국 B로서는 존재한다.

존재의 시작 시점의 정체성을 정자로 정의내린다면, 정자가 난자와 만나 수정함에 있어 이 관계는 생리적 관계에 따른 필연적 흐름일 뿐, +적 요소라는 감사함의 인과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존재함에 대해서는 감사함이라는 포현은 적합하지 않다. 허나, 출생 이후 여러분에게 쏟아주신 사랑과 투자는 생존 추구에 따라 +적 요소로 볼 수 있으므로 성립한다. 그러므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가 가장 적절하지 않겠는가.







다만 필자로서는 좀 애매한 부분은, 낙태하지 않았음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해야하는가이다. 생존본능이 존재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정의내린다면, 그 존재의 유일하게 +적 요소는 생존본능이 추구하는 바라는 점은 틀린 말은 아니다.

따라서 생존본능이 존재하기 시작하고 이후 생명활동을 유지하려한다면, 낙태라는 -적 요소가 실행되지 않았음 대하여는 감사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