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시록에 쓰여진 루시퍼는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가장 빛나는 별, 여명의 아이.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신이 되겠다는 오만을 가슴에 품었고, 결국 샛별이 되어 추락했다.
그리고 추락한 그 대천사는 자신을 따르는 전체 천사들의 삼할을 넘는 타락천사들을 데리고 에덴을 침공했다.
결국에는 하나님의 편에 섰던 미카엘이 나머지 천사들을 이끌고 그들을 지옥으로 떨어트려 참회시켰다는, 악을 벌하는 선의 이야기. 그런 옛날 이야기.
"...많이 약해졌군, 형."
마침내, 그들이 다시 전장에서 닿았다.
"...라파엘과 가브리엘, 우리엘은 72마왕과의 전장에 있는건가?"
루시퍼의 입에 비릿한 조소가 맽혔다. 그리고 그 전신에서 대지를 초토화시키는 격이 파공음을 일으키며 퍼져나왔다.
"평화에 안배하여 온실속의 화초로 자란 천사들로, 지옥의 염화속에서 기어나온 나와 내 군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건가? 그때처럼?"
"...내게는 너에 대한 승리 설화가..."
"승리 설화는 어디까지나 상대에 대한 능력치 너프에 불과해."
그 순간, 루시퍼한테로 한 천사가 쇄도해왔다.
"죽어라아아!!!!"
"안..!
푸슉!
피륙음과 함께 터져나온 피가 미카엘의 왼쪽 볼을 적셨다.
"이 개자식이!"
"고대하던 순간이다!"
형제였던 자들이, 어느새 정 반대의 모습이 된 채로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형은 천사의 증표인 빛의 고리를 떨며 새하얀 날개를 넓게 펼쳤고,
동생은 악마의 증표인 두개의 뿔을 번뜩이며 검은 날개를 퍼덕였다.
'승리 설화가 있었기에 그나마 능력치가 상쇄된다. 하지만 여기서 더 끈다면 남는 것은...'
패배. 그 두 글자가 미카엘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자신의 패배는, 에덴의 멸망을 상징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하지만 이내 잡생각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카강! 캉!
미카엘과 루시퍼의 장창이 연달아 부딪혔다.
그리고 그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아버린 단 하나의 생각.
'여기서 너를 죽인다.'
* * *
그 시각, 초월좌들과 천사들의 군대 역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전투 양상은?"
유중혁이 피를 뒤집어 쓴 채 김독자에게 물었다.
"에덴이 불리해."
"상황을 뒤집을 방법은?"
"나도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 성마대전은 본 적이 없어서."
"쓸모없군."
유중혁이 고개를 홱 돌리더니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형. 저는 형이 쓸모있다고 생각해요."
"저도요, 아저씨."
김독자의 옆에서 동물들과 곤충들로 전장을 조율하던 아이들이 김독자를 올려다봤다. 그 시선에 김독자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고맙다."
그리고 그 순간, 지원군이 도착했다.
"...염룡이?"
"내가 왔다!"
"네가 왜 와! 넌 상대편이잖아!"
흑염룡이 도착해서 배를 쭉 내밀자, 한수영이 기겁한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민 흑염룡은 그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너네 편이야."
"...뭐?"
한수영은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 말을 마친 순간, 흑염룡이 전장으로 뛰어들었기에. 그리고 그 뒤로 천사 둘이 전장으로 동시에 쇄도했다.
"내가 빨랐셈."
"내기한 적 없다."
마침내, 전장이 변하기 시작했다.
* * *
어느새 우리엘의 배가 꽤나 불러왔다. 걷는 것도 힘에 부치는지 병실에 누워 하염없이 창가를 바라볼 뿐인 그 모습에, 가브리엘이 한숨을 푹 쉬었다.
"...우리엘, 나가서 걷기라도 하는게 낫지 않겠냐?"
"난 그냥 누워있을래."
그녀가 잠깐 제 배를 내려다보더니,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너도 싸우러 가."
"싫어. 내가 가면 너는 누가 지켜? 또 아스모데우스가 나타나면 어쩔건데!"
아스모데우스라는 말에 우리엘의 몸이 움찔했다. 그를 대면했을때는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으나, 없어질 수 없는 기억이었다.
"...아스모데우스도 아이가 있는 한, 나를 해치지는 못할거야."
"그래도 안 돼...!"
가브리엘이 침대보를 꽉 붙잡았다. 그리고 그런 가브리엘의 어깨에 우리엘이 손을 척 올렸다.
"가. 가야만 해. 72마왕들은 그들로만 막아낼 수 없다는거 알잖아."
"그럼 너는 누가 지키는데!"
우리엘이 고개를 다시 창가로 돌렸다.
"대답 해!"
"에덴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가브리엘 역시 할 말을 잃었다.
"네가 나를 지키고 있으면 죄책감이 들어."
"...나는 너를 지키는게 아니야."
우리엘이 그 말을 듣고 살짝 고개를 들었다.
"무슨..."
"...루시퍼에, 타락 천사들에 맞설 생명체를 지키는거다."
어쩌면 서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우리엘을 위한 그녀의 최선이었다.