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이 좋아서 글 쓰기가 재밌네.
이따가 심심하면 하나 더 써서 올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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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사용이 취소되자,
비유는 내 손목을 놓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방금은 경황이 없어서 못 봤지만,
비유의 모습은 여기저기 굵고 작은 상처들과 함께
많이 초라한 모습이었다.
언제나 밝고 위퐁당당한 모습을 보이던
비유의 변화에
확실히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직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야, 비유. 너 꼴이 왜 그래 뭐 알고있지?!"
비유는 다그치는 한수영의 물음을 무시한 채
나를 응시했다.
[아빠, 무슨 일이 생겼으면 바로 나를 찾았어야지.]
차갑고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비유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비유. 무슨 일이야"
비유는 내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 유중혁을 데려오지 않으면, 이 세계가 멸망한대.
비유야 빨리 말해 중혁이 어딨어."
태양 빛이 구름에 가려져, 상공의 기온은
겨울 날씨와 같이 추워졌다.
[지금 유중혁을 데려와도 이 세계는 멸망해.]
"그게 무슨 개떡같은 소리야!! 상황 설명을 좀 해봐!!"
한수영의 목소리가 상공에 울려퍼졌다.
[설명할 시간이 없어. 일단.. 따라와.]
비유는 허공에 손을 쭉 뻗었다.
비유의 손 끝에 한 점이 생기더니
하늘과 땅이 순간 일렁이고,
구름과 하늘이 그 점으로 빨려들어갔다.
마치 한 세계가 모두 그 점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이윽고 그 점이 조금씩 커지며
성인 남성 한명이 지나갈 수 있을만한
직사각형 문의 모양으로 바뀌었다.
비유는 아무 말 없이 그 문 너머로 걸어갔다.
나랑 한수영은 눈을 한번 마주친 뒤
별 말 없이 비유를 따라 문으로 걸어갔다.
문 너머의 풍경은 한없이 아름다웠다.
끝없이 펼쳐진 새벽 하늘,
무수히 빛나는 별자리들의 모습,
새벽 어둠과 여명 빛이 뒤섞이고,
그 하늘 빛이 유릿빛 땅에 비춰져
어둠과 빛의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잠시, 여기에 온 그 목적을 잊은 채
아름다운 이 곳의 정경에 넋을 놓았다.
내 정신을 차리게 해준건,
다급한 한수영의 외침이었다.
"야, 야!! 유중혁!!!!"
한수영은 급하게 달려나갔다.
한수영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을 보니,
쓰러진 유중혁과,
그에게 달려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
기괴한 모습으로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유중혁을 공격하려는 이상한 것들의 모습은
마치 시나리오 때, 우리가 두려워하던
존재들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이계의 존재들'
푸른색 빛이 전신에 휘감긴 유중혁의 모습.
기사회생을 사용한 후
의식불능상태에 빠진 것 처럼 보였다.
나는 곧바로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고쳐 잡았다.
[성좌, '구원의 마왕'이 자신의 격을 드러냅니다.]
[성좌, '빛과 어둠의 감시자'가 자신의 격을 드러냅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자신의 격을 드러냅니다.]
[전용 스킬 '책갈피'를 사용합니다!]
['전인화 Lv.23'이 발동됩니다!]
나는 곧바로 유중혁에게로 달려갔다.
한수영은 이미 이계의 존재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성좌, '거짓 종막의 설계자'가 자신의 격을 드러냅니다.]
소매를 걷은 그녀의 오른팔에서 가공할 만한 흑염이 나타나 주위를 불태웠다.
유중혁의 상태를 확인한 후, 달려드는 이계의 존재들을 향해
몇번의 검격을 휘둘렀다.
-끼아아아아악!
내 검격 하나, 하나에 이계의 존재들이
괴로운 비명소리를 지르며 사라져가고 있었다.
성좌가 된 한수영의 흑염과,
비록 꿈장악력 때문에 권능을 쓰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오래된 꿈'의 격을 뽐내는
내 검격에, 이계의 존재들은 수없이 썰려나갔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베고, 베고, 불태우고, 또 베어도
이계의 존재들은 밀물 때 파도처럼
끝도없이 우리를 향해 밀려왔다.
유중혁이 고전하고 있던 것도
수적인 열세에 밀려서였을 것이다.
저들의 진격을 막기 위해 나는 다시
오른팔을 치켜 들었다.
온 세상의 기운이 내 팔에 모여드는 기분,
가장 오래된 꿈의 권능이
내 오른팔에서 그 위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힘을 이계의 존재들에게 퍼부으려는 순간,
다시 누군가가 내 능력 사용을 막았다.
['제 4의 벽'이 능력 사용을 막습니다.]
...아 씨.. 이게 진짜 아까부터.
"야, 너 아까부터 왜 그래. 사춘기냐?"
내 오른팔에 모아들었던 가장 오래된 꿈의 힘이,
다시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배 은망 덕한 김독 자]
뭐라는거야 진짜...
나와 한수영은 시간의 흐름도 느끼지 못한 채,
이계의 존재들을 계속해서 썰어나갔다.
다행히 어느 한 순간부터, 몰려드는 이계의 존재들의
수가 점차 줄어들어,
서서히 전투가 마무리 되는 듯 싶었다.
"시발.. 이게 뭐야 진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한수영의
얼굴과 팔 곳곳에 상처가 나고 한수영의 몰골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물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몸 이곳 저곳에 난 상처가
우리의 고됐던 싸움의 자취로써 남아있었다.
"야 비유.. 이제 설명을 좀 해줘야겠는데?"
한수영에게 멱살을 붙잡힌 비유의 모습은
하늘 위에서 본 모습보다
더 지쳐보이고, 초라해 보였다.
[휴.. 대충 정리된 것 같으니까 빨리 설명해줄게..]
비유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나랑 한수영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굳게 잡은 부러지지 않는 신념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