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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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이제 그들은 그것을 볼 준비가 되었다. 삐걱거리며 열리는 문. 활짝 열린 창밖으로 희미한 볕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밤새 수정하던 원고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눈부시게 흩어지는 활자들. 그녀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이야기가 그곳에 있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 Epilogue 5.
 영원과 종장 (完) 중—

상쾌했다. 더할 나위 없이. 마치 길고 긴, 오래된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그런데 이 눈물은 무엇인가.

"아저씨!"

"형!"

"김독자!"

"독자씨!"

[아바앗]

어떻게 날 이곳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는지, 왜 끝까지 포기 안했는지.. 너무도 묻고 싶은게 많았다. 하지만 그는 한 마디 밖에 할 수 없었다.

"다녀왔습니다"

모두가 김독자의 품에 안겨 울었다. 유중혁 빼고(김독자는 자기가 죽어도 저녀석은 안 울 것이라 생각했다). 김독자도 울었다.

"너무도 길었습니다 독자씨."

이현성의 한마디. 사실 김독자는 몰랐다. 그들이 어떻게 이자리에 내가 오게 했는지. 하지만 묻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성공했고, 김독자가 이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미안합니다.."

"당연히 미안해야지."

말로 할 수 없는 그리움. 영겁의 시간을 기다려온 김독자만큼 김독자 컴퍼니도 그를 다시 보고 싶었을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후

"어떻게 저를 다시 돌려놓은 겁니까?"

김독자가 물었다. 사실 김독자는 자신을 모든 세계선에 완전히 흩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은 김독자는 또 울었다.

"우리 사장님이 돌아온 후에는 눈물이 많아진 것 같네요. 이젠 독자씨 얘기를 들어보죠. 지하철 안에서는 즐거웠나요?"

정희원이 말했다. 김독자는 지하철에서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했다. 유중혁을 회귀자로 만든 것부터... 그 '실험'의 일까지.

"아! 지하철에 아직 복제구가 하나 남아 있어요."

복제구. 그것은 김독자가 실험할 때 만들어낸 장치였다. 봉인구와 비슷하지만 복제구는 창조된 것을 담는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이 복제구가 있어서 김독자는 그 실험을 할 수 있었는데, 김독자가 선택한 선택지와 같아지면 그 복제구는 소멸하고 다르면은 남아있게 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모든 세계선은 똑같이 설정되어 있지만, 다 매우 약화된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장치이자 가장 오래된 꿈으로서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럼 그 구는 어케되는 건가요?"

유상아의 질문에 김독자는 고민하다가 답했다.

"아마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겠죠. 결국에는 어떤 방식을 썼든 성공한 거니까요."

김독자는 그 봉인구 속의 김독자가 어떤 방식으로 성공했는지 김독자 컴퍼니에게 말하지 않았다. 다만 '저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방법입니다' 라고만 말했다.

"이제 그동안에 일에 대한 담화는 끝났죠?"

정희원의 말. 김독자는 의아했다.

"네?"

"저새끼 공단에 매달아"

그리고 김독자는 공단에 달렸다.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벤치같은게 생겼다. 김독자와 대화하기 위한 자리였다.

저 자리를 보고 김독자는 자기가 내려갈 일이 있긴 할까 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씩 공단의 옥상을 찾았다. 김독자와 대화하기 위해서였다.

"돌아온 걸 환영하네. 그동안 잘 지냈는가?"

한명오. 시나리오가 시작되고 가장 크게 바뀐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저마다 바뀌긴 했지만 김독자는 이사람보다 크게 바뀐 사람은 드물 것이라 생각했다.

"보시다시피 아직 멀쩡히 매달려 있습니다."

"그러게 누가 사람 걱정시키라 했는가. 이 의자를 보니 아직 내려갈 날이 먼 거 같구만."

"심심하지 않게 자주 와주시죠."

"나 말고도 올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한명오는 보통 자신의 딸의 얘기를 많이 했다. 그동안 꽤 많이 큰 것 같았다. 그 딸이 그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으니 그녀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하는 것도 당연했다.

다음은 공필두. 한명오와 함께 비교적 적게 공단 옥상을 찾은 인물이었지만 그래도 올 때마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요즘은 땅 시세가 어떻습니까?"

"그런건 왜물어봐?"

"큰 집을 사야하니까요. 분명히 약속했잖습니까, 큰 집에서 다 같이 살기로."

"그랬었지."

갑자기 눈이 반짝이는 공필두였다. 역시 땅 얘기는 공필두를 따라잡을 사람이 없었다.

"네가 내려오기 전에 내가 다 같이 살 수 있는 큰 집을 알아오겠다. 아 물론 돈은 받을거다."

"당연하죠."

그 뒤로도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이지혜와 이길영은 와서 울기도 하도 잡다한 얘기를 많이 했다.

한번은 이지혜가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온 적이 있었다.

"그, 그건 뭐야?"

"뭐긴 뭐야, 아저씨가 가장 좋아하는 거지."

차이나 드레스와 가터벨트. 분명히 나를 놀리러 온 것이라고 김독자는 생각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정희원이 와서 저지했다.

"못 볼 꼴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독자씨. 한 달 정도 일찍 내려오게 해드릴게요."

"도대체 제가 여기 얼마나 오래 매달려있는겁니까?"

김독자의 말은 무시하고 내려가는 정희원과 이지혜. 김독자는 소름이 돋았다. 한 달을 일찍 내려오게 해준다니, 도대체 얼마나 오래 있으면 한 달이 막 나온다는 말인가.

"형이 빨리 내려와야 PC방을 가는데."

"상아 누나가 공부를 너무 많이 시켜요."

이길영은 보통 하소연을 하러 온다. 가끔씩 곤충들을 자랑하러 오기도 한다.

"아저씨가 자초한 거야."

"너가 못하니까 많이 시키는 거지!"

맨날 싸우면서 맨날 같이 올라오는 신유승. 나는 얼굴만 보러 오는거고 목적은 이길영과 같이 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다. 그만큼 둘이 친하다는 거지.

혼자 올라올때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 내가 오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보통 많이 이야기를 한다.

"그 복제구 속의 제가 한 선택은 이랬습니다."

김독자는 정희원에게만 그 복제구 속의 김독자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말했다.

"잘했네요. 그런 선택을 했으면 제가 진짜 다시는 못내려오게 하려 그랬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입니다. 때가 되면 말할거에요."

정희원이 저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나를 가장 보고 싶어했을 사람 중 하나였을텐데, 내가 희생하는 것을 가장 보기 싫어했던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에 더 궁금했다.

"왜 근데 그런 선택을 하면 안된다고 한겁니까?"

"그건 독자씨 답지 못한 선택이니까요."

김독자는 한동안 나다운 선택이 뭔지 고민했다. 덕분에 흑역사도 떠오르고 좋은 것 같았다.

유중혁은 딱 한번 올라왔다. 올때도 얼굴이 딱 '꼴 좋다'라는 표정이었다.

"그 복제구 속의 네가 선택한 것을 그 동료들도 아는가?"

"아니."

고작 저질문 하려고 여기에 올라온건가 싶었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김독자도 알았다.

성좌들도 자주 올라왔다. 특히 우리엘은 매일같이 올라왔다. 우리엘은 보통 가볍거나 잡다한 얘기를 많이 한다. 그냥 김독자와 대화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았다.

유상아가 온 것은 다른 사람들이 온 것보다 기억에 많이 남는다. 처음 왔을때가 특히 더 그런데, 긴고아를 채우러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그런 짓 안할 거라 약속할거죠?"

긴고주를 외우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그 약속을 열번은 넘게 받고서야 내려갔다. 그 날은 공단에 매달려 있는 날 중 가장 최악의 날이라고 생각하는 김독자였다.

그 외에는 도서관 속의 일을 자주 얘기했다. 아무래도 김독자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지하철 안에 있던 것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아무렴 어떤가, 김독자는 그런 유상아와 나누는 대화가 좋았다.

한수영이 오는 날은 팔이 자유로운 날이었다. 그녀는 올 때마다 소설을 들고 왔는데, 정말 3천 편은 쓸 기세인 것 같았다.

그 외의 대화는 김독자 컴퍼니 내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김독자가 없을 때도 한수영이 보통 그들의 책임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재밌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현성과 대화하는 것은 조금 힘들었다. 올 때마다 연애 상담을 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여자에게 조금 힘들어하는데, 정희원에게 자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힘들어하는 것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뤘다.

"희원씨도 현성씨 좋아하니까 망설이지 말고 고백하세요."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게 몇 번이던가. 하지만 꾹 참고 여러번 상담을 도와주었다. 이렇게 해야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비유나 거신병에서 이제 인간의 몸을 얻은(가장 오래된 꿈의 권능으로) 김남운 등도 왔다.

비록 공단 옥상에 매달려 있었지만, 김독자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이런 날이 영원했으면."

언젠가 나온 이 말, 정말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어느 날은, 한수영이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럼 가장 오래된 꿈은 어떻게 되는거야?"

김독자도 사실 처음에 이것에 대해 엄청 고민했다. 왜냐하면 김독자가 이곳에 있으면 가장 오래된 꿈의 자리는 공석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저번에 실험 얘기했던거 기억나? 그것처럼 내 복제를 하나 만들어서 그 자리에 세워 놨어. 가장 오래된 꿈의 역할은 모두 수행하면서 흩어지지도 않고 기억도 공유해."

"그게 가능해?"

한수영의 질문이 왜 나왔는지를 생각하면 저 질문이 못할 말은 아니었다. 결국에 김독자는 자신을 흩어 가장 오래된 꿈의 역할을 수행했다. 처음부터 복제를 그 자리에 놨으면 되는 걸.

하지만 김독자가 복제를 계획한 것은 이미 자신을 흩어놓기 시작하고 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하는 것은 이미 늦었었다. 그리고 그 때에는 복제를 유지하는 방법이나 꿈 장악력 등의 문제가 있었다.

결국 온 세계선에 자신을 한번 흩어놓음으로써 가장 오래된 꿈의 의무를 최고로 잘 수행했고, 그에 의해 꿈 장악력은 최대치가 되어 있었다.

"가능하니까 이 자리에 있지 않을까?"

"그건 그렇겠지."

평화롭다. 너무 평화롭다. 이런 얘기도 사사로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평화롭다.

김독자는 이게 자신이 원하는 결말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김독자 컴퍼니 사람들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는 공단에서 내려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이렇게 내려오는 것을 원치는 않았지만.


*


쾅!

저 멀리서 일어나는 폭발이었지만 그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어디서부터인지 모르는 광선이 땅에 닿았고, 그 중심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김독자 컴퍼니 사람들은 엄청난 진동과 폭발소리에 공단을 나와 무슨 일인지 확인했다.

[가장 오래된 꿈! 너를 잡고 진짜가 되기 위해 왔다.]

"김독자?"

김독자가 둘, 하지만 완전히 달랐다. 저 김독자는 엄청난 격을 뿜었고 이쪽의 김독자는 공단에 매달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김독자는 공단 앞까지 왔다. 누구도 보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너 설마.. 그 복제 어쩌구 그거냐?"

[얼마 전까지는 그랬지. 하지만 이제 내가 저놈을 잡고 가장 오래된 꿈의 자리에 앉을 것이다.]

그 김독자가 공단에 매달려 있는 김독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것도 같네요."

정희원이 말했다. 그리고 이지혜가 물었다.

"근데 어떻게 탈출한 거지?"

그들은 복제 김독자를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들의 대화에 신경썼다.

한편 공단 위에 매달려 있는 김독자는 매우 당황했다. 저 김독자가 나왔다는 뜻은 결국 복제구의 결계보다 강력해졌기 때문이었다.

김독자는 복제구를 설계할 때 매우 신중했다. 결국에는 그 안의 존재가 눈치채면 안되고, 설령 눈치채더라도 탈출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김독자가 그렇게 엄청난 양의 개연성을 소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탈출했다니, 저 김독자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실로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이지? 그 곳에 남아 있었더라면 너는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유중혁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 곳에서 그는 성공했고, 스스로의 힘으로 일행의 곁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그 복제구의 결계를 깨고 나옴으로 인해 그 속의 세계는 소멸해버린 것이다.

[그런 것 따위 진짜의 자리를 차지하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만들 수 있다.]

단호한 말. 과연 정말 필요 없을까 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진심인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이곳도 마찬가지지. 내가 진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곳 따위는 백번이고 천번이고 파괴할 것이다.]

"독자 씨! 정말 성격이랑 사상을 조금씩만 바꾼거 맞아요?"

정희원의 질문에 공단 옥상에 있던 김독자는 침묵했다. 대신 복제 김독자에게 말을 했다.

"왜 가장 오래된 꿈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는거지? 그 속에서는 너도 가장 오래된 꿈이었을 텐데?"

[한낱 복제품으로 살진 않을 것이다. 나는 모든 세계선을 지배하고 관철하는 가장 오래된 꿈이다!]

달랐다. 김독자가 처음에 설정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바뀌게 만들었는가.

정말로 세계선의 끝을 정해서 꿈 장악력을 얻는 방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변한 것인가? 그럴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 복제 김독자는 그런 생각 따위 할 시간 줄 생각 없다는 듯이 공격을 개시했다.

결국 복제구 자체 결계는 전대 가장 오래된 꿈의 강함 이상은 되어야 뚫을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기에, 그것 때문에 그렇게 큰 개연성을 감당했는데. 김독자는 조금은 허탈한 것 같다고 느꼈다.

「후 회할 거 야 김독 자」

이 일을 할 때 제 4의 벽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말했던가. 영겁의 시간을 함께해 온 제 4의벽이지만 조금은 미웠다.

"김독자! 어떻게든 해봐! 우리 힘으로는 못 막아!"

당연한 것이었다. 최소한 전대 가장 오래된 꿈의 힘 이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묶여있는데 어떻게 도와줘?"

"저 새X가.."

김독자는 이것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 단번에 저 복제 김독자도 소멸시킬 수 있으리라. 지금의 김독자는 역대 제일 완전한 가장 오래된 꿈. 절대신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들도 알았다. 더이상 보기만 하는 무능한 가장 오래된 꿈 김독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김독자는 돕지 않았다.

"저거 일부러 저러는 거겠죠?"

"당연한 걸 뭘 물어봐?"

이 일이 있은 뒤 몇 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정희원과 한수영이었다.

[편해 보이네?]

복제 김독자는 공단 위에 매달려 있는 김독자를 공격했다. 폭발과 함께 김독자의 모습은 연기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김독자!"

유중혁이 김독자를 확인하러 갔다. 아무리 가장 오래된 꿈이라 하더라도 상대도 동일한 존재. 공격에 안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버려야 했다.

[저런, 어딜 보는 건가? 절대로 너희가 날 막기에 편해 보이진 않던데.]

유중혁도 공격에 당해 크게 상처를 입었다. 이설화가 유중혁의 상대를 확인하기 위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진형이 무너졌다. 공필두의 무장요새가 종잇장처럼 찢어지고 이지혜의 터틀 드래곤은 캔처럼 찌그러졌다.

"저게 김독자라고? 아니야. 넌 김독자가 아니야."

한수영이 부정했다.

[그럼 가장 오래된 꿈만 하지 뭐]

복제 김독자의 표정을 보면은 누구든 부정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한수영이었다. 절대로 김독자의 얼굴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음흉하다 못해 사악한 느낌의 미소. 정말 악마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그거 알아?]

복제 김독자의 잔혹하고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격에서 갑자기 차갑고 무거운 격이 분위기를 바꿨다.

그 때문에 주변의 시야가 트인 김독자 컴퍼니는 주변의 모습을 보고 굳어버렸다.

마치 시나리오 때처럼, 멸망한 것만 같은 서울의 모습. 어떻게 복구된 그 서울이 다시 한 번 멸망을 맞이하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인명피해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현성..?"

진형이 흐트러졌을때부터 보이지 않던 이현성. 공격을 당해 어디론가 날아가버린줄 알았는데 김독자와 함께 사람들을 구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울은.."

"걱정 마셔도 될 겁니다. 독자 씨가 그렇게 말했거든요"

역시 이현성이다. 김독자의 말이면 뭐든지 의심치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무리 김독자여도 서울을 한 번에 복구시킬 순 없을 것이라 한수영은 생각했다.

[가장 오래된 꿈은 김독자만이 할 수 있어.]

사실은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자리인 가장 오래된 꿈. 하지만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김독자밖에 없었기에 김독자는 그 자리에 섰었다.

[근데.. 방금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 글을 쓴 사람이 네가 김독자가 아니라 부정했어.]

한수영은 흠칫했다. 그것은 한수영이 자기가 김독자를 되돌리기 위해 쓴 소설의 결말에 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본 것이다 김독자는. 그 원고를.

흩날리는 원고 속 한 문장

「이것은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네가 가장 오래된 꿈의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엄청난 격. 그 격이 복제 김독자에게 집중되었다. 복제 김독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넌 절대 못해.]

격의 폭발. 복제 김독자의 신형이 마치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마치 너만이 가장 오래된 꿈이었던 것처럼 말하는군.]

복제 김독자는 바로 회복해 대항했다. 결국에는 전대 가장 오래된 꿈 이상의 힘. 절대로 그냥 당할 적은 아니었다.

[전대 가장 오래된 꿈도 있었고.]

이번엔 복제 김독자의 격이 강해지고 있었다.

[다른 복제구 속의 가장 오래된 꿈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격의 폭발이 있었지만 김독자는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 같았다. 복제 김독자는 순간 흠칫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고 말을 이었다.

[나는 다른 모든 이야기를 희생하면서 내 힘으로 내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너는 무엇을 희생했지?]

보고 있던 김독자 컴퍼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시나리오를 되돌아보는 것은 그들에게 고통이었다. 김독자가 그들을 위해 당한 고통을 그들은 가늠할 수 없었다.

[내가 희생한 것? 주변을 둘러봐라]

멸망 직전의 서울이 마치 무대화처럼 다양한 배경으로 바뀌었다. 김독자 컴퍼니도 그것을 보았다.

지하철부터 시작해서 최후의 벽까지. 마치 설화처럼 하나도 빠짐없이 그들의 서사가 기록되어 있다.

[시나리오의 모습이지?]

무대화 같은 것이 해제되고 김독자의 모습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꿈이었지만 그 전에 구원의 마왕이었고, 김독자였다.

날개가 돋아나고, 뿔이 돋아났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 하지만 김독자는 보여주고 싶었다. 복제 김독자에게 자기가 무엇을 희생했는지

[나는 내 모든 것을 저들을 위해 희생했다.]

복제 김독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째서냐고? 단지 소설 속의 인물들일 뿐이었다고?]

힘의 차이. 단지 그것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복제 김독자가 밀려나고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설화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그 인물들로 인해, 내가 삶을 얻었다.]

순식간에 복제 김독자의 신형이 사라졌다. 마치 사라진 것 같았다. 김독자의 공격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진짜 힘은 아니었다고 말하려 하는 듯이. 순간적으로 김독자도 압도할 정도의 강력한 격을 뿜어냈다.

[나는 모든 세계선을 내 힘으로 정립하고 지배했다! 너 따위는 할 수 없지!]

김독자가 밀려나고 있었다.

[정말로?]

그렇게 보였다.

김독자는 무언가 보여주었다. 설화처럼 이야기들이 지나가고 두 개의 이야기가 대조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하나는 복제 김독자가 만든 이야기 곧 결말을 정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김독자가 가장 오래된 꿈으로서 자신을 흩어놓은 것 중 파편이 조금 더 큰 곳의 이야기였다.

[어떻게.. 어떻게 두 이야기가 같지?]

복제 김독자는 부정했다.

[간단해, 그 이야기까지 다르게 할 개연성이 없었거든.]

복제구는 그런 역할이었다. 개연성의 패널티를 덜어주는 도구. 김독자가 무수히 많은 수의 복제구를 생성해내고도 머리만 남을정도의 개연성'만' 소모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너는 선택을 했지. 네 모든 것을 버렸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렸다. 희생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대책을 세웠어야만 했다. 그 복제구 속의 모든 것을 안전하게 보전할 대책을.

[내가 말했지. 그딴 것은 가장 오래된 꿈이 되면은 백번이고 천번이고 되돌릴 수 있다.]

점점 더 커지는 격. 김독자가 점점 작아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 때문에 네가 김독자가 아닌 것이다. 적어도 김독자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

[처음에는 네 선택이 그저 조금 더 이기적인 것 같았거든?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순식간에 반전되는 격. 김독자는 선택을 했다. 처음에는 김독자 컴퍼니와의 대항으로 바뀔 줄 알았다. 그리고 격의 충돌로 그 역시 영겁을 보낸 존재라는 걸 상기했다.

하지만 마지막은 달랐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무언가 이 존재를 바꾼 것이 있었다.

[뭐가 너를 이렇게 바꿨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난 너를 되돌려주지 않을거야. 넌 이미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어.]

절대로 넘어설 수 없을 것만 같은 압도적인 격차. 그리고 단 한번의 손짓에 복제 김독자는 모든 힘을 잃고 쓰러졌다.

"아아.. 결국에는 이렇게 되는건가."

"되돌려 두고 싶었는데."

[제 4의 벽]

순식간에 지하철에 남아있던 벽이 나타났다.

「김독자」

[먹어]

순식간에 벽 안으로 복제 김독자가 빨려 들어갔다.

결국에는 살리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단 한번에 되돌아가는 별 것 아닌 변화였지만, 그것에 걸린 상대가 다름아닌 전대 가장 오래된 꿈 이상의 강함을 지닌 존재.

김독자는 이런 짓을 한 존재를 찾아야만 했다.

"어디가?"

"아."

김독자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멸망 직전의 서울. 공단 앞은 둘의 전투, 전투라고 보기에도 압도적인 격차였지만 그 흔적에 의해 더욱 망가져있었다.

'뭐, 아직은 좀 더 자유를 만끽해도 좋나?'


ㅡㅡㅡㅡㅡ


어우 힘들다 중간중간 써가면서 조금씩 스토리가 바뀐거같은데 그래도 나름 만족한다.
(웬지 세계관만 더 커진 느낌)

다음편도 계속 쓸거다

아무래도 두번째 글이고 하다보니 필력이 딸리거나 설정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너그럽게 봐줘

피드백은 언제나 받는다. 질문도 받는다.

말했지만 엔딩은 없고 연중만 있다.

공백없이 8천자정도밖에 안되네. 다음에는 더 길게 써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